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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7

       반그로우는 자신이 지닌 능력 중 하나를 이용해 흙으로 된 의자와 탁자를 만들어내어서는 그 위에 앉아 베니가 건네준 서류를 검토했다.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 꽤 유능한 편이긴 하네.

       

       꽤 넓은 범위를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조사해야 했을 텐데 그 내용이 이토록 정확할 수 있다니.

       

       …아니. 정확하게는 유능하지 않은 자들은 살아남지 못했다고 봐야 하려나.

       

       대륙의 크기가 꽤나 넓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이토록 적은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을지 짐작이 되니까.

       

       “베니님?”

       “예.”

       

       모든 서류의 검토를 끝마친 반그로우가 종이를 내리자 그 옆에서 마음을 졸이던 베니가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

       

       “이 서류 안에 적힌 내용이 전부라 확신할 수 있습니까?”

       “서류 마지막에 적혀 있는 것처럼 그곳에 적힌 건 마을이라 불릴 규모만을 파악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1할에서 2할 정도는 많다 봐야겠죠.”

       “흐음. 그렇군요.”

       

       반그로우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베니의 심장이 철렁거렸다.

       

       “…역시 대륙 전체에 식량을 지원하는 건 어려운가요?”

       “아뇨. 이 정도 식량을 제공해 드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그 식량을 대륙 이곳저곳에 공급하는 게 까다로울 것 같아서요.”

       

       베니가 제공해 준 서류 중에는 대륙의 도로 사정에 관한 내용도 존재했다.

       

       긴 전쟁을 거치며 전선으로 향하기 위한 용도 이외에 다른 도로는 보수 되지 않아 엉망이 된 상태.

       

       마차는 어느 정도 수량이 있지만 정작 그걸 끌 소나 말 같은 짐승이 없다시피 해서 인력에 의존해야 한고 심지어 그 인력 또한 굶주림에 시달리던 이들인지라 중간에 음식을 빼가지 않는다 확신하기 어렵다.

       

       설령 어찌저찌 마을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오랜 굶주림에 시달렸을 마을 사람들이 가만 식량이 배급되는 걸 보고 있을 리 없다.

       

       그들의 욕망을 억제할 수 있는 무력이 없다면 저들은 기꺼이 식량을 약탈하겠지.

       

       “현 상황에선 식량이 안정적으로 배급될 곳은 이 수도와 병사들이 있는 전선 두 군데 뿐일 듯 하군요.”

       

       반그로우의 이야기는 베니도 문제라 생각하던 것이었다.

       

       무작정 식량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걸 제대로 공급할 수 있다면 무의미하다.

       

       그래서 베니는 일단 수도를 중심으로 서서히 식량을 배급해나갈 생각이었다.

       

       “으음. 일단 수도와 인근에 배급할 식량만을 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현실적인 부분에서 두 사람이 합의를 내린 순간 어느새 그들의 뒤편에서 등장한 백호가 말을 더했다.

       

       “이 부분은 따로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을 겁니다.”

       “…예?”

       “백호님. 그것이 무슨 이야기이신지요.”

       “아라님께서 가지고 올 지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식량의 배급과 관리. 거기에 더해 대지의 회복까지 해결해 줄 지원이 기다리고 있단 백호의 말에 반그로우가 한쪽 눈을 내렸다.

       

       “그런 게 있었다면 미리 설명을 해주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

       “죄송합니다. 엔리에게 이런 저런 것을 설명해주다 보니 시간이 걸려서.”

       “…어.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여기에 오는 건데. 죄송합니다.”

       

       엔리와 백호가 선선히 고개를 숙이자 반그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이렇게까지 사과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괜찮습니다. 백호님. 정확한 것을 알 수 있을까요?”

       “예. 얼마 전 아라님께서…”

       

       반그로우의 물음에 백호가 답을 내밀던 그 때에 둘 사이에 검은 색 균열이 생겨났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다.

       

       “이야기는 잘 되어 가느냐?”

       

       아라. 그녀가 차원을 부수고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돌로 된 바닥에 발을 디딘 그녀는 뒤편으로 고개를 돌려선 저 너머에 있는 이들을 재촉했다.

       

       한 시가 급하니 빨리 넘어오라는 식으로.

       

       그러자 균열 너머에서 한 사람이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사람 하나를 품을 듯한 거대한 복부가 인상적인 남자는 느릿하게 돌바닥에 착지하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라님뿐만이 아니라 대단하신 분들이 많군요. 안녕하십니까. 종선이라고 합니다.”

       

       스스로의 이름을 종선이라 밝힌 남자는 허리를 숙여 예의를 표하려 했지만 특유의 거대한 배가 그를 가로 막아 어색한 인사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머쓱했던 것일까. 종선이 너털웃음을 흘린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베니는 실없어 보이는 겉모습에 속지 않았다.

       

       저 안에 든 심후한 경지는 이미 인간의 격을 한참이나 초월한 수준.

       

       그 곁에 있는 아라가 너무나도 괴물 같아서 그렇지. 종선 저 사람 또한 어디를 가더라도 무시를 당할 법한 사람은 아니었다.

       

       단적으로 말해 저 한 명의 존재만으로 왕궁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을 수준이었으니까.

       

       “무얼하는가. 빨리들 오게. 이 곳도 사람 사는 곳이야.”

       

       그의 모습을 보고 베니가 감탄을 금치 못하던 때에 종선이 뒤편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다른 이들을 불렀다.

       

       그러자 균열의 너머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무슨.”

       

       경이로운 일이었다. 하나하나가 인간의 탈을 완전히 벗어난 괴물들이 균열 너머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 수는 어림짐작하여 가히 백에 달했으니.

       

       저 자들이 마음을 먹는다면 왕궁을 점거하는 것은 물론이요 대륙을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리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화령님께서 데려오신 것이 아니었다면 저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마법을 쏘아낼 준비를 하지 않았을까.

       

       “아아. 과연. 신선분들께서 도움을 주신다면 대개의 문제는 해결되겠군요.”

       

       베니가 저들의 출현에 불안을 느끼고 있을 무렵. 반그로우는 신선들의 모습을 보고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도 회사의 직원 중 하나이니만큼 화룡무인 세상에 존재하는 저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종선님?”

       “예. 여섯 개의 팔을 지닌 자연의 령이시여.”

       “이리로 와 주시겠어요? 논의를 나눌게 많을 것 같아서요.”

       

       *

       

       종선과 반그로우, 베니를 비롯한 왕궁의 인력이 모여서 논의를 나누는 동안에 본인은 왕궁을 떠나 대륙의 하늘을 접어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본인의 역할을 저들을 끌어 모으고 논의를 나눌 수 있도록 언어를 통일시켜 주는 것으로 끝이었으니.

       

       그 모든 것을 끝마친 후에는 그 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괜한 시간낭비를 할 바에야 내 할 일을 하는 편이 낫다 생각한 본인은 대륙 전체로 기감을 넓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검은 것의 잔향을 추적했다.

       

       검은 것이 자취를 감추고서도 이 대륙에 남아있는 녀석이라면 필시 이 대륙에 위협을 가져다 줄 존재라는 판단 하에서였다.

       

       본인이 기껏 발품을 팔아가며 대륙을 구원하고자 마음을 먹었는데 그까짓 잡것들이 본인의 노력을 허수로 돌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으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오. 신께서 자신의 천사를 보내신 것인가.”

       “이제 죽는 것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검은 것의 잔당은 검은 것이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 자신이 부여 받은 명령을 따라 인간의 목숨을 빼앗고 있었으니.

       

       그 놈들을 처단하다보니 자연스레 생명을 살리게 된 것이다.

       

       땅에 머리를 박아가며 감사를 표하는 이들을 가까운 마을에 데려 준 나는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다시금 다른 곳으로 발을 움직였다.

       

       “왠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냐.”

       

       이런 일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바루가 흐뭇하다는 감정이 잔뜩 담긴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괴상한 표정이라니. 본인은 본래부터 이런 얼굴이었다만.”

       “그 흐물거리는 얼굴이 평소 그대의 표정이라고?”

       “그래!”

       

       내 말로 깐족거리기 말라 단단히 경고를 해두었더니 이제는 표정으로 난리를 치는 것이냐.

       

       “바루. 그대에게는 환단도 아깝군.”

       “…설마 일주일 간 굶으라는 지독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본인은 그 정도로 사악하지 않다. 대신 일주일간 본인이 한 요리의 실험대가 되어주어야겠어.”

       “차라리 굶겠다! 굶겨다오! 그런 끔찍한 것으로 삼시세끼 고문을 당할 바에야 그냥 굶는 편이 낫다!”

       “거절하마. 그대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절로 오기가 생겨서 말이야.”

       

       발버둥을 치는 바루를 무시하고서 또 다시 하늘을 내달리던 중. 아래에서 신선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 마을에 배급할 수 있을 막대한 식량을 홀로 들고서도 조금도 느려지지 않는 그 모습은 분명 초인이라 불러 마땅한 것이었다.

       

       이제 슬슬 잔당의 처리도 끝마쳐가는 참이니 저 신선 녀석이 일을 잘하나 구경을 해볼까.

       

       신선 녀석이 발을 디딘 곳은 기아에 고통 받은 탓에 산 자도 죽은 자도 바닥에 널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마을이었다.

       

       그 곳의 한 가운데에 도착한 신선이 자신의 도술로 사람들의 생기를 복 돋아 주자 시체 사이에서 목숨만을 부지하던 이들이 비틀거리면서 고개를 든다.

       

       “일어나라! 아직 그대들이 죽기엔 이른 날이니!”

       

       처음에는 경이로운 존재를 향한 감탄과 공포에 물들어 있던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그 시선은 신선이 들고 있는 식량을 본 순간 다른 종류로 바뀌었다.

       

       오랫동안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한 자들의 앞에 막대한 식량이 주어졌는데 어찌 저들의 눈에 탐욕이 깃들지 않겠는가.

       

       저 식량의 앞에 서 있는 것이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 자는 마을 사람들의 탐욕에 짓눌려 식량과 함께 자신의 목숨을 내어줬어야 할 것이다.

       

       “어허!”

       

       허나 이 곳에 자리한 것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수련하여 인간의 격에서 벗어난 신선은 저들의 탐욕을 자신의 기세로 짓눌러 박살내고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살아있는 인원을 조사하여 이 앞에 모아오라! 그럼 그대들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 알겠느냐!”

       ““예!””

       

       돌아가는 것을 보아 하니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듯 하니.

       

       저것은 신선놈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고 본인은 본인이 할 일이나 하자꾸나.

       

       *

       

       대륙의 복구에 걸리는 시간은 하루 이틀 정도가 아니었다.

       

       그 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대부분 오랜 고통 속에 이성을 빼앗기고만 불쌍한 존재들.

       

       꾸준히 그들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어떤 재앙으로 발전할지는 뻔했다.

       

       그 때문에 종선은 며칠 정도 이 곳에 머무르며 안정될 때까지 도움을 주겠다 이야기했고 베니 또한 그를 환영했으니.

       

       본인은 그들이 웃음과 함께 협력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는 다시 현대로 돌아오게 되었다.

       

       방송을 해야 하니 말이다.

       

       – 화령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늘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흠? 티가 나느냐? 오늘 좀 좋은 일을 하고 왔거든.”

       

       – 기부?

       – 봉사활동이라도 함?

       – 주인 잃어버린 개라도 돌려보내 줌?

       – 그게 되겠냐. 화령 보자마자 개가 경기를 일으킬텐데.

       

       “뭐 대충 기부 비스무리한 것을 하고 왔다 생각하거라.”

       

       방송을 키자마자 달려 온 아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본인은 어느 정도 수가 찼단 생각이 들 무렵에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주목을 끌어 모았다.

       

       “자아. 슬슬 오늘 할 게임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야겠구나.”

       

       – 또피스?

       – 올만에 화룡무인에서 바루 모습 보고 싶다.

       – 엔리가 FPS 버스 좀 태워 달라던데요.

       – 바루 컨셉 유저랑은 연락 안 닿음?

       – 엔리 골드 복귀 구조대 가즈아아.

       

       본인이 오늘 할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채팅창에서 이런저런 것들이 튀어 나왔다.

       

       허나 그 중에서 본인이 할 것을 추측하는 데 성공한 이는 존재치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는 본인이 여태까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분야니까.

       

       “오늘 할 것은 바로 한 식당의 요리사가 되는 게임이니라.”

       

       며칠 후면 회사의 놈팽이들 앞에서 요리를 해야 할 터인데.

       

       이런 식으로라도 연습을 하며 반그로우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하지 않겠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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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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