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39

       확실히 신선들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되었네요.

       

       저 분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의 격을 초월하신 분들.

       

       우화등선을 통해 새로운 격을 손에 넣은 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이 대지 위에서 활동을 해주시니 식량의 배급이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더욱이 좋았던 부분은 신선분들께서 대지에 새로이 생기를 더해주셨다는 것이겠죠.

       

       요리사이자 연금술사인 저는 비료를 통해 서서히 대지를 회복시키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신선분들께서는 그냥 자신의 도술로 외신의 기운을 흩어버리고 대지에 남아있는 생기를 복 돋아 주는 것으로 순식간에 대지를 회복시켜 보이시더군요.

       

       아직 첫 날이기에 그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같은 방식으로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그 대지는 생명이 피어날 수 있는 대지로 변화하게 되겠죠.

       

       거기까지 도달한다면 각지에서 알아서 자생이 가능해질 테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들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게 될 거고요.

       

       이렇게 되면 예정했던 것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지원을 줄여 나가도 괜찮겠어요.

       

       본래는 두 달에서 세 달 정도 여유를 두고 천천히 지켜 볼 생각이었지만 이럼 그렇게까지 기간을 길게 잡을 이유가 없죠.

       

       한 달 정도 충분한 식량을 배급하는 것으로 기력을 회복시킨 후. 서서히 식량을 줄여가면서 스스로 식량을 수급하게 만들어야죠.

       

       언제까지고 보급에 의지하게 내버려둬선 또 다시 멸망을 마주하게 될 뿐이니까요.

       

       일단 아직 신선분들께서 활동을 하고 계시는 상황이니만큼 나중에 보고가 들어오면 다시금 상황을 정리하도록 하죠.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것들을 모두 눈에 새긴 반그로우는 서류를 내려놓고 길게 기지개를 켰다. 이렇게 진지하게 일을 하는 게 오랜만이라 그런가 영 몸이 안 따라주네요.

       

       예전에는 며칠 정도 밤샘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저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까요.

       

       ‘하? 무엇이 잘못됐다는 게냐!’

       

       반그로우 빨리 이 곳에서의 일을 끝마치고 식당으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옆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린 반그로우는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백호의 모습에 미간 미간을 찌푸렸다.

       

       “백호님. 지금 대체 뭘 하시는 건가요.”

       

       누구는 좋아하는 요리도 못 하고 서류를 붙잡고 있는데 누구는 여유롭게 스마트폰이나 들여 보고 있다니.

       

       아무리 신수님이라지만 이건 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반그로우의 질책을 들은 백호는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가 이내 어색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저어. 믿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일이요?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여자가 나오는 영상을 보고 있는 게?”

       “이건 그냥 영상이 아닙니다.”

       “그럼 뭔가요.”

       “아라님의 방송이죠.”

       

       백호의 말대로였다. 그가 보여준 스마트폰 속에 비친 것은 분명 아라였으니까.

       

       “…녹화본인가요?”

       “아뇨. 생방송입니다. 서버팀장님께 간곡하게 부탁드렸더니 이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게 가능해요?”

       “아라님께서 뚫어 놓은 균열을 통해 이 스마트폰과 현대의 스마트폰을 연결했다고 하시던데. 저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스마트폰을 통해 아라가 방송하는 모습을 어느 곳에서건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기능 하나를 얻기 위해 백호가 서버팀장에게 백지수표를 건넸다는 것뿐이다.

       

       “죄송합니다. 일하시는 게 맞았네요.”

       

       회사와 아라 사이를 연결하는 백호의 일과 중 하나는 아라가 사고를 치지 않는가 감시하는 것이었다.

       

       특히 생방송이 진행 중일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실시간으로 아라의 활동이 대중에 전해지는 상황에서 그녀가 무언가 중대한 사고를 친다면 수습하기가 어려워 질 테니까.

       

       그 때문에 백호는 어쩔 수 없이 스트리머 화령의 애청자가 되어야만 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지금 무슨 방송을 하고 계신가요?”

       “슬로우 쿡입니다. 반그로우님께서 잘 아시는 게임이죠.”

       “아아. 그거인가요. 요리 실력을 늘리려면 어느 게임이 좋냐고 물어 보시기에 알려드린 게임인데.”

       

       슬로우쿡은 반그로우가 막대한 애정을 담아서 검토하고 테스트한 요리 게임이다.

       

       덕분에 너무 현실적이어서 토가 나올 것 같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지만 반그로우는 자신이 만들어낸 저 게임에 만족하고 있었다.

       

       수많은 요리 게임 중에서 한 개 정도는 지극히 현실적인 주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임이 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어떤가요. 화령님께서는 잘 하고 계신가요?”

       “…안 보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만.”

       “네? 왜요?”

       “보면 분명 화가 나실 테니까요.”

       “에이. 안 그래요. 아라님께서 요리 초보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그러니 아라가 다소 어설프게 요리를 한다한들 반그로우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엄격한 것은 어디까지나 요리를 업으로 삼는다는 이들이 상대일 때 이야기니까.

       

       “전 경고 드렸습니다.”

       

       백호는 면피하듯 말을 하고는 반그로우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 속에 있는 아라는 주방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일단 주방의 모습을 보아 하니 아직 튜토리얼을 진행 중이신 것 같고.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걸 보면 봉골레 파스타를 하려 그러시는 듯하네요.

       

       훌륭한 선택이에요. 튜토리얼에서 제공하는 레시피 중에선 저 파스타가 정답이죠.

       

       이제 레시피를 따라서 제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저게 대체 뭐 하는 짓이죠?”

       

       스마트폰 화면 속에 비친 아라는 조개를 해감하기 위해 조개 위에 굵은 소금을 부었다.

       

       다만 평범한 방식과는 다른 것이 그녀는 자연스레 흙이 빠져나오게 두는 것이 아니라 조개를 고문하듯 씻어 흙을 떨어트리려 했다.

       

       “씻는 건 좋지만 저렇게 거칠게 손을 움직이면 조개껍질이 깨지잖아요!”

       

       저랬다가는 파스타 면 사이에 껍질이 들어가 음식을 먹는 이에게 끔찍한 경험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요리가 아니라 진상 손님을 제작하려는 거냐는 물음이 절로 튀어나오는 것을 꾹 참은 반그로우였지만 아라의 기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스타면을 너무 익혀서 흐물거리잖아요. 저랬다간 볶을 때 면끼리 달라붙어서 떡이 될 거라고요.

       

       마늘 기름을 뽑아내고 싶은 건 알겠는데 왜 마늘이 탈 때까지 내버려 두는 거죠? 저래서야 마늘기름이 아니라 그을음기름이 되잖아요.

       

       …아니. 아직 해감이 덜 됐을 게 뻔한 조개를 집어넣는 이유가 뭐죠? 흙하고 조개껍질을 같이 처먹어보라 그겁니까?

       

       기름 좀 적당히 부어요! 파스타가 아니라 튀김을 하려던 거였습니까?!

       

       와인에 불을 왜 붙이는지에 대해 모르시는 건가요? 그건 알코올을 날리기 위함이라고요. 면이랑 소스를 다 태우기 위함이 아니라아아아아!

       

       ‘축하드립니다. 당신께서는 파스타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씨X. 흑역사도 역사긴 하니까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지?’

       ‘내 가게에서 꺼져요. 당장.’

       

       반그로우는 자신이 만들어낸 까탈스러운 NPC에게 감사했다.

       

       파스타 역사에 평생 남을 오점으로 튜토리얼을 통과하는 걸 보았다면 반그로우는 진지하게 저 게임 서버를 닫자고 건의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본인의 요리는 완벽했을지언데.’

       

       – 완?벽

       – 화령이 말하는 완벽이랑 내가 아는 완벽의 뜻이 다른가?

       – 앜ㅋㅋㅋ 이빨 갈리넼ㅋㅋㅋ

       – 이걸 보고 암이 재발했습니다. 고소하겠습니다.

       – 요리치(절망편)

       

       ‘뭐어. 성공이란 본디 실패 뒤에 생겨나는 것 아니겠는가. 다시 시도를 해보자꾸나.’

       

       – 제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레시피 따라가 주시면 안 될까요.

       – 자기 생각을 넣지 말고 레시피를 따르라고.

       – 거기에 설명 다 적혀 있잖아!

       

       ‘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본인이 언제 레시피를 어긴 적이 있던가?’

       

       시청자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갤 갸웃거리는 아라의 모습에 반그로우는 아드득가드득 하는 소리를 내다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은 채 백호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백호님. 이거 도네이션도 가능하죠?”

       “…네? 아. 그. 가능하긴 합니다만 안 하시는 편이.”

       “돈은 제가 내 드릴 테니까 도네 좀 해줘요.”

       “반그로우님. 훈수를 두다가 아라님께서.”

       “하라고.”

       

       존대마저 내던지고서 정색하는 반그로우의 모습에 백호가 다급히 후원 창을 열었다.

       

       평소 사근사근한 모습 때문에 티가 안 날 뿐 회사의 초창기 멤버인 반그로우는 후기 멤버인 백호의 입장에서 쉬이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뭐라고 보내면 될까요?”

       “금붕어도 이것보다는 기억력이 좋을 것 같다…고 하고 싶긴 한데.”

       

       분명 어제 요리의 여러 기초에 대해서 설명을 해드렸는데 왜 그걸 여기에 적용시키지 못하시는 건지.

       

       제가 알려드린대로 볶음밥 할 때는 잘 하셨잖아요!

       

       무협에 비유해서 말씀 드리니까 이해하기 쉽다며 호평하셨잖습니까!

       

       근데 대체 왜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이 꼴이 되어 버린 거죠?!

       

       어디서부터 잘못이 된 겁니까!

       

       진짜 당신의 기억력은 금붕어보다 못한 건가요?!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반그로우였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

       

       이 분노를 그대로 쏟아냈다가 아라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을 것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레시피에 적힌 것들이 왜 그런 식으로 되어 있는지 이유를 알려드리는 형식으로 하죠. 그러니까…”

       

       해감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우선 설명을 드려야 할 테고.

       

       파스타 면을 왜 살짝 덜 삶아야 하는지 이야기를 드려야하고.

       

       기름 양을 적당히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오오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은데 왜 이리 도네이션 창은 작기만 한 걸까요.

       

       아아아. 진짜 너무 화가 나요.

       

       “저어. 반그로우님. 이런 식으로 보냈다간 고봉밥이라고 밴을 먹을 지도.”

       “그럼 나중에 아라님한테 풀어달라고 그럼 되잖아요. 일단 보내기나 해요.”

       “…넵.”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