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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6

        

       *** ***

         

       보타문.

         

       정파를 대표하는 구파일방에 끼어 있지는 않지만 구파일방과 마찬가지로 천하에서 모르는 이들이 없는 문파 중 하나였다.

         

       그런 보타문이 습격당했다.

         

       보타문은 여인들만의 문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관음보살의 성지이기도 했으니 늘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참배객들은 똑똑히 보았다.

         

       “혈교재림! 천하일통!”

         

       혈교의 부활과 야욕을 알리는 외침과 동시에 보타문을 습격한 거대한 검치호를.

         

       불자라 할지라도 분노를 금치 못할 상황에 비구니들은 분기탱천해 달려들었지만 대부분 검치호의 공격에 맥없이 목숨을 잃거나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보타문에는 어느 문파에도 뒤지지 않는 천수음상진이라 합격방진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전승해 왔을 뿐, 실제 진법을 펼쳐 영물을 상대하기 위해 수련해 온 것은 아니었다.

         

       영물이 기습해온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어찌어찌 천수음상진이 펼쳐졌지만 영물을 상대로 제대로 된 공격은커녕 검치호의 공격에 맥없이 무너졌다.

         

       검치호를 상대한 것은 천수음상진이 아니라 화경의 고수들이었다.

         

       전대 고수라 할 수 있는 검후와 장로들이 나서 검치호를 상대했다.

         

       진법으로 힘을 모으지는 못하니 치명타를 입힐 수야 없었지만, 그래도 검치호의 공격을 피하고 작은 상처 입힐 수는 있었으니까.

         

       결국 자잘한 공격에 계속 노출된 검치호는 지쳐 물러났으나 그 시점에서 이미 보타문은 박살이 난 상태였다.

         

       수많은 제자들이 죽고 다쳤으며 핵심 고수라 할 수 있는 장로들 중에서도 중상자가 발생했고 유서 깊은 전각들이 다수 파손되었었다.

         

       다음 날 또다시 재개된 검치호의 습격.

         

       이미 만발의 준비를 한 채 검치호를 맞이한 보타문이었지만 이내 허를 찔릴 수밖에 없었다.

         

       어제와는 달리 후방에서 혈인들의 습격까지 이어졌으니까.

         

       검치호는 성공적으로 막아냈지만 이번에는 혈인들에 큰 피해를 입은 보타문.

         

       이틀간의 교전으로 발생한 수많은 부상자들을 보호하며 검치호와 혈인들을 상대할 수 없다 여긴 보타문은 문파를 지키는 대신 사람을 보호하는 쪽을 택했다.

         

       크어엉!!

         

       무주공산이 된 보타문에서 검치호가 전각을 부수며 날뛰었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다는 듯이 이내 보타문의 터에는 화마의 기운이 번지기 시작했다.

         

       구파일방에 비견될 만한 명성과 힘을 지니고 있던 보타문이 3일도 되지 않아 혈교의 손에 함락당했다!

         

       이 소식은 바람보다 빠르게 온 천하로 퍼져나갔고 모든 사람과 문파들이 이 소식에 술렁였다.

         

       파드득!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합격방진을 운용할 수 있는 거대방파들에게는 한 마리의 전서구가 날아들었다.

         

       무림의 태산북두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불문이라 할 수 있는 소림사의 전언.

         

       무림맹회(武林盟會)의 개최 소식이었다.

         

       *** ***

         

       이곳이 틀렸는가.

         

       진법의 지세를 읽던 서문연이 각문주를 비틀었다. 기감이 예민한 무인이라면 저도 모르게 펄쩍 뒤로 물러날 기의 요동이 발생하더니 이내 서문연이 제 자리로 돌린 각문의 인도에 따라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바뀌는 주변 풍경.

         

       “히야, 참으로 신기하군요.”

         

       들려오는 넉살 좋은 목소리에 서문연은 뒤를 돌아보았다.

         

       서문연의 뒤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모용모가 있었다.

         

       모용모가 벽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기껏해야 성인 남성의 가슴 높이의 담.

         

       모용모는 분명 담 위의 허공을 짚었으나 그런 모용모의 손은 막히고 말았다.

         

       찌르르르릉!!

         

       그리고 요란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

         

       “방금 전까지만 해도 높은 담이 있었는데 참으로 감쪽같습니다.”

         

       “물샐 틈 없는 철통같은 방비도 좋지만 방심을 유도하는 함정 역시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방비가 허술한 지점이라 여긴 침입자는 부주의하게 담을 넘으려 할 것이고 그런 침입자는 벽에 부딪힘과 동시에 벽에 달린 종과 방울을 건드리게 될 것이다.

         

       “하하하! 참으로 든든하군요! 혹여나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지요. 미력한 힘이나마 전력으로 돕겠습니다.”

         

       “이미 과분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더 팍팍 요청하셔도 됩니다! 형님의 은인이라면 제 은인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호탕하게 웃어보이던 모용모는 멀리서 보이는 제갈성찬의 모습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서문연 진법사님만 믿겠습니다! 본인은 바빠서 이만!”

         

       후다닥 자리를 피해 주는 모용모를 보며 제갈성찬이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서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환진의 설치를 완료하셨구려.”

         

       “예. 밤낮으로 바뀌는 지기의 흐름을 잘못 계산했는지 막힌 부분이 있었더군요.”

         

       서문연이 제갈성찬을 향해 웃어보였다.

         

       “혹여 신경이 쓰여 오셨습니까?”

         

       “크흠. 그저 진척사항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기는.’

         

       그렇게 생각한 서문연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제갈성찬의 옷소매를 붙잡았고 제갈성찬은 겸연쩍은 헛기침을 내뱉으면서도 소매를 잡은 서문연의 손을 떨쳐내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모용세가의 경내를 걸으며 가벼운 한담을 나누었다.

         

       “반환진이 완성되면 모용세가의 직계들을 외부에 내보낸다 들었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섬서분타의 일 역시 논의되겠군요.”

         

       서문연은 모용모와 모용연화를 떠올렸다.

         

       어떻게든 섬서분타를 살리기 위해서 두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모용연화는 가주와 장로, 그 외에 중진들을 만나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하고 있었고 모용모는 특유의 넉살을 살려 모용세가의 인원들과 두루 친분을 다지며 섬서분타의 재건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상황.

         

       “잘 되면 좋을 텐데요.”

         

       호천안과의 인연을 계기로 친분을 트게 된 두 사람과 이제 제법 친해진 서문연.

         

       서문연은 호천안을 언급할 할 때마다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던 모용연화를 떠올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모용연화가 호천안을 마음에 품고 있을 줄이야.

         

       처음에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당혹스러웠던가.

         

       그러나 사랑마저 포기하고 분타의 재건을 위해 본가를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서문연은 모용연화를 응원하고 있었다.

         

       물론 모용연화가 사랑을 쟁취하기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섬서분타의 건을 잘 해결하길 바라는 응원이었다.

         

       “그러게 말이오.”

         

       제갈성찬의 중얼거림에 서문연은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바뀌셨습니까?”

         

       제갈성찬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유학자 같은 사람이었다.

         

       신상필벌.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는 하나 결국 비뚤어진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무림의 공적인 혈교와 손을 잡은 섬서분타의 방계들에게 그에 마땅한 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였는데…

         

       “그리 생각했으나…서 매와 자주 어울리는 연화 소저도 그렇고 모용모 소협도 그렇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소.”

         

       “…그렇습니까.”

         

       완고한 유학자인 제갈성찬이 이런 말을 입게 담게 될 줄이야.

         

       이 목석같은 사내의 내면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증거에 서문연이 미소지었다.

         

       그렇게 오붓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두 사람의 사이에 모용세가의 무인 한 사람이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두 분. 긴급히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모용세가의 무인은 혈교의 준동과 파괴되어버린 보타문에 대한 소식을 두 사람에게 전했다.

         

       “허어…어찌 그런 참람된 일이…”

         

       “…혈교가.”

         

       “곧 대회의가 열릴 것입니다. 모용세가가 텅 비게 될 것이니 두분께서는 안전을 위해 처소로 돌아가주십시오.”

         

       처소에 돌아온 서문연은 생각에 빠졌다.

         

       혈교가 천하를 도모하겠다 선언했으니 서문연과 제갈성찬. 그리고 제갈세가 역시 혈교와 얽힐 수밖에 없는 일이었으니 자연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천하는 앞으로 어떻게 굴러갈 것인가.

         

       그런 화두로 고민하던 서문연의 머릿속에 호천안이 떠올랐다.

         

       “그대는 지금의 상황까지 내다 보았는가?”

         

       아무리 혈교와 악연이 생겼다 한들 출신성분이 다른 일행들을 하나로 뭉쳐 진법을 형성하는 건 너무 과하다 생각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견했던 것일까.

         

       서문연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혈교가 영물을 이끌고 천하를 지배할 야욕을 드러내리라고 예상한 자도 없는 판국에 그런 상황을 대비한 자가 있을 리가 있겠는가.

         

       천하에서 오직 한 사람, 호천안만이 혈교의 준동을 대비해왔다.

         

       ‘호천안, 그대가 천하의 중심에 우뚝 서겠군.’

         

       서문연은 품을 뒤져 호천안의 은원패를 꺼내들었다. 당소열이 철을 두들겨 만든 은원패였지만 어째 서문연은 그런 호천안의 은원패가 철이 아닌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교의 준동에 맹활약할 호천안은 살아만 남는다면 그야말로 무림의 영웅으로 떠오를 테니까.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서문연은 익숙한 모용연화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어찌나 깊이 생각을 이어갔던지 이미 사위가 어둑해진 뒤였다.

         

       “들어오시지요.”

         

       서문연은 자신을 찾아온 모용연화를 보며 그 용건을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리 늦은 시간에 찾아오는 것이 실례라는 것은 알지만 지금밖에 시간이 없어 이리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역시…중원으로 향하십니까.”

         

       모용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보타문의 소식과 별개로 방금 전 소림사에서 보낸 전언이 날아왔습니다. 무림맹회를 개최한다고요. 아마 그곳에 모여 혈교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지요. 저 역시 내일 하남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서문연의 걱정 어린 시선에 모용연화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섬서분타 인원과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공적에 따라서는 다시 분타를 되살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음…”

         

       서문연은 말을 아꼈다.

         

       부정적인 인식은 쉬이 벗어던질 수 없다.

         

       섬서분타에서 일로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특출난 공적을 세워야 할 터인데…혈교의 영물이 날뛰는 판에서 그게 가능할까.

         

       모용연화는 기회라고 말했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잠시 기다려 주시지요.”

         

       서문연은 그런 모용연화를 바라보다가 불현듯 붓을 잡고는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모용연화는 알 수 없었지만 서문연이 종이에 써 내려가는 내용은 바로 오성진을 육성진으로 변환하는 구결과 방법이었다.

         

       ‘미안합니다.’

         

       빠른 속도로 붓을 놀리며 서문연은 속으로 혁기린에게 사과했다.

         

       호천안에게 연심을 품은 혁기린의 마음을 알면서도 이런 선택을 내렸으니 배신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겠지.

         

       그러나 성진의 구성원을 늘리는 것이 앞으로 혈교와의 싸움에 앞장서야 할 호천안 일행의 더 안전해지는 방법이며 동시에 모용연화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크게 보면 혈교의 준동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는 방법이니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연애도 일단 살고 봐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서문연은 거의 얇은 책처럼 두터워진 종이 뭉치를 밀봉해 모용연화에게 내밀었다.

         

       “호천안과 만난다면 이것을 전해 주세요.”

         

       “예? 하남에 뇌검낭인님이 오실지 말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인데 저보다는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연화 소저가 호천안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미 없는 내용입니다.”

         

       당황한 표정으로 종이 뭉치를 받아든 모용연화는 서문연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서문연 진법가님의 깊은 뜻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저를 위해 신경써 주시는 그 마음만큼은 알수 있겠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부디 대업을 성취하시길 빌겠습니다.”

         

       다음 날 새벽, 소림사의 전서를 받은 어느 문파들과 같이 모용연화와 모용모 그리고 모용세가의 장로 한 사람이 하남으로 출발했다.

         

       천하 각지의 문파들이 하남의 무림맹으로 모여 들고 있을 때.

         

       두두두두!!

         

       비천마차 역시 하남의 무림맹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와악 오늘도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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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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