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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8

    그렇게 루크는 아이들의(주로 머리가 맘에 안 든 파이리스의) 칭얼거림을 겨우겨우 달래고 나서야, 마침내 욕탕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가 있었다.

    “하아.”

    루크의 한숨에 예르나가 곁으로 다가와 위로하듯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예르나의 위로에 루크는 가볍게 어깨 위에 얹어진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볼을 가져다 대었다.

    그것은 딱히 루크에게 무언가 깊은 이유나 계산이 있어서 나온 행동은 아니었다.

    루크 자신도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모르는, 그런 행동.

    단순히, 마치 목마른 이가 물을 찾는 것과도 같이, 충동적이고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고양이가 사람의 손에 응석을 부리는 것과도 닮아 있었다.

    그 모습에 예르나는 그저 웃으며 물었다.

    “수고했어, 루. 언니노릇이 많이 힘들지?”

    “음, 그러네요.”

    예르나의 말에 루크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어딜 가나 아이들을 먼저 챙기고 다뤄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임과 동시에 굉장히 지치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있으면 당연히 느긋하게 즐기는 건 힘들거라 예상은 했다만, 그래도 벌써부터 이렇게 지칠 줄이야.

    물론 아이들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루크는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과, 환하게 미소짓는 모습들을 보며 내심 즐거워하곤 했으니.

    허나 제아무리 아이들이 좋다고 한들, 아이들의 모든 부분을 좋아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의 마법사인 루크에게, 아이들을 챙겨야하는 지금의 상황은 꽤나 버거운 상황이기도 했다.

    타인에게 속박되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루크의 성향 자체가 누군가를 챙기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아, 차라리 이곳에 혼자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쯤이면 벌써 다이튼은 혼자서 실컷 목욕을 즐기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혼자만 성별이 달라서 다른 욕탕을 쓰고 있는 다이튼이 참 부러울 지경이었다.

    루크는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다이튼이 부러워요. 돌봐야하는 아이들이 없어서. 아마 지금쯤이면 혼자서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고 있을 테죠.”

    그런 루크의 칭얼거림에, 예르나는 루크도 여러모로 어른스러운 듯 보여도 아직 아이는 아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이렇게 컸어도, 루크는 아직 10살이다.

    너무 어른스럽기를 바라는 것도 안 좋은 거지.

    예르나는 그런 루크를 다독이며 말했다.

    “아하하, 아마 다이튼은 혼자라서 외로워하고 있지 않을까? 그 애는 의외로 외로움을 많이 타니까.”

    그 곰같은 인간이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설마.

    루크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이튼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왔을 예르나가 하는 말이었기에 루크에게는 무어라 반박을 할 근거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루크는 예르나에게 적당히 동의하는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그럴지도.”

    그렇게 대충 대답한 뒤, 루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복도에는 루크와 마찬가지로 동대륙의 의상을 입은 채로 돌아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을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욕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쩌면 시설의 규모가 넓어서 욕탕으로 가는 길 또한 꽤 길어진 모양이다.

    그제서야 루크는 어차피 곧 온천에 도착해서 목욕할 때엔 옷을 벗을 텐데, 왜 굳이 이런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여성밖에 없는 공간이라고 해도 걸친 것 없이 알몸으로 이 긴 복도를 걷는 것은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겨울이라 날씨가 춥기도 했고.

    복도에 불어오는 찬 바람에 루크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각이 좋아졌기 때문일까, 이곳에서 느껴지는 바람에서는 온천에서 흘러온 다양한 향을 맡을 수가 있었다.

    “흐음.”

    문득, 소금과 유황, 또는 철 등이 온천에 혼합되어 풍기는 그 미묘한 향이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불어오는 바람도 더 강해진 느낌이 들고.

    이제는 온천과 상당히 가까워진 모양이지.

    그 때, 예르나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루크, 저기좀 봐.”

    루크가 예르나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복도의 한쪽 벽면이 사라지고 난간으로 바뀌는 구간이 있었다.

    아마도 복도 안쪽에서 밖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의도하고 설계된 모양이다.

    음, 저기에선 바깥의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것 일까?

    호기심이 든 루크는 난간쪽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루크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난간에 매달려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오오!”

    정말이지 멋진 장소였다.

    돌이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정갈하게 깔린 멋진 지붕이 돋보이는 동대륙 풍의 목제 건물, 깔끔하게 깔린 돌길과 조형물들, 역동적으로 자라난 푸른 소나무, 그리고 그런 풍경을 장식하듯 한쪽의 작은 절벽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호수가 만들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이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계산이, 루크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루크는 더더욱 그 풍경에 매료되었다.

    정성이 들어간 만큼 마법적인 효과가 높아지는 마법의 특성상, 이는 엄청난 수준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자신의 꼬리가 제멋대로 붕붕 휘둘리고 있다는 것 조차도 깨닫지 못했을 정도로.

    다만, 이곳에서 한가지 신경쓰이는 점을 꼽자면, 저 아름다운 풍경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었다.

    그 자연스러운 모습에 루크는 일순간 저들이 혹시 정령이 아닐까 착각을 하고 말았을 정도다.

    아마 여인들의 다양한 연령대와 종족만 아니었더라면, 마지막까지 이상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만약 정령이 아니라면 대체 저 여인들은 저 풍경에서 대체 무엇을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예르나가 다가와 중얼거렸다.

    “와아, 정말 멋지다. 저기가 아까 직원이 말한 노천탕인가봐.”

    그 말에 루크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예? 저게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온천이라고요?”

    맙소사, 그게 사실이라면 이것은 과거의 온천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가 아닌가!

    고작 온천에 이 정도로 높은 마법적 가치를 부여하다니!

    그렇게 루크가 경악하고 있는 사이.

    “온천!”

    파이리스는 루크의 온천이라는 말에 반응해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온천이 눈앞에 있다는 말이 아닌가!

    파이리스는 반가움에 마치  곧장 아래로 뛰어내릴 듯이 난간을 붙잡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니, 실제로 뛰어내릴 생각일지도.

    그 모습을 본 디아나는 경악했다.

    “으아! 파이, 뭐해! 여긴 2층이야!”

    디아나의 비명에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루크와 예르나.

    “뭐? 파이리스, 지금 제정신인가!”

    “파이, 위험해! 내려와!”

    “응!”

    그 말에 파이리스는 난간에서 내려왔다.

    그러니까 곧장, 온천으로 뛰어내렸다는 말이다.

    -풍덩!

    온천의 물이 사방으로 튀겼다.

    “꺄아악—!”

    여인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래도 천만다행인지, 파이리스를 포함해 다친 사람은 없었다.

    파이리스가 뛰어내린 노천탕의 온도가 꽤 높았는지, 화들짝 놀라서 곧장 탕의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지만.

    그건 참 웃기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남들에게 ‘정령은 아픔이라는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도 못할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것으로 파이리스는 온천에서 지정한 네가지의 금지사항 모두를 한번에 어기고 말았다는 것이다.

    1.탕에 다이빙하지 말 것.

    2.탕에 옷이나 수건을 입고 들어가지 말 것.

    3.탕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샤워를 할 것.

    4.탕 밖에서 소리지르거나 뛰어다니지 말 것.

    뛰어내리지 않고 바로 옆의 계단을 통해서 정상적으로 내려왔다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주의사항들.

    이 모든 금지사항을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모두 어기려면 그것도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겠지.

    그 덕에 루크와 예르나는 온천욕을 즐기던 여인들과, 비명을 듣고 달려온 직원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정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아량이 넓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보상금을 지급하라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런 짓을 태연하게 저지른 파이리스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바로, 루크의 손에 잡혀 머리를 감겨지고 있었다.

    탕에 다시 들어가려면 일단 몸을 씻어야 하니까.

    머리도 탕에 뛰어들어서 온통 젖어버렸고 말이다.

    “언니, 나 눈에 거품 들어갔어어!”

    “으이그, 그러니까 눈 꼭 감고 있으라고 했잖느냐.”

    그러니까 눈을 꼭 감고 있으라고 했건만, 그새를 못 참고 눈을 떴던 모양이다.

    루크의 말에 파이리스는 변명하듯 말했다.

    “하지만 눈 감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걸.”

    “머리 감을 때 정도는 아무것도 안 봐도 되잖아!”

    “그치만-.”

    “조용, 자꾸 말하면 입에도 거품 들어가니까 입 다물거라.”

    루크는 파이리스의 말을 끊으며 파이리스의 머리에 바가지로 물을 쏟았다.

    -촤아악-.

    “정말 사고뭉치라니까.”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그야말로 사고뭉치라는 칭호에 걸맞는 짓이 아닌가.

    “푸훗!”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예르나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의 타이밍이 신경쓰인 루크가 묻는다.

    “갑자기 왜 웃으시는 거죠?”

    “하하하, 아, 그게.”

    예르나는 웃음을 서서히 잦아들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루하고 처음에 만났을 때가 생각나서. 그때는 너도 변기로 머리를 감는 바람에 내가 다시 머리를 감겨줬잖아? 그게 갑자기 생각나네. 그때도 내가 입에 거품 들어간다고 했는데, 어찌나 재잘대던지—.”

    “뭐야, 언니도 그랬어?”

    그 말에 루크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 그건 옛날 얘기잖아요! 이제는 절대 안 그래요!”

    “옛날이라니, 고작 1년 밖에 안 된거 같은 걸.”

    아니, 실제로 1년밖에 안 되었던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목욕씬 삽화를 그릴까 말까, 엄청 고민을 해 봤는데요, 생각해보니 막상 또 지금 안 그리기엔 또 너무 그렇잖아요?

    그래서 수위를 고민하다가 도라에몽, 코난등을 참고하여 전체연령가 수준의 수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그려봤습니다.

    그런데 도라에몽이랑 코난이 전체연령가인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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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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