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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8

       용선아를 둘러싸고 있는 얼음은 다른 시체들을 둘러싼 얼음들과 딱 한 가지가 달랐다.

         

       그것은 바로 얼음이 자라난 방향.

         

       섣부른 욕심으로 화를 입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얼음은 모두 그들의 등 뒤로 날카로운 가시 같은 얼음들이 자라나 있다.

         

       이는 수행신주로부터 쏟아지는 냉기에 앞부터 서서히 얼어갔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용선아의 얼음은?

         

       ‘정반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얼음은 등 뒤가 아닌 앞에 고드름이 자라나 있다.

         

       그 말인즉.

         

       ‘수행신주에 당한 게 아니야.’

         

       그녀는 수행신주에 당한 게 아니라는 것.

         

       일그러진 얼굴과 앞으로 무너져내리는 자세가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오염된 만년빙정을 정화하기 위해 제 기운을 쏟아내고 있는 그녀.

         

       그리고 기운이 다했을 즈음, 등 뒤에서 날아오는 불의의 일격에 당한 뒤 힘이 빠진 상태라 변변찮은 저항 한번 못 해보고 그대로 얼음 속에 갇히는 모습까지.

         

       ‘수행신주가 아닌 일행 중 한 명이…, 그녀를 공격했다?’

         

       만년빙정이 있는 장소는 북해빙궁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곳.

         

       더군다나 기운을 쏟아내고 있는 용선아의 뒤에 있으려면 어지간히 믿는 상대여야겠지.

         

       그렇다는 건 결국 그녀가 믿고 있던 누군가가 공격을 가했다는 뜻인데….

         

       백우진의 시선이 가장 먼저 용설란에게로 향한다.

         

       ‘용선아의 딸 용설란.’

         

       혈연으로 이어진 그녀야말로 무방비한 용선아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아닐까.

         

       ‘연 소저의 말이 사실인가.’

         

       지난밤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쏟아낸 그녀의 이야기에 더욱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속단은 이르다.

         

       용선아는 만년빙정에 온 기운을 소진한 상태.

         

       경지만 뒷받침된다면 힘 빠진 그녀의 뒤에 다가가 공격할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을 테니.

         

       그렇다면 여전히 진실과 거짓을 가릴 수 없는가?

         

       그것은 또 아니다.

         

       ‘방법이 생겼어.’

         

       용선아를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얼음 위에 손을 가져가는 백우진.

         

       파슷!

         

       얼음에 손을 대자마자 매서운 한기가 그의 손바닥 안으로 파고든다.

         

       신체 내부를 꽁꽁 얼려버릴 듯 차가운 기운을 제압하고 나면.

         

       두근…!

         

       그 뒤에 미약한 심장 박동이 손바닥을 타고 몸 전체에 전해진다.

         

       제 심장의 소리는 아니었다.

         

       그렇다는 것은 얼음에 갇힌 용선아의 심장이 아직 뛰고 있다는 뜻.

         

       제법 오랜 시간 얼음에 손을 댄 채로 기다리자, 또 한 번의 박동이 손바닥을 타고 흐른다.

         

       백우진은 처음 박동을 느낀 이후 두 번째 박동이 느껴지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대략 일각에 한 번 정도인가.’

         

       인간의 심장이 이토록 느리게 뛸 수는 없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심장의 박동을 극도로 느리게 만듦과 동시에 생명을 유지시키는 방법이 존재한다.

         

       ‘귀식대법(龜息大法).’

         

       생체 신호를 극도로 떨어트려 스스로 가사 상태에 접어드는 그것이라면 이러한 현상이 충분히 이해된다.

         

       ‘공격당해 얼어붙는 순간 귀식대법을 펼쳐 죽음을 면한 건가.’

         

       꽁꽁 언 얼음 속에서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에 대한 물음은 불필요하다.

         

       그녀는 빙공을 극성으로 익힌 북해빙궁 최고의 고수.

         

       사실상 그녀의 몸 자체가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이기에.

         

       얼음으로부터 손을 떼어낸 뒤 돌아서는 백우진.

         

       무리로 돌아가는 내내 그는 생각에 잠겼다.

         

       ‘전대 궁주 용선아가 살아 있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미치는 파장은 어마어마할 터.

         

       잠시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들어 올리자, 무리 사이에 용설란과 연희의 얼굴이 보인다.

         

       한쪽은 걱정을 한가득 품고 있고, 다른 한쪽은 덤덤하기 그지없다.

         

       백우진은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이용해 두 사람의 진짜 속내를 파악해볼 요령이었다.

         

       한 사람씩 불러내어 이 사실을 전했을 때.

         

       그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표정이 이번 일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요소가 되리라.

         

         

       * * *

         

         

       새하얀 세상에 내려앉은 어둠.

         

       만년빙정 앞까지 향했던 걸음은 다시 되돌아 와 야영지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로 인해 모아온 음기로 만년빙정을 정화하는 의식 또한 하루 뒤로 미루어진 상황.

         

       예기치 않은 계획의 변경은 오직 백우진 한 사람의 강권에 의하여 결정되었다.

         

       물론 무리를 이끄는 이들의 수장은 그가 아닌 용설란이기에, 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 백우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의식을 진행할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말없이 그의 의견에 따랐다.

         

       그리고 이제 물으려 한다.

         

       “말씀해 주시겠어요? 정화 의식을 뒤로 미루자고 하신 이유.”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차를 놔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

         

       자신을 응시하는 잔잔한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백우진이 입을 열었다.

         

       “그 전에 궁주께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요?”

         

       한 박자 늦게 새어 나오는 대답.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진지함에 저도 모르게 긴장한 탓이었다.

         

       “궁주께선 전대 궁주님이 돌아가시던 순간에 그 자리에 계셨습니까?”

       “예…? 아, 아니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용설란.

         

       이에 백우진이 재차 물었다.

         

       “확실합니까?”

         

       압박감이 잔뜩 실린 말에도 그녀의 대답은 변치 않았다.

         

       “백 대협께서 어째서 그때의 일을 물어보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사실이에요.”

         

       당시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전대 궁주이자, 어머니인 용선아가 만년빙정이 잠들어 있는 동굴로 떠나던 날.

         

       그녀가 떠나기 전까지도 용설란은 자기도 함께 가겠다며 떼를 썼다.

         

       그러나 그녀는 용설란을 끝끝내 데려가지 않았다.

         

       “어머니께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당시의 용설란은 훗날 용선아의 뒤를 이어 북해빙궁을 이끌게 될 소궁주였다.

         

       “아마 마음 한편으론 알고 계셨는지도 모르겠어요.”

         

       딸을 수련시킬 때를 제외하면 언제나 인자하던 그녀의 어머니는 그날따라 유독 냉정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의 걸음을 냉정하게 돌릴 만큼.

         

       그것은 제 딸을 지키기 위한 모성애이자, 북해빙궁을 위한 결단 아니었을까.

         

       “당신의 죽음을 알고, 그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했던 것일지도….”

         

       말끝을 흐리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는 용설란.

         

       허공을 향해 있는 그녀의 두 눈에는 사무치는 그리움이 짙게 녹아 있었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를 향해 준비해둔 말을 내뱉었다.

         

       “용 궁주님.”

       “네, 대협.”

       “궁주님의 어머님께선 아직 살아계십니다.”

         

       그녀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 * *

         

         

       야심한 밤.

         

       제게 배정된 천막에서 나온 백우진은 야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연희와 접선했다.

         

       “오셨습니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그녀.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예의 있는 행동을 유심히 살피며 백우진은 그녀가 제 침소를 찾아와 눈물 흘리던 순간을 떠올렸다.

         

       “연 소저.”

       “예, 대협.”

       “그대는 분명 내게 ‘궁주님을 살려달라’고 말했소.”

       “맞습니다.”

         

       차분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그녀.

         

       그러한 모습으로 하여금 당시 꺼냈던 말이 실언이 아니었음은 확실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그대는 알고 있었던 게로군. 궁주님께서 살아 계신다는 걸.”

       “예.”

       “그래서 내게 궁주님을 살려달라고 말한 것이었군.”

         

       그녀는 슬픔에 찬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대협이라면 알아차리실 수 있으실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고요.”

         

       첫만남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말은 앞뒤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의심의 여지 따위는 조금도 들어서지 못할 만큼 정확하게.

         

       “잠들어 계신 궁주님은 어떻게 깨울 생각이었소?”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대협께서 구해오신 내단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내단이라.

         

       그 말로도 그녀가 생각하고 있던 방법이 무엇인지 이해되었다.

         

       “내단을 통해 궁주님의 단전을 채워 귀식대법에서 깨어나게끔 유도하려 한 것이로군.”

       “정확하십니다.”

         

       백우진은 이쪽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응시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그대의 뜻은 이룰 수 없게 되었소.”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계획은 훌륭했소.”

         

       내단을 이용해 빈사 상태로 귀식대법을 이용해 깊이 잠든 전대 궁주를 깨운다.

         

       내용만 놓고 보면 충분히 그럴싸한 작전이었으나.

         

       “그것은 결국 궁주님께서 살아계셨을 때의 얘기 아니겠소.”

       “예…?”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연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살아 있을 때나 가능한 계획이라니.

         

       그 말은 꼭….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운을 떼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백우진.

         

       “애석하게도 내가 확인했을 땐 이미 궁주님의 숨이 끊어져 있었소. 제아무리 빙공의 고수라고 한들, 몸속 깊은 내상과 추위를 버티지 못하셨던 것일 테지.”

         

       길게 이어진 그의 말은 충격받은 연희에게 조금도 닿지 않았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어깨를 가벼이 두드리며 말을 잇는 백우진.

         

       “궁주님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으나, 내 그대의 복수는 도와주겠소. 악녀를 궁주 자리에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나 이 또한 그녀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끊임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끝없이 현실을 부정하던 그녀가 이내 제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백우진의 팔을 세차게 밀어낸 뒤, 곧장 몸을 날렸다.

         

       허공에 잔상이 남을 만큼 눈부신 속도.

         

       

       흐릿한 꼬리를 남긴 채 그녀가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만년빙정이 잠들어 있는 동굴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휴재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공지에 말씀드린 대로 까무룩 잠이 드는 바람에 공지도 제때 올리지 못했네요…

    누워서 편안하게 잠들면 참 행복한데, 왜인지는 몰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때가 있네요.

    그러다 보니 최대한 적게 자고 일어나려고 하다 보니 가끔 한 번씩 방전되고 마는 듯합니다.

    최대한 하루 관리 잘해서 연재 차질 빚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모자란 부분은 조만간 벌충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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