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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자.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게 한두 개 아니었다.

         

        일단 알로사우루스가 놀란 현 상황.

         

        처음에는 랩터가 놀라고, 그다음에는 이구아노돈이 놀라더니 이젠 알로사우루스가 놀라고 있다.

         

        예전과 달리 무슨 행동을 통해 업적을 달성했는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추측은 할 수 있었다.

         

        내가 딜로포사우루스를 쓰러트린 것.

         

        하지만 딜로포를 잡았다고 알로사우루스가 놀란다?

         

        약간 애매하다.

         

        그렇다면 결과가 아닌 과정을 봤을 터.

         

        구음백골조와 역발산기개세를 사용했기에 달성한 거라 생각하는 게 타당했다.

         

        내용은 그리 큰 상관 없으니 넘어가고, 보상으로 받은 것에 집중하자.

         

        보상은 바로 숨겨진 선택지.

         

        즉, 고모도였다.

         

        여태까지 당소영의 망상 속에 존재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실제로 존재하긴 하나 보다.

         

        그녀의 말대로 엄청 귀한 몸일 가능성이 컸다.

         

        진화의 조건이 역발산기개세, 구음백골조, 거기에 상급 내단의 섭취였으니까.

         

        조건이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세상에 어떤 도마뱀이 저런 무공을 쓰고 다니겠나.

         

        게다가 나조차 저 무공을 습득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재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극악의 조건을 가졌으니 고모도의 성능은 절대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한번 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

       【고모도(古氂屠)】

         

       꼬리 달린 오래된 죽음.

        전설 속에 등장하는 영물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짧아!

         

        그것도 많이!

         

        아니, 게코 도마뱀이 이것보다 설명이 길었다고.

         

        적어도 길이랑 몸무게는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진정하자.

         

        저 한자를 해석해 보자.

         

        옛 고에 저건 아마도 꼬리 모. 마지막은…  죽음 도 정도 될 거다.

         

        이름은 거창하네.

         

        꼬리 특화인가?

         

        꼬리는 내 주무기 중 하나다.

         

        지금은 용조수에 비해 위력이 낮아 사용 빈도가 줄어 들었지만, 여전히 쓸만한 무기였다. 기본적으로 용조수보다 사거리가 길기도 하고.

         

        나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당소영이 평소에 하던 말에 따르면, 이 고모도라는 종도 독이 굉장히 강할 게 분명했다. 짐조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독이라고 했으니까.

         

        덩치가 어느 정도 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보단 작지 않을 거다.

         

        안전한 코모도왕도마뱀이냐.

         

        위험부담이 있지만 기대치가 더 높은 고모도냐.

         

        희대의 난제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숨겨진 선택지다.

         

        설마 코모도보다 안 좋겠어?

         

        고모도.

         

        그래.

         

        한 번 믿어본다.

         

        당소영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고모도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고모도로 진화하시겠습니까?]

         

        불안하게 왜 물어봐.

         

        언제 이런 걸 물어봤다고.

         

        그래.

         

        우드드득.

         

        이번이 벌써 세 번째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다.

         

        육체가 재구성되는 이 오묘한 기분.

         

        뼈가 점점 자라는 게 느껴진다.

         

        그래.

         

        덩치는 이전보다 확실히 커질 거다.

         

        뿌드드드득.

         

        근육이 붙는다.

         

        조금 과할 정도로.

         

        날렵했던 악어왕도마뱀의 몸이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게 역시 많이 늘어날 거다.

         

        촤자자자장!

         

        마지막으로 비늘이 덮인다.

         

        지난번보다 훨씬 단단하고 어두운 청록의 비늘이.

         

        쩌저저저저적!

         

        날 감싼 알을 부쉈다.

         

        [축하합니다! 【악어왕도마뱀】이 【고모도】로 진화했습니다.]

       

       【고모도 LV1】

        HP: 854/854

        MP: 350/350

        【칭호】

        「거미에게 사랑받는 자」

        「은룡굴의 주인」

        「늪지대(하부)의 주인」

         

        변화는 엄청났다.

         

        악어왕도마뱀으로 진화했을 때보다 더 큰 변화가 일어났다.

         

        HP와 MP가 대폭 늘어난 건 뒤로 해도, 시야가 넓어진 게 심상치 않았다.

         

        크기가 확실히 커졌다는 말이다.

         

        그리고 커진 만큼 배가 고팠다.

         

        단숨에 깨진 알조각을 입에 넣고 옆에 있는 딜로포 고기를 뜯어 먹었다.

         

        뚜두둑.

         

        으적.

         

        크기가 커져서 그런지 딜로포 고기를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배를 채웠다.

         

        지금의 나에겐 이 정도 허기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계속해서 내 머리를 울리는 듯한 메시지들 확인하는 것이다.

         

        [「독 생성 lv1」을 획득합니다.]

         

        [「독 모으기 lv1」을 획득합니다.]

         

        [「역린 lv1」을 획득합니다.]

       

       자기주장을 열심히 해대는 심상치 않은 녀석들이었다.

         

        그래. 이제 한 번 봐줄게.

         

        __________________________

        【스킬】

        「용조수」「소룡등천보」「소주천」「백독불침」「백란심법」「벽호공」

        「용린 LV5」「역린 LV1」「독 생성 LV1」「독 모으기 LV1」…….

        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가 가지고 있는 무공과 이번에 얻은 스킬만 모아봤다.

         

        「독 생성 LV1」

        허공에 독을 생성합니다.

        소모되는 MP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독의 양과 질이 늘어납니다.

        MP 소모량: 10

         

        「독 모으기 LV1」

        독을 한곳에 모읍니다.

        모은 독을 사물에 주입할 수 있습니다.

        소모되는 MP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을 수 있는 독의 양이 늘어납니다.

        MP 소모량: 10

         

        독 이빨이 초보자 스킬이라면 이 녀석들은 숙련자 정도는 될 거다.

         

        스킬 두 개를 잘만 이용하면 딜로포사우루스처럼 다채로운 공격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독 안개를 만들고, 만천화우를 쏘고. 물론 숙련도가 낮은 지금의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굉장히 좋은 스킬들이다.

         

        이제 남은 스킬을 살펴보자.

         

        「용린 lv5」

        용의 비늘이 몸을 뒤덮습니다.

        형태를 변환할 수 있습니다.

         

        이름만 봐도 멋지다.

         

        게다가 형태를 변환한다고?

         

        멋있는 거+멋있는 거= 더 멋있는 거.

         

        당장 해보자.

         

        소모 MP가 안 보이는 걸 보면 패시브 스킬이라고 볼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날 뒤덮고 있는 이 비늘이 용린이라는 거다.

       

        진화하기 전에 이 스킬을 얻긴 했는데, 그때도 악어왕도마뱀의 비늘이 아니라 용의 비늘을 달고 있던 건가.

         

        일단 모습부터 확인하고.

         

        그나마 맑은 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물가에 비친 건 꽤나 듬직한 한 마리의 거대한 도마뱀이었다.

         

        덩치가 많이 커졌다.

         

        정확한 길이는 모르겠지만,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가 생각나는 수준의 덩치였다.

         

        그것도 근육이 꽤 많이 붙은 놈 기준으로.

         

        겉모습은 일반적인 코모도와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았다.

         

        곳곳에 붙은 근육들과 단단한 비늘들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꽤 만족스러운 변화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형태를 변환할 수 있다.

         

        용린의 스킬 설명이었다.

         

        어떻게 하는 거지?

         

        집중해 보자.

         

        조금 더 날카로운 모습으로.

         

        촤자자작!

         

        비늘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윽고 나는 물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전에는 그냥 좀 커다란 코모도였다면, 지금은 서양 쪽에서 볼 거 같은 드래곤과 흡사한 외형이었다.

         

        몸체는 검고 눈은 빨갛고 어쩐지 레벨은 7일 거 같은 드래곤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날개가 없고 눈이 파랗다는 거?

         

        푸른 눈의 흑룡이었다.

         

        그러니까 내 모습을 한 마리로 정리하자면.

         

        개 멋있다.

         

        이 상태라면 몸통 박치기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이 될 거다.

         

        다만 비늘의 내구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구조 자체가 방어보단 공격에 특화된 거 같으니 말이다.

         

        용린은 여기까지.

         

        이제 대망의 하이라이트다.

         

        역린.

         

        용의 목에 나 있는 거꾸로 된 비늘.

         

        역린을 건든다는 말이 있듯이 용의 약점이라고 알려진 부위다.

         

        진화했다고 약점을 달아준다?

         

        그럴 리가 없었다.

         

        역린 역시 훌륭한 스킬일 거다.

         

        어쩌면 혼란에 빠지는 대가로 강한 공격을 가하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확인해 보자.

         

        「역린 lv1」

        습득하지 못한 스킬이나 무공을 재현합니다.

        소모 MP는 재현하려는 스킬과 무공의 난이도에 비례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스킬이었다.

         

        이거라면 역발산기개세나 구음백골조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말 아니던가.

         

        굉장히 유용한 스킬이었다.

         

        물론 MP 소모량이 엄청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은 쓸 수 있겠지.

         

        소득이 쏠쏠하다.

         

        지금의 나와 10분 전의 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난다.

         

        악어왕도마뱀 10마리가 덤벼도 지금의 나를 이기지 못하리라.

         

        이렇게 강해져도 되는 거야?

         

        고모도 굉장해!

         

        이런 도마뱀을 알아버리면 다시는 코모도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엄청나게 강해졌고 엄청나게 멋있어졌다.

         

        남자의 본능이 발동할 때다.

         

        이럴 때 자랑해야지.

         

        또 언제 자랑해 보겠어.

         

        우아하게 네 발을 이용해서 총총 걸었다.

         

        마치 도그쇼에 나오는 다리 긴 강아지가 새침하게 걷듯.

         

        “겍겍!”

         

        얘들아.

         

        이것 좀 봐.

         

        투스와 푸스. 그리고 네필라 쥐라시카와 당소영이 동시에 날 쳐다봤다.

         

        내 아름다운 자태에 넋이 나간 걸까.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바라봤다.

         

        “고, 고모도 대협….”

         

        당소영은 놀란 토끼 눈으로 변한 채 말을 더듬었다.

         

        “키… 키에엑….”

         

        너희까지 말을 더듬을 필요는 없는데.

         

        당소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많이 놀랐겠지.

         

        “겍겍겍.”

         

        내가 봐도 놀랍다.

         

        계속 구경하도록 해.

         

        그렇게 내 멋진 비늘을 뽐낼 때였다.

         

        “…신수님을 뵙습니다.”

         

        당소영은 별안간 내게 절을 했다.

         

        당황스럽다.

         

        절을 마치고 일어선 그녀가 눈을 감고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래.

         

        뭐, 당가에서 고모도를 귀하게 여긴다니까 그럴 수도 있지.

         

        [당소영이 당신을 숭배합니다.]

         

        응?

         

        [【당소영】의 신앙심이 오릅니다.]

         

        [【안트라코마르투스】의 신앙심이 오릅니다.]

         

        [【아터코푸스】의 신앙심이 오릅니다.]

         

        응?

         

        [당신을 숭배하는 신도의 수가 셋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신성력이 조금 올라갑니다.]

         

        [새로운 종교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뭐예요.

         

        난 그냥 개쩌는 내 비늘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당소영】

        【상태】

        「숭배」「기쁨」

         

        당소영의 정보가 보인다.

         

        원래 인간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나보다 약한 상대라도 감정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문구만 나왔을 뿐이다.

         

        날 숭배한다고 해서 볼 수 있게 된 건가?

         

        나쁘지 않다.

         

        다른 녀석들도 한 번 체크해보자.

         

        무슨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까.

         

        【아터코푸스 lv9】

        【상태】

        「숭배」「짝사랑」「견제」

         

        【안트라코마르투스 lv8】

        【상태】

        「숭배」「짝사랑」「질투」

         

        너희 대체 뭐야.

         

        나 좀 무서워지려 그래.

         

        【네필라 쥐라시카 lv30】

        【상태】

        「부상」「짝사랑」「애정」「사모」「연모」「일편단심」「번식욕」「소유욕」「식욕」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는 거 같다.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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