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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9

    <439 – 무서운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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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가의 지형적응]

    -월요일 수요일 5교시 19시~21시

    -교수 : 사다코

    -모험학부,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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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망한 헤스티아의 제안을 생각해보겠다는 말로 떠나보낸 뒤, 오늘의 마지막 시험장에 도착했다.

     

    “늦었잖아.”

    “둘이서 들어갈 뻔했어!!”

     

    아닌 척 해도 공포와 불안에 떠는 즈앙과 아닌 척도 안 하고 공포와 불안에 떠는 티토소가.

    겁 많은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히히. 그렇게 겁이 많아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그래?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지? 역시 고인물인 내가 힘내서 키워주지 않으면 안 되겠네.”

    “기고만장 하지 마. 무서워도 참을 수 있어. 참고 또 참아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을 거야.”

    “무서울 땐 눈을 감고 조명을 휘두르면 어떻게든 된다고 학습했어! 그러니까 나도 조명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낼 거야!”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

    대견한 두 아이의 모습에 문득 궁금해졌다.

     

    “두 사람의 마마는 어떤 사람이야?”

    “몰라. 기억나지도 않고.”

    “으음~ 병약미소녀? 마마는 몸이 약해.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고 들었어.”

     

    즈앙과 달리 티토소가는 마마와 관련된 이야깃거리가 남아있나 보다.

     

    “티토소가네 파파가 남부도시국가연맹의 시장님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 시장도 마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다보니까 겸사겸사 된 거래!”

    “우왕. 굉장하네!”

    “그치? 파파는 굉장해!”

     

    잡담을 나누며 시험장에 들어가는데 점점 티토소가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파파가 마마를 위해서 낸 용기를 내게도 나눠주면 좋을 텐데… 지금만큼 용기가 절실한 순간이 없어…”

    “친구 열 명 사귈 때보다 더?”

    “그때보다 열 배는 더 용기가 필요해… 여기, 아무리 생각해도 1학년 시험장이 아니잖아……”

     

    그렇기는 하네.

    솔직히 시험장이 좀 무섭긴 하다.

    새카만 어둠의 입을 쩍 벌린 시험장의 입구.

    어둠 속에서는 남녀노소의 비명과 절규가 쉼 없이 들려온다.

    대체 저 어둠 너머에 뭐가 있는가.

    이게 <모험가의 지형적응>이랑 대체 무슨 상관인가.

    사다코 교수님이 기어이 우릴 언데드로 만들 작정이신가.

    티토소가의 빙빙 도는 눈과 폭주하는 생각들이 훤히 보인다.

     

    ‘시험이라도 5교시 안에 끝나면 좋을 텐데!’

     

    마법시계의 공지사항은 암울한 전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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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장술의 기초와 이해]

    -월요일 수요일 6교시 21시~23시

    -교수 : 핑크베리

    -모험학부, 전공

    -2학기 중간고사 일정 : 수요일 19시~21시+α

    ━━━

     

    이어서 있는 강의의 시험날짜는 수요일.

    즉, 오늘밤은 사다코 교수님이 전세 낸 것이나 다름없음!

    …굉장히 안 좋은 소식이네!

    밤늦게까지 길게 시험시간을 잡으면서 사다코 교수님은 뭘 하려는 걸까?

    절대로 좋은 징조는 아니겠지.

    어둠 사이로 유일하게 빛이 드는 길을 따라 걸으니 마침내 시험장으로 추정되는 잿빛 저택이 나타났다.

    저택 입구에는 정장 차림의 중년남성과 기타등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1학년 여러분. 비공강습단 단주 예프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예프 씨!”

    “저희는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에 초빙된 여러분의 시험상대입니다.”

     

    정장을 입은 신사의 뒤로 불길한 검정날개를 단 까마귀수인이 고개를 내밀고, 그 뒤로 마름모꼴의 눈을 한 부엉이수인 둘이 달라붙었다.

     

    “까망.”

    “죽엉.”

    “싫엉.”

    “까망. 죽엉무새. 싫엉무새. 단원들의 이름입니다. 정확히는 이 셋이 세분의 시험상대이기도 하죠.”

     

    낮부터 굉장한 시험상대들을 겪고 와서 그런지 본적 없는 신규조직의 등장도 그러려니 했다.

     

    “뭐하는 사람들이지? 티토. 들어본 적 있어?”

    “없어!”

     

    그런데 저쪽에서 알아서 힌트를 준다.

     

    “샤를로테는 무사합니까?”

    “아항. 재단 분이시구나!”

    “재단?!”

     

    겁먹은 티토소가야 어쨌건 반가운 만남이다.

     

    “감독관님 맞죠?”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당신이 찾던 사람입니다.”

    “잘됐다. 그럼 얼른 시험보러 가요! 그래야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죠.”

     

    사다코 교수님의 시험 도중이라면 시험대상 한 명이 슥삭 살해당하는 일이 사고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흔한 일 아닐까?

    저쪽도 샤를로테가 걱정되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를 나누고 나니 끼이이이익 소리와 함께 저택의 정문이 열렸다.

     

    “겔겔겔. <모험가의 지형적응> 중간고사에 온 것을 환영한다. 이번 시험은 시험상대팀보다 먼저 데스필드를 탈출하는 것. 빠를수록 가산점을, 늦을수록 벌점을 받는다. 벌점이 일정수준 이상 쌓이면… 보충강의가 기다리고 있지!”

    “힝잉잉! 오크노디, 즈앙. 우리 어떡해? 사다코 교수님의 보충강의라니, 고문실에 끌려갈지도 몰라!”

     

    그건 그냥 고문이잖아.

     

    “진정해, 티토. 아무리 사다코 교수님이라도 다짜고짜 고문실로 끌고 가지는 않을 거야!”

    “훌쩍… 정말로?”

    “보충강의에서도 낙제한 최악의 열등생 한 명만 데려간다면 모를까!”

    “히끅히끅! 그럼 내가 젤 성적이 낮잖아!”

    “괜찮아. 나만 믿어. 시험에서 합격하면 보충강의를 듣지 않아도 돼!”

     

    애초에 이 시험, 아주 간단하게 통과하는 방법이 있는걸.

    사다코 교수님치고는 정말 쉬운 길을 열어주셨다.

    즈앙은 정답을 눈치 챘는지 벌써부터 비도를 만지작거리며 던지고 싶어 안절부절 했다.

     

    “자, 일단 피차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목표이니 정보부터 수집하도록 합시다.”

     

    널빤지는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고 천장에서는 이따금 후두둑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쏟아진다.

     

    “죽엉. 죽엉.”

    “뛰지말엉. 더무서엉.”

    “정말 쓸모없는 슈퍼겁쟁이 경호원들이군요. 저 둘을 데려온 것은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비공강습단 단원들은 처음 맛보는 사다코 교수님의 시험에 바짝 얼었다.

    반면, 이미 1학기에서 <귀신의 집>을 체험해본 우리들은 성큼성큼 걸어 다니며 벌컥벌컥 문을 열고 우당탕탕 집기를 뒤적이며 힌트를 찾아다녔다.

     

    “즈앙. 이쪽의 선반 뒤에 숨은 문이 있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야. 넘어뜨리자.”

     

    우지직, 쿵!

     

    “흐갸아아악!!”

     

    허접소가의 비명과 함께 바닥에 엎어진 책장 뒤로 멀쩡한 벽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네.”“벽 뒤를 손으로 두드리면 숨은 공간이 있을지도 몰라.”

    “그런가?”

     

    솔선수범해서 주먹으로 쾅쾅 벽을 때리자 천장에서 흙먼지가 마구 떨어졌다.

     

    “엣퉷퉷테!”

    “콜록콜록… 이건 아닌가 봐.”

    “켁켁… 사, 사람 살려…”

    “아이 참, 티토소가. 침대 밑이 궁금하다고 바닥에 엎어져있으면 어떡해? 더러우니까 빨리 일어나.”

     

    칠칠맞은 티토소가를 일으켜 세우고 같이 눈에 보이고 손이 닿는 모든 것을 들어 엎고 있으려니 힌트쪽지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

    신입집사의 일지 3페이지

     

    신입메이드가 모두 달아나서 집사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혹하지 말아야했다.

    당당하게 인간의 생피를 요구하는 사다코 아가씨는 누가 봐도 명백한 뱀파이어였다.

    집사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남았다.

    아가씨에게 물려 죽든가.

    대신 물려 죽을 제물을 찾아 바치든가.

    다행히도 인근에는 던전이 하나 있다.

    던전에 보물이 있다는 소문을 흘리자.

    그러면 모험가들이 잔뜩 몰려들리라.

    도시의 모험가길드에 보낼 의뢰서를 집무실에서 작성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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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집사의 일지 6페이지

     

    몰랐다.

    던전에 정말로 보물이 있었다니.

    심지어 보물을 넘어선 유물마저 있으리라 추정된다!

    모험가들의 거점은 어느덧 던전마을이 되었다.

    보물에 눈이 먼 모험가들이.

    헤픈 주머니에 눈이 먼 상인들이.

    이권다툼에 눈이 먼 깡패들이, 조직들이, 귀족들이.

    온갖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기 시작한다.

    사다코 아가씨의 제물이 잔뜩 늘어나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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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입집사의 일지 9페이지

     

    전설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모험가가 마을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든 거짓소문을 내어서 던전이 이미 공략되었다고 속여야 했다.

    모험가는 소문만큼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던전은 기어이 공략당하고 말았다.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미모로 유명한 사다코 아가씨의 초청을 모험가는 거절하지 못했다.

    모험가가 가져온 던전코어는 아가씨의 손 안에서 다시금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굳은 얼굴의 모험가 앞에서 아가씨가 말했다.

    “제 식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잔반 하나 남기지 않아. 아무것도 빼앗길 수 없어.”

    저택은 새로운 던전이 되었다.

    집사들에게는 이번에도 두 가지 선택이 남았다.

    모험가를 따라 아가씨에게 도전하든가.

    아가씨를 따라 모험가를 죽이든가.

    하지만 우린 너무 많은 피를 손에 묻혔다.

    용서받기엔 너무 늦었어.

    우린 이미 <사다코의 저택> 던전에 속한 몬스터가 되었다고.

    ━━━

     

    우왕. 이거 1학기의 신입메이드의 쪽지랑 스토리가 이어지는구나!

    사다코 교수님이 정성 들여서 쪽지를 적어내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내가 다 흐뭇해진다.

    이렇게 하면 무서워하겠지.

    이렇게 하면 다음 코스로 이동하겠지.

    정성들여 시험장을 설계했을 모습은 귀신의 집 제작자 못지않은 정성이 돋보인다.

     

    ‘응? 근데 우린 다 건너뛰고 맘대로 다 부서가면서 길을 개척하지 않았나?’

     

    …사다코 교수님 화나시진 않겠지?

    그건 진짜 무서운데.

     

    “오크노디. 딱 봐도 수상한 제단을 찾았어. 뭔가 커다란 구슬을 올려놓아야 하는 흠이 있고 옆에는 모래시계도 세워져있어.”

    “겔겔겔. 용케도 여길 벌써 찾았구나. 생명의 구슬을 찾아서 이 위에 올려놓거든 저택을 탈출할 수 있단다. 여기까지 신입집사의 일지를 보아온 너희라면 분명 구슬의 정체와 위치를 알아낼 수 있겠지.”

    “해골교관…!”

     

    즈앙이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처럼 펄쩍 뛰며 천장에 매달렸다.

     

    “교관이 왜 여기에 있어? 시험을 틈타 우리를 살해해서 언데드로 만들 작정이야?”

    “겔겔겔. 반은 맞고 반은 틀렸군.”

     

    어째서 반이나 맞는 건데.

     

    “왜 반이나 맞는 건데. 아니, 알고 싶지 않아.”

    “겔겔겔. 소용없다. 알고 싶지 않아도 멋대로 알려주마. 틀린 쪽은 내가 너흴 살해한다는 부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너희는 알아서 죽겠지. 맞는 쪽은 죽어서 언데드가 된다는 부분. 나약한 인간은 통과할 수 없는 시험을 본 교관의 자비로 언데드가 되어서라도 통과할 수 있게 해주마.”

    “깍꾹.”

     

    큰소리를 듣고 근처로 얼쩡거리던 까마귀수인이 교관의 충격적인 선언을 듣고 딸꾹질을 했다.

    불쌍한 까마귀수인에게는 한층 더 안 좋은 소식도 기다리고 있었다.

     

    “오크노디. 얼른 시험상대를 죽이자. ‘이번 시험은 시험상대팀보다 먼저 데스필드를 탈출하는 것’. 상대를 죽이면 무조건 우리가 먼저 탈출할 수 있어. 어쩌면 바로 시험이 끝날지도 몰라.”

     

    학생에게도 진지하게 살해위협을 당한 까마귀수인이 공포에 날개를 부르르 떨었다.

     

    “즈앙, 그 생각에는 맹점이 있어!”

    “어디에?”

    “‘이번 시험은 시험상대팀보다 먼저 데스필드를 탈출하는 것’이라는 말은 어느 쪽도 탈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거야!”

     

    상대를 죽여도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즈앙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데드 암살자는 되고 싶지 않아. 지금이라도 사다코 교수님에게 애교를 부려야할까…?”

    “응?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걸. 죽인다고 무조건 통과하는 건 아니지만 탈출재료를 얻을 수는 있잖아. 방금 해골교관님이 말씀해주셨는걸.”

     

    분명 내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생명의 구슬을 찾아서 홈 위에 올려두면 탈출할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럼 생명체를 죽여서 그 피와 육신을 연성해서 생명의 구슬을 제작하면 굳이 찾아내지 않아도 탈출할 수 있는걸?”

    “깍꾹.”

     

    까마귀수인의 딸국질 소리를 즈앙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으로만 쫓았다.

    먹이가 달아나기 전에 조용히 숨통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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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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