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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5

   지금 내가 앞에 둔 숲의 인근에 존재하는 세력은 공양을 연구하는 흑마법사들이다.

   

   흑마법을 펼침에 따라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반동을 자신의 제물에게 옮기고자 하는 이들은 그 누구보다 악신의 세력에 가까운 자들이다.

   

   무리 사이에 여러 악신의 추종자들이 끼어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만큼 이 숲에 끼어 든 악신이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다.

   

   얌전히 봉인 되어 있을 불이나 쭈구리가 되어버린 어둠을 제외한 누구라도 가능성이 있으니까.

   

   다만 이 숲에 도사리는 음험함을 기반으로 추측해봤을 때 공허의 추종자가 끼어들었을 것 같다고 추측할 수 있을 뿐.

   

   숲을 앞에 둔 나는 테르샤 제국에서 구해 온 갑옷을 걸치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방학 기간 내내 길을 들여놓은 덕분에 갑옷을 움직이는 데엔 자그마한 어색함도 존재치 아니했다.

   

   그를 확인하고 만족스럽게 고갤 주억거린 난 메이스와 방패를 치켜들고서 선두에 섰다.

   

   “맨 앞에는 저나 저기의 기사가 서는 편이 낫다 생각합니다만.”

   

   나에 대해 잘 모르는 뮤러는 그것이 걱정스러운 듯 했지만 나는 그의 걱정에 코웃음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멍멍이의 후각을 믿으란 걸까?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긴 하네~ 그치만 싫어. 지성 없는 멍멍이를 따라가다간 함정에 빠질 것 같은 걸~”

   “뮤러님. 루시는 이런 분야에 있어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자랑합니다. 그녀보다 믿음직스러운 사람은 없을 정도로요.”

   “…음. 리나 자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런 거겠지.”

   

   얼빠여우의 공손한 설득을 본 나는 뮤러의 믿음보다 얼빠여우의 정중함에 놀랐다.

   

   이 정신 나간 변태가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말이 돼?

   

   내 발에 밟히고 싶어서 아침에 몰래 침대 발치에 자리를 잡는 변태가 이렇게도 정중할 수 있다니!

   

   나의 경악을 아는지 모르는지 얼빠여우는 수줍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숙이더니 종종 걸음으로 뒤로 물러섰다.

   

   저 안에 든 것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숙녀라 생각할 법한 모습이었다.

   

   아니! 평소에 저럴 수 있는 년이 왜 나한테는 그 지랄을 떤 건데! 평소에도 저렇게 좀 했으면!

   

   …음.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징그러울 것 같아.

   

   겉으로는 공손한 체 하는데 속으로는 제발 좀 밟아달라면서 하악 대는 속 검은 여자?

   

   끔찍하다.

   

   차라리 솔직한 변태가 낫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야.

   

   “아가씨. 다들 준비가 된 듯 합니다.”

   

   칼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에서 빠져나온 나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눈에 담았다.

   

   가장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늑대. 뮤러.

   

   연기의 여우. 리나.

   

   알른 가문의 기사인 칼.

   

   사령이자 사령술사인 아드리와 그 덤인 비시.

   

   예술 교단의 사도. 프레테. 그리고 주신의 사도인 나.

   

   나와 비시를 제외한다면 누구라도 각 세력에서 맨 위를 차지할 수 있거나 맨 위를 차지하고 있는 괴물들의 면면은 무척이나 믿음직스러웠다.

   

   숲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무력적으로 곤란을 겪을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 내가 저 숲 안에 있는 흉계만 잘 처리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란 소리지.

   

   “따라와. 허접들.”

   

   숲 안으로 발을 들인 순간 우리의 주변으로 음산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저 쪽에서 눈치를 챘구나.>

   ‘예상한 바였어요.’

   

   하나하나가 커다란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우리들이다. 저 쪽에서 아무것도 모르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큰 욕심이지.

   

   그래서 나는 존재를 숨기지 않는 쪽을 택했다.

   

   어디 대처할 수 있다면 대처를 해보아라.

   

   우리를 막을 수 있다면 얼마든 발악을 해라.

   

   너희 쓰레기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너희가 무엇을 준비했는지를 알아차리고 대처를 해 줄 테니까.

   

   “할망구. 뒤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일 해. 네 들러리 친구가 무능하니까 너라도 일해야지. 응?”

   – 잠시 기다려 주세요.

   

   아드리가 자신의 사기를 퍼트리자 주변의 땅에서 동물들의 혼이 솟아오른다.

   

   한 때 이 숲에 살았으나 죽어버린 이들의 흔적.

   

   이지를 잃은 그들은 아드리의 명령에 따라 숲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령술사와 함께 일하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군요.”

   

   뮤러는 동물들의 혼이 안식에서 벗어났단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짜증을 냈다.

   

   늑대의 으르렁거림은 누구라도 겁을 먹을 정도로 험악했지만 아드리는 그의 분노 앞에서도 태연했다.

   

   – 저 친구들은 강제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랍니다. 늑대님.

   “…예?”

   – 도움을 구했고 거기에 응한 것 뿐이에요. 다른 술사의 기운으로 가득한 숲에서 사령을 저 멀리까지 보낼 수 있을 만큼 전 강하지 못하답니다.

   “그건 몰랐군요. 실례를 했습니다.”

   – 아뇨. 죽은 자의 안식을 방해한 건 사실이니까요. 화를 내셔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해요.

   

   사령술사라는 특성 탓에 입지가 좁은 것을 이해하고 얌전히 고개를 숙이는 아드리에겐 노련하다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속이 어떻건 겉은 소녀 같은 그녀니까. 얌전히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이면 불쌍하다 생각할 수밖에 없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선한 뮤러가 상대라면 더더욱 그렇고.

   

   – 알른 영애. 잠시 곤란한 일이 생겼어요.

   “왜 허접한 찌끄래기 동물들한테 거부당했어? 다시 외톨이가 된 거야?”

   – …그런 게 아니라. 이 숲.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어요.

   

   자그마한 동물들을 보내서 숲을 둘러보는 데 길이 반복되고 있단 설명을 들은 나는 이 곳을 점거한 것이 공허의 추종자 측 세력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진짜 길은 숨겨져 있고 그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면 다시 되돌아오는 방식은 그 녀석들이 사용하는 거니까.

   

   “수고 했어. 할망구. 무서워서 벌벌 떠는 허접 동물들은 그만 보내 줘. 할망구 아래에 있는 게 곤욕스러울 것 같잖아.”

   

   공허의 추종자들이 상대라면 더 이상의 정찰은 의미가 없다.

   

   그들이 짜증나는 것은 아군 사이에 숨어 든 첩자를 검거할 때의 일.

   

   아예 적대하게 된 상황에 저들의 권능이 무슨 의미를 지니겠는가.

   

   키득키득 웃음을 흘린 나는 신성을 끌어올리며 숲의 지도를 떠올렸다.

   

   일단은 숲의 주인이 있는 장소 쪽으로 움직여보자. 숲의 중심에 들어가 본다면 무언가 단서가 나올 테니까.

   

   *

   

   솔직하게 말해서 뮤러는 루시 알른이라는 사람이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그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많이들은 건 상관없었다.

   

   뮤러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녀와 처음 마주했을 때의 풍경이 예술 교단의 사도와 리나가 바닥을 기는 모습이었다는 것도 별 상관없었다.

   

   그로 인해 평가가 추락한 것은 어디까지나 리나와 사도 뿐.

   

   오히려 두 사람을 휘어잡는 루시 알른의 모습은 좀 괴악한 부분이 있긴 했어도 평가를 올려야 하는 요소였다.

   

   헌데도 뮤러가 루시 알른이란 사람을 의심하는 까닭은 그녀가 너무도 자신만만했기 때문이었다.

   

   루시 알른이라는 사람이 나이에 비해 압도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음은 알겠다.

   

   자그마한 육신의 안에 존재하는 단련의 성과도.

   

   뭇 성직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신성도.

   

   여태까지 그녀가 이루어 온 여러 일들도.

   

   모두 다 뛰어나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단함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무너짐을 모르는 자는 떨어질 때에 다른 이들보다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져 부서져 버리니 말이다.

   

   다른 이들의 믿음 속에서 홀로 날을 세울 수 없었기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뮤러는 여전히 걱정을 마음 한켠에 품었다.

   

   그래서 항상 신경을 곤두 세웠다. 어떤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허나 뮤러의 걱정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숲을 나아가는 동안 루시 알른은 단 한 번의 실수도 범하지 않았으니까.

   

   “허~접해. 여기의 쓰레기들은 생각이란 걸 안 하는 걸까? 이 정도면 찾아달라고 비는 수준 아냐?”

   

   악신의 권능에 의해 감춰져 있는 길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아무것도 아닌 걸 모시는 쓰레기들은 머리 안도 텅텅 비었다니까. 함정을 잘 감추면 뭐해? 그 위력이 이따위인데.”

   

   함정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그를 보란 듯 파훼해 보였으며.

   

   “왜 이렇게 약해?♡ 이 정도로는 방패에 흔적도 안 남을 것 같은데?♡ 혹시 나 배려해주는 거야?♡ 너무 귀여운 날 공격할 수 없는 거야?♡ 푸하핳♡ 착하네~♡ 고마워~♡ 상으로 밟아줄게♡”

   

   흑마법사들과의 전투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였다.

   

   자신의 신성으로 흑마법사들의 저주를 물리치고.

   

   저들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마법을 자신의 방패로 쳐내고.

   

   안으로 파고 들어가 시선을 끈 후.

   

   뒤로 물러나며 다른 이들에게 마무리를 맡긴다.

   

   뮤러가 보기에 루시 알른이 보여주는 능력은 결코 그 나이 대의 어린 아이가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노련했다.

   

   어린 나이의 혈기에 모든 걸 맡기는 것이 아니라 노련한 용병처럼 모든 것을 고려하며 적들의 움직임에 대처했으며 아군들이 어찌해야 할 지에 대해 끝없이 목소리를 냈는데 이 행동들은 하나 같이 뮤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최적이었다. 심지어 뮤러 자신의 행동조차도 말이다.

   

   이러한 과정이 몇 시간 동안 반복됨에 따라 뮤러는 자연스럽게 루시라는 사람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녀의 자신감이 치기 어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확신에서 터져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됐으니까.

   

   그 후부터 뮤러는 칼이나 프레테에게 비견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루시의 명령을 수행했다.

   

   이 파티의 우두머리가 그녀임을 인정하고 그녀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평생을 우두머리로 살아왔던 뮤러에게 신선한 것이었고 그와 동시에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루시 알른이 보여주는 능력 앞에 뮤러의 신뢰가 점점 굳건해지던 그 때.

   

   일행은 숲의 한 가운데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던전의 문을 발견하게 됐다.

   

   “…진짜 이걸로 끝이야?”

   

   어째선지 루시 알른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쉬우면 오히려 실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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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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