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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9

   새하얀 눈이 푸른 불꽃의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녹아 내려간다.

     

   쿠궁-

     

   그에 따라 푸른 불꽃에 꿰뚫린 초거대 눈거인의 몸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가가각!

     

   초거대 눈거인에게서 떨어져 내린 눈들이 눈사태를 일으키며 주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대부분은 화염에 의해 녹아내리고 있는 덕분인지 금세 수증기가 되어 대기로 사라졌다.

     

   그런 하늘의 중심.

   푸른 불꽃이 된 사내가 우뚝 서 있었다.

     

   크라슈 발하임.

     

   중간계에서 신계까지 올라온 도둑의 신의 아이.

   그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주위를 천천히 살폈다.

     

   녹아 내려가는 눈의 속.

   한 기척을 크라슈가 쫓고 있었다.

     

   핏!

     

   그 순간 크라슈의 팔에 대뜸 상처가 하나 생겨났다.

     

   팔에 남은 날붙이로 벤 듯한 얇은 상처.

   깊지는 않지만, 이는 확실히 상처였다.

     

   핏핏핏핏핏!

     

   그러나 상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크라슈의 몸 여기저기에서 상처와 함께 옷이 찢겨 나갔다.

     

   그 중심에 서 있던 크라슈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눈의 입자.

   그런 입자들이 신기를 부여받고, 크라슈의 열기까지 뚫고 들어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지금 크라슈의 주위 전부.

   이곳은 보이지 않는 눈의 입자로 가득 차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런 눈의 입자는 지금 모두 고속으로 움직이며 크라슈에게 몰아쳐 오고 있었다.

     

   “가지가지 하네.”

     

   눈의 신이 부리는 수작질을 눈치챈 크라슈는 내부의 별에서 불꽃을 더욱 거세게 지폈다.

   그러고는 이내 그의 몸에서 기류가 터져 나왔다.

     

   콰가가각!

     

   쏟아져 나온 기류가 그대로 눈입자들을 산산조각 내며 지나갔다.

   과거 백룡왕의 기류였지만 이제는 그런 백룡왕을 넘어 크라슈 본인의 기류가 되었다.

     

   동시에 크라슈가 고개가 휙하니 꺾였다.

     

   바닥 안쪽.

   거기에 크라슈의 시선이 닿은 순간 그의 눈이 희번덕 떠졌다.

     

   “찾았다.”

     

   그 말을 끝으로 크라슈가 하늘을 박차며 포탄같이 쏘아졌다.

   순식간에 바닥에 들이닥친 크라슈가 검을 돌려 쥠과 동시에 아래로 내려그었다.

     

   콰아아아앙!

     

   그러자 치솟은 푸른 불꽃과 함께 크라슈의 검이 거세게 떨렸다.

   크라슈는 자신의 검이 나아가지 못하고, 막혔음을 깨닫고 눈을 꿈틀거렸다.

     

   투명한 수정 같은 막의 안쪽.

   니베라가 숨을 당겨 쉰 채 양팔을 내밀고 있었다.

     

   크라슈가 그를 향해 휘둘렀던 역멸.

   역멸은 초거대 눈거인을 꿰뚫음은 물론 그 불길을 니베라까지 옮겨 붙었다.

     

   니베라는 어떻게든 자신에게 옮겨붙은 불길을 다급하게 껐으나.

   이는 임시 조치일 뿐 해결된 게 아니었다.

     

   그의 몸에 붙은 불길은 여전히 그를 태워나가고 있었다.

     

   니베라의 눈에 치욕스러움이 드러났다.

   니베라에게 크라슈는 상급 신이라 칭할 수 없다.

     

   그가 무식하게 키워놓은 별은 니베라가 보기에 상급 신으로써 갖춰야 할 기준을 조금도 채우지 못했다.

     

   그저, 큰 게 좋다는 이유만으로 크기를 키운 격.

   그의 눈에 크라슈는 한없이 한심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한심함과는 별개로 크라슈의 별은 니베라를 압박하고 있었다.

     

   몸에 옮겨붙은 불길에 의해 정신이 혼미하다.

     

   이 불길은 대체 무엇인 건지.

   니베라를 이루는 개념 자체를 태워 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도둑의 신의 아이.

   그녀가 지녔던 힘이 그에게도 있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가.

     

   알 수는 없지만 니베라는 치욕과 분노를 조용히 드러내며 힘을 끌어냈다.

     

   니베라에게 선택지는 이제 후퇴 혹은 속전속결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자란 그에게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만약, 여기서 크라슈를 둔 채 도망친다면 다른 상급 신들이 어떤 취급을 할지 잘 알았으니까.

   그런 취급을 받을지언정 차라리 크라슈를 소멸시키거나 소멸당하는 게 낫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크라슈 또한 상태가 마냥 좋지 않다는 걸 말이다.

     

   ‘생각보다 더 지치는데.’

     

   크라슈는 상급 신들이 모여 만들어 낸 하계문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동안 키워온 별이 이를 어떻게든 흡수해 내긴 했으나.

   이를 온전하게 전부 흡수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필요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대가로 크라슈의 몸에는 고스란히 부하가 오고 있었다.

     

   몸의 열기가 뜨겁다.

   아까 전 대량으로 열기를 분출했긴 했지만, 아직 열기가 채 사라지지 않은 채 몸 내부에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열기를 바깥으로 끌어 쓴다.

     

   이미 무리해 버린 몸.

   이 기회를 발판 삼아 크라슈는 하계문의 힘을 완전히 별에 녹아내리기로 결심했다.

     

   [ 미치광이 같으니. ]

     

   크림슨가든의 짧은 목소리와 함께 크라슈의 검이 선로를 그리기 시작했다.

   크라슈가 그려나간 검의 식이 니베라를 몰아쳐 왔다.

     

   검 끝을 따라 피어나는 푸른색의 불꽃이 궤적을 남겼다.

     

   그에 따라 니베라의 눈 또한 일제히 움직임을 감행했다.

   하늘과 바닥에서 솟아 나온 눈들이 크라슈의 검의 진로를 막고 그를 몰아쳤다.

     

   어느새 하늘 위에는 또다시 먹구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먹구름의 어둠으로도 푸른 불꽃이 타오르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눈이 거세진다.

   불꽃은 타오른다.

     

   눈 사이로 자꾸만 푸른 불빛이 선명히 빛났다.

   니베라가 그런 푸른 불빛의 빛이 거세질 때마다 점점 더 아찔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크라슈가 모조리 받아쳐 내며 녹여 가고 있었다.

     

   눈사태가 일어나면 이를 뚫는다.

   눈이 포탄과 같이 날아오면 이를 벤다.

   눈의 거인이 모습을 드러내면 핵을 가른다.

     

   니베라는 눈의 개념답게 모든 방법을 동원해 눈을 다뤘다.

     

   오죽하면 크라슈는 자신이 눈의 세계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느낄 정도였다.

     

   주변이 너무나 새하얗다.

   눈이 반사한 빛이 육안을 꿰뚫고, 멀미를 일으켜 왔다.

     

   그러니 크라슈는 더더욱 자기 내면에 집중했다.

   크라슈가 만들어 낸 거대한 별에서 뻗어 나온 별빛이 그가 나아갈 진로를 그려나갔다.

     

   그럴 때마다 크라슈는 더더욱 자신이 불꽃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상급 신의 입구 앞에 걸쳤던 발이.

   서서히 그 안으로 더 깊이 밀어 넣어지고 있었다.

     

   푸른 불꽃이 눈을 녹여내며 타오른다.

   눈은 서서히 푸른 불꽃을 향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자신이 완전히 녹아져 없어질 것만 같은 또 다른 근원적인 공포.

   이 공포를 겪은 니베라의 몸은 어느새 눈의 개념으로 변했다.

     

   개념의 존재에 도달한 순간 니베라의 눈은 더더욱 거세졌다.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던 크라슈조차 순간 휘청여 눈에 파묻혀 버릴 만큼 눈은 몰아쳐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이를 본 니베라가 치를 떨었다.

     

   퍼석!

     

   동시에 크라슈에게 일격을 허용한 대가로 몸에 붙은 불이 그를 무너져 내리게 했다.

     

   곧이어 니베라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크라슈의 불꽃이 태우는 게 무엇인지.

     

   ‘별, 이놈이 내 별을 태우고 있구나!’

     

   크라슈가 태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니베라의 별이었다.

     

   아무리 상급 신에 도달한 크라슈의 불꽃이라 한들.

   자신을 이토록 끊임없이 태우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이 녀석은 처음부터 상급 신에 도달하는 것 같은 것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크라슈가 관심이 있었던 건 오직 딱 하나.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 신을 죽이는 방법.

     

   그렇기에 그는 오직 하나의 별만을 만들었다.

     

   개념이 되어 상급 신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

   딱 하나, 신을 죽이기 위한 별을 만들고자.

   크라슈는 자신의 모든것을 다해 이 막대한 별을 완성 시켰다.

     

   니베라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신을 죽이겠다는 집념 하나로 만들어진 별이다.

     

   아무리 상급 신이 크라슈보다 더 많은 별을 지니고, 은하를 이룩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목표로 저토록 거대해진 별에 대항할 수 있는 별을 니베라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 대체 무엇이야. 넌, 대체! ]

     

   자신의 근원적 목표를 오직 신을 죽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니.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크라슈는 이미 한참 전부터 제정신과는 거리가 먼 족속이었다.

     

   하나를 목표로 가진다면 그것을 이뤄낼 때까지 자신을 깎아내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뤄낸다.

     

   그것이 멸망에서 세계까지 지켜낸 크라슈 발하임이다.

     

   그리고 또다시 자신이 가꿔놓은 세계를 지키고자 크라슈는 불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신들이 이룩해 낸 별을 태우는 별.

   신살자의 별.

     

   크라슈가 이뤄낸 또 다른 경지다.

     

   니베라가 무너지며 얇아진 눈의 장막을 기어코 뚫어낸 크라슈가 불꽃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경악하며 눈을 부릅뜬 니베라를 본 채 검을 돌려 쥐었다.

     

   그러자 피어난 검푸른색의 불꽃이 포화 상태를 넘어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크라슈의 내면에 깃든 열기를 모조리 끌어낸 결과물이다.

     

   콰직!

     

   너무 과한 열기 탓인지 성운검 내부에서 어긋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를 들은 크라슈는 아내들과의 약속이 떠올랐지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중에 가서 실컷 사과하면 된다.

   그러니 여기서 반드시 승리한다.

     

   “크라슈 발하임.”

     

   크라슈는 자신이 심어 놓은 신살자의 불에 의해 녹아내리는 니베라에게 고했다.

     

   “너는 물론 신계를 아주 활활 태워 버릴 이름이다.”

     

   내려친 크라슈의 검이 니베라의 머리를 가르고 몸을 양단하며 빠져나왔다.

     

   콰직!

     

   그러자 니베라의 몸이 양쪽으로 어긋나며 내부에서부터 푸른 불꽃이 번져 나갔다.

     

   니베라의 모든 별이 결국 크라슈의 불길에 집어삼켜져 타오른 것이다.

     

   “소멸한 뒤에도 똑똑히 기억해 둬라.”

     

   그래야, 다시는 중간계를 넘볼 생각 따위 못 할 테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윽고, 니베라가 신살의 불꽃에 집어삼켜져 폭발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하늘의 먹구름은 가시고, 눈은 소멸하듯 잿가루가 되어 사라져 갔다.

     

   눈의 신.

   상급 신으로서 오래도록 군림했던 그가.

   소멸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상급 신의 소멸은 신계에서도 천년 만에 일어난 일이자.

   이는, 크라슈의 상급 신들을 향한 첫 선전 포고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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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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