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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이후로도 이한은 시범을 연속적으로 보였다.

         

       “마법사의 마법은 대체적으로 염동력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방금도 보았다시피 염동력이 다룰 수 있는 질량은 막대하다. 위협적인 힘이지. 일반 병사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다. 다만, 기사는 재앙에 저항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기사란 이름값이 아깝지 않도록.”

         

       이한은 눈짓했고, 아이린은 눈치껏 염동력을 사용했다.

         

       일순.

         

       파앙!

         

       “봤나?”

       “…….”

         

       봤다.

       공중에서 풍선처럼 터진 무형의 기류를.

         

       “전사가 염동력에 대항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투기법이다. 투기력을 강하게 내뿜어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는 거지. 그리고 또 하나는 염동력 자체에 대항하는 거다. 뭐, 그랬다간 자칫 압력에 억눌려 온몸이 터질 우려가 있으니 되도록 안 하는 편이 좋지만.”

       “그, 그럼 세 번째가…?”

       “투기법이 없는 너희로선 세 번째밖에 답이 없는 거지.”

         

       파앙!

         

       다시금 터지는 무형의 기류.

         

       “힘의 ‘발산’이다. 방금 전 보여준 백보신권의 원리를 담은 거지. 염동력을 그대로 ‘격추’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전방위로 분출되는 염동력 앞에서 이따위 짓을 하면 안 된다. 자칫 몸이 가루가 될 수 있으니.”

       “어어…, 그 짓 하다간 오히려 마법사의 몸이 가루가 될걸요?”

         

       마력이란 만능에 가까운 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만능은 아니다.

       만능의 에너지를 다룰 만한 역량과 노력, 냉정함 등이 있어야지.

       그렇기에 전방위로 염동력을 분출하는 건 자멸하려 발악하는 행위다.

       맨몸으로 대포를 연달아 쏘는 것과 마찬가지니 얼마 가지 않아 피 토하며 죽으리라.

         

       “아아, 그래서 그놈이 그렇게 죽었구나? 좋은 걸 알았군.”

       “…….”

         

       …아무래도 그는 이미 상대해본 경험이 있나 보다.

         

       “어쨌든 보았다시피, 염동력에 대항하고 싶으면 필수적으로 내가 한 것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뭐, 겨우 두 가지밖에 안 되니 쉽게 배울 수 있을 테지.”

         

       경(勁)의 발현과 발산.

         

       그들에게 마냥 쉬워 하품이 나올 과제이리라.

         

       “…어디가요?”

         

       다만 그저 공중에서 힘이 터지는 광경밖에 보지 못한 이들로선 절대 쉬운 게 아니었다.

       왜 저 거대한 통나무가 반으로 쪼개지고, 염동력은 어떻게 격추할 수 있는 것인지.

       그들은 아직 그 ‘원리’가 이해가 안 되었다.

         

       “음, 이해한 사람 손?”

         

       설명은 했다.

       다만 감각적인 설명이었기에 어려울 뿐이지.

       허나 분명 이해한 이도 있지 않을까?

         

       그러한 자그마한 기대감을 담아 그들을 보았으나.

         

       “쿤타, 아직 이해 못 했다. 쿤타, 바보다.”

       “바보가 아닙니다, 쿤타. 아무도 이해 못 했을 겁니다.”

       “너무 추상적이요, 교관.”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

       가장 이한과 비슷한 부류였던 쿤타라면 이해하리라 여겼는데….

         

       음, 역시 좀 더 친절히 설명했어야 했었나?

         

       그때.

         

       “저, 저기….”

         

       전혀 기대 받지 못했던 한 소녀가 손을 들었다.

         

       “교, 교관님이 하시는 말씀은 혹시 이런 건가요? 그동안 저희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내는 법을 배웠죠. 교관님께서 그러한 훈련을 강조하신 이유는 신체의 근력 증강도 있겠지만, 신체의 근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끼란 이유도 있으시겠죠. 항상 강조하기도 하셨고요.”

         

       레비 폴트.

       풍성한 수국을 연상케 하는 가녀리고도 어여쁜 소녀이지만, 마냥 가녀리기만 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스무 날 동안 도망가지 않고 훈련을 완수한 소녀이기도 했다.

         

       그런 기특한 소녀가 어딘지 이지적인 홍채를 빛내며 저가 느낀 바를 풀어냈다.

         

       “교관님이 항상 강조하신 ‘힘을 느껴라.’ 너무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저나 다른 분들도 체조를 하고. 절벽을 오르며 근육은 언제 어떻게 쓰이고, 체력이 전부 소진된 것 같아도 어찌어찌 훈련이 가능함을 겪었죠. 덕분에 저흰 이제 근력이란 게 단순히 근육에서 나오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오로지 교관님의 수업 덕분에요.”

         

       언변이 제법 유려하다.

       귀족 영애라서 그런지 몰라도, 마냥 투박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공을 치하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고 할까.

         

       허나 이한은 그녀의 고아한 언변보다 설명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제대로 설명해줬군 1번 병아리, 고맙다. 나도 그냥 감으로 때려맞히는 놈이라 제대로 설명을 못 했는데, 이렇게 다 이해시켜주는군.”

       “아, 아니에요. 교관님께서 다 아시는 걸 테지만, 제가 좀 더 풀이해서 설명했을 뿐인걸요.”

       “…교관이 나중에 사탕을 주도록 하지.”

       “네에?”

         

       참 착하고 좋은 애다.

       어쩜 저리 말하는 게 예쁘고 기특할까.

       말투도 투박하고 자존심만 더럽게 센 사내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함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나도 딱 저런 딸 가지고 싶다.’

         

       나이 차 많이 나는 여동생이나 딸을 보는 기분.

       이한은 흐뭇함 가득한 시선을 주었고, 레비 폴트의 볼은 발그레 익어갔다.

       칭찬이 익숙하지 않은지.

         

       ‘나, 나는? 나도 잘하는데 왜 칭찬 안 해주시지?’

         

       반대로 지금껏 저토록 칭찬을 받은 적이 없는 마법소녀는 억울했다.

         

       [아린아. 너 졌어. 예쁜 건 네가 더 예쁘긴 한데, 품위에서 우리가 졌어, 흑흑.]

         

       ‘……품위는 얼어 죽을.’

         

       공성병기로선 최고지만, 품위로선 학점 F인 소녀는 그렇게 기분이 뾰로통해져갔다.

         

         

         

         

       소녀의 섬세한 기분이 상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이한은 레비 폴트에게 관심을 쏟았다.

         

       ‘기특하단 말이지.’

         

       조금 전과 다른 의미의 기특함이다.

       지난 20일.

       그동안 누가 누구보다 더 노력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치열했지만, 레비 폴트만큼 치열했던 이들도 드물 것이다.

         

       ‘가장 일찍 기상하고, 다른 누구보다 아슬아슬하게 훈련했지.’

         

       정신력, 아니 더 나아가 깡다구가 있다.

       생긴 게 여리하고 유약해보여서 그렇지, 숨겨진 성정은 강직한 바.

         

       저가 가장 늦은 출발선에 있음을 알기에 노력을 쉬지 않고, 악다구니를 다한다.

       하여 노력하고 또 노력한 끝에 그녀는 이제야 막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비록 불칸의 신비가 도움이 도와주었을지언정, 그녀의 노력이 폄하당해선 안 될 터.

         

       ‘이제 쟤는 마냥 병아리 취급해선 안 되겠지.’

         

       소녀는 이제 마냥 귀족 영애가 아니라, 무인(武人)이 되었다.

       어떠한 사정이 있어 무인이 되려는 건지 모르겠으나, 이한은 그녀의 사정보다 각오와 결과만 볼 뿐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언제든 기특한 법이니.

         

       그러니.

         

       “레비 폴트.”

       “네? 네에!?”

       “왜 그러지?”

       “아, 아니요….”

         

       처음으로 정상적인 이름으로 불렸다.

       단지 그뿐인데 가슴이 떨렸다.

       마치 폴트 가의 영애가 아니라, 그녀 개인이 인정받은 느낌인지라.

         

       “레비 폴트. 너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경]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것은 너임을 알 수 있었다.”

       “하, 하지만 다른 분들에 비하면 제 몸은 아직….”

       “한참은 부족하지. 허나 그건 어쩔 수 없다. 다른 이들은 너와 달리 10년이 넘도록 수련한 이들이니까.”

       “네에….”

       “그러나.”

       “?”

       “중요한 건 ‘기간’이 아니다. 때론 기간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농후하고 강렬한 시간을 보냈느냐가 중요할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레비 폴트 생도는 시작은 늦을지언정, 올바른 스타트를 끊었다. 이는 충분히 자부해도 좋다.”

       “…교관님.”

         

       괜히 사람을 울컥하게 하는 말.

       저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그였고, 더 나아가.

         

       “그러니 그런 레비 폴트 생도에게 교관이 직접 도움을 주고자 한다.”

       “무슨….”

       “원래 교관은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길 좋아한다. 그러니 레비 폴트 생도에겐 특별히 친절한 가르침을 하나 주도록 하지.”

       “??”

         

       여전히 이해 못 할 설명.

       확실히 교관은, 아니 어른들은 좀 어렵게 배배 꼬아 설명하는 면이 있나 보다.

         

       눈을 끔뻑거리는 그녀에게 돌연 이한이 다가왔고, 그가.

         

       “지금부터 본 교관이 잠시 생도의 등에 손을 댈 것이다. 괜찮겠는가?”

       “네? 네에?!”

       “허락한다면 대도록 하지. 참고로 전혀 불순한 의도는 없다. 그건 알아줬으면 하는군.”

       “어어, 네에. 괘, 괜찮아요.”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이미 불칸에서 나뒹굴며 못 볼 꼴 안 보일 꼴 다 보인 그녀다.

       지금에 와서 쑥스러워하는 것도 좀 웃긴 노릇이 아닐까.

       무엇보다 교관이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안다.

       하여 비교적 선선히 몸에 손을 대는 것을 허락해주는 그녀였고, 레비 폴트는….

         

       “흐읍!”

         

       헛숨을 삼키고 말았다.

         

       “-교관이 해줄 수 있는 건 길을 인도해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경험이 다른 생도들과의 격차를 크게 줄여줄 경험이 되어줄 테지.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 생도.”

         

       “…….”

         

       …소녀는 지금 정신이 아득했다.

         

       부끄러움 따위는 이미 오래 전 사라졌다.

       그 정도로 소녀는 지금 놀라운, 아니 ‘기적’을 체험하는 중이었다.

         

       ‘이, 이게….’

         

       고오오오-!

         

       그녀의 등에 살짝 기대어진 손바닥.

       단단하기 그지없는 손바닥이었고, 마치 무쇠를 연상케 한다.

       허나 그러한 무쇠 같은 손바닥보다 더욱 그녀를 경악케 하는 것은 손바닥을 타고 흘러들오는 강렬한 ‘맥동’이다.

         

       힘의 맥동.

         

       근육에서, 뼈에서, 심줄에서 흘러넘치는 강렬한 맥동이 소녀에게 온전히 전해졌고, 이를 느끼며 소녀의 몸에서 땀이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

         

       ‘나, 나는 이것에 비하면 정녕 볼품없는 무언가에 불과하구나.’

         

       거대한, 너무나도 거침없고 장엄한 파도의 격렬함.

       파도의 격정이 그대로 온몸에 전해지니, 그것은 곧 기적과 같은 경험, 자연의 위대한 흔적을 처음 발견한 인류가 느낄 법한 경이로움이다.

         

       그리고 이러한 파도의 격동이, 맥동이 소녀에게 접촉하니 그녀는 제 몸 안에 돌아다니는 볼품없는 흐름도 같이 감지할 수 있었다.

         

       한없이 미약한 맥동.

         

       그가 바다의 해일이라면, 그녀는 잔잔한 웅덩이 위에 번져나가는 떨림에 불과하다.

       실망감이 번져나가려는 찰나….

         

       “겨우 그것만 느꼈나?”

       “네에?”

       “좀 더 온전히, 깊게 집중해봐. 그럼 더욱 흥미로운 걸 느낄 수 있을 테니까.”

       “…….”

         

       소녀는 그 말을 따랐다.

       지금만큼은 그가 감히 자신이 거스를 수 없는 초인으로 비추어졌기에.

       반사적으로 저 말을 따르며 제 몸에 흐르는 맥동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었고, 어느 순간….

         

       “…어?”

         

       소녀는 깨달았다.

       제 몸 안에 존재하는 힘은 단지 근육과 뼈, 심줄 등만이 아님을,

         

       두근두근-!

         

       대표적으로 심장.

       심장이란 것이 이토록 역동적이고도 힘차게 뛰는 것이었던가?

         

       강하다.

       볼품없는 소녀에게 피를 공급하는 그 기관은 전혀 볼품없지도, 약한 기관이 아니었다.

       하염없이 강렬하며 감탄스러웠지.

         

       화악-!

         

       심장의 박동을 타고 흐르는 피의 흐름은 또 어떠한가.

       엄청나다!

         

       혈관이란 것은 이런 것이구나, 이토록 빠르고도 저돌적이며 용맹한 것이구나.

         

       “알 것 같나?”

       “…네에.”

       “뭘 알 것 같지?”

       “저, 저라는 사람을 이루는 모든 게, …전혀 하찮지 않다는 걸요.”

         

       소녀는 자신이 약한 존재라 여겼다.

       허나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이토록 강맹하면서도 드넓다.

       레비 폴트는, 아니 사람이란 이토록 대단한 것이다.

         

       “비록 저기 빛나는 태양과 별에 비하면 전 한없이 미약하고 먼지 같은 존재일지 모르나, 그래도 저 또한 하나의 별이 될 수도 있는 거군요!”

       “귀족 영애라 그런지 고상한 표현을 쓰는군.”

       “그, 그것 말고는 마땅히 표현할 방법이 없는 걸요!”

         

       소녀는 흥분했다.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당당히 제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러한 맥동을, 제 몸 안에 흐르는 힘이 얼마나 거센지 깨닫는다면 누구라도 이럴 것이다.

         

       “그럼 보여 봐라.”

       “네에?”

       “네가 별이라 표현한 힘을.”

       “…….”

       “자신 없나?”

       “그, 그건….”

       “자신감을 가져라. 지금은 내가 도와주고 있으니.”

       “!!”

       “해봐. 맥동을, 그 힘을 어깨에서 팔꿈치, 이어서 팔목에서 주먹까지 이어봐.”

       “…….”

       “할 수 있다. 지금이라면.”

       “…!”

         

       확신하듯 이어지는 그의 말에 레비 폴트는 생전 처음으로 도박이란 것을 해보았다.

       될지 말지 모르는.

       소녀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모를 도박.

         

       허나 그녀는 지금 취해 있었다.

       저도 몰랐던 제 안의 맥동에.

         

       그렇게 소녀는.

         

       후웅!

         

       제 스스로의 의지로 주먹을 움켜쥐어 뻗었다.

       아직은 한없이 어설프기만 한 주먹질.

       그러나 그 주먹질은.

         

       펑!

         

       “……아!”

         

       약하지 않았다.

         

       힘을 터트렸다.

       악력의, ‘힘의 발산.’

       처음으로 해낸 그것을 확인하며 소녀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주먹이 아프다.

         

       아직 여물지 못한 몸으로 힘을 배출한 것이니 무리가 따른 것일 터.

       하지만 지금만큼은 이러한 아픔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게.

         

       “내, 내가 해냈어요! 내, 내가…!!”

       “그래. 오로지 너의 힘만으로 해낸 거다.”

       “네에!!”

         

       지금 이 감동이, 이 기쁨에 비하면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잊지 마라. 그게 앞으로 네가 평생 몰두해야 할 길이다.”

       “절대로, 절대로 안 잊을 거예요…!”

         

       새로운 감각의 ‘개화’

       잊지 못할 감동과 만남.

       소녀는 오늘 이 순간 느낀 감동과 기쁨을 절대 잊지 못하리라.

         

       언젠가 찾아올 인생의 마지막에서도 잊지 못할 ‘환희’였으니까.

         

       * * *

         

       ‘지금 자신들이 무엇을 해낸 건지 모르는 건가?!’

         

       로엔은 경악했다.

       이토록 경악한 건 아마 그의 인생에서 처음이리라.

         

       이한이, 레비 폴트가 해낸 것은 마냥 힘을 발산했을 뿐인 행위가 아니다!

         

       ‘투기법을 대체할 수 있다.’

         

       본격적인 훈련을 받은 지 아직 한 달도 안 된 허약한 귀족영애가 보인 이적(異蹟).

       아직은 미약하지만 분명 갈수록 더욱 발전할 터.

       비록 그 과정은 고되고 힘들지만, 혈통이니 뭐니가 문제가 아닌 노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힘이란 사실이 중요했다.

         

       그리고 투기법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은.

       기사, 아니 더 나아가 귀족들의 특권을 뭉갤 비수가 되리라.

         

       ‘그래, 저것이다. 저런 걸 원했다!’

         

       처음이다.

       이토록 가지고 싶다 염원한 것이.

         

       ‘내가 오만했었다.’

         

       드디어 인정한다.

       입학 전 그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어리석은 놈이었음을.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여겼고, 어차피 아카데미도 인재 수급을 위해 다니는 것이지 뭔가를 배우지 않아도 괜찮았으며, 감히 자신을 가르칠 이도 없다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금 앞을 보아라.

       그에게 떨림을 주는, 투기법이 아닐지언정 인간이 초인이 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가 있지 않은가?

         

       ‘교관 이런 말을 하는 건 우습지만.’

         

       로엔은 혹시나 싶었으나 생각하고 만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어쩌면.

         

       ‘당신은 제 첫 스승이 될 수 있겠습니까?’

         

       처음으로 존경할 만한 스승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하고.

       오만하지만, 충분히 오만할 자격이 있는 젊은 사자는 그렇게 기대감을 품었으며 동시에.

         

       ‘당신이라면 나의 [비원]의 주역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품은 비원.

         

         

       혁명(革命)의 주역이 말이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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