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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7

       정장을 차려입은 건 오랜만인데.

        

       아제르나에도 이쪽 세상과 비슷한 디자인의 ‘슈트’는 있었다.

        

       일본 게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배경이 이제 막 그런 복장들이 일상화되어가는 때쯤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아제르나에서 그런 복장을 일부러 입은 적은 거의 없었다.

        

       교복이나 군복에 가까운 옷이라면 몰라도.

        

       “어떻습니까? 어울립니까?”

        

       “네, 잘 어울리네요.”

        

       위아래로 정장을 맞춰 입은 나를 보고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입은 옷은 검은색이라 조금 칙칙해 보이는 색이었지만, 다른 애들의 옷이 그래도 꽤 색이 잘 들어가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적어도 사진에 나왔을 때 우울하게 보이지는 않으리라.

        

       그렇다. 사진.

        

       미아가 우리에게 함께 하자고 한 것은 사진이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사이가 좋지는 않았으니까요.”

        

       미아에게는 그런 ‘가족사진’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큰 잘못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미아의 아버지였으니까.

        

       그렇게 일찍 죽지 않았다면, 미아에게도 그런 그림이나 사진이 있었을지 모르지.

        

       평소처럼 그냥 밖에 돌아다니다가 찍을 생각이었다면 우리 모두 그냥 적당히, 너무 이상하게 보이지만 않을 정도의 옷만 입고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미아가 원하는 형태의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조금 더 차려입을 필요가 있었다.

        

       사진관에 가서 크게 인쇄하는 것이지 않은가.

        

       촬영 자체도 꽤 비싼데, 기왕 찍는 거 확실하게 잘 나오는 게 좋지.

        

       “어…….”

        

       사진관에 미리 연락을 해두긴 했지만, 막상 우리가 몰려 들어가자 사진관 아저씨는 조금 벙찐 표정으로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예약하고 왔습니다만.”

        

       “아, 네.”

        

       그리고 내가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거니, 그제야 아저씨는 정신을 차렸다.

        

       아저씨는 컴퓨터에 조금 검색해 보더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 그러니까 미아…… 크로우필드, 님이신가요?”

        

       “저는 아닙니다만.”

        

       내가 뒤쪽을 보자, 미아가 손을 살짝 들면서 “제가 미아에요.”하고 조금 소심하게 말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사실 별명 같은 건 줄 알았네요. 전화에서 한국어를 너무 잘하셔서…….”

        

       “저도 한국인입니다.”

        

       내 말에 아저씨는 조금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이것 참, 죄송합니다.”

        

       “자주 듣는 이야기이니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내 대답에 머리를 긁적이던 아저씨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옷은 입고 오신 것 그대로 찍으실 건가요?”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위아래로 정장을 차려입은 건 나와 클레어 정도뿐이었고, 나머지는 얌전한 치마에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전체적으로 매우 얌전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클레어까지도.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준비한 뒤 바로 촬영 들어가도록 할 테니까요.”

        

       아저씨는 괜히 소매로 이마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진관은 많았지만, 미아가 예약한 사진관은 그렇게 크고 유명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뭐, 그래도 분위기 있고 괜찮은 곳이긴 했지만.

        

       어쩌면 미아의 성격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아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기한테 말을 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괜히 큰 스튜디오 같은 곳으로 갔다가는 잔뜩 있는 사람들과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자, 가운데 앉으신 분, 한 번 활짝 웃어보세요! 너무 굳으셨다.”

        

       가운데에 미아를 앉혀두고, 그 양옆에 샤를로트를 앉혔다. 그리고 그 주위를 나, 클레어, 앨리스가 감싸듯 선 자세.

        

       가족사진이라니 가족 사진 같은 분위기로.

        

       사진사 아저씨께는 우리 다섯 명 모두 자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너무 긴장한 미아의 얼굴이 전혀 풀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사진사 아저씨는 잠깐 고민하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곳에 있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장난감이 잔뜩 있는 한 침대였다.

        

       아마 돌사진 촬영용 침대인 모양이다.

        

       거기서 목이 길고 노란색인 오리 인형을 하나 든 아저씨는 카메라 앞으로 돌아왔다.

        

       “자, 미아 씨, 이거 보세요!”

        

       그러더니, 그 몸을 꽉 쥐었다가 손에 힘을 뺐다.

        

       꾸에엑, 하고, 그 고무 인형이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질렀다.

        

       “풉.”

        

       우리 다섯 명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요! 그 표정으로 잠깐만 있어 주세요!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카메라가 사진을 연사로 찍었다.

        

       아저씨는 카메라를 보면서 그 결과를 잠깐 확인하더니,

        

       “그럼 한 번 더 찍을게요!”

        

       그리고 인형을 한 번 더 눌렀다.

        

       한바탕 웃은 우리였기에 두 번째 때는 조금 차분하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

        

       미아도 얼굴에서 긴장을 조금 풀 수 있었던 모양이다. 두 번째 촬영 후, 아저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허리를 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한 번 확인하시죠.”

        

       그리고 카메라에 연결된 노트북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연사로 찍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누가 눈을 감았는지, 감지 않았는지, 표정이 이상하게 찍히지는 않았는지.

        

       그걸 모두 타이밍 맞춰 찍기보다는, 그냥 여러 장을 찍어 그중 확실하게 잘 나온 것을 고르는 편이 훨씬 편하니까.

        

       “이건 어떠세요?”

        

       우리 다섯 사람 모두 편하게 웃으며 카메라 쪽을 보고 있는 모습.

        

       “좋아요.”

        

       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대답하기 어려워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이게 소원이라고 했던 대로, 미아는 사진을 꽤 진지하게 골랐다.

        

       “아, 저기,”

        

       “네, 말씀하세요.”

        

       “한 장, 더 골라도 될까요?”

        

       미아는 내 쪽을 간절하게 올려다보았다.

        

       하긴, 사진을 대형인쇄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

        

       “네, 한 장 정도는 더 골라도 좋습니다.”

        

       “어휴, 저야 감사하죠.”

        

       나의 대답에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었다.

        

       미아가 고른 두 번째 사진은, 카메라 쪽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었다.

        

       처음 고른 것이 두 번째로 찍은,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편안하게 미소 지은 사진이라면, 두 번째로 고른 것은 처음 찍은 것이다.

        

       우리가 카메라 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면서 크게 웃는 모습.

        

       미아가 왜 골랐는지 알 것 같았다.

        

       “작은 것과 큰 것으로 인쇄하고 싶습니다. 큰 건 하나씩이면 되는데, 작은 건 사람 수대로 뽑을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작은 건 오늘도 되는데, 큰 건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요.”

        

       “네, 괜찮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셔서 액자를……”

        

       그 이후, 아저씨와 어떤 액자에 얼마나 큰 사진을 뽑을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

        

       “…….”

        

       집으로 돌아와서.

        

       미아는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사진 찍은 게 그렇게 좋을까?”

        

       클레어가 중얼거렸다.

        

       “그런 종류의 사진이나 초상화가 없다고 하니까요. 좋을 만도 하죠.”

        

       같은 방을 쓰는 샤를로트가 잠깐 보고 나온 바로는, 미아는 책상 위에 그 사진 두 개를 올려두고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 돌아갈 때도 가지고 갈 생각이겠지.

        

       “돌아가서, 사진 열심히 배워야겠다.”

        

       클레어가 말했다.

        

       “들고 다니는 카메라 말고도, 크고 비싼 카메라로 찍어서, 그때는 내가 찍어줄게.”

        

       “이쪽 세상의 카메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쓰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러니까 배우겠다는 거지, 언니.”

        

       클레어의 말에 앨리스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럼, 기대하고 있을게.”

        

       “응. 기왕이면 주기적으로 모여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게. 그럴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샤를로트와 미아의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거실로 나온 미아는 얼굴이 조금 붉었다.

        

       잠깐 문 앞에 우물쭈물 서 있던 미아는 우리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모두 함께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우리 모두 그러고 싶어서 한 건데요.”

        

       샤를로트가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앨범도 우리 사람 수만큼 사자. 그동안 찍은 사진들 인쇄한 거 있잖아? 그거 정리해서 한 권씩 들고 가면 될 것 같아.”

        

       클레어의 말에 미아의 얼굴이 환해졌다.

        

       “좋아.”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보았다.

        

       “그럼…… 실비아.”

        

       “예.”

        

       “내일은 네 차례잖아.”

        

       앨리스는 웃는 얼굴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뭐 정해둔 거 있어?”

        

       어…….

        

       그러게.

        

       오늘 하루 동안 미아가 원하는 걸 해주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도 떠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음.

        

       “너는 괜찮다고 하는 건 곤란해.”

        

       “맞아, 언니. 우리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거 다 말했는데, 언니만 입 꾹 다물고 있는 건 곤란하지.”

        

       앨리스의 말에 클레어가 옆에서 편을 들어주었다.

        

       그건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설마 지금 있는 순간이 원하던 거라거나, 그런 말은 하지 않겠죠? 그래서야 제가 원했던 것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

        

       샤를로트가 말했다.

        

       아니, 좀 겹칠 수도 있지.

        

       …….

        

       차라리 제일 먼저 말할 걸 그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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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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