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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5

    <435 – 실전적용>

     

    오크노디를 향한 아동학대의 징후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창관에 팔겠다는 협박을 받은 징후.

    고문에 가까운 곡예로 민첩 훈련을 받은 징후.

    학대에 가까운 지식부여.

    어린나이에 믿기 힘들 정도의 암흑마나 친화력이 증명하는 죽음에 한없이 가까운 삶.

     

    하루 10끼를 강제로 먹였나 싶을 정도로 심상치 않은 식품도감 수집현황.

    그것이 암시하는 식고문의 징후는 재단의 학대정황에 한 줄을 더했을 뿐이다.

     

    “먹고 강제로 토하게 만들고 또 먹인 건가?”

    “비싼 요릴 먹여놓고 왜 저렇게까지 가혹한 짓을 하는 거야…?”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하바라타 교수는 알아차렸다.

     

    ‘재단에서 수집품의 판정기준을 알아차렸군요.’

     

    누구보다 많은 수집품을 모은 종족, 드래곤.

    그런 드래곤을 지키는 가디언 출신의 마하바라타 교수는 필연적으로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를 수집하는 존재는 강해진다.

    수집품의 양이 많고 질이 높을수록 더욱 더.

     

    장비도감은 그 물건의 소유권을 자신이 유지해야만 인정받으며, 몸에 장착한 장비는 보유효과 외의 장비효과를 추가로 부여한다.

    채집도감은 박제된 견본을 얻는 것으로도 소지효과가 발생하지만 직접 채집한 견본은 채집효과를 추가적으로 부여한다.

     

    식품도감의 판정은 달랐다.

     

    오직 1인분 정량을 섭식해야만 비로소 도감으로 수집이 완료된다.

    장비나 채집과 달리, 먹어야만 하는 음식의 특성이 발현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식품도감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1인분의 정량섭식. 엄밀히 따지자면 그 기준은 1인분의 섭식한 음식이 ’위장‘에 속하는 것.’

     

    위장에 들어와 도감판정이 끝난 음식을 강제로 비워낸다고 수집효과가 취소되지는 않는다.

    장비나 채집이 잃어버리면 효과가 사라지는 것과 달리, 음식은 섭식 후에 잃어버려도 효과가 유지된다.

    재단은 그런 수집효과의 특징마저 이용해서 오크노디의 신체에 정말 학대수준의 강제섭식과 구토를 반복시켜왔던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빼곡한 유니크요리 수집현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왕. 나 진짜 많이 먹었구나!”

    “대결은 오크노디 1년생의 승리입니다. 그리고… 오크노디. 당신은 강의실을 떠나기 전에 제게 잠시 시간을 내어주십시오.”

     

    오크노디가 어리둥절해하며 마하바라타 교수의 앞에 쭈뼛쭈뼛 다가왔다.

     

    “저 왜여? 머 잘못한 거 걸렸어여?”

    “티토소가 1년생의 조명대에 셀로판지를 붙인 나쁜 짓은 이미 벌금이 부여됐으니 그 건으로 혼낼 것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럼 진짜 왜 불렀어요?”

    “물론 도감현황 때문입니다. 재단에서 당신에게 이 많은 요리를 복용시키기 위해 저지른 식고문은 수집의 비밀을 알아차린 고위귀족이나 왕실에서도 간혹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와. 진짜요?”

    “하지만 이 정도로 잔혹하리만치 심하게 당한 사례는 오크노디 양이 최초입니다.”

     

    오크노디가 입을 삐죽였다.

     

    “파파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그렇게 재단의 이사장을 감싸고 싶습니까? 당신을 괴롭게 만든 장본인인데도.”

    “제가 원해서 먹었던 거예요. 파파를 나쁘게 말하지 말아요! 파파가 나쁜 사람은 맞을지 몰라도 저한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라고요.”

     

    단단히 세뇌가 걸렸군.

    어렸을 때부터 단단히 길들여진 결과가 이것인가.

    마하바라타 교수는 재단에서 애지중지 감싸도 모자를 아이를 아카데미에 입학시키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하는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시간을 많이 빼앗았군요. 2교시 시작시간이 되어갑니다. 이만 돌아가도 좋습니다.”

    “으앙. 브론즈 교수님 강의잖아.”

     

    오크노디가 울상을 지으며 창턱을 밟고 지름길로 뛰쳐나갔다.

    마하바라타 교수는 그 뒷모습을 보며 안쓰럽게 여기듯이 중얼거렸다.

     

    “창문을 이용하여 출입하는 자, 적발 시 벌금 50포인트.”

     

    불쌍한 건 불쌍한 거고 이건 이거지.

    학년부장답게 엄격하게 선을 그으려던 마하바라타는 문득 관대한 성격의 자신이 지나치게 깐깐하게 그녀를 평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렇게 불쌍한 애를 왜 이렇게 쥐 잡듯이 평가했을까?

    가만히 복기를 해보니 깨닫는 바가 있었다.

     

    ‘너무 매력적이라서 모든 행동이 건전하게 보이지가 않았어.’

     

    드래곤교장이 별 생각 없이 하품만 해도 “히이익! 우릴 잡아먹으려고 한다!!”, “제발 화내지 말아주세요 교장님! 다시는 실험비를 뒷돈으로 챙기지 않을게요!” 라며 애걸복걸하는 교수들이 떠올랐다.

    강한 매력은 그 사람의 본의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인지를 왜곡시킨다.

    오크노디도 오크노디지만 교수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까지 강하게 의식했던 상대가 떠올랐다.

     

    ‘재단의 이사장, 제일 와이히엠하이.’

     

    일거수일투족을 의심받고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 매력의 힘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간인 그 남자의 매력은 대체 얼마나 높을까.

    그 매력을 작정하고 이용하거든 얼마나 크게 사람들의 행동을 의도하고, 나아가서 큰 사건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 아빠에 그 딸 아니랄까 봐 참 섬뜩한 기분이 드는 상상이었다.

     

     

    * * *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홈룸시험은 학생들에게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힝잉잉. 교수님이 시험상대로 제도에서 부잣집자물쇠를 털고 다니는 의적단을 데려왔어. 현역종사자를 무슨 수로 이겨?”

    “겁먹지 마, 티토소가. 오크노디랑 내가 홈룸시간에 좋은 걸 배워왔어.”

    “좋은 거?”

    “위기에 처할 땐 귀여움으로 얼버무리면 돼. 그럼 상대가 동요하게 될 거야.”

     

    브론즈 교수의 <해체의 모든 것> 시험시간.

    상대보다 먼저 브론즈 교수님이 준비한 자물쇠를 모두 따고 보물을 가져오는 사람이 이기는 해체대결이 시작되었다.

    열심히 달칵달칵 자물쇠를 건드려보던 티토소가가 벌써 세 번째로 잠금장치가 풀리며 들리는 경쾌한 딸칵 소리가 옆에서 들려오자 울상을 지었다.

    평소라면 울음부터 터뜨렸을 울보소가!

    그러나 오늘은 즈앙이 해준 충고가 있었다.

     

    -위기에 처할 땐 귀여움으로 얼버무리면 돼.

     

    티토소가는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귀여움을 어필했다.

     

    “선배애, 저 힌트 하나만 주시면 안 돼요?”

    “하, 이거 반칙이야. 누가 시험 도중에 귀엽게 애교 부리래?”

     

    입으로는 핀잔을 주면서도 눈은 애교덩어리를 보고 싶은 욕망에 못 이겨 티토소가를 돌아보던 선배.

     

    팟.

     

    “으아악!!”

     

    기다렸다는 듯이 조명을 킨 티토소가의 만행에 선배가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이거 진짜 반칙이야!!”

    “기각한다. 의적이라면 모름지기 동업자의 방해 정도는 이겨내야지. 방심하는 쪽이 나쁜 거란다.”

     

    브론즈 교수의 냉혹한 선언 아래, 티토소가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해체작업을 계속하면서 선배가 간신히 눈을 뜰 때마다 조명을 들이대어 다시 쓰러지게 만들었다.

    애교와 눈뽕 전략을 보면서 즈앙은 더더욱 커다란 확신을 얻었다.

     

    “역시 귀여움은 필살기야. 앞으로 강적과 싸울 때에 적을 현혹시킬 발언과 동작을 연구해야겠어.”

     

    즈앙이 인정할 정도로 대활약을 한 티토소가의 애교전략에 모든 1학년들이 눈을 빛냈다.

     

    “선배님~”

    “선배애~”

    “그만해! 제발 그냥 시험만 보게 해줘!!”

     

    어디서도 겪어보지 못한 방해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티토. 근데 셀로판지는 어떻게 했어?”

    “당연히 뗐지!! 오크노디 바보!!”

     

    붕붕 휘두르는 조명대의 빛이 잠금장치의 금속에 닿으며 빛을 반사했다.

    사방에서 선배들과 아직 시험을 치르던 동기들이 예상치 못한 시간차 눈뽕에 비명을 질렀다.

     

    “무서운 녀석들… 자기들은 시험을 다 치렀으니 경쟁자를 제거하려고 광역방해까지 저지르다니.”

    “듣자하니 저 오크노디라는 애가 제일 악질이고 티토소가는 가장 순한 편이래.”

    “미친. 그럼 쟤랑 붙는 시험상대는 대체 무슨 꼴을 당하는 거야?”

     

    의적단 단장이 부들부들 떨면서 시험장에 올라섰다.

     

    “그럼 마지막 차례는 학년수석 오크노디와 의적단 단장이 되겠군. 두 사람에게는 특별히 수준에 맞추어 잠금장치의 난이도를 올렸다. 대신 먼저 푸는 쪽에게는 추가학점 내지 보물을 하나 주도록 하지.”

     

    의적단 단장은 곧바로 자신의 눈에 빛을 투과시키지 않는 차폐막을 걸었다.

    마찬가지로 귓가에도 선배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망한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도록 방음마법을 걸었다.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

    오직 손끝의 감각 하나만으로 최선을 다해서 도전하기 시작하는 의적단 단장!

     

    -아, 저런.

    -단장 불쌍해…

    -마계에서 튀어나온 악마들도 저러진 못하겠다.

     

    흐릿하게 들려오는 탄식은 모두 흘려들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휘둘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딸칵!

    딸칵!

    손끝에 걸린 잠금장치를 거침없이 풀어내면서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잠금장치가 정말 많기는 많군. 역시 특별시험이야. 하지만 전부 풀 수 있어!’

     

    모든 잠금장치를 풀고 마나보드에 달린 스위치를 힘껏 누른 의적단 단장.

    눈과 귀에 건 마법을 풀고 떳떳하게 고개를 든 그에게 의적단과 1학년을 막론하고 좌중의 모두에게서 동정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왜들 그래? 내가 이겼잖아.”

    “수고하셨어요!”

     

    스위치를 마나보드를 슥 가져가는 오크노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그에게 브론즈 교수가 혀를 차며 판정을 내렸다.

     

    “제 잠금장치가 뭔지도 모르고 남의 걸 대신 풀어주다니, 아주 딱할 노릇이군.”

    “뭣?! 아니, 이건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풀었던 제 겁니다!”

    “흔적을 봐라.”

     

    등 뒤를 돌아본 의적단 단장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금장치가 중간부터 풀린 마나보드와 1.5인분의 잠금장치가 해제된 흔적이 즐비한 마나보드를 손에 든 오크노디.

    저 영악한 꼬맹이는 그가 마법을 걸고 눈과 귀가 막힌 와중에 그의 마나보드에 같이 달려들어서 중간부위의 잠금장치를 모두 해제하고 자신의 잠금장치에 연결시켰다.

    단장이 열심히 해제하던 잠금장치는 어느새 오크노디의 것과 연결되었고, 그는 오크노디 대신 열심히 오크노디의 시험문제를 풀어준 것이었다.

     

    “승리의 브이!”

    “무서운 녀석…”

     

    결국 오크노디는 시험합격과 함께 무서운아이 기능경험치 3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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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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