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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7

    <437 – 고수의 인정>

     

    푸른늑대 검객단 단주 <좌수검의 가엘>.

    검을 든 플레이어라면 그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보게 된다.

     

    ━━━

    <검객수행 이벤트>

    여름방학에 검객으로서 경지상승을 목표로 특별한 수행에 나선다.

    ○9.9%의 확률로 푸른늑대 검객단에 합류.

    메인이벤트 – 새끼늑대의 발흥

    ━━━

    <새끼늑대의 발흥 이벤트>

    푸른늑대 검객단에 소속되어 방학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많은 실적을 목표로 하라. 실적에 따라 보상이 늘어나며 특별한 이벤트가 개방되기도 한다.

    ○평범한 실적을 거둘 시 <푸른늑대의 신발> 습득

    ○뛰어난 실적을 거둘 시 <푸른늑대의 신발>, <푸른늑대의 갑옷> 습득

    ○독보적인 실적을 거둘 시 <푸른늑대의 신발>, <푸른늑대의 갑옷>, <푸른늑대의 망토> 습득

    후속이벤트 – 부단주 도전

    ○전설적인 실적을 거둘 시 <푸른늑대의 신발>, <푸른늑대의 갑옷>, <푸른늑대의 망토>, <푸른늑대의 장검> 습득

    후속이벤트 – 단주 도전

    ━━━

     

    검을 든 플레이어가 교내이벤트나 호감도이벤트를 모두 뒷전으로 하고 일신의 무력에 집중할 때 발생하는 검객수행 이벤트.

    그중에서도 희귀한 확률로 발생하는 푸른늑대 검객단에 참여하기에 당첨되면 견습단원으로 다른 검객들의 실력을 전장에서 함께 엿볼 수 있다.

     

    ━네임드보스 참수꾼 어케 잡아요?

    ┗못 잡으면 단주가 알아서 참수함

    ┗아니 내가 어케 잡냐고요;

     

    ━마갑기사단 이거 갑옷 어케 부숨? 체술로 마정석 계속 지키는데 부술 수 있긴 함?

    ┗못 잡으면 단주가 알아서 부숨.

    ┗아니 내가 부수고 싶다고요;

     

    ━장군 마가로타 공략법좀ㅇㅇㅇ 단주가 죽임 말고

    ┗못 잡으면 단주가 알아서 죽임.

    ┗야!!!!

     

    아무튼 단주가 다 잡음이라는 밈이 생길 정도로 살벌한 실력을 지닌 치트키 단주.

    진정한 검술고수에게만 허락되는 이벤트보스전의 상대, 좌수검의 가엘.

    전장에서 든든한 단주가 적이 되는 순간, 고인물들조차 피눈물을 흘리는 가엘의 악명이 시작된다.

     

    -가엘이 이렇게 강했나?

    -못 받아치는 검이 없네 ㅅㅂ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에 대인공격력 한손에 꼽는 싱으로 도전해도 안 뚫려ㄷㄷ

    -이거 도대체 몇 학년에 깨는 보스임?

    -본인 3학년 휴학생으로 991기 입학해서 999년까지 5년 휴학 꽉 채우고 도전했는데도 깨짐.

    -용사 이 새끼 왜 키움? 홀리미러 켜도 팔 하나로 다 깨부수는데

     

    일반 플레이어보다 뛰어난 스펙의 주조연으로 플레이를 해도 쉽사리 넘을 수 없는 강자.

    정석공략에 당당하게 <템빨>, <도감수집빨>, <마나연공빨>이라고 도배되는 스펙으로 미는 것밖에 답이 없는 히든보스.

    사실상 공략불가나 다름없는 괴물이 무려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시험에 출전한다.

     

    ‘스펙 업을 이 정도로 크게 하면 이 사람을 방학이 아니라 학기 중에 만나기도 하는구나!’

     

    쫄래쫄래 연무장 위로 올라서자 암스트롱 교수가 오히려 나를 말렸다.

     

    “이 시합은 과하다. 오크노디 1년생. 자네가 원한다면 대결을 무효로 돌리고 다른 상대와 대결을 하도록 주선해주겠다. 그 과정에 어떠한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확언하마.”

     

    고인물의 무덤, 좌수검 가엘.

    도망치더라도 고인물 자격이 없다고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몇 안 되는 강적이다.

    그래서 더 호승심이 들었다.

     

    “할래요!”

     

    헤스티아도 기껏 응원하지 않았던가.

    부단히 수련해온 자신의 매력을 믿으라고.

     

    ‘맞아. 열심히 수련한 얼짱각도를 보여주기도 전에 꼬리를 말기엔 억울해!’

     

    당당하게 연무장 위에 올라서자 정말 올라올 줄은 몰랐는지 이놈 봐라? 하는 얼굴로 단주 가엘이 시선을 보냈다.

    이에 맞서 나도 지지 않고 얼짱각도로 단주를 올려다보며 검을 손에 쥐었다.

     

    “단주아저씨. 뭣 좀 물어봐도 돼요?”

    “사선에 올라선 용기를 보아 허락하지.”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대박. 검의 깨달음을 물어볼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야?”

    “좋겠다… 저렇게나 강한데 더 강해질 수 있다니.”

    “꿈 깨. 저런 기회도 오크노디니까 찾아오는 거지 우리들은 어림도 없어.”

     

    학생들의 부러움 반 질투 반, 시샘의 감정이 소용돌이 친다.

    하지만 내가 물어볼 것은 그들이 꿈꾸고 바라는 검의 깨달음이 아니다.

     

    “귀여운 건 좋아하세요?”

    “호불호를 따지자면 호에 가깝군.”

    “성실한 건 좋아하세요?”

    “그 역시 호감에 가깝다.”

    “귀엽고 성실하면 두 배로 좋겠네요?”

    “네가 그럴 거라는 얘기냐?”

    “물론이죠!”

     

    이게 무슨 대화인가 싶어 황당함을 금치 못하는 학생들.

    단주 가엘만이 묘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선수를 양보하지. 또한 기회는 세 번뿐이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귀여움을 증명하는 데 한 번.

    성실함을 증명하는 데 한 번.

    귀엽고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데 한 번.

    수로 헤아려도 딱이잖아?

    그래도 제법 고민을 많이 하기는 했다.

     

    ‘귀여운 공격이란 대체 무엇일까?’

     

    포즈라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밑에서 올려다보면 귀여워 보이잖아?

    손바닥 위에 올라탄 다람쥐가 귀엽듯이 작은 것은 언제나 귀여움에 있어서는 큰 이득을 본다.

    공격은 곤란하다.

    허접하고 작은 공격은 물론 귀엽기는 하겠지.

    그런데 허접한 공격은 데미지를 줄 수 없다.

    매스각키 황녀가 아니라도 비웃음만 사고도 남는다.

     

    -뭐냐, 그 물러터진 공격은. 지금 나와 장난이라도 치자는 건가?

     

    검성 라인하르트의 바로 밑줄에 속하는 네임드 검객들 사이에서도 순위권에 당당히 손꼽히는 히든보스 좌수검의 가엘에게 이런 식으로 찍힌다면?

    그때는 추후 4학년이 되어 졸업페이즈에서 동원할 수 있는 조직에서 <푸른늑대 검객단>이 배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적대조직이나 경쟁학생의 밑에 저들이 가세하는 불상사마저 발생할 수 있다.

    아니, 플레이스타일에 따라 적이 많은 플레이어인 내 입장에서는 무조건 적이 된다고 봐야 한다.

     

    ‘실패하면 리스크는 막대. 성공해도 큰 효과는 기대할 수 없음. 하지 않느니만 못한 계륵 같은 공격!’

     

    그렇기에 더욱 의지가 타오른다.

    어려울수록 샘솟는 것이 도전욕구.

    고인물의 정신이 아닌가!

     

    ‘작아도 상관없어. 하찮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위협이 될 수 있는 한방을 담아낸다면!’

     

    찌르기. 그 하나의 주제에 귀여움을 담아낼 방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연기>

    <혼자놀기>

    <마나제어술>

     

    기능의 조합이란 본래 전투와 관련된 기능을 되는대로 쑤셔 넣는 것.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여력이 부족하다면 기존의 기능을 강화한 상위기능을 개방해서 위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중점으로 삼는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언제나 화려하고 더 강한 공격만이 적에게 통하지는 않는다.

     

    ‘기믹형 보스에게는 약점이 있고 맞춤형 기믹으로 공략하지 않으면 아무리 센 공격도, 화려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 벅찬 싸움이 되어버려.’

     

    고인물들의 방식은 되는대로 끌어올린 스펙으로 기믹 없이 정면돌파를 하기에 가깝지만, 가끔은 없는 기믹을 창조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지금 내가 뒤섞은 기능들도 후자와 다르지 않다.

     

    타다다닷

    스스스슥

     

    133cm의 작은 키.

    푸른 리본의 머리띠를 장착한 금발의 여자아이.

    그 형상을 본뜬 그림자들이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뛰쳐나간다.

    그림자라도 혼자서 놀 수 있도록.

    본체처럼 연기할 수 있도록.

    경지에 달한 마나제어술로 이를 펼쳐낸다.

     

    <겁주기>

    <흉내내기>

     

    흩어진 그림자들은 등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 귀엽게 배후를 점하고, 발치로 스며들 듯이 다가와 얼짱각도로 얼굴을 들이밀고, 그림자를 접어 바로 세운 검신의 사이로 시야를 피해 성큼 다가서기도 한다.

     

    <고속잔상검>

    <신규페이즈 – 유령쇄도>

     

    일컫기를, 유령쇄도.

    귀여움만을 위해 탄생한 신기술.

     

    귀엽고 깜찍한 분신들이 사방에서 단장의 등을, 턱 밑을, 검신을 타고 올라가 손가락을 노린다.

     

    <기백발산>

    <감각확산>

    <마나제어술>

    <찌르기>

     

    그에 맞서, 단장은 가볍게 제 자리에서 발을 구른다.

    그 한 걸음에 수어 갈래의 푸른늑대처럼 커다란 위압감이 그림자들을 덮친다.

    마나제어술을 마나제어술로 받아치는 묘기.

    내 귀여운 공격에 담긴 진의를 모조리 간파했으며, 자신이라면 이렇게 펼칠 것이라고 답하듯이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응수해낸다.

    이것이 푸른늑대 검객단 단주 가엘.

    수많은 고인물들의 자존심을 묻어버린 매장꾼.

    히든보스 가엘의 저력이다.

     

    “일검.”

     

    다음을 보여라.

    그렇게 말하듯이 가엘의 눈이 내게 향한다.

     

    “헤헹. 다음은 성실함의 검이에요!”

    “바보냐. 말하지 마라. 적에게 자신의 심의를 들켜 무엇이 좋다는 거냐.”

     

    그래도 즐거운걸.

    다른 NPC들에게는 이런 실험, 해보지도 못한다고.

    강자라면 용사 이슈타르가 있긴 하지만…

    이슈타르의 마음은 아무 때나 꺾어도 좋을 것이 못 된다.

    게으른 플레이어 대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런 용사를 내 손으로 고장 내버리면 어떡해?

    용사가 할 일까지 내가 다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처음이다.

    이렇게 뒷감당도 부담도 없이 마음껏 저지를 수 있는 상대는.

     

    ‘귀여움이 하찮음 속에 숨긴 허허실실의 묘리라면 성실함은 정직함 속에 담아낸 갈망.’

     

    집중력을 높이자 뇌가 빠릿빠릿 전기를 맞은 것처럼 따가워진다.

    하늘을 날던 새의 날갯짓이 한없이 느려진다.

    나풀거리는 깃털처럼 가볍게 검 끝이 요동친다.

     

    <감각집중>

    <집중력>

    <초집중>

    <차징>

     

    인위적으로 열어낸 사고가속의 순간에서 한 발을 내딛는다.

     

    <마나제어술>

    <던지기>

    <암흑마나장막>

     

    그 한 걸음이 밀어내며 날리는 일격은 검 끝에 실은 기를 쏘아 날리는 투검찌르기.

    단순하고 우직하지만 제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펼쳐낼 수도 없는 위력의 투검이 공기를 가르고 쏜살같이 쏘아진다.

     

    <고속잔상검>

    <신규페이즈 – 강력투검>

     

    일컫기를, 강력투검.

     

    따아앙━━!

     

    쇠파이프로 벽을 내리칠 때의 몸이 찡해지는 감각이 연무장 전체에 가득 울린다.

     

    “이검.”

     

    단주 가엘이 두 번째의 공격을 막아낸 충격의 여파가 공기를 타고 사방으로 충격파를 날리며 학생들의 안색이 새파래지고 입가에서 피가 흐른다.

    설마 1학년 시험 도중에 이만한 충격이 퍼질 줄 예상 못 했던 교관들이 사색이 되어 급히 충격보호의 주문을 연발했다.

    그래도 준비할 시간은 이미 충분히 줬다고?

     

    ‘마지막은 귀여우면서 성실하기까지 한 일격!’

     

    허접한 장난기와 성실한 진심을 일격에 섞는다.

    사방팔방 쏘아져나간 그림자들이 마치 투검의 일격과 같은 속도로 사지요혈을 노린다.

     

    <유령쇄도>

    <강력투검>

     

    가엘의 입매가 비틀어져 올라간다.

    그가 진심이 되었을 때만 보이는 썩은 웃음이다.

     

    <늑대의 걸음>

    <늑대의 시간>

    <야성의 번뜩임>

     

    보법계의 상위기능.

    집중계의 상위기능.

    직감계의 상위기능.

    단주 가엘의 상위기능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간다.

    투검처럼 쏘아져나간 분신들이 연달아 터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신만이 아니었다.

     

    <칠흑코팅>

     

    마나를 코팅처럼 둘러 분신으로 위장한 본체가 함께 뒤섞여있다.

    허접함 속에 숨겨둔 진의가.

    귀엽고도 성실한 일격이 분신을 모두 맞찌르며 호흡과 동작을 모두 소모한 가엘의 지척에서 펼쳐진다.

     

    “!!”

     

    직전까지의 검격과는 속도 자체가 다른 진심어린 살의가 내가 나타난 자리를 베어버린다.

     

    “죽일 작정인가?!”

    “보호막까지 깨졌…!”

     

    교관들도, 암스트롱 교수도 기겁할만한 일격.

    베였다면 꼼짝 없이 죽을 수밖에 없을 일격.

     

    <공포유발>

    <겁주기>

     

    그 일격은, 내 의도대로 소모시킨 비장의 한 수다.

    칠흑코팅의 너머로 드러낸 본체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많은 마나를 담은 분신이 갈라진다.

     

    호흡. 동작. 비기.

     

    공격권을 모두 소모한 단주 가엘의 발치에서 진즉 갈라졌던 유령쇄도의 분신이 벗겨진다.

     

    <칠흑코팅>

    <마나제어술>

    <숨기>

     

    이중으로 펼친 칠흑코팅으로 분신과 거의 다름없이 달려들고, 다른 분신처럼 허망하게 갈라지는 흔적마저 정교하게 흉내 낸 잔해의 저편.

    마지막까지 참고 또 참으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내가 마침내 튀어나와 비장의 찌르기를 내지른다.

     

    깡!

     

    내지른 검이 수수깡처럼 뚝 부러졌다.

     

    <늑대의 갈기>

     

    피격 직후, 호신강기처럼 전신에 두른 기의 밀도는 평범한 시험용 장검이 감당하기엔 너무 두터웠던 탓이었다.

    그렇지만 이 시험은 딱히 단주 가엘의 급소에 칼침을 넣고 피를 보는 시험이 아니다.

     

    “삼검. 통했죠?”

     

    강적을 상대로 <찌르기>라는 주제에 한해서 전투기능 테크트리를 펼쳐 적의 일격을 막고 자신의 일격을 선보이는 것.

     

    “이 기술의 이름이 무엇이냐.”

    “귀엽고 성실한 유령투검잔상검!”

    “귀여움은 얼어죽을. 부단주도 전장에서 맞았다면 비명횡사 했을 일격에 그게 가당키나 한 이름이냐.”

    “힝. 제가 만든 기술인데 이름이야 제 맘이죠!”

    “하하. 그렇군. 이름이야 부르는 사람 마음이지. 그러니 나도 내 맘대로 정하마. 네 기술을 육신을 벗어나 귀신의 혼령처럼 달려드는 검이라 하여 <탈혼귀검>이라 칭하겠다.”

     

    귀여움과 성실함이 인정받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무서운아이 미터기 대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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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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