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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7

   루시와의 내기를 수락하고 던전 공략을 시작한 아서 일행은 이상할 정도로 던전을 나아가는 것이 쉬움을 깨달았다.

   

   던전 안의 마물들은 상대하는 것이 전혀 까다롭지 않았고 던전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기이할 정도로 간단했으며 던전 안에서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함정들 또한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뻔했다.

   

   오죽했으면 던전을 나아가는 와중에 무슨 함정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까지도 품었을까.

   

   “루시 알른이 이렇게 쉬운 던전에 우리를 데려왔을 리 없다.”

   “맞아요. 분명 무언가가 있어요. 긴장을 늦춰선 안 돼요.”

   

   경계심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아서와 조이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고려해가며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갔지만 일행이 던전의 끝에 도달할 때까지 그들이 두려워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던전의 끝을 지키고 있던 것은 고대의 룬을 품은 골렘이었다.

   

   신화시대의 지혜를 간직한 골렘은 오랜 세월 속에 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 대부분을 온존하고 있었으니 골렘이 지닌 강함은 분명 학생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골렘에게 불행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서 일행이 이미 학생 수준에서 저만치 벗어난 괴물들이었다는 것이다.

   

   여러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는 갑주는 색을 지닌 프레이의 오러 앞에 간단히 베였고 골렘이 지니고 있는 여러 마법은 조이에게 순식간에 분석당해 무력화 되었으며 비장의 한 수라 불릴 법한 골렘 속 저주조차도 페이비에 의해 정화되어버렸으니. 골렘은 자그마한 위협조차 주지 못한 채 스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던전의 공략이 끝나고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나타났지만 아서 일행은 여전히 의심스런 기색을 비치고 있었다.

   

   “저 문이 함정일 가능성은 없나?”

   “충분히 있죠.”

   “일단 불온한 느낌은 나지 않습니다만.”

   “저기. 보상까지 다 받았잖아. 끝난 거 아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가. 프레이 켄트. 상대는 루시 알른이다!”

   

   보스를 쓰러트렸고 심지어 신화의 지혜를 갖춘 골렘을 쓰러트림에 따라 마력의 운용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아서 일행이 눈초리를 날카롭게 만드는 까닭은 그들의 기준이 루시 알른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던전조차도 산책하듯이 공략하는 루시가 자신만만하게 그들에게 소개한 것이 이 던전인데 이토록 쉬울 리가 없다!

   

   이러한 인식을 마음속에 품은 일행은 무언가 더 숨겨져 있는 것이 있을 거라 확신하고 보스룸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서 일행의 의구심은 이들을 던전으로 보낸 루시의 입장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서 일행이 이토록 성장했음을 모르고 있었으니까.

   

   썩은물의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루시에게 아서 일행은 여전히 귀여운 뉴비였으니 저들의 변화를 알아차리기란 루시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이 던전이 평범한 던전이었다면 착각과 착각이 뒤섞인다 하더라도 아서 일행이 헛고생을 할 뿐 아무런 일도 생겨나지 않았으리라.

   

   문제는 이 곳이 평범한 던전이 아니었단 것이다.

   

   루시가 소개해 준 이 던전은 악신의 추종자들이 숲을 던전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거처와 연결해 둔 장소였고 그 때문에 던전 안에는 숲으로 향하는 숨겨진 길이 존재했다.

   

   “하하! 여기 있었군! 그래! 끝일 리가 없지!”

   “정말 지독하게 숨겨놨네요. 하마터면 못 찾을 뻔 했어요.”

   “…어라?”

   

   그 길 안에서 불온한 기운을 발견한 페이비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다급히 고갤 들어 친구들을 말리려 했지만 그 땐 이미 늦었다.

   

   길을 찾느라 열이 올랐던 이들이 먼저 길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나중에 하루 종일 설교해 줄 거에요.”

   

   신의 말씀 아래에서 24시간을 보내게 해주겠다 결심한 페이비는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아서 일행이 길을 넘어서 도착한 장소는 연기로 가득한 숲이었다.

   

   음침하고 음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장소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거부감을 느낄 만한 그런 장소였지.

   

   그 안개 속에 가장 먼저 도착한 프레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몸 전체에 오러를 둘렀다.

   

   뭔가 이상한 곳이야. 내가 여태까지 지나 온 던전하고는 뭔가 달라.

   

   올바른 방향이 어딘지 알기도 어렵고 이 곳에 존재하는 마물들이 어디 있는지 알기도 힘들어.

   

   …일단 기다릴까.

   

   본능에 따라 튀어나가고 싶은 것을 억지로 꾹 참은 그녀는 날을 세운 채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근데 이상하다.

   

   내가 오고 나서 바로 뒤따라 왔을 텐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뭔가 잘못된 건가?

   

   뭔가가.

   

   고갤 갸웃거리던 프레이는 자신의 본능을 믿고 검을 휘둘렀다.

   

   오러를 두른 검과 검이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낸다.

   

   안개 너머에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의 형상은 안개처럼 불길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적…인가?

   

   어째선지 프레이는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가 적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녀의 본능이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는 것을 막고 있었다.

   

   채앵!

   

   검과 검이 또 다시 부딪힌 순간 프레이는 상대방 또한 자신처럼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어째서? 라는 의문이 떠오른 순간 그녀는 방금 전 자신이 보았던 검격이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한없이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왕자님.”

   

   채앵!

   

   상대방의 호흡을 보면 저 쪽도 무어라고 말을 하고 있어.

   

   근데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아.

   

   뭐가 방해일까.

   

   일단 제일 거슬리는 건 이 안개이긴 한데.

   

   음.

   

   일단 치워볼까.

   

   상대가 휘두르는 검의 충격을 이용해 훌쩍 뒤로 물러난 프레이는 심호흡과 함께 자신의 검 위에 오러를 실었다.

   

   켄트 가문의 검은 바람을 닮았다.

   

   자유롭고 빠르고 날카로우며 부드럽지.

   

   그러니 바란다면 켄트의 검은 바람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언젠가 그녀의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검을 떠올린 그녀는 즉석에서 그를 흉내 냈다.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고. 가르침을 청한 적도 없으며. 눈에 새긴 적이라고는 한 번 뿐인 검이었지만 프레이의 재능은 흐릿한 기억을 현실에 재현해냈다.

   

   프레이의 검이 바람이 되어 안개를 이끌고 하늘로 치솟는다.

   

   그에 따라 안개에 가려져 있던 검사의 얼굴이 드러난다.

   

   살짝 날카로운 남성. 루시가 없을 때 가지고 놀기 좋다 생각하는 사람.

   

   “왕자님.”

   “잠시 멈춰라. 아직 서로가 진짜임이 확인되지 않았다.”

   “…진짜지 않나? 이상한 거 없는데?”

   “한 번 실수를 했는데 다시 반복할 순 없다. 일단은 서로 아는 것에 대해.”

   

   아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서로를 구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그 때 안개 너머에서 따스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그 빛이 안개를 밀어내며 음울한 숲을 한 낮으로 만든다.

   

   빛의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왠지 모르게 딱딱한 웃음을 짓고 있는 페이비와 페이비의 눈치를 잔뜩 보고 있는 조이 두 사람이었다.

   

   “왕자님.”

   “…예?”

   “던전 바깥에 나갔을 때를 기대하시길 바랍니다.”

   “왕자님. 축하해. 성녀님이 특별히.”

   “켄트 영애.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네.”

   

   평소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화를 내면 정말 무섭다는 격언은 이 상황에서도 통용됐다.

   

   아서는 물론이고 프레이조차도 페이비의 경고 앞에 어깨를 쭈그러트렸다.

   

   그 모습을 보고 살짝 한숨을 내쉰 페이비는 친구들에게서 시선을 떼어 주변을 살폈다.

   

   이 곳은 분명 악신과 관련이 있는 장소입니다.

   

   지난 번 영애님과 함께 추종자들을 상대할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단 걸 생각해보면 공허의 추종자들이 머무는 곳이겠죠.

   

   큰일이에요.

   

   저희들이 나이에 비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학생. 악신의 추종자들을 상대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확신하긴 어려워요.

   

   …어찌 보면 이것도 제 잘못이죠.

   

   좀 더 빨리 악신의 기운을 포착하고 친구들을 말렸다면 여기에 올 일도 없었을 텐데.

   

   영애님께서 친구들을 맡겼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스스로가 한심하다 생각하며 입술을 곱씹던 페이비는 문득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익숙한 기운을 느끼고서 다급히 고갤 치켜들었다.

   

   그리고 짙고도 짙은 안개가 걷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영애님이에요. 영애님께서 계시다면 이 위기도 분명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테죠.

   

   이런 안도감을 품은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루시를 확인하고 긴장을 조금씩 덜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페이비는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한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토록 거대하다니.

   

   이게 위대한 주신의 사도가 지닌 힘이라는 걸까요.

   

   *

   

   할아버지가 안내해 준 방향의 끝에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페이비가 펼친 신성의 안에서 머물고 있던 이들은 내가 알려 준 던전을 공략하다 이 곳으로 넘어왔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들에게서 사정을 들은 나는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 던전 꽤 난이도 높은 곳인데 거기를 쉽게 공략했다고?

   

   너무 쉬워서 ‘루시가 이런 곳을 우리에게 공략하라 했을 리 없다!’를 외치며 숨겨진 길을 찾다가 여기로 오는 길을 찾아냈다고!?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것들 뿐이었다.

   

   내가 그 던전에 숨겨진 길 같은 건 없었어!

   

   던전이랑 다른 곳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고!

   

   이건 또 무슨 변수야!

   

   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던 나는 바깥의 던전과 이 곳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는 건 여기가 아그라의 권능 속에 포함되어 있단 소리잖아.

   

   젠장.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은 빠르게 던전을 공략하는 거에만 집중하는 거야.

   

   아그라가 개수작을 부릴 수 있는 곳에서 빠져나간 후에 머리를 굴려도 늦지 않아.

   

   지금 친구들이 지닌 전력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괜찮은 것 같으니 보스를 제압하는 것도 수월하겠지.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아그라가 끼어들기 전에만 일을 처리하면.

   

   – 띠링.

   

   아. 씨발.

   

   [아그라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좆 됐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sorka님 50코인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루시가 덜 구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힐링 시간이 끝났으니 이젠 구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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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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