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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아, 그래서 답이 대체 뭐냐고!”

     

    아직 아침의 해도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시점. 자다가 눈을 뜬 후 상체를 일으켜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신경질적인 말을 내뱉었다.

     

    눈을 뜨자마자 떠오르는 어제 강소영이 말했던 힌트.

     

    늦은 밤까지 답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잠들었는데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뭔가 신경 쓰이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계속해서 파고드는 이 성격 때문에 깊게 잠들지 못한 것 같다.

     

    “후, 답답해 죽겠네. 알려주려면 다 알려주던가.”

     

    그렇게 강소영을 향해 원망 아닌 원망을 혼자서 중얼거리고는 침대 위에 놓여 있는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잠든 사이 수정이가 일하면서 보내온 달달한 메시지들이 보였다.

     

    나를 위해 함께 강현석에게 다녀온 이후 밀렸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저녁 통화조차 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빴을 텐데.

     

    그사이에 보내온 애정 어린 메시지들을 읽으니 작은 빛조차 보이지 않아 답답했던 감정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중에도 눈에 확 띄는 메시지에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생각만큼 잘 안 돼서 마음이 안 좋으실 텐데 신경 쓰지 말고 하다 보면 될 거에요! 파이팅! P.S 아무리 강 비서가 취향이라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달라붙거나 즐겁게 이야기하는 짓은 자제해주세요. 저 엄청 질투 많은 거 아시죠? 아주 크게 삐질 거에요!]

     

    여전히 연상 취향이라고 오해하며 강소영 같은 타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귀여웠다. 대놓고 질투 난다고 하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어제 같은 강소영의 패션은 남자의 시선을 확 끄는 그런 모습이긴 했지만, 그건 그거일 뿐이다.

     

    게다가 내 여자가 최수정인데 다른 곳에 마음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날 향한 마음이면 마음.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여자니까.

     

    그런 흐뭇한 생각을 하면서 이르긴 하지만 일단 잠시 머리도 비울 겸 고민은 접고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침대를 벗어나기로 했다.

     

    입고 있던 잠옷을 벗고 샤워기에서 따듯한 물을 틀어 맞으며 눈을 감았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가 멍해지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고, 깊게 잠들지 못해 생겨난 피로가 물과 씻겨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흘러내리는 물을 맞았다.

    ‘응?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고….?’

    그리고 번개처럼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서 스쳐 지나갔다.

     

    여전히 눈을 감은 상태로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강소영이 어제 말했던 내용을 차분하게 정리하며 생각했다.

     

    그리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정답을 찾았다.

     

    “하, 이렇게 쉬운 것을….”

     

    어이가 없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아주 간단했다. 애초에 이미 난 답을 찾은 상태였다. 그저 그걸 깨닫지 못했을 뿐.

     

    강소영이 말했던 상성에서 내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이제야 이해가 갔다.

     

    “진짜 어이없을 정도로 바보 같았네.”

     

    애초에 강현석이 만들어 낸 스킬인데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물이 흘러나오는 샤워기를 잠그면서 생각했다. 이제 좀 있다가 실제로 정답이 맞는지 확인하면 되겠다고.

     

    *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어제와 유사한 복장의 강소영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손에는 단검인 ‘여우비’를 쥔 상태였다.

     

    “네, 미리 준비해야죠, 오늘은 잘할 수 있을 거 같으니.”

     

    은연중에 약간의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하자, 강소영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이제 답을 찾으셨나 보네요?”

     

    “네, 뭔가 숙제를 받은 기분이라 밤새 고민했는데 이제는 좀 정리된 듯합니다.”

     

    “그래요? 그럼 그 숙제를 제대로 해왔는지 검사를 해봐야겠네요. 몸은 다 푸신 거 맞죠? 만약에 오답이라면 어제보다 더 거칠어질 수도 있으니 각오하셔야 할겁니다.”

     

    자신만만한 내 태도에 은근슬쩍 겁을 주는 강소영. 하지만 스스로 생각한 것이 완벽하게 정답이라 생각이 들기에 일말의 떨림도 없었다.

     

    “물론이죠. 어떻게 되든 제가 결국은 가야 할 길이니까요. 틀렸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먼저 강소영의 맞은편에 서며 자세를 잡았다. 강소영 또한 어제처럼 역수로 단검을 쥐며 가슴 부근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어제와 똑같이 시작되는 움직임조차 없는 대치 상황이 펼쳐졌다.

     

    이미 경험해봤듯이 순식간에 끝나버리게 되기에 강소영을 바라보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한순간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내가 앞서는 부분을 살리려면 집중력이 필수다.

     

    “이번엔 다르긴 하네요.”

     

    어제보다 더 긴 시간을 계속해서 대치하며 노려만 보다가 슬쩍 말을 건네는 강소영. 어차피 내가 먼저 공격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인내심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하하, 이 정도는 기본이죠.”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 실제로는 똑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눈 깜박이는 것조차 조심하며 상대를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려고 하니 굉장히 힘들었다.

    이미 등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고, 이마 또한 땀방울이 맺히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만 예상대로 잘 버티게 되면 힌트의 정답뿐만 아니라, 순간이동 하는 듯한 그 움직임에 대한 해답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정도가 지나칠 정도라 분명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일단은 버티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체감상 1시간 정도 지났을까? 훈련장에 벽에 걸린 시계도 살짝 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던 내게 강소영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번엔 집중력이 끊어지지 않으셨군요.”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어제처럼 잔영을 남기며 사라지는 강소영.

     

    그리고 날카로운 살기와 강한 마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것을 빠르게 감지했다.

     

    이미 계획한 대로 아무런 고민도 없이 재빨리 뒤로 몸을 날렸고, 어느새 옆에 있던 강소영은 내가 서 있던 자리를 향해 발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다시 유지 된 강소영과 나의 거리. 예상이 맞아들어가자 뿌듯한 나에 반해 강소영은 불만인 듯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원우님이 생각하시는 정답인가요? 분명히 제가 노골적으로 말씀드린 부분과 엄연히 상충됩니다만. 물론 절반 정도는 맞췄다고 해드리죠.”

     

    “그럴 리가요. 개인적으로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정답뿐만 아니라 비서님의 고유 특성이 제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그 말에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가는 강소영. 그리고 내게 물었다.

     

    “그래서 뭔지 알아채셨나요?”

     

    “네, 비서님의 고유 특성은 [그림자]였네요.”

     

    강소영의 고유 특성은 상대의 그림자를 통해 뭔가 영향을 주는 식이었다.

     

    갑자기 사라지듯 눈앞에 나타난 것은 내 그림자를 이용해 자신이 그 위치로 이동한 거였다.

     

    살기 또한 강한 압박을 줘서 움직임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주는 방법으로 그림자를 통해 마치 옆에 있던 것처럼 몸에 가한 것이었다.

     

    “…겨우 이틀 아니 아이템 보관소 때까지 치면 3일 만에 제 고유 특성이 뭔지 알아낸 거 보면 확실히 영리하시네요. 혼자서 알아챈 사람은 몇 없는데 말이죠.”

     

    진심으로 감탄한 듯한 강소영의 칭찬. 하지만 이 칭찬을 받기에는 아직 이르다.

     

    “감사합니다만, 아직 주어진 힌트에 대한 제가 생각한 답을 듣고 나서 들어도 괜찮을 거 같네요.”

     

    “그러네요. 그럼 어디 답안지를 확인해 볼까요? ”

     

    대부분 무표정과 인상을 쓰는 것이 다인 강소영의 표정에 재밌다는 듯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렸다.

     

    서로를 바라보며 경계하며 바라보는 상황이 또다시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휙.

     

    이전과 다르게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강소영의 단검을 이용한 공격. 아까와 달리 마력이나 살기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현란하게 손안에서 회전하는 단검이 배를 향해 찔러오지만, 피한 후 오히려 안면을 향해 주먹을 뻗어 견제했다.

     

    ‘기다리고 있는 거야.’

     

    강소영이 의도하는 바가 보였다. 이전처럼 찰나의 순간만을 노리는 것이 아닌 강현석처럼 공격을 통해 허점을 노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다만 강현석의 다채로운 공격 방식과 타이밍을 이미 겪어봤기에 그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한 강소영과의 전투 심리전에서는 전혀 휘둘리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었다.

     

    막히는 공격들에 조바심이 날만도 하지만 냉정하게 끊임없이 계속해서 공격해 들어오는 강소영.

     

    “하아, 하아….”

     

    “후우….”

     

    둘 다 쉬지 않고 공방전을 벌이다 보니 숨이 거칠어졌고,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다.

     

    그리고 이걸 기다렸다는 듯이 강소영의 몸에서 회색빛 마력이 폭발하듯 나타났고,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몸을 옭아매는 살기가 그림자를 통해 뿜어져 나왔다.

     

    ‘지금이야!’

     

    마력이 감지 되는 그 순간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앞으로 뛰어들었다.

     

    강소영이 말했던 쫄았냐는 말과 자신이 [반격]을 터득하는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의 의미.

     

    아주 단순했다. 마력을 갈무리했다가 강소영이 마력을 내뿜는 그 순간이 바로 [반격]을 사용할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이미 마력을 감지하고 읽을 수 있으면서 그 타이밍에 뛰어들지 않는 내게 쫄았냐고 말한 거였다.

     

    공격을 위해 순간적으로 마력을 뿜어내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강소영에게 있어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는 난 천적일 수밖에 없었던 거고 말이다.

     

    달려들던 강소영은 내 모습을 놓친 듯 순간 멈칫거렸고, 그 사이 강소영의 손목을 꺾어 쥐고 있던 단검을 놓치게 한 후 빠르게 다리를 걸어 자세를 무너뜨린 후 넘어뜨렸다.

     

    쿵.

     

    강소영의 몸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위에 올라타서 더이상 공격할 수 없게 확실하게 제압했다.

     

    그리고 거친 숨을 내뱉으며 강소영을 가만히 바라봤다.

     

    “…제대로 된 답을 찾으셨네요.”

     

    이어지는 강소영의 정답 선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비서님의 힌트 덕분입니다.”

     

    “아뇨, 역시 아가씨가 선택한 분답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엄청 못 미더웠지만요.”

     

    만족한다는 듯 평소와 달리 아주 화사하게 웃으며 말하는 강소영의 모습에 이렇게 예쁘게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네요. 이제라도 이렇게 인정받으니까.”

     

    그 말에 강소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아가씨를 대신해 목숨을 걸 때부터 말이죠.”

     

    의외의 말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물었다.

     

    “그런 거치고는 제게 굉장히 딱딱하고 어렵게 대하신 거 같은데요? 그래서 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네요.”

     

    그 말에 강소영은 그것도 모르냐는 뉘앙스로 내게 말했다.

     

    “아가씨의 반려자가 될지도 모르는 분인데 제가 살갑게 굴고 친하게 대하면 좋아하시겠습니까. 안 그래도 저에 대해서 원우님의 취향이니 어쩌니 계속 그러시던데. 아직도 아가씨에 대해서 그렇게 모르셔서는 원….”

     

    그 말에 무슨 뜻인지 금세 알 수 있었다. 강소영은 그저 눈치와 적절한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강소영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원래 딱딱한 성격의 문제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것보다 이 타이밍 감각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계속 반복해서 해보도록 하죠. 제 위에서도 이제 내려와 주시고요.”

     

    “아…, 넵. 알겠습니다. 얼른 내려가겠습니다.”

     

    지금의 자세가 생각보다 묘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자, 서둘러 움직이려다가 순간 균형을 잃었다.

     

    “어….?”

     

    손에서 느껴지는 커다랗고 뭉클한 감각. 안에 비치는 검은색 속옷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균형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그게 실수로 강소영의 가슴팍을 짚고 말았다.

     

    “무슨….”

     

    강소영 또한 당황스러웠는지 평소와 달리 얼굴이 새빨개졌다.

     

    나 역시도 깜짝 놀라 얼른 손을 뺐다. 갑자기 균형을 잃어서 한 실수라고 설명 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우님….”

     

    훈련장 문을 막 열고 들어온 은발의 여자친구가 한기를 가득 뿌리며 나를 불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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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rl I Saved Came Back As An S-rank Hunter

The Girl I Saved Came Back As An S-rank Hunter

내가 구한 그녀가 S급 헌터로 돌아왔다
Score 3.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s soon as she became an S-rank Hunter, my childhood friend and lover said we should break up. As I was hurting, another S-rank girl came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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