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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44. 놀이터의 왕 (2)

       

       

       놀이터는 차갑다.

       그 사실은 놀이터의 아이들이 행동으로 직접 알려준다.

       차디찬 아이들은 쓰러진 민구를 무시한 채, 머리를 모아 회의를 나누기 시작했다.

       왕위 찬탈을 위해서.

       

       “솔직히 민구보다 쟤가 더 대장에 어울리지 않냐?”

       “패배한 대장은 더 이상 대장이 아니지.”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속닥속닥-

       얘기를 듣자 하니, 아이들은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었다.

       패배한 대장은 더 이상 필요가 없나 보다.

       

       “야, 너희들 뭘 그리 중얼거려!”

       

       터벅터벅-

       화련이는 속삭이는 아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아이들은 괜히 얻어맞기 싫은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우, 우리는 너를 대장으로 인정하기로 했어!”

       “때, 때리지만 말아줘…!!”

       

       화련이는 파리처럼 싹싹 비는 아이들을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얘, 얘네들 왜 이래?!”

       “우리는 민구처럼 맞기 싫어! 제발 살려줘, 대장!”

       “대장? 내가 왜 너희 대장이야?!”

       

       화련이는 자기가 대장이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화련이를 이미 대장으로 인정한 뒤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가장 강한 사람이 대장이야!”

       

       가장 강한 사람이 대장.

       놀이터에 모인 아이들은 화련이를 대장으로 인정했다.

       그 사람이 인정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인정하면 대장이 되는 거다.

       갑자기 아이들의 대장이 되어버린 화련이의 반응은…

       

       “가장 강한 사람이 대장이면 나뿐이잖아!”

       

       으쓱-

       화련이는 팔짱을 낀 채로 미소를 지었다.

       꽤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리고는 자신 있게 새로 생긴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흥, 내가 가장 강하니까! 당연히 내가 대장이 되어야지! 너희 인간 주제에 많이 똑똑하구나?!”

       “그럼 대장! 우리는 꽤 똑똑해! 쓸모가 있어!”

       “나보다는 멍청하지만! 그래, 좋아! 내가 대장이야!”

       

       휴-

       아이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얻어맞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그네에 앉아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화련이가 놀이터의 대장이 되다니.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왠지 걱정된다.

       특히 화련이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걱정된다.

       내 딸이기는 해도, 화련이는 전투광이니까.

       화련이는 부하가 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하들아! 다들 일어나!”

       “예, 대장!”

       

       벌떡-!

       아이들은 화련이의 명령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화련이는 만족하는 미소를 지으며 명령했다.

       

       “차렷!”

       “차, 차렷!”

       “동작이 느리잖아! 내 부하들은 한마음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해!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대장!”

       “다시 차렷!”

       

       아이들은 서로 타이밍을 맞춰, 차렷 자세를 취했다.

       꽤나 끈끈한 사이인지 타이밍이 아주 잘 맞았다.

       화련이는 그 모습을 보고 가볍게 박수를 쳤다.

       

       짝짝짝-

       

       “그래 그래! 내 부하들이 내 명령에 잘 움직이다니! 아주 보기 좋아!”

       

       놀이터의 대장이 아닌, 북쪽의 대장 같은 모습이 겹쳐 보이네.

       기분 탓인가.

       

       ‘아무리 봐도 기분 탓이 아닌데.’

       

       빨간 맛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무섭네.

       그렇게 화련이의 대장 놀이를 가만히 보고 있던 순간.

       코피를 쏟고 쓰러져 있던 퇴물 리더 구민구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녀석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얘, 얘들아…! 뭐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대장…!”

       “너희들의 대장은 나라고…! 어째서 그 드래곤 호소인의 말을 듣고 있는 거야…!!”

       

       민구의 부하들은 이제 화련이의 부하가 되어 있었다.

       민구는 부하들을 향해 절박하게 소리쳤다.

       

       “너, 너희들의 대장은 바로 나라고! 내 말을 들어! 당장 차렷 자세를 풀란 말이야!”

       “미, 미안해 대장…! 우리는 이제 새로운 대장의 말을 따르기로 했어…! 이, 이제 대장은 대장이 아니야…!!”

       

       녀석들은 이제 민구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그들의 대장은 민구가 아닌 화련이었으니까.

       

       “이, 이건… 내 친구들이 아니야…”

       

       털썩-

       

       고개를 툭 떨군 민구.

       화련이는 그런 민구의 앞에서 당당하게 선언했다.

       

       “이제는 내 부하야! 네 부하가 아니라구!”

       “크윽…”

       “니 부하 꽤 똑똑하더라! 쓸만할 것 같아!”

       “크으윽…”

       

       민구는 비통에 찬 목소리를 냈다.

       자신들의 부하를 모두 빼앗겨, 분한 모습이었다.

       화련이는 풀이 죽은 민구를 향해 가볍게 말했다.

       

       “그래도 너만 부하로 안 삼기는 애매하니까! 너도 특별히 부하로 삼아줄게!”

       “나를 부하로 삼겠다고…?”

       “그래! 내가 특별히 부하로 삼아줄게!”

       

       화련이의 말에 민구는 잠시 머리를 굴리며 고민했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일까.

       신경질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내가 왜 밑으로 들어가야 해. 나는 다른 사람의 밑으로 절대 들어가지 않아!”

       

       그에 화련이는 헛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내가 부하로 삼겠다면 삼는 거야! 드래곤 펀치!”

       “커윽-!”

       

       털썩-

       민구는 주먹에 맞아 쓰러져 바닥에 쓰러졌다.

       녀석의 코에서는 또다시 코피가 흘렀다.

       

       ‘코피를 너무 많이 흘리는 거 아니야? 괜찮나?’

       

       민구라는 녀석에 대해 걱정되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엿들었다.

       

       “민구 또 코피 흘리네.”

       “쟤 원래 코가 약하잖아. 혈압이 높다고 했나.”

       

       원래 코피가 많이 나는 타입인가 보다.

       나는 곧바로 민구의 걱정을 머리에서 지웠다.

       

       “아무튼! 너는 내 부하야! 알겠어!?”

       “…방금도 말했지만. 나는 절대 남의 밑에 들어가지 않-“

       “내가 부하라고 하면 부하라니까! 드래곤 펀치!”

       “커윽-“

       

       끝까지 부하로 삼을 속셈인가.

       화련이는 계속해서 민구에게 드래곤 펀치를 날렸다.

       나는 민구가 과다출혈로 죽기 전에 화련이를 말리기로 결정했다.

       

       “화련아, 이제 그만해.”

       “아빠!”

       “이러다가 부하로 삼기 전에 죽겠다.”

       “그런가!?”

       

       화련이는 드래곤 펀치를 봉인했다.

       그러자, 민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던 민구의 몸을 잡아 일으켰다.

       

       “어때, 몸은 괜찮아?”

       “…내 몸은 괜찮아. 배신자들 때문에 마음은 안 괜찮지만.”

       

       찌릿-

       민구는 자신을 배신한 부하들을 노려봤다.

       화련이의 부하들은 휘파람을 불며 모른다는 듯이 민구의 시선을 피했다.

       

       “이 배신자들…!!”

       

       화련이는 이를 악문 민구를 향해 말했다.

       

       “흥, 불만이면 나보다 강하던가!”

       “…”

       

       화련이의 말에 민구는 입을 닫았다.

       그러자, 화련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빠! 근데 부하가 생기면 뭘 해야 해?!”

       “음, 그냥 하고 싶은 거? 부하들을 데리고 같이 놀면 돼.”

       “흥, 나는 같이 놀고 싶지 않은데! 원래 약한 생물체들이 단체를 이루고 살잖아! 나는 혼자가 좋아!”

       

       터벅터벅-

       화련이는 나와 대화를 나누고서, 마음을 굳힌 듯이 부하에게 다가갔다.

       부하들은 잔뜩 기대한 얼굴을 하고, 화련이의 말을 기다렸다.

       화련이는 부하들을 향해 자신 있게 말했다.

       

       “야, 너희들!”

       “네, 대장!”

       “그냥 내 부하 때려쳐!”

       “…대장?”

       “난 너희 대장 하기 싫어! 원래 강한 생물체는 혼자 있어야 하니까!”

       

       화련이는 그리 말하고는 뒤를 돌아 내게 다가왔다.

       

       “아빠, 시간 다 됐어! 돌아가자!”

       “벌써 그렇게 됐나.”

       “응! 그래도 난 재미있었어!”

       

       화련이가 재미있었다면 다행이지.

       나는 화련이가 또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잡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며 뒤를 돌아 남겨진 아이들을 바라봤다.

       

       “대, 대장…”

       “한 번 대장은 영원한 대장이야…!!”

       

       퇴출당했음에도.

       아이들은 화련이를 대장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화련이의 압도적인 무력에 진심으로 감복하지 않았나 싶다.

       

       ‘이게 드래곤의 리더쉽인가.’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해도.

       애들이 막 따르기 시작하네.

       나는 화련이와 함께 길을 걸으며, 녀석에게 질문했다.

       

       “화련아.”

       “왜!”

       “근데, 이제 놀이터에서 쟤들이 놀아도 되는 거야?”

       

       자기 구역이라 해놓고.

       화련이는 아이들을 두고 집으로 돌아가자 말했다.

       그 행동에는 무슨 이유가 있던 걸까?

       그리 묻자 화련이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 맞다! 까먹었다!”

       “…”

       “잠깐 돌아가자! 쟤들을 내쫓아야 해!”

       

       와다다다-!

       화련이는 조금 속도를 올려 놀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아이들을 보며 소리쳤다.

       

       “야, 여기 내 구역이야! 당장 나가!”

       “대장, 우리한테 왜 그래!”

       “내가 왜 너희 대장이야! 당장 나가아아!!”

       

       마치 비둘기를 내쫓는 공원 관리인처럼.

       화련이는 아이들을 향해 드래곤 펀치를 휘둘렀다.

       그에 아이들은 맞지 않기 위해 놀이터를 뛰어다니며 도망치기 바빴다.

       

       “대장, 우리도 놀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줘!”

       “시끄러! 여기는 나 이화련의 구역이야!”

       “으아아악! 살려줘, 대장!”

       “도망치지 마! 잡히면 죽었어!”

       

       화련이와 아이들은 놀이터를 열심히 뛰어다녔다.

       마치 술래잡기하는 것처럼.

       미끄럼틀에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시소를 앞에 두고 대치하고, 모래를 휘날렸다.

       

       ‘민구라고 했나. 자존심을 부리더니. 쟤도 같이 놀고 있네.’

       

       자기만 빼놓고 놀고 있으면 질투 나긴 하겠지.

       어느새 민구 또한 화련이를 피해 놀이터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런 녀석들의 얼굴에는 어린 아이의 미소가 가득했다.

       

       ‘어릴 때는 뛰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긴 하지.’

       

       그래도.

       화련이가 조금 매콤하긴 해도.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너희 잡히면 죽는다아!!”

       “헤헤. 우리 잡아봐라, 대장!”

       

       놀이터의 왕은 원래 구경하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섞여 노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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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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