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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아니 이 시간까지 왜 퇴근을 안했어?’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는 이수아를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저 지훈 씨. 퇴근하시려고요?”

        “네. 그렇죠.”

       

        상당히 뻘쭘하고 당황해졌다.

       

        “그럼~ 저희 같이 퇴근해요!!”

        “앗.. 네넵…”

       

        ‘뭐 같이 퇴근이랄 것이 있나. 어차피 다른 방향인데.’

       

        나와 이수아는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향해.

       

        “근데 수아 씨는 원래 지하철 타고 출퇴근 하세요? 차 없으세요?”

       

        아까 유하나가 엄청 비싼 차를 타고 퇴근 하는 것이 떠올랐다.

        꼭 연예인 수준이어야 차를 타는 것도 아니기도 하다.

        이수아도 유하나랑 비슷한 급이잖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수아가 지하철을?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이수아면 탑 S헌터.

        지하철 따위를 타고 다닐리가.

       

        “앗. 응. 엣…”

       

        이수아가 당황했는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아 어제 출근은 차로 했는데요~ 퇴근을 지하철로 했잖아용? 그래서 오늘은 택시타고 출근을… 차는 여기 건물에 있어요.”

       

        ‘응? 뭐 그렇게 이상하게 출퇴근을 해?’

       

        “그럼 어제 저희집 보고 싶어서 그러신 거에요? 괜히 저 때문에 지하철 타신 거에요?”

       

        당연히 이상했다.

        자가용을 탄담에 지하철로 퇴근하고 다시 택시로 출근한다고?

        근데 지금은 왜 또 자가용 안가지고 가?

        차는 그럼 그냥 여기 두고 다니는 거야 뭐야?

       

        ‘진짜 날 따라다니려고 그러는 건가…’

       

        “아니~ 백지훈 씨 때문이라기 보단~~~ 팀을 위해서죠! 팀원 관리!!!”

       

        자꾸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이게 무슨 팀원 관리야.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아니 백지훈. 정신차려.’

       

        말도 안되는 생각이 떠올라버렸다.

       

        이수아가 나를?

        말이 안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도 아무도 믿지않을 말.

       

        20년지기 불알친구들도 모두 깔깔대며 비웃을 것이 분명하다.

       

        “아 저 원래 그랬었다니까요~~ 팀원 중요하죠. 원래~ 초반에 잘 정착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해요.”

        “하하.. 네넵..”

       

        “근데요. 간단히 여쭤보고 싶은게 있는데요…”

        “네. 뭐에요?”

        “혹시 오늘 유하나랑 뭐했어요? 대화를 많이 나눴나요? 혹시 유하나가 백지훈 씨한테 신경을 많이 쓰지는 않았나요? 뭐 물어봤어요? 백지훈 씨한테 궁금한게 많던가요? 혹시 악수라도 했나요? 스킨쉽을 하신 건 아니죠? 유하나 헌터는 백지훈 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오늘 유하나 기분은 어때 보였나요? 앞으로도 사이가 괜찮을 것 같나요?”

       

        갑자기 질문을 와다다 쏟아내는 것이었다.

        거의 숨을 쉬지 않고 랩을 하듯이 떠들었다.

       

        ‘아이. 깜짝이야.’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분명 간단하게 질문을 하겠다고 하더니 너무 줄줄 질문을 쏟아내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제발 대답을 해달라는 듯한 태도로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냥. 중간에 좀 화가 나셨던 것 같기는 한데… 괜찮아진 것 같은데요.”

       

        내 말을 듣고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네? 화가 났다가 가라앉았다고요? 흐으으음….”

        “근데 왜요? 왜 물어보신 거예요?”

        “아니~ 팀원 관리~ 걔 되게 싸가지 없고 성격 드럽거든요. 그래서 혹시 우리 팀원한테 잘못한 거 있을까봐요. 제가 보호해드려야죠~”

       

        이수아는 생글생글 웃었다.

       

        “음. 성격은 막 나쁘지는 않은 것 같던데요?”

       

        분명 첨에는 조금 구렸던 것 같지만, 딱지를 걷어내고 나서는 분명히 괜찮았다.

        아무래도 상태이상이 문제였던 거지 유하나 헌터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순 없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걔 성격 아~주 별로에요. 남자가 가까이 하기엔 별로인 여자라니까요? 백지훈 씨. 정신차리세요. 어떻게 유하나를!”

       

        별안간 화를 내는 것이었다.

       

        ‘뭐야. 둘이 라이벌이라더니 그런가?’

       

        아무래도 유하나와 이수아의 라이벌 관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유하나가 블루길드에서 헌터로 활동할 때도 어찌나 경쟁이 심했는지.

        그 당시에는 A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로 A을 사용하겠다며 난리를 치는 통에.

       

        “하. 아니 왜 하필! 백지훈 씨를 선발했는지 모르겠어요. 길드장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그 자리 별로에요 별로. 우리 백지훈 씨가 아주 고생이 많네요.”

        “앗 넵.”

       

        ‘뭐 그래도 돈 많이 줘서 나쁘진 않은데…’

       

        뭐 나야 헌터 자체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헌터로 잘되어도 좋긴 한데 그냥 돈만 잘 벌어도 만족스럽다.

        유명해지거나 잘나는 것 자체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유명하진 않아도 이렇게 이수아나 유하나 처럼 유명하고 예쁜 사람들 곁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

       

        “저 근데 백지훈 씨?”

        “네.”

        “저녁 식사 초대는 언제에요? 오늘?”

        “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집 정리는 어제 완료는 했지만.

        하루만에 초대를 할리가.

       

        “아뇨. 오늘은 준비가 안되어서… 제가 방금 퇴근이라.”

        “앗… 글쿠나. 그럼 언제쯤… 어… 음…”

        “내일 어떠세요?”

        “내일이요? 좋아요!”

       

        ‘저녁식사 엄청 좋아하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나는 꾸벅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했으니까.

        그녀와 나는 서로 완전 반대 방향이다.

       

        “앗 저도 신림역 쪽으로…”

        “오늘은 왜요? 어제 보셨잖아요?”

        “어. 음. 아니 오늘은 그냥~ 신림역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앗. 글쿤요.”

       

        괜히 김칫국을 들이켜마셨다.

       

        “넵…”

       

        덜컹덜컹.

       

        “와. 이수아 아냐?”

        “야. 무슨 이수아가 지하철을 타냐. 지랄.”

        “아닌데. 진짜 이수아같은데.”

       

        어제와 같은 반응.

        물론 8시 퇴근이라 그런지 어제처럼 꽉 차는 수준은 아니었다.

       

        “저 근데 원래 노출되는 거 별로 안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누가 그래요?”

        “차과장님이요.”

        “하. 차과장님이 또 쓸데없는 말을…”

        “원래 혼자다니시고 사람 많은 곳은 잘 안다니신다고.”

        “하.. 그거 차과장님이 저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 별로 신경쓰지 마세용…”

       

        이수아는 듣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쓰읍… 이거… 진짜 내가 인큐버스 특성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상태창 어디를 돌아보아도 분명 정확한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은 들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나는 거의 모든 여자를 후릴 수 있게 되는 거 아닌가?’

       

        어쩌면 천국? 어쩌면 지옥?

       

        웹소설에나 나올 망상을 하게 되었다.

       

        ‘그게 말이 되냐.’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았다.

       

        “앗. 도착했네요.”

       

        상념에 잠겨있었더니 어느새 신림역에 도착하였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네네넵!!”

       

        뭔가 허둥대는 듯한 이수아를 놔두고 집으로 올라섰다.

       

        ***

       

        “휴. 이제 집에 가야지.”

       

        이수아는 방금 전에 내린 지하철을 다시 탔다.

       

        ‘아 신림은 왤케 먼거야. 귀찮게? 확 신림으로 이사를 해버려?’

        ‘흠~ 그래야할 수도. 아니~ 우리 팀원을 보호해야 하잖아? 새로 들어온 팀원이 너무 당황했을 거 아냐. 이렇게 파견을 덜컥 보내버리고 말이야.’

        ‘내가 팀장으로서 아직 부족한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팀원을 잘 보살필 수 있을까…’

       

        이수아는 멍 때린 채로 지하철에 우두커니 서서 이상한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야야. 저거 이수아 아냐?”

        “야. 미친 놈아. 이수아가 혼자서 지하철을 탄다고? 게다가 저런 표정을 하고? 저게 무슨 이수아냐?”

        “아니. 생긴거랑 몸매 이수아 같은데? 이수아잖아?”

        “으휴. 비슷하게 생기면 다 이수아냐.”

       

        주변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말들이 들려왔지만 이수아에게는 지금 그런 것들이 중요해보이지는 않았다.

       

        “흠. 괜찮아 괜찮아! 화이팅. 이수아! 너 잘 해낼 수 있어. 앞으로도! 백지훈 헌터를 열심히 지원하고 관리하자!!! 으흥~~”

       

        갑자기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쓰읍. 뭐지?”

       

        유하나는 오늘 하루 이상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뭐야? 도대체… 오늘은 좀 힘이 났단 말이지…”

       

        그리고는 자신이 오늘 촬영했던 것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아니 오늘 진짜 화장도 잘 먹은 것 같고… 피부도 좋아진 것 같고… 더 예뻐진 거 같은데…”

        “표정 때문인가…?”

        “이상해 이상해…”

       

        그녀는 아까 들었던 얘기를 떠올렸다.

       

        ‘어휴. 하나씨. 오늘 뭐 기분 좋은 일 있어요? 촬영이 아주 잘 된 것 같은데…?’

        ‘하나씨. 오늘처럼만 해줘요. 아니 지금까지 왜 그랬대~’

        ‘아주 굳이야 굳. 아주 좋았어요.’

       

        “흠…설마 그 사람 때문인가…”

       

        유하나는 백지훈을 떠올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백지훈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지만.

       

        ‘E급이라며?’

        ‘게다가 기분 좋게 해주겠다는 말 따윌…’

       

        분명 성희롱을 할 것만 같은 대사를 했다.

       

        유하나는 이런 것에 좀 민감했다.

        지금까지 유하나에게 접근했던 남자들이 워낙 그런 쪽으로만 말을 쏟아냈으니까.

       

        ‘유하나 씨. 촬영 끝나고 한잔 하실래요? 제가 기분 좋게 만들어드릴 수 있는데.’

        ‘제가 아주 신세계를 보여드릴 수 있거든요. 저랑 오늘 밤 같이 고?’

        ‘저 유명한 거 아시죠? 제가 꽤 잘하거든요. 오늘 천국 보내드릴게요.’

       

        하나같이 그랬다.

       

        ‘어휴… 남자들은 다들 저질스러워. 생각하는 게 그거 밖에 없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흠.. 근데 그 사람은… 흠.. 좀 다른거 같기도…?’

       

        일부러 생각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꾸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에이. 뭐 운빨이겠지. 정신차려. 유하나. 너 무슨 E급 헌터 따리를 생각하는 거니?”

       

        자신의 양 볼을 챡챡 때리며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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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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