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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스킬, ‘텔레포트’를 사용하셨습니다.]

       

       올리비아는 발이 땅에 닿았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텔레포트’를 사용하셨습니다.]

       

       도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원래 텔레포트는 이렇게 빨리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니다. 하지만 경로마다 미리 마법진을 그려놓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한 번 이동할 때마다 풍경이 180도 뒤바뀐다. 하지만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확인할 여유조차 없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지금 그녀의 뒤를 쫓는 사람은 공간 마법의 대가 멜리나였다.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도 그쪽이 더 길고, 속도도 그쪽이 더 빠르다. 

       

       결국 북부에 도착하기 전에 따라잡힐 것이다.

       

       ‘하지만 그 근처까지는 갈 수 있어.’

       

       촤르르르륵!

       

       황금빛 쇠사슬이 올리비아의 등을 향해 쏘아졌다. 올리비아는 쇠사슬을 막아내는 대신 블링크로 자리를 피했다.

       

       쇠사슬이 올리비아가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슬아슬했다.

       

       식은땀이 흘렀다. 한 번만 실수하면 그대로 나락이라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파악!

       

       허공에서 불쑥 손이 튀어나왔다.

       

       손톱이 전부 떨어져나간 손이 올리비아를 붙잡으려 버둥거렸다.

       

       올리비아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미친.’

       

       키엘 때와는 다른 의미로 공포였다.

       

       그때는 방심하면 죽는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미친 살인마에게 쫓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쩌어어억.

       

       멜리나는 양 손으로 공간을 열어젖혔다. 상처가 터진 손에서 피가 흘렀다. 멜리나는 상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올리비아에 고정시켰다. 

       

       “……이리 오렴.”

       

       항상 현기를 머금고 있던 눈동자는 이제 없다.

       

       살기와 광기.

       

       그뿐이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올리비아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오지 않는거니?”

       

       순간 멜리나의 표정이 무표정으로 일변했다. 무표정이 그렇게 사나울 수도 있다는 것을, 올리비아는 그날 처음 알았다.

       

       “……내가 널 잘못 가르쳤구나. 아주 단단히 잘못 가르쳤어.”

       

       멜리나의 손에 화염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반대쪽 손을 제 가슴에 올리고 말했다.

       

       “나는 너를 진심으로 아꼈단다. 내가 자식이 있었더라면,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말이야.”

       

       멜리나의 눈빛이 순간 아련해졌다.

       

       “너는 내 자부심이었고, 내 전부였단다.”

       

       화염의 색깔이 빠르게 변해갔다. 처음에 붉었던 그것은, 푸른 색이었다가, 이제는 불길한 검은빛으로 타올랐다.

       

       흑염.

       

       소위 말하는 지옥불이 그것이었다. 

       

       적탑의 그 어떤 마법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의 마법을, 멜리나는 단숨에 구현해냈다.

       

       “하지만……. 너는 그런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지.”

       

       멜리나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기 무섭게 흑염이 쏘아졌다. 콰앙! 흉악한 소리와 함께 얼음 방벽이 터져나갔다.

       

       수증기 너머에서 멜리나가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

       

       멜리나는 올리비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어깨를 잡고 그대로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무슨 힘이……!’

       

       올리비아가 알던 멜리나와 전투 방식이 너무 달랐다. 

       

       멜리나는 이렇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인간이 아니다. 원거리에서 틈을 주지 않고 상대가 말라붙을 때까지 밀어붙이는 인간이다.

       

       지금처럼 근접할거라고는 상상도 몰랐다.

       

       [스킬,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스킬, ‘블링크’를 사용합니…….]

       

       팟팟팟팟팟!

       

       올리비아는 등이 땅에 닿기 직전, 블링크로 겨우 벗어났다.

       

       타악.

       

       착지한 올리비아가 신음했다. 방금 멜리나에게 접근을 허용했을 때 직감했다.

       

       ‘방심했다간 한 번에 훅간다.’

       

       게임 속의 정형화된 패턴이 현실에서도 적용되리란 보장은 없었다.

       

       올리비아가 스태프를 앞으로 뻗었다.

       

       꽈드드드득!

       

       차디찬 마력이 사방을 점령해나가기 시작했다. 멜리나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고오오오오.

       

       멜리나 주변의 시공간이 일그러진다. 

       

       순식간에 세상이 두 영역으로 나뉘어졌다. 

       

       시린 냉기로 가득 찬 영역과, 시공간이 일그러진 영역으로.

       

       “제자야, 왜 자꾸 도망가니.”

       “늙은이가 치매가 오셨나. 난 당신 같은 스승 둔 적 없어.”

       

       멜리나의 눈가에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잠시에 불과했다.

       

       “……참 가슴 아픈 말이구나. 하지만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단다.”

       

       [‘대마법사 멜리나’가 ‘공간 침식’을 사용합니다!]

       

       황금빛 사슬이 조금씩, 조금씩 하늘을 덮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인정한단다. 전생의 나는, 참된 스승이 아니었지. 제자의 탈선을 지켜만 보고 있었으니.”

       

       하늘이 황금빛으로 뒤덮였다.

       

       “그러니 고통스러워도 날 원망하지 마렴.”

       

       지금부터는 훈육이니까.

       

       콰직!

       

       멜리나가 주먹을 쥐자, 올리비아의 왼팔이 위치해 있던 공간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짜부러졌다. 

       

       “큭!”

       

       올리비아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나왔다. 왼손은 말 그대로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마력의 흐름을 눈치채고 급하게 팔을 빼서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그대로 불구가 되었을것이다.

       

       “피하지 마려무나! 얌전히 처벌을 받아들여!”

       

       콰직! 콰직! 콰지지직! 콰직!

       

       눈 깜짝할 사이에 사방이 짜부러진다. 무슨 알루미늄 캔 으깨지듯이.

       

       하늘을 덮은 사슬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점점 그 영역을 좁혀가며, 올리비아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고 있었다.

       

       터엉!

       

       사슬이 보호막을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올리비아는 이제 공격을 피하는 대신, 수비하는데 집중했다.

       

       어차피 이젠 피할 수도 없다.

       

       [스킬, ‘블링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공간이 침식되어 이동 계열 마법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쾅쾅쾅쾅쾅쾅!

       

       사슬이 보호막을 때리는 주기가 점점 짧아졌다. 몇 겹을 중첩시켰기에 금이 가지는 않았지만, 땅 속에 조금씩 파묻히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확실히 다르다.

       

       몰살 엔딩 때 멜리나는 수비에 급급했다.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올리비아를, 멜리나가 저지하는 구도였는데…….

       

       지금은 그 정반대다.

       

       호감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만약 몰살 엔딩을 봤을 때, 멜리나의 호감작을 안해뒀더라면 초장부터 제대로 꼬였을 것이다.

       

       멜리나의 주 속성은 시간과 공간.

       

       사방을 침식한 사슬과, 주먹을 쥘 때마다 짜부러지는 것이 공간 마법이라면.

       

       시간은 어디 있는가?

       

       올리비아는 보호막 너머에서 멜리나를 응시했다. 멜리나의 눈은 아까보다 훨씬 밝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 미친년이.’

       

       지금의 멜리나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시간의 밀도를 늘려, 사고를 가속하는 것.

       

       저것 덕분에 멜리나는 남들보다 압도적인 연산 속도를 자랑한다.

       

       수백 개의 사슬을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놀랍게도 저게 1단계다.

       

       2단계는 상대방의 시간에 간섭하는 것, 그리고 3단계는 세계의 시간에 간섭하는 것이다.

       

       물론 멜리나가 가능한 건 2단계가 끝이다.

       

       ‘3단계는 레벨 제한이 100이니까.’

       

       예전에 시간 마법사 테크를 타봤기 때문에 알고 있다.

       

       컨트롤이 거지같이 어렵고, 마나 소모량이 감당이 안되서 중간에 접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상위 속성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조금은 다를 줄 알았는데.’

       

       다짜고짜 대검부터 날리는 키엘과는 다르게, 멜리나는 그래도 대화 비스무리하게 시작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진정할 때까지 수비만 하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도무지 진정할 것 같지가 않다.

       

       또옥.

       

       왼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욱신! 욱신!

       

       타는 듯한 고통에 올리비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노인 공경이고 뭐고. 내가 지금 뒤지게 생겼는데.’

       

       올리비아의 기세가 일변했다.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죽이지만 않으면.

       

       회귀자 특전? 제압만 시키는게 아니라, 아예 기절시키면 될 것이다. 특전이 발동되기도 전에 기절했는데 뭘 어떻게 하겠나.

       

       “……내가 당하고만은 못 살거든. 이 빌어먹을 할망구야.”

       

       동시에 대지의 마력이 일렁거렸다.

       

       마력의 일렁거림은 곧 대마법의 전조.

       

       올리비아가 공격에 나설 것을 예측하고 있던 멜리나가 활짝 웃었다. 

       

       대마법은 강력한만큼 시전 시간이 길다. 그 뜻은, 상대가 언제 마법을 쓸지 알고 있다면 역으로 한 방 먹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제자야, 많이 무뎌졌구나!”

       

       황금빛 마나가 올리비아를 향해 쏘아졌다.

       

       [‘대마법사 멜리나’가 당신의 시간에 간섭합니다!]

       – 캐스팅 시간이 대폭 증가합니다!

       – 연산 속도가 대폭 감소합니다!

       

       사고가, 느려진다.

       

       멜리나의 웃음소리가, 한참 뒤에 귀를 파고든다. 그녀의 행동을 보고, ‘웃었다’라고 사고하기까지 한 세월이 걸린다.

       

       시간은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느려진 것은, ‘올리비아의 사고 속도’ 뿐이다.

       

       멜리나가 비틀거렸다.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 했다!’

       

       코피가 흘렀다. 확실히 상대방의 시간에 간섭하는 마법은 몸에 엄청난 무리가 갔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보라.

       

       항상 똑부러지던 제자가, 답지않게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는가.

       

       “날 용서하렴.”

       

       멜리나가 손을 뻗었다. 올리비아는 이날 이후로 걷지 못할 것이다. 팔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멈칫.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멜리나가 멈춰섰다. 지금 올리비아의 사고는, 평소보다 백 배는 느릴 것이다.

       

       생각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도 한 세월이 걸린다.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왜…….

       

       ‘웃는다고?’

       

       올리비아는 웃고 있었다. 마법이 실패했을 리는 없다. 올리비아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진것이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

       

       멜리나가 마법을 쓰기 한참 전부터, 이미 웃을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왜?

       

       마법을 미리 캐스팅해두지 않은 이상…….

       

       쿠르르릉.

       

       ‘……하늘?!’

       

       멜리나가 황급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거대한 빛의 기둥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

       

       멜리나의 눈이 뒤집어졌다. 멜리나는 온 몸이 그을린 채,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털썩.

       

       잠시 후.

       

       올리비아의 몸이 꿈틀거렸다. 사고 속도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멜리나가 코피까지 흘러가며 저지했던 마법의 정체가 밝혀졌다.

       

       [스킬, ‘아이스 볼’을 사용합니다.]

       

       머리통만한 얼음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간단한 속임수였다.

       

       대마법의 캐스팅을 미리 끝낸 후에 마력을 끌어올리는.

       

       멜리나로서는 당연히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마법사가 마력 낭비를 그렇게 하겠는가.

       

       ‘……끝난건가?’

       

       올리비아는 멜리나에게 천천히 다가간 다음 발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확실히 기절했다.

       

       올리비아는 멜리나를 조심스레 안아들었다.

       

       “갑시다, 할머니.”

       

       북부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그리고 주인공 파워밸런스에 관해 언급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조심스레 말씀드리자면, 제압하려고 해서 힘들게 싸우는겁니다.

    죽이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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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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