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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9

       

        

        

        

        

        

        

       “망할, 시즌 초라 그런지 잡히는 애들 꼬라지가 하나같이…아….”

        

        

        

        매칭이 끝나고, 팀과 맵이 정해진다.

        

        그 밑에 써있는 랭크 게임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빛났다.

        

        이제는 글로리 앤 아너를 3년째 즐기고 있는 이름없는 한 유저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함께 매칭된 아군의 면면을 살피기 시작했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후회했다. 숫자와 픽토그램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전적들 중 제대로인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한숨을 터뜨린 그가 아군의 프로필을 빠르게 살피기 시작했다.

        

        

        

       “…전 시즌 기준으로 실버 3, 골드 4, 골드 3, 한 명은 심지어 언랭이고, 다른 한 명은 실버 1인가. 진짜 밸런스 패치 기가 막히게 하네.”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챌린저.

        

        글로리 앤 아너의 랭크 시스템은 실로 직관적이었다. 각 티어의 명칭이 뭔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으니 –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러한 표기법을 따르던 과거 모 데스크탑 게임, 그 중에서도 랭크 게임의 특징조차 그대로 가져온 감이 있었다.

        

        통칭 ‘브실골’이라고 불리는 고만고만한 실력대의 유저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승급전은 실로 난장판이었다는 점, 항상 그렇듯이 몇 판 돌리기만 하면 다음 티어로 넘어가지 못하는 만년 수문장들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모든 게임이 다 그렇듯이 트롤이 존재한다는 점….

        

        물론 데스크탑에서 VR로 플랫폼이 이동함에 따라 실제로 얼굴을 보고 – 비록 아바타지만 – 같이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트롤의 비율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방향성을 바꾸었을 뿐.

        

        

        

       “…하, 얘는 뭔…아, 이번 판 개쳐망했네. 뭔 쌍검충이….”

        

        

        

        그 중 가장 첫 번째로, 글로리 앤 아너의 경우 – 일부러 엿같은 무기만 써서 의도적으로 패작을 하거나, 혹은 자기 혼자만의 즐겜 메타를 행하는 것이었다.

        

        물론 일반 게임에서라면…같은 팀으로 만나는 경우에는 짜증이 좀 나겠지만, 적으로 만나면 그만큼 꿀잼인 것도 없었다.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분위기가 유쾌해지는 경우도 있었으니 – 하지만 당연하게도, 랭크에서 같은 팀으로 만날 경우에는 아니었다.

        

        그마저도 배치고사에서는 더더욱!

        

        

        

       “…아, 오늘 랭크 물 완전히 대차게 꼬라박은 것 같은데, 이 판만 끝나고는 게임 꺼야겠다.”

        

        

        

        맵은 템플 가든, 그 와중 적 팀에는 전 시즌 플래티넘 2로 랭크를 마감한 괜찮은 실력자가 둘이나.

        

        그는 전 시즌 플래티넘 승급전의 문턱을 몇 번 정도 밟아본 경험이 있었고, 해당 영역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몸소 체감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 각 클래스와 무기의 사정거리, 그리고 공식 지원 공격 모션과 스킬이 무엇인지를 줄줄이 꿰고 있으며, 치졸할 정도로 얍삽한 플레이가 주류인….

        

        커뮤니티에 박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의 화를 유발하는 스팸질 역시도 공공연하게 이뤄졌으며, 시간을 질질 끌며 의도적으로 교전을 피하는 등의…내가 하면 전략성 플레이고, 남이 하면 강아지의 성기처럼 플레이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끌기 역시도 성행했다.

        

        그런 사람이 적 팀에는 두 명이나 있었다.

        

        이 판에서 가장 실력자인 것은 본인 뿐인데.

        

        

        

       “이러니까 망할 놈의 순교자 클래스 픽을 안 할 수가 없다, 진짜로.”

        

        

        

        순교자.

        

        오른손에는 바스타드 소드, 왼손에는 카이트 실드를 든 기사의 표본.

        

        성능은 무난하게 좋았고, 3인 이상이 다굴을 치는 것만 아니면 1 : 2 교전에서도 꽤나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는…이른바 국밥픽이자 상위 티어에서는 그닥 보기 힘든 클래스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해당 클래스는 아군과 조합을 맞춰 시너지를 유발한다기보단 이른 바 솔로 플레잉에 훨씬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 반대로 말하자면, 아군의 상태가 그닥 신통찮을 때 혼자라도 살아남아 거점을 지키고 킬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캐릭터기도 했지만.

        

        클래스가 하나둘씩 정해지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상위 티어에서는 누가 말하지조차 않아도 자동으로 맞춰지는 공방 조합…같은 건 없었고,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골라댄다.

        

        예상한 결과였다.

        

        

        보이스가 켜지며 팀원 간 인사가 시작된다.

        

        그는 그닥 의욕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예…여러분, 반갑구요. 제가 그래도 이전 시즌 플레2에서 마감한 사람이니, 게임 시작하기 전 딱 한 번만 제 오더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막 거창한 건 없고, 간단하게 A3B3, 혹은 C3B3 전략으로 갑시다. 아시겠죠?”

        

       “네에.”

        

       “게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분도 한 명 계시니 추가로 설명드리자면, 왼쪽 세 명이 A 혹은 C로, 오른쪽 세 명은 B로 가는 전략입니다. 맵 자체가 대성당이랑 같은 구조니 개별적으로 잘 막기만 해도 괜찮을 거예요. 좀 뚫린다 싶으면 미니언 그쪽으로 보낼 테니 힘들면 바로 말해주시고.”

        

       “알겠습니다.”

        

       “끝나면 ‘이 사람이 오더했음’ 버튼 한 번씩만 눌러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잘 해봅시다.”

        

        

        

        물론 그는 그닥 그걸 믿지 않았다.

        

        거기에 더욱 공교로운 점이 있다면, 그 자신을 포함하여 B로 가는 유저들 중에는 전 시즌 기록이 하나도 없는 뉴비 유저가 끼어있단 점일까. 그닥 느낌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뉴비 분은 그냥 돌아다니는 적 미니언만 잡아주세요. 옆에서 간간이 협공 해주시고.”

        

       “어떻게 활동하든 그닥 상관없다는 듯한 느낌이로군요.”

        

       “…뭐, 예. 그렇죠.”

        

        

        

        …저 세상을 달관한 듯한 말투는 또 뭐란 말인가.

        

        하지만 저런 사람들은 대개 깊게 말을 섞으면 그다지 끝이 좋은 법이 없었으므로, 그는 대충 말을 흘리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전투 시간은 15분.

        

        일반 게임과는 전혀 다른 묵직한 고동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왼쪽은 A로, 나머지는 B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적은…B에 4, C에 2인가.’

        

        

        

        전력질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A, B, 그리고 C에 도달하기까지는 채 20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 와중 A에서는 아무런 조우가 없었다고 하였으며, B로 향하던 와중 저 건너편에서 미니언이라고는 도통 생각되지조차 않는 네 명의 유저들이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C는 붉게 물들고 있다.

        

        그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A로 간 유저들이 해당 구역을 점령하자마자 B로 오지 않으면 자신들은 중앙 구역에서 완전히 쌈싸먹힐 예정이라는 사실 정도 – 아군 통신을 통해 그 사실을 빠르게 주지시킨 다음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미니언을 썰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20초 정도가 지났을까, 주황색과 파란색의 시체들이 빠르게 증발함과 동시에 3 : 4의 대결 구도가 성립되었다.

        

        

        

       ‘…닌자에 수호자, 대방패, 방랑자. 아주 엿같은 애들은 다 데리고 오셨구만.’

        

        

        

        사슬낫, 중국식 대도, 대방패, 메이스. OP캐란 OP캐는 죄다 들고 왔다.

        

        아군은 폴암과 바스타드 소드, 그리고 단검으로 무장하고 있었으며 수적으로도 열세였으니…적이 취할 방법론은 하나였다 – 대방패를 앞세워 가장 리치가 긴 무기를 든 유저를 봉쇄한 다음 하나씩 패죽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려하던 바로 그 상황이 시작되었다.

        

        

        

       “돌격-!”

        

       “뭉쳐요, 뭉쳐! 대방패 무시하고 A에서 아군 올 때까지 버텨요!”

        

        

        

        결국 이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추후 있을 6 : 6 한타에서 이기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기론 이 방법 역시도 파훼법이 있었다 – 그것이 무엇이냐 하니, 아예 전열을 정면에서 쪼개버리려는 듯 대방패를 든 유저가 직선으로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세 명은 각자 쪼개졌고, 모두가 한 명, 혹은 재수가 없으면 두 명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이 경우, 가장 약한 것으로 추측되는 유저에게 두 명이 붙는 것이 국룰이었다. 바로 그 이유로 인해 그는 전투와 동시에 누가 봐도 약해보이는 더블-대거 유저를 확인했다.

        

        물론, 상황은 그가 예상하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커헉…!”

        

       “미친, 다가가지 마! 이 사람 너무 빨라!”

        

        

        

        사슬낫과 메이스 유저, 그리고 아군 쌍검 유저.

        

        누가 봐도 후자가 순식간에 초살당할 것만 같았던 전투였지만, 실로 예술적인 거리 재기를 통한 회피가 몇 번이고 이어진 뒤 – 쌍검 유저는 방랑자가 한 바퀴 돌며 돌려차기를 시전하는 순간 순식간에 안으로 파고들었다.

        

        시리도록 푸르게 빛나는 녹갈색의 길다란 단검 날. 그것이 허벅지의 두꺼운 가죽 갑옷을 순식간에 관통하는 순간, 끔찍한 비명소리 – 사전에 성우가 녹음한 – 와 함께 금빛의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라 허공에서 반짝거렸다.

        

        

        

       “…세상에, 저게 뭐야.”

        

        

        

        푹.

        

        방랑자가 돌려차기 자세 그대로 넘어짐과 동시에, 아군 단검 유저는 보이지조차 않는 속도로 추가타를 가했다. 왼손으로 오른쪽 허벅지를 찌름과 동시에 오른손의 단검으로 얼굴에 통째로 칼날을 박아넣은 것이었다. 적중 지역은 보는 사람 기준 오른쪽 눈이었고.

        

        단검이 얼마나 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강하게 찔렀는지 날의 끄트머리가 뒤통수를 뚫고 튀어나올 정도. 그러던 와중 그녀는 즉사 판정을 받은 방랑자 유저가 금빛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뒤로 한 채 두 자루의 단검을 즉시 회수했다.

        

        

        

       “말도 안 돼.”

        

        

        

        닌자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아까와 같은 기세가 없는데, 안 오면 이쪽이 가도록 하죠.”

        

        

        

       -또야?????글아너와서도양학이야???????????

       -어휴또역보정있다고구라쳤네비얌수듄ㅋㅋㅋㅋ

       -아니ㅅㅂ사람을칼질2번으로 골로보낼수가있어요진자루???

       -반응 느린 거 보면 역보정 걸려있는 것 같긴 한데…그렇긴 한데….

       -이사람왜혼자 글아너 버그판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휘릭.

        

        단검의 포지션 변경을 위해 손 안에서 한 바퀴 돌리자 금빛의 액체가 주변으로 엷게 흩뿌려졌다. 템플 가든을 비추는 태양빛이 자잘하게 부서지는 금색 핏방울에 부딪히며 초현실적인 광경을 빚어내는 가운데, 나는 다음으로 내게 칼을 들이댄 유저를 직시했다.

        

        또다시 사슬낫 유저. 인터넷에서 사슬낫단이라고 불리우며 필사적으로 가입 유저를 찾는 것치곤 사방팔방에서 꽤 많이 보인다. 아마 사슬낫단이란 단어 자체가 일종의 밈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길었다. 본디 들고 있는 무기의 리치가 짧으면 상대방이 공격하기를 기다렸다가 허점을 파고들어 역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만, 사슬낫은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리치 자체는 나랑 비슷했다.

        

        강공격이니 약공격이니, 회피 공격이니 반격이니 그런 건 상관없다.

        

        눈 앞에 있으면 리스폰창으로 사출시켜줄 뿐이다.

        

        

        

       ───챙!

        

        

        

        파고든 뒤 내지른다.

        

        역시 게임은 게임이다. 다루기 힘든 낫으로 일반적으로는 반응조차 할 수 없는 안구 찌르기 공격을 막아내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단검을 두 자루나 든 사람을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에서 맞이하도록 놔둔 것 자체가 안일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지근거리에서 적의 무장과 갑옷을 스캔한다. 팔은 부분적으로 방어되고 있으며, 경무장이 그렇듯 겨드랑이와 가슴 부분을 잇는 부분은 두꺼운 천으로 보호되었고, 복부는 논외, 허벅지와 목 부분은 마찬가지로 두꺼운 천으로 둘러진 상태.

        

        칼이 박힐 곳이 많은 이상 조급해질 필요가 없었다.

        

        

        

       “윽…!”

        

        

        

        한 번.

        

        수평으로 휘둘러지는 사슬낫을 피한 뒤, 발차기를 예상하고는 한 바퀴 휘돌면서 허벅지를 찌르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기민한 반응에 베기로 선회. 그닥 깊은 상흔은 남기지 못했다. 적이 나직하게 뱉은 음성 – 물론 성우가 녹음한 – 이 유효타임을 알려줄 뿐.

        

        오른손에 든 단검을 위로 던짐과 동시에 수평베기를 물러서며 회피. 그러나 이 한 발자국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고, 왼손의 단검을 역수로 전환함과 동시에 전진 가속. 오른손으로는 깊숙히 찌르기 위해 폼멜을 누른다.

        

        그러나 막혔다. 정확하게는 검을 내지르는 왼손의 팔뚝 부분이 블로킹을 당한 것이었다. 계속해서 힘을 준다면 쇄골 쪽에 단검을 박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효타라고 하긴 어려울 가능성이 높았기에, 1차 공격이 실패한 순간 발로 복부를 걷어차며 떨어지는 단검을 회수.

        

        날아드는 사슬낫을 고개를 숙여 회피한 뒤 재차 달려든다.

        

        

        

       “흡…!”

        

        

        

        차르륵!

        

        던진 사슬낫을 회수하기도 전에 파고든다. 왼손의 사슬낫으로 내려찍는 모션. 즉각 정지한 뒤 몸을 활처럼 굽혀 피해낸 다음 몇 번의 페이크 공격. 두 개의 무기가 그리는 살상구역이 서로 겹치며 몇 번이고 쇠가 긁히는 소리가 터져나왔고, 기이할 정도로 예술적인 검로가 허공을 유려하게 갈랐다. 

        

        솜털 하나의 감각마저 느낄 수 있는 집중의 영역. 그러나 반대로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법이었다.

        

        오른손목을 튕겨 단검을 허공으로 던짐과 동시에 일순간 적의 시선이 해당 방향으로 튀어오른다. 그러나 사각지대에서는 다시금 단검을 깊숙히 박아넣기 위한 사전 작업이 벌어지고 있었고, 왼손에 들려있는 나이프는 어느새 역수로 변환된 상태.

        

        그것이 텅 비어있는 왼쪽 겨드랑이 부분을 아래에서 위로 가로지른다.

        

        

        두꺼운 천이 잘려나가고, 그 안에 숨겨진 피부와 근육이 칼날과 맞닿는 순간 비명이 터져나왔다.

        

        

        

       “크하악…!”

        

        

        

        내 기준 왼쪽 팔, 상대방 기준 오른쪽 팔이 봉인된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온 왼팔은 다시금 아래로 하강할 수 있는 위치였고, 역수로 잡은 칼날의 끝은 상대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리버스 그립 상태에서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며 베어내고, 그대로 내려찍는다.

        

        쇄골 안쪽을 사선으로 파고든 칼날은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깊이였고, 목 언저리에 존재하는 모든 동맥을 싸그리 절단하며 폐를 찢어내기에는 더없이 최적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거, 흐, 그허….”

        

        

        

        깊숙히 들어간 칼날을 그대로 비튼 순간 적의 눈동자가 그대로 위로 돌아가더니, 그 자리에 엎어져 금빛의 폴리곤 파편으로 변했다.

        

        땡강. 그런 소리와 함께 아까 손목 스냅으로 허공에 집어던졌던 단검이 돌바닥 위로 힘없이 떨어졌다.

        

        얕게 한숨을 토해내었다.

        

        

        

       ‘…단검은 사람 한 명을 죽이는 데 수고가 너무 많이 들어간단 말이지.’

        

        

        

       -멋있긴 한데…진짜 개쩔긴한데….

       -단검이 깔짝충이라는 새1기들은 다 뒤졌냐???????

       -아니 진짜 이쯤되면 무서워질라그래요 선생님진짜루

       -팩트)대검이나 도끼들면 더 무서워진다

       -그도 그렇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언가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지만, 실제로 이뤄진 전투는 꼴랑 6초나 될까. 그렇게 보자면, 나는 대략 20초 정도의 시간 사이에 2명을 리스폰창으로 사출해준 거나 다를 바 없었다.

        

        한편 그것과는 별개로, A가 아군에게, C가 적군에게 점령되었다는 내용이 동시에 떠올랐다.

        

        B에서의 교전 구도는 어느새 3 : 2로 변했고, 남은 것은 대방패를 든 유저 한 명과 중국식 대도를 든 수호자 유저 한 명. 이미 이전에도 몇 번 겪어본 적 있는 클래스였다.

        

        그래도 두 명은 잘랐으니, 이제부터는 조금 페이스를 늦춰볼까.

        

        

        

       “이쪽은 정리 끝. 도와줄 거 있는지.”

        

        

        

        그 순간.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말하자마자 어쩐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유저가 나를 쳐다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뭐. 점령 구역에 적이 아무도 없으면 그게 페이스 조절이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리빙포인트)적을 다 죽이면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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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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