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36

    “루크, 여기야. 우리 드디어 도착했다.”

    “여기인가?”

     

    그렇게 꼬박 몇시간을 더 이동했을 무렵, 드디어 루크는 온천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천이 아니라, 높은 울타리와 건축물을 마주했다고 해야 하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오랜 이동의 피로함이 약간은 해소되는 듯 한 기분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외관이었다.

     

    “오오, 동대륙풍이라고는 들었는데, 진짜 멋진데?”

     

    다이튼이 감탄했다.

     

    온천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것으로 보이는 목재 시설들, 돌을 겹겹이 쌓아서 장식한 지붕의 모습이나 벽이나 기둥 등에 나무 재질을 주로 이용한 건축양식이나, 전체적으로 동대륙의 것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형태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심어주었다.

     

    “으음, 확실히.”

     

    그에 루크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모로 서대륙인 에이레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

    하긴, 이렇게 타인에게 이용권을 발권할 정도면, 시설이 어느정도 완성도를 보여야 할 테니까.

     

    그렇다고해서 그게 정말로 여행이라 칭함에 걸맞는 경험을 이 시설이 제공해 줄 수 있는지는 별개였지만.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던 모양이다.

     

    하긴, 어딘가에 고여있는 더운 물에 불과했던 5000년 전 과거의 온천을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여행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경험이 되리라.

     

    그런 루크의 모습을 본 예르나가 물어왔다.

     

    “어때, 이렇게 막상 와 보니까 전혀 후회는 안 들지?”

    “네, 그러네요. 이 정도면 기대를 할 법도 해요.”

     

    루크의 대답에 예르나는 미소지었다.

     

    “그럼 일단 안내부터 받으러 갈까?”

    “네.”

     

    그렇게 이용권을 보여주고 안내를 받기 위해 접수원에게 다가간 예르나와 다이튼, 그 무렵 루크는 노란 등불에 비친 목제 건물의 포근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풍경 한켠에서 친한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

    “…….”

     

    온천이 어떻니, 피부가 좋아졌니, 이 정도면 나도 미남이니 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 그들을 가만히 보고 있던 루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는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거나, 말하는 내용이 불쾌했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입은 옷차림 때문이었다.

     

    “으음…….”

     

    아무리 목욕을 하러 온 거라고 하지만, 남들 다니는 시설에 목욕가운만 걸치고 돌아다니는 건 아무래도 몰상식한 행위 아닌가?

    저들은 대체 왜 저러고 돌아다니는 거지?

     

    그것을 곰곰히 생각해보던 루크는 전에 이야기를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종종,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겉옷만 걸치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목표가 있으면 남들에게 자신의 몸과 비루한 생식기를 노출하는 것으로 쾌감을 느끼는 변태가 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이렇듯 세상엔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는 그런 사람이 보이면 즉시 신고하라고 가르치고 있었지.

     

    그렇게 생각한 루크는 접수원에게 이용권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있는 예르나에게 다가가 소매를 당겼다.

     

    “응? 왜 그러니, 루?”

     

    예르나가 묻는다.

    루크는 예르나와 접수원은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은 들리지 않도록 작게 중얼거렸다.

     

    “저기, 저기서 목욕가운만 입고 다니는 변태들이 있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들은 예르나와 접수원은 잠깐 그들을 바라보았다가, 루크를 향해 웃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설명했다.

     

    “아아, 저건 동대륙의 전통복장이에요.”

     

    그 말에 루크의 눈이 살짝 커졌다.

     

    “저게 전통복장이라고?”

     

    이상하다, 나는 과거 동대륙의 사람들이 그걸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전혀 본 적이 없는데.

    저건 어떻게 봐도 그냥 목욕가운 같다.

    저런 게 전통이라니.

     

    “대체 언제 만들어진 옷이지?”

     

    루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접수원이 이어서 설명했다.

     

    “약 2000년 전, 하네이다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복식으로 알고 있어요. 뭐, 지금의 저 모습은 굉장히 많은 개량이 가해진 모습이긴 하지만요.”

    “아.”

     

    2000년 전?

    그렇다면 비교적 최신의 역사가 아닌가.

    5000년 전의 시기만을 기억하는 자신이 모를 법도 하다.

     

    “음.”

     

    그리고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루크도 동대륙에 가본 경험은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5000년 전의 서대륙과 동대륙은 그렇게 간단히 왕래할 수 없을 정도로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험한 지형, 다양하고 강력한 몬스터, 각종 재해등이 두 대륙을 나누는 경계가 되어 완전히 둘로 나눠버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들은 마계의 침략에 더불어, 계속해서 이어진 내전으로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었기도 했다.

    당시의 동대륙은 성녀와 같은 구심점이 될 인물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지나치게 많았는지는 몰라도 그야말로 예측 불허의 상태에 놓여있었으니까.

     

    어느 정도였냐면, 루크가 종종 동대륙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위해서 방문했을 때마다 분명 득세하고 있던 세력이나 파벌의 이름조차 몇 년이내에 폐허조차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멸망하고 사라졌다.

     

    폐허를 남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나라가 그만큼 철저히 파괴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 그들이 제대로 된 건물은 애초에 짓지도 않아서였다.

     

    게다가 그쪽의 대륙은 그들이 처한 환경 때문에 꾸준히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연구해야하는 마법이 아니라, 정령의 힘을 빌어 당장에 현상을 조작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따라서 정령사라면 몰라도 마법사였던 루크 이루시는, 그 당시의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동대륙엔 어쩔 수 없이 관심을 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자신은 당장 고려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 같은데, 자신의 일도 아닌 동대륙의 일로 자원이나 신경을 낭비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만큼 야생이나 다름없는 장소에서 근시일 내에 뭔가가 제대로 발전하거나 자리잡을 수 있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이쪽에서는 마계를 몰아낸 인류의 영웅이라지만, 모두의 영웅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보니 사실 자신의 마법과 접목시킨 이런저런 기술도 루크가 직접 동대륙을 다니며 알아낸 것이 아니라, 어쩌다 흘러온 동대륙의 학자에게 배우거나, 문헌을 보고 독학한 정도에 불과했다.

     

     

    따라서 당시의 사람들은 옷도 제대로 걸친 경우를 보기가 서대륙보다도 힘들었다.

    몬스터나 동물의 가죽을 대충 잘라 두르거나, 천을 적당히 몸에 두르는 정도가 당시 그쪽 사람들의 기본 복장이었고, 어느정도 높은 신분이 되어서야 제대로 제단한 의상을 몸에 걸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루크는 그들의 복식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는 더더욱 무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루크는 궁금증이 떠오르는 걸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시험을 위해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할 때에도 동대륙의 역사에 관해서는 시험범위가 아니었기에 기록을 따로 찾아본 적도 없었고 말이다.

     

    “그……. 유래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이시네요!”

     

    이어서 그녀는 웃으며 옷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보탰다.

     

    원래 그 시대의 귀족이 목욕을 마치고 나서 입었던 복장이 그 단순함과 착용감으로 서민들에게 널리 퍼지며 모든 사람들이 입는 전통적인 복식이 되었는데, 사실 그렇게 따지면 목욕가운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던지, 재질은 본래 물기가 잘 흡수되도록 얇은 무명천을 사용하였는데, 그것은 안쪽이 비쳐보인다는 문제가 있어서 현대에는 다른 재질로 만들어 진다 라던지.

     

     

    그렇게 간단한 설명을 마친 접수원이 다시 예르나와 다이튼에게 안내를 시작했다.

     

    “그럼, 손님께선 바로 목욕을 하러 가시나요? 만약 그렇다고 하시면 짐을 바로 숙소로 옮겨다 드려요.”

     

    그녀의 질문에 예르나가 루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루?”

     

    루크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죠.”

     

    굳이 시간을 끌 필요 없지.

    지금은 짐을 풀 시간도 아깝다.

     

    그러자 접수원은 웃으며 루크에게 바가지를 건네었다.

     

    “자, 그럼 여기 받으세요.”

    “이건?”

    “저희가 제공해드리는 수건, 옷가지, 그리고 목욕에 필요한 용품들입니다.”

    “아…….”

     

    과연, 이렇게 바가지에 담아서 한번에 주는 건가?

    나름대로 효율적인 방식이다.

     

    그런게 건네받은 바가지의 개수는 총 4개, 예르나와 루크, 디아나와 파이리스의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순서가 된 다이튼이 살짝 기대감 어린 몸짓으로 한걸음 다가가자, 접수원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양해를 구했다.

     

    “아, 손님. 남자분께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맞는 치수를 찾아야 해서요.”

    “아.”

     

    하긴, 그의 몸집은 숲지기 내에서도 돋보이는 만큼, 일반적인 범주가 아니었다.

    아마 이런 곳에서 상비하고 있을 법한 사이즈는 아니겠지.

     

    그렇게 혼자서 바구니를 받지 못한 다이튼이 서운한 표정을 짓자, 루크는 그를 약올리는 듯이 말했다.

     

    “저런, 안타깝게 됐군. 그럼 천천히 오게나, 우리는 먼저 갈테니.”

     

    먼저 간다는 루크의 말에 다이튼이 발끈했다.

     

    “기다려! 같이 가야지! 나만 버리고 먼저 온천을 즐길 생각이야? 이 배신자!”

    “배신자라니? 누가? 그렇게까지 몸을 키운 그대의 잘못이네, 남을 탓하지 말게.”

    “으윽!”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걸 어떡하나.

    결국 다이튼은 유일한 자신의 편, 예르나를 불쌍한 강아지처럼 쳐다보았다.

     

    “예르나, 정말 날 버리고 갈 거야?”

     

    그 말에 예르나는 곤란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하지만, 다이튼 같이 가봤자 함께 목욕에 들어갈 수는 없지 않아? 성별이 다르니까.”

     

    그에 다이튼과 루크는 동시에 깨달은 듯한 목소릴 내었다.

     

    “……어?”

     

    그러고보니 그렇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가 분명 루크가 바가지를 받는 삽화도 그렸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작업내역을 뒤져봐도 언제 사라진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왤까요.
    저는 꿈에서 그림을 그렸던 걸까요?

    저는 루크의 표정, 머릿결, 자세와 구도등 모든 것이 생생한데…
    클립스튜디오에는 남아있질 않네요…

    하…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