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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5

   상급 신 후보, 베리타.

     

   그녀는 지금 굉장히 따분한 얼굴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이런 거나 참관 해야 해?’

     

   얼마 전, 하계문이 열리는 장소에서 있었던 사건.

   하계문을 통해 들어온 이는 하급 신들을 척살하고, 그대로 중급 신까지 스무 명가량 척살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런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중간계에서 이름을 날렸다는 도둑의 아이.

     

   그에 관해 베리타도 모르지 않는다.

     

   크라슈가 아벨라를 베어 가르던 그날.

   그에게서 쏟아져 나왔던 강렬한 기운은 당시, 중급신 현역이었던 베리타도 선명히 느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 한 명.

   그런 인간이 무려, 신계에 침입해서 신들을 죽이고 다니고 있었다.

     

   최근에는 소식 없이 조용하다곤 하긴 하나.

   소속의 신들이 죽은 탓에 상급 신들이 굉장히 열이 받아 있는 상태였다.

     

   ‘이번 하계문은 그를 낚기 위한 덫이기도 하다고 했지.’

     

   하계문을 성공적으로 열어 하급 신들은 중간계에 보낸다면 그건 그거대로 성공.

   반대로 크라슈가 나타나 훼방을 놓는다면 그를 잡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이득이었다.

     

   문제는 소속에 포함된 상급 신이라는 것들은 하나 같이 엉덩이 무거운 것들이라는 거다.

     

   소속이 있는 신들은 함부로 힘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자신들이 힘을 사용하면 다른 쪽 소속의 세력들이 그 틈을 타 파고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속이 있는 상급 신은 일종의 균형이다.

     

   그러니 섣부르게 힘을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특히, 무엇보다 크라슈는 도둑의 신과 관련이 있다.

   도둑의 신이 지난날.

   신계에서 저지른 일은 신들의 머릿속에 생생히 박혀 있다.

     

   그녀가 죽인 상급 신의 수는 자그마치 백여든둘.

   단신으로 백여든두 명의 신을 집어삼킨 그녀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니 상급 신들은 크라슈에 관해 섣부른 움직임을 특히나 할 수 없었다.

     

   만약, 크라슈 혼자였다면 진작 상급 신 한 명이 나서서 정리를 했을 테지만.

     

   혹여나 크라슈가 도둑의 신이 파놓은 미끼라면.

   크라슈를 사냥하려던 상급 신은 역으로 도둑의 신에게 사냥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고스란히 상급 신이 포함된 소속에 상당한 스크래치를 남길 것이다.

     

   이점이 바로 상급 신들이 현재까지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였다.

     

   문제는 이에 따라 중급 신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베리타가 전부 짬을 맞게 됐다.

     

   자기들이 나서기 싫으니, 이번 일을 책임지고 완수하고 돌아오라 한다.

   하지만 베리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상급 신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짜증 나네.’

     

   어떻게 보면 베리타는 계기기도 했다.

   상급 신들이 움직일 만한 이유를 제공해 주는 계기.

     

   혹여나 크라슈에게 베리타가 당한다면.

   상급 신 후보였던 베리타가 당했다는 이유로 상급 신들끼리 단합하여 나설 작정인 것이다.

     

   계기가 있어 힘을 합친다면 도둑의 신에게도 대항할 수 있으니.

   이번 하계문은 미끼이자 기폭제이기도 했다.

     

   베리타는 여기서 가장 짜증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당한다고?’

     

   비록, 아직 상급 신은 되지 못했지만.

   베리타는 상급 신 후보로 거론될 만큼 강한 중급 신이다.

     

   중급 신 동기 중에서는 베리타를 따라올 자가 없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그녀보다 먼저 중급 신이 된 이들조차 베리타는 훨씬 앞서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지금.

   패배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받았다.

     

   “흐.”

     

   베리타의 입에서 흘러나온 웃음소리와 함께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중급 신들은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노기에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러트렸다.

     

   ‘부디 나타나 줬으면 좋겠는데.’

     

   그 잘난 상급 신들의 생각과 콧대를 아주 콱 눌러 버리고.

   당당하게 도둑의 신의 아이를 데려가 줄 테니 말이다.

     

   베리타가 그렇게 분노를 드러내던 순간이었다.

     

   “베리타 님, 파르테스 님 쪽에서 중급 신이 추가로 도착했습니다.”

     

   그녀의 심복인 중급 신 한 명이 모포를 뒤집어쓴 채 말을 전했다.

     

   “이름은.”

   “마이오스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흥미 없는 얼굴로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들어본 적 없네. 적당히 와서 눈도장만 찍고 가라 그래.”

     

   어차피 중급 신은 성단 소속들이 대충 보여주기식으로 보내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녀는 처음부터 중급 신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듣기로 하급 신도 한 명 추가로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음 말을 듣고, 베리타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하급 신?”

   “예, 얼마 전에 찾은 하급 신인데 꽤 쓸만하여 하계 문을 통해 보내고자 한답니다.”

     

   베리타는 천천히 턱을 쓸었다.

   그도 그럴 게 이번 하계문을 타는 하급 신들은 성단 소속끼리 절묘하게 균형이 맞춰져 있는 탓이다.

     

   이번 2차 하계문을 탄 하급 신들은 중간계에서 힘을 과시할 수단이다.

   그러니 인원수와 전력도 성단 소속끼리 비슷하게 짜 맞춰 놓았다.

     

   성단 소속끼리 서로서로 견제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재능을 쟁탈할 기회니까.’

     

   그런 만큼 섣부른 추가 지원은 다른 성단 소속에 노성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하급 신은 추가 지원이 더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베리타가 검지로 의자 받침대를 딱딱 두드렸다.

     

   파르테스 쪽에서 몰래 수작을 부려온 건가.

   하지만 그럴 생각이었다면 지금 타이밍에 나타나는 것은 의아하다.

     

   ‘다른 중급 신들은 이번 하급 신들이 어떻게 선발되는지 잘 모르지.’

     

   이번 2차 하계문은 일반적인 중급 신들에게는 잘 퍼져 있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니 중급 신은 2차 하계문을 타게 될 하급 신들이 어떻게 선발됐는지 모른다.

     

   이 말은 즉, 이번에 온 마이오스도 모른다는 소리.

     

   “흐음.”

     

   베리타가 검지로 의자 받침대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벤르아.”

   “예.”

   “마이오스라는 중급 신과 그가 데려왔다는 하급 신, 둘 다 내 앞으로 데려오도록.”

     

   무언가 감이 든다.

   묘하게 기묘한 감이.

     

   그리고 베리타는 이런 자신의 감을 가장 신용하는 신중 하나였다.

     

   잠시 후, 그녀가 시키는 대로 벤르아가 마이오스와 하급 신 한 명을 데려왔다.

     

   그녀의 앞에 걸어온 마이오스는 딱히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어중이떠중이 중급 신들보다는 괜찮은 수준이긴 하나.

   그래봤자 아직 중급이라는 탈을 벗는 방법도 모르는 애송이다.

     

   반면에 베리타의 시선은 하급 신에게 닿았다.

   검은색 머리카락에 눈이 보이기 힘들 정도로 곱게 감긴 눈.

     

   신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미형인 모습을 하긴 하나.

   하급 신들의 경우에는 가끔 외형적으로는 특출 나지 않은 이가 있다.

     

   아무래도 그는 그쪽 분류인 거 같았다.

     

   베리타가 고개를 쭈욱 내밀었다.

     

   “너, 이름은.”

   “크라드입니다.”

     

   베리타의 질문에도 하급 신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베리타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보통 하급 신들은 중급 신의 앞에서 주눅이 든다.

   하물며 상급 신 후보인 베리타의 앞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자신을 크라드라 말한 그는 조금의 주눅도 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오히려 청렴 결백을 증명하는 듯한 모습이라 더더욱 의심을 샀다.

     

   베리타는 거슬리는 게 있으면 일단 부숴 버리는 성격이다.

   의심스러우니 마음 같아서는 부숴 버리고 싶지만.

     

   ‘그러나 파르테스 님의 성단 소속이란 말이지.’

     

   그녀는 머리카락 아래 자기 손을 넣어 볼을 천천히 두드렸다.

     

   파르테스는 다섯 명의 최상위 신 중 한 명이다.

     

   원래 최상위 신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급 신 사이에서도 차이는 명백히 존재했다.

   그러니 그런 상급 신 중 다섯 명을 통틀어 최상위 신이라 칭하게 된 것이 바로 지금의 최상위 신이다.

     

   상급 신 사이에서도 급이 다른 존재가 바로 최상위 신.

     

   ‘만약 파르테스 님이 정말로 직접 보낸 이라면.’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하급 신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 이를 죽인다면 당연히 응징을 피할 수 없겠지.

     

   “흐음.”

     

   베리타가 볼을 두드리던 손을 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크라드랬지.”

     

   그녀를 중심으로 서서히 광풍이 불어닥쳤다.

   옆에 있던 중급 신들이 뒤늦게 그녀의 행동을 눈치채고, 기겁하며 물러섰다.

     

   그녀에게서 적대적인 기운이 거세게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베리타의 백발 머리카락 위로 돋은 뿔이 광열의 빛을 쏟아냈다.

   그녀의 꼬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그녀 특유의 싸움을 위한 준비 자세다.

     

   “베, 베리타 님?!”

     

   그러자 마이오스가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녀를 급히 말려 보려 했지만, 베리타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이오스가 기류에 휘말리며 그대로 튕겨 나가 버렸다.

     

   “나는 성미가 조금 급하거든. 그리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이야. 위험 부담을 지는 것도 질색이고.”

     

   그녀의 입에 서슬 퍼런 미소가 서리며 백발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러니 그냥 죽이고, 파르테스 님에게 사과하고 끝낼 거야.”

     

   미안하다는 사과조차 없는 오만함.

   자신이 결정했으니 그리하겠다고 선언한 그녀가 바닥을 짓밟았다.

     

   동시에 소리조차도 없이 사라진 그녀의 손아귀에서 섬광이 번져 나왔다.

   용의 모습을 한 섬광이 그대로 크라드를 덮쳤다.

     

   콰아아아아앙!

     

   베리타의 공격에 당한 그가 한참을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주변에 있던 중급 신들은 애꿎은 폭풍에 휘말려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흠.”

     

   그것을 본 베리타는 팔을 앞으로 내지른 자세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그녀의 눈썹이 좁혀졌다.

     

   “크, 크라드!”

     

   저 멀리 굴러떨어졌던 마이오스가 기겁하며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얼굴이 아연실색하게 변했다.

     

   그사이 베리타는 자세를 바로 했다.

     

   ‘손에 닿는 감각은 있었다.’

     

   크라드는 피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급 신이니까 못 피했다가 맞겠지.

   반응할 새도 없이 덮쳤으니까.

     

   ‘의심할 만한 여지가 있던 놈이었다면 조금은 반응했을 텐데.’

     

   크라드는 마지막까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공격을 당했다.

     

   ‘내 착각인가.’

     

   신의 감이 착각인 경우는 드문데.

   베리타가 고개를 스윽 돌렸다.

     

   그러자 저 멀리 크라드가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베리타는 진심으로 치는 척했다.

   하지만 그녀의 막무가내인 성격과 맞물려 신들은 진심으로 크라드를 죽일 거로 생각했다.

     

   크라드도 마찬가지였겠지.

     

   ‘혹은.’

     

   진심으로 공격하지 않을 거란걸 꿰뚫어 보고 있었다던가.

   베리타는 허리춤에 양손을 올리고는 크라드를 돌아봤다.

     

   “너 하급 신, 사이에 가서 끼여.”

   “예.”

     

   크라드는 그것을 듣고는 하급 신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베리타의 의심은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크라드, 크라슈는 그녀의 의심을 뒤흔들어 놓았다.

     

   ‘한대 정도야 얼마든지 맞아주마.’

     

   크라드가 수상쩍은 웃음을 흘렸다.

   이쪽의 승리 조건은 이미 채워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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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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