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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5

       세계를 넘어 발을 디딘 순간 내가 보게 된 것은 넓고도 넓은 평원의 풍경이었다.

       

       저 끝이 어딘지조차 알 수 없을 평원의 위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그 위에선 전 회사의 식당에서 보았던 골렘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농작물들을 관리했다.

       

       “놀랍구나.”

       

       그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 거대한 토지 전체가 모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거대한 평원이란 말이더냐.

       

       어찌 이런 곳이 존재할 수 있는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산을 깎아내어 강제로 평원을 제작하기라도 한 것이더냐?

       

       “아니다. 아라야. 이 곳은 본래부터 거대한 평원이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풍경에 경악하고 있으려니 내 뒤를 따라온 바루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 곳은 처음부터 넓고도 넓은 평원이었다.”

       “바루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이 곳은 제가 처음으로 눈을 뜬 그 순간부터 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죠.”

       

       토지를 비옥하기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공을 들이기는 했지만 이 대지자체는 태어났을 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단 설명에 자연스레 눈이 커졌다.

       

       신기하구나. 이런 거대한 평원이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라고?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는 꼭 세상이 이 대지만을 편애한 것 같지 않은가.

       

       “와아. 미국에 관광하러 갔을 때 봤던 것보다 더 큰 것 같네요! 영상 찍어도.”

       “될 거라 생각하는가? 그대의 계정이 블락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얌전히 스마트폰을 집어넣도록.”

       “히잉.”

       

       엔리가 백호에게 제지당하는 걸 구경하고 있으려니 한 가지 의구심이 생겨났다.

       

       이토록 넓고 비옥한 대지가 존재하니 많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단 것은 이해했다.

       

       허나 아무리 많은 식물을 재배한다 하더라도 그를 보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터.

       

       결국에 식물은 시간이 지나면 썩어 문드러지지 않는가.

       

       “지금 그 해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의문이 생겨날 것을 예상한 것일까. 반그로우는 내가 물음을 던지기 무섭게 저 먼 곳에 보이는 거대한 건물로 안내해 주었다.

       

       “이 창고야 말로 저희 회사가 지닌 기술력의 결정체 중 하나죠. 제가 회사에 들어오길 잘했다 여겼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고요.”

       

       창고의 문이 열림에 따라 드러난 공간은 바깥에서 볼 때보다 훨씬 더 넓었다.

       

       그 안에 막대한 양의 자원에 압도 되어 착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본인의 감각이 그런 것을 착각할 정도로 허술할 리 없잖은가.

       

       상식에서 벗어난 풍경을 본 나는 이 안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기운을 눈에 새겼다.

       

       단순하게 펼쳐져 있는 세상의 도가 아니라 수많은 규율과 규칙을 엮어서 만들어낸 이적의 풍경을.

       

       “일단 공간의 왜곡입니다.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안쪽이 훨씬 더 넓죠. 평범한 사람의 걸음으로 저 끝까지 가려면 며칠은 걸릴 걸요?”

       

       “다음은 보존과 관계된 여러 마법입니다. 여기에 보관된 식량들은 수많은 마법들에 의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게 되죠. 그래서 별 부담 없이 막대한 양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답니다.”

       

       “이 곳은 여태까지 세상의 멸망을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식량을 보관해 두었습니다. 멸망을 직면한 이들의 기아를 해소하는 것은 별 어려운 일이 아닐 테죠.”

       

       그리 설명을 하며 우리를 안 쪽으로 데려간 반그로우가 한 방의 문을 열었을 때 그 곳에는 들고 가기 좋게 정리되어 있는 막대한 양의 식량이 있었다.

       

       곡물부터 시작해서 여러 채소들과 육류. 거기에 더해 향신료와 식수까지.

       

       어지간한 인원으로는 몇 날 며칠을 들고 날라도 끝이 없을 듯한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골렘 무리가 나타나서는 그 짐들의 앞에 도

       열했다.

       

       “화령님. 다른 세상을 향한 문을 열어주시겠습니까?”

       “…기꺼이 그러도록 하마.”

       

       이거야 원.

       

       이만한 은혜를 갚으려면 진짜 화령냥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구나.

       

       *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곳으로 돌아왔단 파이스의 기쁨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옛 동료를 다시금 만났다는 즐거움은 한 때 둘도 없는 친우라 생각했던 이가 죽었단 소식에 묻혀 흩어진다.

       

       스승을 다시 만나 뵈어 과거 전하지 못한 감사를 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행복도 함께 수련하던 이들 대부분이 땅에 묻히지도 못한 채 사라졌단 사실 앞에 사그라든다.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그리워하던 연인을 다시금 만날 수 있었다는 감동도 축제의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술은커녕 음식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풍경 앞에선 슬픔이 되고 만다.

       

       현실의 고통이 눈앞에 존재하는데 어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기쁨을 이야기하겠는가.

       

       이 세상이 새로운 위기를 직면했단 것도 모르고 현대에서 편안함을 누리던 파이스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그치만 제가 그리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네요.”

       

       다만 파이스 스스로의 마음이 불편한 것을 뒤로 제쳐두고서 그의 노력이 도움이 되는가. 하고 묻는다면 애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 세상에 머무르며 용사라 불렸던 때에 배웠던 것은 전장에서 싸우며 사람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었지 내정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한창 전장을 돌아다니던 시절에 곁눈질로 배운 것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뿐.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서 몇 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의 파이스는 없는 것보단 낫지만 그렇다고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파이스. 자꾸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비하하면 화낼 거에요.”

       

       서류를 뒤적이다 말고 한탄을 하는 파이스의 모습에 베니가 펜을 놓고서 미간을 찌푸린다.

       

       “그건 당신을 보고 희망을 품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동이에요.”

       “…엄하시군요.”

       “여왕의 자리에서 몇 년을 살다 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되었답니다.”

       

       파이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베니의 웃음을 살폈다.

       

       이렇게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새삼 베니가 수많은 역경을 지나왔음을 깨닫게 된다.

       

       저런 무거운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될 때까지 베니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파이스. 제 말 듣고 계세요?”

       “…네? 무슨 말 하셨습니까?”

       “이번 일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 좀 더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그랬어요.”

       

       과거의 파이스는 분명 외신의 위협에서 이 세상을 구원했다.

       

       이 세상에 사는 무수히 많은 이들 또한 그 사실을 믿었고 그랬기에 파이스를 본래의 세계로 돌려보내 주었지.

       

       그 후에 악신의 씨앗이 남아있단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그건 파이스의 잘못이 아니었다.

       

       당시의 그 누구도 구원을 의심하지 않았거늘 어찌 그것이 파이스의 잘못이 될 수 있겠는가.

       

       “허나.”

       “그리고 하나 더. 당신께서 화령님을 데려와 준 덕에 이 세상에 희망이 생겨났잖아요.”

       

       그러니까 좀 마음 편하게 있어요. 라는 베니의 이야기에 파이스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과거 공주라 불리던 시절에도 충분히 어른스러운 분이셨는데 이제는 지혜까지도 품게 되셨구나.

       

       물론 이를 입 밖으로 내진 않을 것이다.

       

       늙어버렸단 말을 자주 입에 담는 그녀에게 이 이야기를 꺼내면 분명 기겁을 할 테니까.

       

       내가 보기에는 아름답기만 하신데 왜 나이 같은 것을 신경 쓰시는지 원.

       

       그런 생각을 하며 파이스가 쓴웃음을 짓던 때였다.

       

       저 멀리에서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가벼운 것을 보면 병사는 아니고.

       

       시종치고는 많은 마력을 품고 있는 듯 하니.

       

       궁중에서 일을 하던 신하들이 이 곳에 오고 있는 것인가.

       

       “미리 문을 열어주세요. 파이스. 급한 일인 듯 하네요.”

       

       베니의 말을 따라 문을 열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의 신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게 늘어진 다크서클과 초췌해진 양 빰 탓에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신하들은 파이스와 베니의 모습을 보고는 다급히 예의를 차리려 했다.

       

       “급한 일이죠? 그런 거 하지 말고 바로 설명을 해주세요.”

       “지금 왕궁의 정원에 화령님께서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화령님께서요?”

       

       베니가 의아함을 표한 부분은 화령의 등장이 아니었다.

       

       그 분께서는 자기 마음가는 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시는 분이니까.

       

       “예. 그렇습니다. 화령님께서 오셨습니다!”

       “그게 왜 놀랄 일이죠?”

       그녀가 의문을 지닌 건 그런 화령의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았을 신하들이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는 가에 대해서였다.

       “그게!”

       “일단 바깥으로 나가보셔야 할 듯 합니다. 말로 설명드리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아니. 창 밖만 보셔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멸망의 위기 앞에서도 수명을 깎아가며 일했던 노련한 신하들이 당황해 어찌할 줄을 모르는 모습에 베니가 재차 고갤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이러는 걸까.

       

       신하들의 호들갑을 뒤로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거둔 순간.

       

       베니는 신하들의 당황을 이해했다.

       

       “…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정원에 산처럼 쌓여 있는 식량을 본다면 누구라도 저럴 수밖에 없을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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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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