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36

   제 2차 하계문이 열리는 앞.

   크라슈는 크라드의 모습으로 그곳에 가만히 서 있었다.

     

   중간에 난입한 탓인지 쑥덕거리는 하급 신들은 둘째치고.

   크라슈의 신경은 오직 신 한 명에게 쏠려 있었다.

     

   상급 신 후보, 베리타.

   그녀는 크라슈에게 주먹을 꽂은 뒤, 그 뒤로도 계속 크라슈를 주시하고 있었다.

     

   ‘의심의 싹을 못 거뒀군.’

     

   분명 타고난 성격이 저런 거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그녀는 자신의 의심을 시험했고, 크라슈는 이를 정면 돌파로 막아냈다.

     

   뭣하면 진짜로 한 대 맞아줄 생각까지 했다.

   그녀도 최상위 신이 연관 되어 있으니, 어디까지나 멈춘 것일 뿐.

     

   실제로 크라슈는 얻어맞아 맞아줄 대비를 했었다.

     

   ‘턴은 넘어왔어.’

     

   이제 더 이상 베리타에게 말릴 명분은 없다.

   어디, 거기서 손가락이나 빨며 지켜봐라.

     

   쿠궁!

     

   황색 평야가 서서히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지진은 하급 신들의 중심을 향해 뻗어 왔다.

     

   “열리겠군요.”

     

   하급 신 하나가 운을 띄운 순간.

     

   쩌적!

     

   갑자기 땅이 갈라지며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드러났다.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가 구름 하늘 안쪽에 휘몰아치고 있다.

     

   하계문.

   하급 신을 중간계로 보내줄 문이 드디어 열린 것이다.

     

   하급 신들이 긴장된 얼굴을 하며 하계문의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중간계에 관해 풍문으로 들었을 뿐 정확히 알지 못한다.

     

   중간계는 중급 신부터 개입할 수 있는 만큼.

   그들에게 있어서 중간계란 결국 미지의 세계였다.

     

   그런 세계에 발을 들이고자 그들이 앞발을 뻗은 순간.

   그들은 뒤늦게 자신들의 목에 무언가 피어오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으음?”

   “어엉?”

     

   하급 신들에게서 각기 다른 반응이 나왔다.

   그들의 목에는 불로 된 목걸이 같은 게 채워져 있었다.

     

   이런 게 언제 채워져 있었던지도 모를 그들이 의아한 얼굴을 하자.

     

   벌떡!

     

   의자에 앉아 있던 베리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한발 늦었다.

     

   찰칵-

     

   이미 크라슈의 성운검이 검집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있다 보자고.”

     

   크라슈가 그 말을 남긴 순간 하급 신들의 머리와 몸이 일제히 불타올랐다.

   그들에게서 피어난 거센 열기는 베리타 마저 느낄 만큼 강렬했다.

     

   베리타는 뒤늦게 크라슈의 별의 크기를 자각했다.

   분명 한 개밖에 없는 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드러난 별의 크기는 베리타조차 숨을 삼킬 만큼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다.

     

   “놈!”

     

   베리타가 뛰었을 때, 크라슈는 이미 하계문을 향해 몸을 던져 버렸다.

   순식간에 하계문으로 빨려 가버린 그를 보고, 베리타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베리타 님, 안 됩니다!”

     

   베리타가 곧장 하계문으로 뛰어들려는 순간 중급 신들이 뛰어들어 그녀를 뜯어말렸다.

     

   “하계문은 중급 신 이상부터 들어갔다간 몸에 온갖 제약이 덕지덕지 붙습니다! 오히려 상대가 바라는 바입니다!”

   “그럼 이렇게 당해놓고, 보고만 있으란 거야!”

     

   베리타가 이를 바득 갈며 소리치자, 중급 신들도 쩔쩔맸다.

   설마하니 크라슈가 하계문으로 들어가는 짓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마이오스.”

     

   곧이어 베리타는 한 이름을 내뱉었다.

     

   “마이오스, 그 중급 신 놈, 어디 있어.”

     

   베리타의 질문에 중급 신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마이오스는 이미 진작 줄행랑을 쳤다.

     

   바드득-

     

   베리타의 이가 거세게 부딪치며 노기가 드러났다.

   중급 신들은 베리타의 노기 앞에 하나 같이 몸을 떨었다.

     

   “무얼 할 작정인지는 모르겠는데.”

     

   베리타의 몸 주위에 막대한 신기가 휘몰아쳤다.

     

   “날 속인 대가는 똑똑히 치러야 할 거야.”

     

   그녀는 하계문의 앞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중급 신들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어찌할지를 고민하는 찰나.

     

   [ 무언가 문제라도 생겼나 보구나. ]

   “그으으.”

     

   베리타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베리타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얼굴빛이 변했다.

     

   그도 그럴 게 거기에는 그녀가 아는 얼굴과 함께 아까 도망쳤던 마이오스가 잡혀 있었으니까.

     

   “니베아 님.”

     

   그녀가 그 이름을 부르자 사내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마이오스는 그런 사내의 손에 들린 채 울상을 지었다.

     

   ‘크라슈 님, 망했습니다. 하계문에서 나오시면 안 됩니다!’

     

     

   * * *

     

     

   하계문.

     

   도둑의 신에 의해 한때 승계문이 되었던 하천이자 승천 공간.

     

   그 속에서 크라슈는 몸에 달라붙어 오는 수많은 제약을 느끼기 시작했다.

     

   육체가 쭈욱 늘어났다가 눌리고, 터지는 듯한 기묘한 감각들.

   그 속에서 크라슈는 몸 안쪽에 박혀 드는 못의 느낌을 받았다.

     

   ‘이게 제약이라는 건가.’

     

   중급 신 이상부터 중간계에 개입하려 할 시 생겨나는 제약.

     

   이 제약에 관해 신들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그들이 내놓은 제안 중 가장 신빙성 있는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중간계.

   그곳은 최상위 신보다 더 위에 존재의 신이 죽어 시체 위에 피어난 세계라고.

     

   최상위 신들조차 모를 만큼 머나먼 시대.

   그 시대에 존재했던 신 하나가 죽음을 맞이하였고, 그런 신의 양분을 먹은 채 중간계는 자연과 문명을 이뤄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마이오스에게 들었을 때는 크라슈도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크라슈의 얼굴도 묘해졌다.

     

   중간계에 존재하는 인간이 지닌 재능.

   이러한 재능들은 사실 죽은 신의 양분을 먹고, 발현된 것에 가깝다.

     

   이 양분은 신들에게 있어 가장 탐욕스러운 것이었다.

     

   최상위 신보다도 더한 존재가 지녔던 양분.

   당연히 신의 존재를 격상시키는데 이보다 더한 양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신들은 앞다투어 중간계에 스킬을 부여하고, 대가로서 재능을 받아 갔다.

     

   어느 신들은 중간계 자체에 침투를 원했다.

   중간계에 자신의 뿌리를 내려 양분을 빨아 먹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중간계는 이런 신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포를 공격하러 온 적을 상대하는 면역체계와 같이.

   신들의 난입을 제약이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막았다.

     

   격이 높은 신이면 더 높은 신일수록.

   더 많은 제약이 신들을 옭아매며 그들을 중간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반대로 힘이 약한 신들은 침입하고자 하면 가능했다.

   하나, 그런 힘이 약한 신들은 침입한다 한들 중간계에 양분을 빼앗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런 가설은 세계 침식이 유달리 중간계에만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중간계는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양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멸망한 세계가 자신이 다시 뿌리를 내릴 곳을 찾아 택한 곳.

   그곳이 바로 중간계였다.

     

   그리고 그런 세계 침식이 범람하면 범람할수록 중간계는 이를 지킬 힘을 세계 침식에게 쏟느라 약해진다.

   그 결과, 신들은 보다 자유롭게 중간계에 침입할 수 있었다.

     

   신들이 중간계에 세계 침식을 범람시키려는 이유 또한 이런 이유였다.

     

   ‘그리고 묵시록의 4기사도 마찬가지다.’

     

   그들에 관해 밝혀진 것은 없으나.

   묵시록의 4기사들도 신적 존재에 가까운 이들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신들과 똑같이 중간계의 양분이 분명했다.

     

   ‘세계 침식, 그리고 최흉은 그들이 제약에도 불구하고, 중간계에 들어설 수 있는 통로다.’

     

   최상위 신들은 묵시록의 4기사를 묶어 두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 그들이 최흉이 열렸을 때 묵시록의 4기사를 굳이 제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가능성은 두 가지.’

     

   하나는 세계 침식을 통해 중간계의 양분을 너무 많이 삼킨 묵시록의 4기사를 더 이상 제지할 수 없어서.

     

   ‘두 번째는.’

     

   세계의 범람으로 중간계가 더 이상 신들에게 제약을 부여할 수 없을 때.

   그들이 직접 중간계에 행차하고자다.

     

   신들이 내놓은 가설과 크라슈가 직접 겪어온 일들.

   그것을 부합하여 나온 결과를 듣자, 크라슈는 분노했다.

     

   중간계가 머나먼 고대의 신의 시체든지 잔해든지 크라슈는 알 바가 아니다.

   크라슈는 이곳에서 살았고, 이곳에서 자라났다.

     

   이곳은 크라슈의 세계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살아갈 세계다.

     

   ‘그런 우리 세계에 욕심을 들이미는 놈은.’

     

   죄다 불태워 버릴 것이다.

     

   크라슈의 눈동자가 부릅떠지며 그의 양 주먹이 꽉 쥐어졌다.

     

   제약 때문에 몸이 무거워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크라슈 또한 지난날 신계에서 지내며 별을 키워 상급 신에 버금가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는 당연히 중간계 입장에서 침입자로 간주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크라슈는 알려줘야 했다.

     

   “고, 대의 신이고, 나발이, 고.”

     

   움직이지 않는 입술을 억지로 열며 크라슈가 몸 내부에 별의 불길을 피워 올렸다.

     

   본디 신기를 통해 타올랐던 불길.

   그러나 크라슈는 별을 신기 말고도 다른 것으로 태울 수 있다.

     

   “지, 금 같은 세계 지키려고 하, 는 놈에게 제약을 왜 걸어. 등, 신아!”

     

   크라슈가 외침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아우라가 쏟아져 나왔다.

     

   세계의 힘.

   아우라.

     

   크라슈는 이제야 왜 아우라가 신기와 거의 비슷한 구조를 띠었는지 알아차렸다.

   결국 아우라 또한 중간계의 양분이 된 신에게서 흘러나온 힘이었으니까.

     

   세계 침식과 신들의 개입.

   이 두 가지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면역체계.

     

   그것이 바로 아우라였다.

     

   크라슈의 몸에서 피어난 아우라가 그의 별을 거세게 태웠다.

   그러자 옭아매 오던 중간계의 제약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제약인 것도 결국 아우라와 같은 힘이다.

   크라슈가 아우라를 피워낼 수 있는 이상 크라슈에게는 제약이란 무의미한 것이었다.

     

   크라슈야말로 중간계에서 가장 화려히 피어난 꽃이었으니까.

     

   신들이 그토록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던 양분을 가장 많이 머금은 이.

   그것이 바로 크라슈였다.

     

   “그래, 식구는 알아봐야지.”

     

   크라슈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계문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막대한 신기.

   이것을 먹어 치우고, 은하를 삼킬 별이 될 시간이다.

     

   크라슈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기다려라.

   신계.

     

   중간계 출신, 망나니가 뭔지 보여주마.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