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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1과 I.i로 이루어진 닉을 지닌 신창 유저는 최근 터렛 시청자들 사이에서 신창 저격러 혹은 악질이나 병신으로 불렸다.

       

       골플 구간의 아피스 스트리머가 게임을 돌리면 어디선가 튀어나와선 방송을 싸늘하게 만들고 혼자 즐거워 한단 점에서 정신에 하자 있는 녀석이 분명했다.

       

       “방송 창났겠네?”

       “그 새끼 나왔으니까. 어쩔 수 없죠.”

       

       시청자들이 방송인의 불행을 사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슬아슬한 선을 지킬 때에나 재밌는 것이다.

       

       이 선을 넘어서 보는 사람마저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이 오면 시청자들은 즐거워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아무리 시청자들이 악질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방송인이 좋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불행은 적당해야 한다. 정도를 넘어 스트리머가 울적해질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성을 시장 바닥에 팔아먹은 병신 신창은 이 선을 지킬 줄 모르는 쓰레기였다.

       

       “하. 조졌네. 영상각 이뻤는데.”

       

       저격러가 나오는 장면을 잘라낸다 쳐도 흐름이 끊기면 맛이 사라져 버린다.

       

       이걸 병신 한 명이 재를 뿌려버리나?

       

       [근데 형. 걱정 안 해도 돼요. 창 난 게 빌드업이 됐거든요.]

       

       “그게 뭔 소리냐?”

       

       엔리는 신창에게 지자 마자 바로 다른 상대를 잡아서 방송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했다.

       

       그걸 말린 것은 화령이었다.

       

       이기게 만들어주겠다고.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망설이는 엔리의 어깨를 붙잡아서는 다시 저격러의 앞에 서게 만들었다.

       

       “사장님이 그 새낄 어떻게 이겨? 그 놈 실력은 있잖아.”

       

       이전에도 엔리가 저격당하는 걸 몇 번 봐서 안다. 신창 저격러는 인성과는 별개로 실력은 있는 녀석이었다.

       

       훈수 몇 마디를 듣는 것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닐텐데.

       

       [가능했어요. 와. 화령님이 말하는 대로 게임이 진행되는데 진짜!]

       

       화령이 한 것은 단순한 훈수가 아니었다.

       

       그녀는 엔리가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시작부터 끝까지 알려줬다.

       

       심지어 엔리가 실수할 수 있는 부분까지 여럿 짚어주며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까지 설명했다.

       

       “그게 돼?”

       [되던데요.]

       

       저도 안 봤으면 못 믿었을 거에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헛웃음 소리에 하늘이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아무래 저건 직접 봐야 할 것 같네.

       

       “그럼 사장님이 이긴 거야?”

       [네. 그냥 이긴 것도 아니고 압도했어요. 압도!]

       

       악질 저격러 참교육(feat.화령)인가.

       

       이거 하나로도 충분한 영상거리가 되겠네.

       

       일거리가 또 늘어났다.

       

       [형. 화령님이 무틀딱 기질이 있는 거 아시죠?]

       “그치.”

       

       지난 번 인터뷰 할 때 여실히 보여주셨으니까.

       

       “근데 왜?”

       [누가 화령님이 한 걸 예언같다고 말하니까 예측일 뿐이라고 화를 내시더라고요.]

       

       부가 설명을 듣지 않았음에도 하늘은 이후의 전개가 보이는 것 같았다.

       

       시청자들은 화령이 성을 내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그 부분을 가지고 놀려댔겠지.

       

       방송에 익숙치않은 화령은 거기에 진지하게 반박을 하며 놀림을 당할 테고.

       

       아마 사장님이 돌아올 때까지 이런 풍경이 이어졌을 것이다.

       

       [근데 사장님까지 화령님을 놀리는 데 합세해서.]

       

       맞다. 우리 사장님도 악질 중의 악질이었지.

       

       말려야 할 사람이 게스트를 놀리기나 하고.

       

       계단 몇 개만 더 올라가면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하늘은 다시 내려가 담배를 입에 물고픈 충동에 시달렸다.

       

       [답답해하던 화령님이 결국 증거를 보여주겠다며 나섰거든요? 이게 진짜 장난이 아니에요! 쇼츠로 짜른 영상 보낼 테니까. 검수해주세요]

       “이게 본론이었냐?”

       [네!]

       “그럼 이거부터 말해!”

       [전후사정 모르면 재미없잖아요]

       “어차피 쇼츠 보는 사람들도 전후사정 몰라. 새끼야”

       

       이상한데서 완고한 동생의 행동에 짜증을 터트린 그는 커피 톡으로 날아 온 영상을 스마트 폰으로 틀었다.

       

       영상의 시작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 있는 화령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기 무섭게 자신의 손으로 허공의 무언가를 걷어냈다.

       

       쉐도우 복싱? 아니. 아냐. 그거랑은 좀 다른데.

       

       굳이 따지자면 마임이랑 비슷하지 않나?

       

       이상한 일이었다.

       

       화령의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공기뿐이다.

       

       그런데 화령의 동작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그 자는 체격이 좋은 남성이었다.

       

       들고 있는 무기는 기다란 창이었고.

       

       신중한 체를 하고 있었지만 조급함을 완벽히 감추진 못했다.

       

       하늘은 화령의 앞에 선 사람을 알 것 같았다.

       

       신창 저격러. 그 놈이었다! 확실했다!

       

       한 손으로 곰방대를 든 채 저격러를 상대하던 화령은 얼마 안 가 저격러의 창을 붙잡아 당겨서는 상대의 중심을 흐트려버렸다.

       

       그리고 주먹 한 방.

       

       그것으로 끝이었다. 저격러의 머리가 박살나는 게 보였다.

       

       숨을 죽인 채 영상을 보던 하늘은 그제야 화령이 상대하던 것이 환상일 뿐이라는 걸 재차 깨달았다.

       

       귀신에라도 홀린 것 같았다.

       

       “하진아.”

       [봤어요? 쩔죠?]

       “빨리 안 올리고 뭐하냐. 빨리 쇼츠로 올려!”

       

       배경지식? 전후사정? 그딴 거 다 필요 없다.

       

       이건 보는 것 만으로 경외감을 주는 무언가다. 이전에 화령이 외신을 상대하던 그 풍경처럼!

       

       [형. 그럼 저 이거 올리고 있을 테니까 사장님 방송 좀 봐주세요.]

       “뭐 하는 중인데?”

       [화령님이 사장님 갈구는 중이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설명을 바랐지만 하진은 보면 안다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 새끼. 진짜.

       

       최소한 무슨 상황인지는 알려 줘야지. 그래야 재밌는 포인트가 어딘지 알 것 아니냐.

       

       집으로 돌아온 하늘은 영상 편집프로그램을 끄고 터렛 사이트를 켰다.

       

       엔리의 방송을 키자마자 보인 것은 흙바닥을 구르는 엔리의 모습이었다.

       

       “잘했다. 이번에는 자그마치 3초나 버텼구나.”

       “3초요? 이렇게 발악을 했는데 겨우 3초밖에 안 지났다고?! 말도 안 돼!”

       “자아. 일어나거라. 10초를 버틸 때까지 하기로 약속했잖느냐.”

       “싫어. 싫어!”

       

       어릴 적 보았던 만화 속 어린아이마냥 바닥을 구르며 떼를 쓰는 엔리의 모습에 하늘의 머리가 굳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하진. 이 자식아. 보면 안다며. 한 번에 이해될 거라며.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하냐!

       

       머리를 쥐어싸맨 그는 매니저 목록에서 엔리의 채팅창을 관리해주는 이를 찾아내 귓속말을 보냈다.

       

       – 하늘아. 왔냐.

       – 이게 뭔 일입니까?

       – 오늘 화령님이 사장님 가르쳐 주기로 한 건 알지?

       – ㅇㅇ

       – 교육의 현장이야.

       – 저게요?

       

       가르친다기보다는 괴롭힌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은데.

       

       – 보기엔 웃기긴 한데. 생각보다 진지한 상황이야.

       – 진짜요?

       

       진지하게 가르치는 중인데 미션으로 5초 버티기. 7초 버티기. 10초 버티기. 포기하고 자비를 구하기 같은 게 미션으로 달려 있어요?

       

       미션 금액이 달달해 보이기는 한데 아무리 봐도 교육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요.

       

       – 다시보기 돌려봐. 어차피 계속 테에엥. 거리고 계실 것 같으니까.

       – 네.

       

       이 교육이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이 아니었다.

       

       하진이 보내줬던 화령의 상상 비무가 끝난 직후 화령이 엔리를 끌고 투기장 맵으로 향했다.

       

       “오늘 내가 알려줄 것은 상대가 파고들었을 때 떨쳐내는 방법이다.”

       

       화령이 설명해 주는 이론은 간단했다.

       

       상대와의 거리가 근접했을 때 창은 도움이 되는 무기가 아니라는 것.

       

       그 때부턴 창을 휘두르는 빈도를 줄이고 피해를 줄이는 데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

       

       자잘한 공격들을 막아내며 오히려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어 큰 동작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

       

       그 후에 생겨난 틈을 찔러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것.

       

       “알겠느냐? 일단은 상대의 공격을 버텨야 한다. 그래야 빠져나갈 기회를 잴 수 있는 것이야.”

       “알겠어요!”

       “버티는 것에도 이론은 있으나 이건 실전으로 배우는 편이 빠르다. 내 친히 그대의 몸에 이론을 박아 넣어 주마.”

       “…네?”

       

       그 말과 함께 시작된 교육은 상당히 엄격했다.

       

       화령은 애초에 엔리가 거리를 유지할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이 이미 화령은 엔리의 바로 앞에 있었으니 거리의 개념 자체가 의미 없었다.

       

       엔리는 수도 없이 바닥을 굴렀다. 괴롭힘이라 보일 정도로 엄격한 방식이었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이 무어라 했다. 이게 가르치는 게 맞느냐고.

       

       화령은 답했다. 그렇다고.

       

       그 증거는 얼마 가지 않아 나왔다. 엔리의 실력이 조금씩 늘어난 것이었다.

       

       처음 몇 번은 일격에 나가 떨어졌다.

       

       허나 몇 번의 쓰러짐 후에 일격이 이격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또 몇 번이나 흙을 먹고 난 후 이격이 1초가 되었다.

       

       1초는 또다시 2초로. 이초는 또 다시 3초로 바뀌었다.

       

       그 때마다 엔리는 수십 번의 패배를 겪어야 했지만 엔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말로는 투덜거렸지만 그 눈은 의욕에 가득 차 있었다.

       

       얼마나 의욕이 넘쳤냐면 3초를 버텼을 때 이제 자신과 데케이가 동급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일 정도였다.

       

       문제는 그 후 4초의 벽이 너무도 높았다는 것이다.

       

       구르고 또 굴러도, 몇 번이나 일어서 창을 붙잡아도 4초를 넘어서는 것은 너무도 힘겨운 일이었다.

       

       그 쯤 되니 엔리에게도 한계가 찾아왔다.

       

       하늘이 방송에 들어온 것도 이 시점이었다. 엔리는 바닥에 드러누워서는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진짜 이러다 죽을 것 같아요!”

       “걱정 말거라. 어차피 이 곳에서는 죽어도 살아나지 않느냐.”

       “아악! 안 들려! 쉬는 시간! 쉬는시가아아안! 딱 10분! 10분만!”

       

       힘들었을 거라는 건 알지만 저건 추해도 너무 추했다. 보고 있는 하늘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체면을 다 팔아먹은 간곡한 부탁에도 화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화령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갤 저을 뿐이었다.

       

       “엔리. 얼마 전 그대가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나느냐?”

       “…설마 그 때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거에요?! 이 쫌생이!”

       “맞다. 본인은 치졸하고 속좁은 인간이다. 그러니 일어나거라.”

       “싫어! 누가 나 좀 살려줘!”

       

       이거 어떻게 편집을 해야 하지?

       

       대체 방송 한 번으로 마이튜브각 몇 개를 뽑아내는 거야.

       

       하늘은 의자에서 일어나 에너지 드링크를 꺼내왔다.

       

       그는 자기 사장님의 예능감이 점점 미워지기 시작했다.

       

       

       *

       

       한 시간 가량이 지났을 무렵 엔리는 흙 위에 사는 가자미가 되어 있었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몸을 움찔거리는 것으로 답을 대답하는 그녀는 아무리 봐도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도 양심은 있는지라 저 꼴이 된 엔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진 않았다.

       

       어차피 시간은 많았다. 만약 오늘 엔리가 기준을 넘지 못하더라도 내일이 있고 모래도 있다.

       

       엔리가 배움을 얻을 때까지 차근차근 가르칠 인내가 내겐 있었다.

       

       – 밥굽남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엔리 주거욧…]

       

       “괜찮다. 다 신경을 써서 가르치는 중이다.”

       

       내 마구잡이로 가르치는 것처럼 보여도 나름 엔리의 상태를 보며 배분을 하는 중이다.

       

       이전에 하린을 가르치다 울린 것이 마음의 짐으로 남아서 말이지.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 않더구나.

       

       지금 떼를 쓰고는 있다만 내 보기에 엔리에게는 여력이 남아 있었다.

       

       엔리는 그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역치가 높은 사람이다.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지만 근성은 가진 아이. 무림이었다면 필사적으로 노력하다 재능이라는 벽 앞에 무너졌을 아이.

       

       다행스럽게도 이 곳은 무림이 아니었고, 엔리는 무인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본인이 만족할 만한 실력 뿐이었다.

       

       “신경을 쓰는 거라고요? 이게?!”

       

       가자미의 아가미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신기하구나. 흙에 사는 물고기는 사람의 말도 할 수 있는 것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이 2천이 넘었네요. 많은 분들이 이 소설을 감상해주시다니. 너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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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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