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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8

   눈의 신.

   니베라는 지금 전혀 생각지 못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눈이 녹아내리고 있는 광경.

   이는 같은 상급 신이 나타났을 때를 제외하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런 지금 눈이 한 사내의 등장에 의해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니베라의 눈이 사내에게 닿았다.

   니베라의 눈에는 당혹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눈이 녹아내린 것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저 사내의 정체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별이 하나?’

     

   상급 신이란 무수히 많은 별을 이룩해 은하에 도달한 자를 가리킨다.

     

   그러나 지금, 니베라의 눈에 보이는 크라슈는 누가 봐도 은하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크라슈에서 느껴지는 별은 딱 하나.

   그것도 눈이 멀어 버릴 만큼 거대한 별 딱 하나였다.

     

   ‘대체.’

     

   그가 살아온 기간 동안 이런 별은 처음 봤다.

     

   무수히 많은 별을 보았지만, 이 정도로 비대해진 별이라니.

   터무니없는 것을 목도한 기분이다.

     

   거대한 별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주변을 뒤흔들어 놓았다.

     

   중급 신들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상급 신 후보인 베리타는 조용히 숨을 당겨 쉬며 알게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만큼 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압박감이 모두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래서는 마치.

   별 하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지 않은가.

     

   [ 아이야. ]

     

   니베라가 입을 열자, 눈들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푸른 불꽃 속에 타오르던 눈은 어느새인가 다시금 불꽃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 그 기형적인 형태는 무엇이지? 신들을 놀리기라도 하려는 속셈이니? ]

     

   니베라의 겉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하급 신과 중급 신의 앞에서 적당히 취했던 모습이 하나의 개념으로 바뀌어 갔다.

     

   그만큼 지금 니베라는 불쑥 튀어나온 못을 보며 언짢음을 느끼고 있었다.

     

   크라슈의 얼굴은 등장했을 때부터 줄곧 니베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는 니베라와 직접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것도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상급 신이란 은하를 다루는 이들이다.

   그런 상급 신에게 고작해야 별 하나로 은하를 넘으려는 것은 상급 신을 욕보이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 현실을 몰라 오만하구나. ]

     

   어느새인가 니베라의 눈이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 내리는 눈 탓에 주위는 백색의 세계로 바뀌어 갔다.

     

   위압감 속에서 움직이지 못했던 중급 신들이 얼어붙어 가기 시작했다.

     

   쿵!

     

   그 순간 이를 목격한 베리타가 바닥을 찍었다.

   일순간 공간을 휘어잡은 위압감을 흩트려 놓은 베리타가 중급 신들을 홱 하니 돌아봤다.

     

   “너희들 여기서 당장 전부 꺼져!”

     

   베리타가 소리치자 뒤늦게 정신 차린 중급 신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여기 있다간 개죽음을 당할 것이란 걸 모두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니베라는 폭풍 같은 눈 속에서 크라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니베라는 뜻하지 않았겠지만.

   그가 오직 크라슈만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그는 스스로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크라슈는 그조차 경계해야 할 만큼 강한 상대다.

     

   화르르르륵!

     

   크라슈의 몸에서 또 한 번 치솟은 검푸른 불꽃이 눈을 녹아내렸다.

   이대로 먹구름까지 태워 버릴 작정인지 치솟는 불꽃을 보며 니베라는 기막힌 웃음을 삼켰다.

     

   [ 나와 대적할 마음이 가득한 것 같은데. ]

     

   니베라가 머리 위로 손을 들어 올렸다.

     

   쿠구구구구궁!

     

   그 순간 어디선가 진동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난 듯 황색 평야 전체를 흔들어 놓는 진동 속에서 니베라는 아랫것을 내려다보는듯한 시선으로 고했다.

     

   [ 그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직접 깨달으려무나. ]

     

   그리고 몰아닥친 것은 눈사태였다.

   황색 평야 사방 전체를 가득 메운 눈이 이곳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눈사태가 해일처럼 몰려오고.

   이윽고, 주위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눈이 몰아쳤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강!

     

   황색 평야가 완전히 눈사태에 덮이며 눈의 지옥도가 만들어졌다.

     

   니베라와 크라슈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자, 베리타는 눈에 휩쓸릴까, 싶어 급히 자신을 보호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곧 그녀는 하늘 위에서 보았다.

     

   오로지 백색만이 끝없이 존재하는 눈의 세계를 말이다.

     

   하급 신이 주로 태어나는 황색 평야는 중간계보다도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그런 곳이 온통 눈으로 덮인 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분명 눈에 휘말린 모든 이들이 눈 속에 파묻힌 채 명을 달리했으리라.

     

   베리타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아까 전 하늘까지 치솟았던 검푸른 불꽃은 어느새 꺼진 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눈에 파묻혀 생을 다한 것일까.

     

   아까 보았던 거대한 별이 떠올라 다시금 오싹한 기분을 느낀 베리타였지만.

   그녀는 상급 신이 보여준 폭거를 보며 깨달았다.

     

   분명 후보까지 올라왔음에도 자신과 상급 신의 차이는 까마득하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이 하나의 개념이 된 존재들.’

     

   천재지변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

     

   그때.

     

   쾅!

     

   소리와 동시에 베리타의 고개가 꺾였다.

     

   못해도 수백 미터는 될 두껍게 쌓인 눈.

   그 눈이 폭발하며 하늘로 치솟아 아래로 후두둑 쏟아 내렸다.

     

   베리타의 얼굴에 설마 하는 기색이 드러난 순간.

     

   화르르르르르륵!

     

   또다시 피어오른 검푸른 불꽃에 눈이 녹고, 거기서 사내 한 명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베리타의 눈이 부릅떠졌다.

     

   니베라의 눈은 일반적인 눈이 아니다.

   전부 눈의 신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힘이다.

     

   그것을 크라슈는 정면에서 대응해 눈의 장벽을 뚫고, 하늘로 치솟은 것이다.

     

   쿵쿵쿵!

     

   베리타의 경악이 스쳐 지나가는 사이, 니베라 또한 그런 크라슈를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눈 거인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몸에 달린 수십 개의 팔을 크라슈를 향해 뻗어왔다.

     

   그들이 휘두르는 팔 하나만으로 대기가 뒤흔들리고 지형이 바뀌었다.

     

   그러나 크라슈는 그런 눈거인 속을 스쳐 지나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도망칠 속셈인가.’

     

   베리타는 크라슈가 하계문을 통해 이전보다 강해졌음을 선명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급 신에게는 닿기란 무리라 판단한 건지.

   크라슈는 응수하지 않고, 계속해서 피하기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쿵! 쿵!

     

   눈거인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하늘에서 이만한 눈을 쏟았음에도 또다시 눈이 내리며 쌓이기 시작했다.

     

   황색 평야 전체가 오직 니베라의 손에 쥐어진 채 움직이고 있었다.

     

   크라슈가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있긴 하나.

   결국 니베라의 손아귀 속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이 광경을 전부 눈에 담고 있는 베리타는 확신했다.

   크라슈는 얼마 가지 않아 결국 제힘을 다해 잡힌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끝이다.

     

   눈의 신, 니베라가 크라슈를 보고, 분노를 느낀 그때부터.

   그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마이오스라던 중급 신 놈.’

     

   결국 눈에 파묻혀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중급 신들처럼 도망쳤는지는 몰라도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가 얼마나 허튼 생각을 마음에 품었던 것인지.

   크라슈에게 도래할 것은 이제 눈에 파묻혀 죽는 것밖에 없었다.

     

   [ 이놈! ]

     

   그 순간 니베라의 노성이 거칠게 울려 퍼졌다.

   크라슈가 쥐새끼처럼 피해 다녀 열을 받은 것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상급 신이 된 자가 고작 그 정도로 초조해질 만큼 크라슈가 약을 올린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니베라가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무엇인가.

     

   [ 그 검, 나를 얕보는 것이로구나! ]

     

   베리타가 뒤늦게 크라슈가 쥔 검에 시선이 닿았다.

   그리고 베리타의 눈이 서서히 커져 가기 시작했다.

     

   크라슈의 검.

   그 검 한 자루에 지금 불꽃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것도 주위 세계가 일그러지기 시작할 만큼 막대한 불꽃이 말이다.

     

   오싹!

     

   베리타의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

   베리타는 크라슈가 수가 없어 도망만 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그의 별이 인식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너무나 거대한 탓에 베리타조차 힘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개념으로 세계를 보고 있는 니베라만이 이를 알고, 지금 크라슈를 향해 소리쳤다.

     

   “얕보기는.”

     

   그러는 순간 눈거인의 공격을 또 한 번 회피한 크라슈가 입을 열었다.

     

   “네놈이 강한 걸 아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꺼내는 거지.”

     

   니베라는 크라슈가 싸우는 방식을 모른다.

   정확히는 신들은 인간이 싸우는 방식을 모른다.

     

   그들은 타고 나기를 무한한 힘을 다룬다.

   하물며 상급 신이라면 그들의 힘은 더더욱 무한대에 가깝다.

     

   니베라는 상급 신으로 지내온 시간이 하급 신과 중급 신을 합쳐도 훨씬 길다.

   그에게 있어 힘이란 당연하고, 이는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는 알지 못했다.

   약자가 싸울 때 자기 이빨을 어떻게 갈고 있는지를 말이다.

     

   철저하게 약자로 살아봤기에.

   평생토록 악착같이 갈았던 크라슈의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또한.

     

   쿠궁-

     

   먹구름의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불어닥치던 눈 폭풍의 방향이 뒤틀리며 어딘가로 퍼져 나갔다.

   바람의 방향이 어긋난다.

   하늘을 비추던 항성의 빛들마저 제멋대로 꺾인다.

     

   베리타가 넋을 놓듯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느새인가 세계 전체가 한 사내에게 뒤틀리며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보았다.

     

   이건, 대체 무슨 광경일까.

     

   그러고보니 딱 한 번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이와 비슷한 것을 느낀 적이 있다.

     

   밤하늘에 박혀 있던 검은 구멍.

   욕심 많은 그 구멍은 빛마저 집어삼키며 막대한 힘을 소멸시키고 있었다.

     

   그런 지금.

   크라슈에게서 검은 구멍과 같은 힘이 느껴진다.

     

   세계 자체가 어긋난 힘.

   거대한 별 하나가 별을 넘어 은하까지 집어삼키려는 탐욕스러운 욕심.

     

   그 욕심에 의해 만들어진 검푸른 불이 세상을 태우려 하고 있다.

     

   콰가가가가각!

     

   그 순간 황색 평야를 이루는 세계보다 거대한 초거대 눈거인이 삼라만상을 뚫고 상체를 일으켰다.

     

   니베라조차 크라슈의 흐름을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꺼낸 비장의 수였다.

     

   삼라만상의 위에서 몸을 움직인 초거대 눈거인이 그대로 손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니, 니베라 님!”

     

   베리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녀가 지금 하는 행위는 황색 평야는 물론 세계 자체를 부숴 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베리타는 그런 그를 말릴 수조차 없었다.

     

   세계에 종말을 고하듯.

   하늘을 전부 뒤덮으며 내려오는 주먹을 멍하니 본 순간.

     

   화륵-

     

   아주 짧게.

   불꽃이 피어오르는 소리가 베리타의 귀에 스쳐 갔다.

     

   정지해 버린 듯한 시간 속.

   하늘을 가득 메운 초거대 눈거인의 그림자 아래.

     

   크라슈는 입에서 새하얀 연기 같은 숨이 흘려 내보냈다.

   이윽고, 그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워진 이 검을 내려오는 하늘을 향해 뻗어냈다.

     

   역천멸화(逆天滅火)

   일식(一式)

   역멸(逆滅)

     

   푸른 화염의 빛이 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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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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