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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이틀 뒤.

   크라슈는 왼팔 하나로 팔굽혀 펴기를 하는 기행을 벌이고 있었다.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왼팔 하나에 오러를 집중한 결과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라슈는 지금 오러뿐만 아니라 극혈침독도 동시에 사용 중이었다.

   

   팔 하나에 응집시킨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요동쳤다.

   그렇기에 크라슈의 한 팔굽혀 펴기는 무척이나 느릿했다.

   

   “후우, 후.”

   

   조용하게 흘러나오는 숨과 함께 크라슈가 천천히 팔을 폈다.

   그러곤 그가 그대로 바닥에 무너졌다.

   

   ‘죽겠다.’

   

   솔직한 평가였다.

   그가 이런 연습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검의 수련법이었다.

   

   일검은 검 하나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비술이다.

   그리고 크라슈는 이러한 일검의 비술을 검귀의 거합술에 접목할 작정이었다.

   

   그걸 위해 오러와 극혈침독을 한점에 집중시킬 수 있어야만 했다.

   마침, 팔이 하나밖에 없으니 그걸로 수련을 해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렵네.”

   

   물론 큰 성과는 없었다.

   하루아침에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도 했고, 애초에 그런 쪽은 재능이 없었다.

   

   ‘멸화침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도 거의 기적인 수준이지.’

   

   무슨 짓을 하든 멍청이라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멸화침식의 맹점은 알았어.’

   

   멸화침식은 내부에 세계 침식의 힘을 이그니스로 불태워 육체의 리미트를 강제로 끊어버리는 비술이다.

   단점은 그 특성상 육체의 열을 너무 끌어 올려 버리는 것이다.

   

   엄청난 화력을 낼 수 있으나 그 대가로 멸화침식의 효과 끊기는 즉시 리타이어가 되어 버린다.

   이점은 어떤 식이든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떠올렸다.

   멸화침식을 사용 후 육체의 열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리타이어와 유지 시간이 늘어날 것이란 걸 말이다.

   

   덕분에 다음 목표로 잡아야 하는 녀석도 정할 수 있었다.

   

   월음지체(月陰肢體).

   

   달의 음기를 몸 안 가득 지닌 신체를 타고났던 그 녀석을 말이다.

   

   “크라슈 님.”

   

   그러는 순간 크라슈는 부름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수건을 든 채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비앙카가 있었다.

   

   “눈 위에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려요.”

   “힘들어서 잠시 쉬는 거야.”

   “그래도요.”

   

   비앙카는 눈 위에 살짝 무릎 꿇어앉았다.

   그러곤 크라슈의 얼굴을 손으로 조심히 감싸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었다.

   

   부드러운 수건은 데워 오기라도 한 건지 따뜻한 온도를 유지 중이었다.

   

   “가만히 있어 봐요.”

   

   문제는 정작 얼굴을 닦는 비앙카가 서툴러서 제대로 안 닦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해 크라슈는 얌전히 있어 주었다.

   

   “가족들은 어때.”

   “그 뒤로 아무것도 안 해요.”

   

   멜리오칸과 담판을 지은 덕분일까.

   그는 그 이후로 비앙카에게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가 조금 이상해요.”

   

   크라슈는 이어진 말을 듣고 침묵했다.

   제니카와 비앙카의 사이는 골이 깊다.

   

   회귀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저만 보면 피하거나 그래요. 예전에는 저만 보면 괴롭히거나 노려봤는데.”

   

   비앙카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그녀도 제니카가 불편한 것이다.

   

   제니카와 비앙카의 사이에 진척이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한참 뒤에 이야기다.

   그것도 제니카가 비앙카를 숨겨준 뒤에 이야기.

   

   그건 그 정도 사건이 있지 않은 이상 해결되지 못할 거라는 소리와 같았다.

   

   “보기 싫으면 그냥 그 녀석 눈앞에다가 보기 싫다고 해버려라.”

   

   수건을 쥐고 있던 비앙카가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감정이 생기면 자기 속마음을 자꾸만 숨기게 되니까. 미리 솔직하게 구는 법을 배워두는 것도 좋아.”

   

   정말 여러 가지를 숨기게 될 테니까 말이다.

   

   “뭣하면 나한테 말해. 네가 원하는 걸 아주 거하게 해줄 테니까.”

   

   복수라든지 말이다.

   크라슈가 그리 말하자, 비앙카는 수건 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정말로 원하는 걸 해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못 하실 거 같아요.”

   

   하덴하르츠를 없애달라고라도 하고 싶은 건가.

   비앙카는 더 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바라는 게 어지간히 큰 것 같았다.

   

   [ 내가 고생한 사이 아주 잘 놀고 있구나. ]

   

   그러는 순간 크라슈는 이틀 만에 듣는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거기에는 하늘을 유유자적 날고 있는 까마귀가 하나 있었다.

   

   “크림!”

   [ 크림슨가든이라니까. ]

   또 한 번 꾸중을 한 크림슨가든이 하늘 위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녀는 크라슈와 비앙카를 보고는 물었다.

   

   [ 나 없는 사이에 식이라도 올렸느냐? 애틋함이 다른 것 같다만. ]

   “별거 안 했는데.”

   [ 여색에 눈이 멀면 답도 없는 법인 걸 아느냐?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다 거짓말이다. 색을 즐기면 대부분 일찍 죽기 마련이니까. ]

   

   크라슈는 어이없는 기분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 절세가인이라고 불리게 되는 비앙카라면 모를까, 현재의 그녀는 아직 2차 발육도 안 온 어린애다.

   

   최근에 자신이야 이제 슬슬 2차 성장기가 오기 시작한 건지 키가 크는 게 느껴졌지만.

   비앙카는 여전히 어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비앙카는 그 뒤에도 그렇게 키가 크지는 않았던가.’

   

   비앙카는 자신과 머리 한 개는 가볍게 차이가 났었으니까.

   크라슈가 큰 것도 있었지만 비앙카도 그리 크지 않은 탓도 있었다.

   

   [ 이참에 미리 거세하는 건 어떻겠느냐? 그럼, 여색에 빠질 일도 없을 텐데. ]

   

   크림슨가든이 낄낄거리며 이야기했다.

   크라슈는 귓구멍을 대충 파며 크림슨가든의 말을 무시했다.

   

   [ 쯧쯧, 고얀 놈. 충고다. 충고. 네가 여자를 원하지 않아도 네가 목표로 하는 길에 여자가 꼬일 거란 충고 말이다. ]

   

   그 말을 들으니 왜인지 아서가 떠올랐다.

   그래서 아서의 주위에 그렇게 여자들이 꼬인 건가.

   

   ‘그건 사양인데.’

   

   아서를 두고, 여자들끼리 뒤에서 물밀 듯이 벌어졌던 암투를 알고 있는 크라슈는 눈을 찌푸렸다.

   그런 건 크라슈도 절대 바라지 않았다.

   

   그러던 크라슈가 비앙카를 돌아보았다.

   생각해 보니 아서와 달리 자신은 약혼자가 있지 않던가.

   

   그렇다면 해결법은 간단했다.

   

   “비앙카, 결혼할까.”

   

   어차피 이제는 깰 리도 없을 약혼 관계다.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식을 올려 결혼해 둔다면 여자가 꼬일 일도 없지 않겠는가.

   

   크라슈의 말을 듣고, 비앙카가 눈을 깜빡였다.

   순간 그가 한 말을 이해 못 한 표정이었다.

   

   비앙카의 눈동자가 한차례 데구루루 굴러갔다.

   그러곤 이내 몸을 움찔거리더니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무표정이었지만 눈이 무척이나 바쁜 비앙카는 이내 두 눈을 감았다.

   

   감긴 눈가를 파르르 떤 비앙카가 조용히 말했다.

   

   “놀리지 마세요.”

   

   딱히 그런 건 아니었지만.

   본인이 그렇게 받아들인 모양이니 크라슈는 더 말하지 않았다.

   

   [ ……병신이느냐? ]

   

   그리고 크림슨가든에게 욕부터 먹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래서 팔은.”

   

   이쪽이 진짜 본론이다.

   크라슈가 질문하자 크림슨가든은 날개를 펼쳤다.

   

   [ 따라오너라. 이렇게 보는 눈 많은 곳에서 할 수는 없을 테니. ]

   

   그건 크라슈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러니 크라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앙카, 좀 다녀올게.”

   “크림이랑 가는 건가요.”

   “그래, 팔 문제를 해결하고 올 거야.”

   

   비앙카는 하늘을 날고 있는 크림슨가든을 올려다보았다.

   

   “크림은 보통 아이가 아니죠?”

   

   비앙카는 크라슈와 많은 시간을 붙어 지낸다.

   크라슈는 그런 비앙카의 앞에서 몇 번이나 크림슨가든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 앞에서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그냥 처음부터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앙카도 그러려니 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고 말이다.

   

   “뭐, 좀 얽힌 관계야.”

   

   계약 관계이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비앙카의 처지에서는 자신은 무척이나 수상할 터였다.

   갑자기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강해지지를 않나, 행동거지가 바뀌지를 않나, 까마귀와 대화하지를 않나.

   

   전부 기묘한 일투성이였다.

   그러나 비앙카는 거기에 관해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지금은 크라슈가 가는 길에 자신이 의문을 느낄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비앙카는 그저 그의 옆에 같이 있고 싶어질 뿐이었으니까.

   

   “다쳐 오지 마요.”

   

   매번 다쳐 오는 크라슈 때문인지 그리 말하자,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양 말했다.

   

   “팔 고쳐서 오는 거다. 다칠 수가 있겠냐.”

   “크라슈 님인걸요.”

   

   내가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었던 크라슈지만 그동안의 행보가 있다.

   크라슈는 알겠다고 말해두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크라슈가 걸음을 옮기던 중 그는 반대편에서 서성이는 제니카와 마주쳤다.

   제니카는 움찔거리며 눈을 피했고, 크라슈는 걸음을 마저 옮겼다.

   

   그러던 크라슈가 제니카의 앞을 지나칠 때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제니카.”

   

   제니카의 어깨가 반응했다.

   크라슈는 그런 그녀에게 눈을 옮기지 않은 채마저 말했다.

   

   “네가 누군가를 원수로 여겼다면 그 누군가 또한 똑같이 원수가 되는 법이다.”

   

   그건 세상의 아주 당연한 이치였다.

   그리고 이제 16살이 된 제니카는 그 사실을 천천히 배워나갈 것이다.

   

   “과거의 너와 지금의 네가 바뀌었다고 한들 네가 한 짓들은 전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처음부터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법이다.”

   

   그건 회귀한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저지른 짓들은 온전히 자신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그러니 내가 하는 경고 똑바로 들어.”

   

   크라슈의 눈에 스산함이 깃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신해서 때려눕혀 주고 싶지만, 크라슈는 외부인이다.

   그리고 저래 보여도 비앙카의 친언니였다.

   

   이건 비앙카와 제니카 두 사람의 문제이니 거기까지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네 이기심으로 비앙카에게 사과하고 후련해지려는 거면 절대로 하지 마라.”

   

   그건 비앙카를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이기심일 뿐이다.

   이 썩을 인간관계란 것들은 음유시인이 떠드는 이야기 속에서처럼 늘 시원스럽게 해결되지 못한다.

   

   대부분은 추잡하고, 역겨우며, 자신의 이기심으로 점철되어 끝나는 찝찝한 관계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세상은 첫 단추가 중요한 거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순간부터 그 뒤에 단추들을 아무리 제자리에 끼운다 한들 옷은 엉망이 될 테니까.

   

   그리고 한 번 끼워진 단추는 무슨 짓을 해도 돌이킬 수 없게 옷과 엉켜 있는 법이다.

   

   “만약에라도 어릴 때 했던 짓이라고 면죄부 삼으려 하면.”

   

   크라슈는 굳어 있는 제니카에게 나지막이 경고했다.

   

   “비앙카와 평생 볼 일 없을 거니까. 그냥 잊어라.”

   

   제니카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비앙카를 자신이 데려 살면 그만이다.

   그러기 위해서 비앙카를 품은 것이니까.

   

   크라슈가 그 말을 남기고, 떠나가자, 제니카는 바닥에 주르륵 주저앉았다.

   지난날에 저지른 짓들은 무슨 짓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 제니카는 조용히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 * *

   

   

   하덴하르츠의 숲 중 하나.

   눈이 잔뜩 내려 인기척이 드문 그곳.

   

   크라슈는 어느 커다란 나무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그사이 크림슨가든이 그의 어깨로 내려오자 크라슈는 나무를 손으로 툭툭 두드렸다.

   

   “에벨아스크.”

   

   부름을 하자 나무에 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곤 끼익 하니 나무문이 열렸고, 거기에는 검은 피부에 흑발, 그리고 메이드 차림의 여성이 한 명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특이하게도 검은색의 토끼 귀 머리띠를 하는 그녀는 크라슈를 보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크라슈 님,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녀의 이름은 8호.

   에벨아스크의 시체 중 하나였다.

   

   8호는 곧장 크라슈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나무 안쪽이라고는 생각이 안 들 만큼 복도가 이어진 후 그녀가 발걸음을 멈춘 것은 어느 한 방 앞이었다.

   

   예전에 에벨아스크를 처음 보았던 방과 똑 닮은 방.

   그 방문을 8호가 노크하자 안쪽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8호가 문을 열자, 보인 것은 또다시 수많은 책의 향연이었다.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져 있는 방을 보며 크라슈는 다시금 돼지우리를 체감한 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돼지우리냐?”

   

   크라슈가 솔직하게 평가하자 담요를 뒤집어쓰고 뒹굴뒹굴하던 에벨아스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저, 전부 다 이유 있게 배치해 둔 거야! 돼지우리라니. 말이 심하네.”

   “심한 건 이런 배치를 하는 네 머릿속이고. 그것보다 준비는.”

   

   크라슈가 질문하자 에벨아스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사이에 뭘 먹었는지 커다란 가슴 위에 붙어 있는 과자 부스러기가 거슬렸지만, 크라슈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크림슨가든에게 받아서 바로 준비해 뒀어.”

   

   그녀가 크라슈를 안쪽으로 데려가자, 거기에는 마법진과 함께 자그마한 제단 하나가 있었다.

   촛불이 켜져 있는 제단 위, 거기에는 흉터가 있는 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검귀의 팔이었다.

   크림슨가든이 크라슈의 부탁대로 팔을 가져와 준 것이었다.

   

   “바로 끼울 거야?”

   “그래, 부탁 좀 하자.”

   “신경을 서로 연결해야 하니까. 꽤 많이 아플 건데. 그거 참을 수 있어? 못 참으면 기절시키고.”

   

   그녀가 손을 들자 8호가 망치를 들고 왔다.

   죽일 속셈인가.

   

   “됐어. 그냥 해.”

   “정말이지? 나 책임 안 진다? 나중에 아프다고 해도 난 몰라. 사정사정해도 안 멈출 거니까.”

   

   크라슈가 울고불고하며 사정하는 모습을 떠올렸는지 그녀가 금세 우쭐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크라슈는 무시하고, 팔에 있었던 붕대를 풀었다.

   

   그러자 에벨아스크도 더 말하지 않고, 제단 앞으로 다가갔다.

   

   “잘린 부분을 팔에 붙여줘.”

   

   이쪽은 에벨아스크가 전문이다.

   크라슈는 에발아스크의 지시를 따라 검귀의 팔에 자기 팔을 붙였다.

   

   크림슨가든이 자기 팔이 어느 정도로 잘렸는지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다행히 팔의 길이는 딱 맞았다.

   

   단지, 그 크기가 노인의 팔인 만큼 크라슈와 달랐다.

   이 부분은 에벨아스크가 어련히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

   

   그 순간 철커덩하고 제단에서 철이 올라와 크라슈의 팔을 고정했다.

   에벨아스크가 미리 준비해 둔 모양이었다.

   

   “이거, 물고 있어.”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에게 천 하나를 건넸다.

   통증으로 괜히 혀 깨물지 말라는 것 같았다.

   

   크라슈가 순순히 따라서 천을 입에 물자 뒤에 8호가 그의 어깨를 손으로 감쌌다.

   이쪽은 움직임을 막을 속셈인 것 같았다.

   

   “그럼 할게.”

   

   그 순간 에벨아스크가 검귀의 팔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손길을 따라 푸르스름하던 검귀의 팔 색깔이 점차 핏물이 도는 색깔로 변했다.

   주름졌던 손가락이 전부 펴지고, 활력이 돌았다.

   신기하게도 팔은 점차 크라슈의 팔 크기와 점차 같아져 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에벨아스크는 크라슈의 잘린 팔 위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크라슈는 일부나마 재생되었던 팔의 피부가 모조리 찢겨 나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동시에 부서졌던 뼈가 근육과 살을 뚫고 자라나는 감각이 전해졌다.

   

   가득-

   

   크라슈가 천을 찢어지라 물었다.

   통증이 그를 극심하게 괴롭힌 탓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저주 덕에 통증에 익숙한 그였지만 이건 꽤 곤혹이었다.

   

   에벨아스크가 지금이라도 기절시켜 주느냐고 힐끗 보았지만, 크라슈는 말없이 눈으로 하라고 지시할 뿐이었다.

   

   “고집불통, 난 몰라.”

   

   에벨아스크는 그리 외치고, 크라슈와 검귀의 신경을 이어 붙였다.

   

   파지지직!

   

   그 순간 크라슈는 눈앞에 스파크가 튀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일순간 정신이 날아가 버릴 정도의 충격이 그를 뒤흔든 순간 크라슈의 입에서 천이 툭 떨어졌다.

   

   핏물이 묻어 있는 천은 그가 얼마나 억세게 깨물었는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점차 통증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걸 기절 안 해?”

   

   크라슈가 숨을 몰아쉬고 있자 에벨아스크는 질린 눈으로 그리 말했다.

   하지만 이쪽도 일부러 기절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풀어줘.”

   

   크라슈가 그리 말하자, 제단의 철이 철커덩하고 풀려나갔다.

   크라슈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잘 이어 붙였다는 듯 검귀의 팔이 따라 올라왔다.

   그것을 바라본 크라슈는 주먹을 한차례 쥐었다가 폈다.

   

   원활하게 잘 움직이는 걸 보니 감각도 괜찮다.

   

   ‘이제는 다음이다.’

   

   크라슈가 즉시 오러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귀의 팔은 크라슈의 오러를 마치, 걸신들린 양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 문제다.

   

   불끈!

   

   크라슈는 갑자기 검귀의 팔의 근육이 제멋대로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핏줄이 서고, 근육이 움직이는 것은 남이 보기에도 기괴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그것을 보며 오러를 조절해나갔다.

   그러기를 몇 초, 근육의 꿈틀거림과 핏줄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그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

   극혈침독이 무사히 검귀의 팔에도 안착한 것이었다.

   

   크라슈가 일부러 기절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런 이유였다.

   만약 자신이 기절한 상태로 팔이 이어졌다면 십중팔구 자신의 의지 없이 극혈침독을 흡수한 검귀의 팔이 폭주했을 거기 때문이다.

   

   기껏 얻은 팔, 잃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에벨아스크가 안도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다 됐느냐.”

   

   그러는 사이 크림슨가든이 질문을 해왔다.

   그녀의 말을 듣고 크라슈는 오른팔을 한차례 흔들며 씩하니 웃었다.

   

   “그래, 아주 내 팔 같아.”

   “그럼 시험해 봐야겠지. 거합술도 익혀야 할 테니까.”

   

   그건 크라슈도 환영인 이야기였다.

   

   “에벨아스크, 대련 장이나 훈련장 같은 게 있느냐.”

   “나 시종 아닌데.”

   “네가 원하는 박투라는 고서가 하나 있지? 그걸 내가 가지고 있다.”

   “언니!”

   

   그녀는 크림슨가든을 날름 언니라 지칭하고 8호를 돌아보았다.

   

   “8호, 안내 좀 해드려.”

   “예, 주인님, 그럼, 수련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검귀의 팔을 써먹어 볼 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팔 장착!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에 ‘무화꽃란’ 입력하시면 업로드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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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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