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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6

       샤를로트가 원하는 것은 소소했다.

        

       처음에는 역시 공주 코스프레라도 하려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저 영화 예약을 했을 뿐이다.

        

       “공주가 나오는 것이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타이밍 좋게 개봉하는 게 없네요. 이 만화로 참는 걸로 하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렇게 말하는 샤를로트를 보며, 나는 샤를로트가 우리를 배려한 것인가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그 얼굴에 떠 있는 표정을 보니 딱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두 눈은 그야말로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우리는 양손 가득 탄산음료와 팝콘을 사다 들고 다섯 자리를 차지하고 주르륵 앉았다. 평일 낮이었는지라 관객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만화라는 특성상 애초에 관객이 많이 몰릴 수도 없었고.

        

       영화 자체는 샤를로트가 좋아하는 회사의 것이었다. 그렇기에 크게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너무 대단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사회를 고발하려 하지도 않았고, 무난한 해피엔딩.

        

       영상미도 뛰어났고, 중간중간 유머도 괜찮았다.

        

       물론 팝콘과 콜라는 영화 시작 전, 광고영상이 나오는 중에 거의 3할 정도는 먹어버리긴 했지만.

        

       “재밌었어요!”

        

       밖으로 나오며 그렇게 외치는 미아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 네 사람은 거의 본능적으로 미아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이번에도 미아는 다소 기겁했지만, 그래도 몇 개월 동안 우리에게 많이 적응한 모양인지 처음처럼 손을 피해 몸을 비틀거나 하지는 않았다.

        

       집에서 그리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번에도 메뉴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근처 햄버거집에서 가볍게 햄버거를 먹으면서, 즐겁게 떠든다.

        

       “아까 영화에서 주인공이……”

        

       “그러고 보니 최근에 그 브랜드에서 한정판 신발이……”

        

       “저기 저쪽에 앉아있는 커플들……”

        

       그야말로, 일상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들.

        

       뭔가 특별한 것도 없고, 입 밖에 내고 나면 몇 분 뒤에는 훌훌 털어버리고 잊어버릴 그런 단순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샤를로트는 그저 즐겁다는 듯 턱을 괴고, 혹은 상체를 테이블 위로 살짝 숙이고, 의자에 한껏 기대고 다리를 쭉 편 채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슬슬 샤를로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낸 다음에는 해가 질 때까지 바깥을 돌아다녔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발 가는 대로 거리를 마구 쏘다녔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대로변을 걸으며 커다란 유리가 전면을 차지한 유명 브랜드 매장 앞을 지나기도 했고, 반대로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을 발견해 사서 나누어 먹기도 하고, 지하철에서는 그 좋은 냄새가 나는 것으로 유명한 만쥬를 먹기도 했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지하철도 버스 정류장도 먼 곳인데 어째서인지 관광지가 형성되어있는 곳도 있었고, 유독 예쁘게 생긴 거리도 있었다.

        

       잠깐 카페에 들러 이름이 이상하게 긴 음료수를 먹거나, 괜히 잘 알지도 못하는 커피콩 향을 맡아보거나.

        

       심지어 우리는 중간에 코인 노래방에도 들어갔다. 다섯 명이 모두 들어가기에는 좁아서, 두 명, 세 명씩 나누어 들어간 다음 서로 무작위로 섞이면서 이런저런 노래를 불렀다.

        

       우리나라의 아이돌 노래를 부르는 일본 게임 속 캐릭터의 모습은 솔직히 조금 신선했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우리 다섯 사람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었으니까.

        

       서로서로 찍어주고, 다닥다닥 붙어서 카메라에 모두 다 같이 나오기 위해 몸과 얼굴을 붙이기도 했다.

        

       즐거웠다. 정말로.

        

       “저녁은 들어가서 먹지 않을래요?”

        

       겨울이라 빨리 떨어지는 해를 보면서, 샤를로트는 그렇게 말했다.

        

       “여러분께 대접해주고 싶어서요…… 아,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잠깐 시장부터 들러야 해요.”

        

       우리는 그 말대로 했다.

        

       대형 매장이 아니라, 집 근처의 시장에서 재료를 샀다.

        

       샤를로트는 고기와 채소를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랐고, 샤를로트가 하려는 요리가 뭔지 모르는 우리는 그저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을 뿐이다.

        

       샤를로트가 양손에 식자재가 가득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 걷길래 들어주려 했더니—

        

       “제가 들고 싶어서요.”

        

       부드럽게 웃으며 그렇게 거절하는 샤를로트를 보니, 차마 내가 들겠다고 우길 수는 없었다.

        

       *

        

       샤를로트가 한 요리는, 이미 우리가 먹어본 적 있던 요리였다.

        

       자기가 정말 가지고 싶던 취미생활을 숨기려고 그랬던 건 줄 알았는데, 이쪽도 나름대로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뵈프 부르기뇽.

        

       하지만 그건 우리가 먹어본 적 있는 것이면서도, 어딘가 근본적인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었다.

        

       “혹시 재료를 조금 바꾸셨습니까?”

        

       “네. 일부러 동네 슈퍼에서 샀으니까요. 물론 와인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와인을 사야 했지만.”

        

       내 질문에 샤를로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가 열심히 식사하는 와중에도 샤를로트는 흐뭇하게 웃으며 우리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본인 앞에도 접시를 두긴 했지만 줄어드는 속도는 우리가 먹는 것보다는 훨씬 느렸다.

        

       “이상한가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의 대답에 다른 아이들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뵈프 부르기뇽이라는 요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가정식이라고 한다.

        

       프랑스에 있는 가정의 수만큼이나 많은 레시피가 있다고도 한다니, 오히려 누군가의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만든 샤를로트의 방식이야말로 정석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다행이네요.”

        

       진심으로 안도한 표정으로, 샤를로트는 천천히 식사했다.

        

       “돌아가기 전에, 이런 분위기를 한 번 더 느끼고 싶었어요.”

        

       샤를로트의 말에, 열심히 움직이던 스푼들이 잠깐 멈췄다. 샤를로트를 제외한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았다.

        

       다들 나와 비슷하게 예상하였던 모양이다.

        

       샤를로트는 동화 속 공주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공주가 되고 싶다는 소망인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웬만해서는 이룰 수 없는 소망.

        

       오히려 ‘공주이기에’ 이룰 수 없는 소망이기에, 샤를로트는 아마 이것을 선택한 것이리라.

        

       여기 있는 시간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예쁘고 소중했던 거겠지.

        

       내가 느끼고 있는 것처럼.

        

       “요리가 즐거운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제가 해준 요리를 다른 누군가가 맛있게 먹어주는 게 너무나 좋네요.”

        

       “가끔, 내가 방문하면 요리라도 해주던가.”

        

       앨리스는 조금 장난스럽게 말했다.

        

       “한 나라의 황제씩이나 되는 사람이 다른 나라를 빈번하게 방문할 예정인가요?”

        

       샤를로트도 장난스럽게 물었지만,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뭐, 어차피 은퇴하면 할 것도 없을 거 아니야. 오히려 외교관 같은 기분으로 드나들면 국가끼리 단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네요. 정말로 그렇게까지 나이 먹게 된다면, 다시 함께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앨리스의 두 번째 대답에는 샤를로트도 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약속할까?”

        

       클레어가 웃으며 말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돌아가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시간을 내어 만나기로.”

        

       “그렇게 말하니까 꼭 내일 돌아갈 것 같잖아요.”

        

       클레어의 말에 미아가 입을 살짝 내밀고 삐죽거렸다.

        

       “내일은 제 말대로 하는 날인데요.”

        

       “그러네. 미안미안.”

        

       클레어가 사과했다.

        

       “그런데, 미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하고 싶은 것은 정했죠?”

        

       “네, 하고 싶은 건 정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그건 내일이 되면 말할래요.”

        

       미아는 얼굴을 조금 붉히고 말했다.

        

       샤를로트가 그랬던 것처럼, 의외로 미아도 마법 소녀와는 연관이 없는 걸 꿈꿀지 모른다.

        

       이쪽도 과거사가 여러모로 외로웠던 건 마찬가지니까.

        

       “시, 실비아는요?”

        

       자기한테 몰린 관심을 나에게로 돌리려는 듯, 미아가 물었다.

        

       “마지막 날은 실비아잖아요. 뭔가 생각해둔 것 있나요?”

        

       …….

        

       음, 딱히 없는데.

        

       사실 나는 이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있었기에 따로 ‘이건 꼭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뭐라도 생각해내는 게 좋겠지?

        

       뭐, 내일 하루 동안 미아와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기대되네요.”

        

       샤를로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그냥 돌아다녔던 것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웠는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요.”

        

       “어, 아, 어…….”

        

       “…….”

        

       샤를로트의 기대가 너무 눈부시다.

        

       물론 저 기대는 티 한 점 없는 순수한 기대감일 뿐이겠지만.

        

       그래도 조금 부담스럽긴 하네.

        

       “식사 끝난 뒤에,”

        

       그래서 나는 슬쩍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다 같이 영화라도 볼래요? 샤를로트가 좋아하는 것으로.”

        

       “아, 그것도 좋겠네요. 영화관에서 볼 때는 대화를 나눌 수가 없으니까요.”

        

       샤를로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가 말을 돌리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기대되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 다일지도 모르겠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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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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