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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자색 마탑으로 돌아오니 마탑주 유나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묘하게 새빨개진 얼굴로, 한 손으로 스커트 자락을 쥐고 아래로 누르며 허벅지를 안쪽으로 모은 채로, 움직임을 몹시 조심스레 하며, 치켜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짧은 스커트를 어떻게든 내리누르려는 탓에, 스커트 윗단이 허리가 아니라 골반에 반쯤 걸렸다. 그 탓에 스커트와 윗옷 사이로 아랫배가 살짝 보였다. 흰 살결이다.

       

       나는 셀프 성욕 억제 마법을 한 번 더 걸었다. 덕분에 태연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쭈뼛거려요?”

       

       “그, 어, 어울릴 것 같대서⋯⋯.”

       

       “⋯⋯네?”

       

       “아, 아무것도 아냐! 고향은, 잘 다녀왔어⋯⋯?”

       

       “아, 뭐. 나름대로요.”

       

       전생에도 가정환경이 좋지 않더라니, 이번에도 영 좋은 꼴이 아니더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자색마탑에 씌워진 인신매매단 혐의였다.

       

       핑발레즈는 자색 마탑이 통째로 인신매매단일 가능성은 극히 낮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런 대규모의 움직임이 있었으면 제국수호방위국에서 첩보를 입수했지 않겠느냐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흑마법사도 아니고 굳이 사람 필요할 일이 없지 않겠느냐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만. 솔직히 자색 마탑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의 70% 가량은 사람이 필요하긴 했다. 행복을 고통으로 바꾸는 연구라든가.

       

       핑발레즈가 든 근거가 내 의심을 완전히 지워내지는 못했다. 확실한 건 확실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심이 가면 물어보면 된다.

       

       괜히 뒤에서 궁시렁댔다가 오해가 얽히고설키면 그게 후피집 되는 거다. 쭈볏대는 마탑주에게 직구를 박았다.

       

       “마탑주님. 저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

       

       “어, 어어어없는데?!”

       

       있다고 말해도 이렇게까지 숨기는 게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거다. 찔리는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다. 나는 집무실 소파에 앉아서 내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마탑주는 요새 나무늘보처럼 심심하면 내 몸 어딘가에 대롱대롱 매달리곤 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여겨 미리 자리를 준비한 것이다.

       

       “앉아서 얘기 좀 해요. 우리.”

       

       “지, 지금은 조금 살짝 그래⋯⋯, 여, 여기 서 있을게 나는!”

       

       “⋯⋯⋯⋯.”

       

       원래 다 큰 남녀가 찰싹 붙어있는 건 숭하긴 하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조금 섭섭했다. 항상 놀아달라고 보채던 강아지가 ‘너랑은 안 놀아’ 하고 휭 가버리면 가슴 속에 쌀쌀한 가을바람이 스치지 않겠는가.

       

       심지어 동물이 아니고 사람이다. 허전함을 넘어서 쫄렸다. 뭐지, 내가 잘못한 게 있나. 내가 핑발레즈랑 단둘이 고향 갔다 와서 심술이 난 건가. 

       

       생각이 많아졌다.

       

       아니, 침착하자. 차근차근 하나씩 물어보면 되는 거다. 마탑주는 전 여자친구처럼 ‘내가 왜 삐졌게’로 스무고개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면 내 일방적인 오해는 풀릴 거다.

       

       내가 확인하고 싶은 점은 두 가지. 자색 마탑의 인신매매 혐의와, 마탑주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자색 마탑을 고른 것은 분명히 나였다. 그 선택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자색 마탑주 유나가 좋았다. 그녀에게서 분명한 가족애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신분의 격차는 확연하다. 나는 평민의 아이고, 그녀는 귀족 태생이다. 격의 차이도 명확하다. 그녀는 승화를 이룬 대마법사고, 나는 우화도 못 한 하꼬 마법사.

       

       사실 그녀가 나를 애완동물이나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있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많은 게 이해가 된다. 나를 남자로 안 보는 건가 싶을 정도로 과격한 스킨십 말이다.

       

       그렇다면 내게 이것저것 숨기는 것도 당연한가.

       

       약자가 받을 수 있는 호의는 언제고 거두어질 수 있는 동정뿐이다. 

       

       이번 생에도 결국 그랬다. 감자 농사나 짓던 깡촌의 아이는, 가진 것 없었으므로 제 아비의 손에 팔려나가지 않았던가. 

       

       두려웠다. 

       

       마탑주와는 무려 10년이나 한세월을 보냈다. 지금 면전에서 물어볼 수 있는 용기도, 세월이 쌓아 올린 신뢰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침착하자. 우린 충분히 오래 지냈고, 나는⋯⋯ 서로가 친하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생각에 혼자 사로잡히지 말자. 혼자서 의심을 거듭하는 건 나답지 않았다. 진실로 다가갈 확률도 낮다. 물어봐야 한다. 인신매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구매, 나를 팔아넘긴 아버지, 달동네, 하지만, 전 여친, 가족⋯⋯.

       

       머리가 어지러워서 펑크가 나자, 내 아가리가 멋대로 움직였다.

       

       “혹시 다른 남자를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계신가요?”

       

       “⋯⋯?!”

       

       “아니,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건, 그러니까. 마탑주님 저 좋아해요?”

       

       “⋯⋯??!!!!”

       

       “그러니까 제 말은, 혹시, 저 모르게 사람들을 수집하고 계시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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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응급 나데나데를 받고 있다.

       

       눈이 빙빙 돌아가서 헛소리를 내뱉는 나를 보고 주화입마 황색경보를 발령한 마탑주는, 무릎베개를 해 줄 테니까 누워보라고 했다. 나는 냉큼 누웠다.

       

       마탑주의 배와 허벅지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누웠었는데, 오늘따라 예민했던 마탑주가 ‘당장 고개를 반대로 안 돌리면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곱게 더듬거리면서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깥쪽으로 누웠다.

       

       마탑주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도, 장난기가 돌아서 갑자기 냅다 묶어버리는 게 마탑주다웠다. 내 머리카락은 야자수가 됐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좀 부끄럽기도 하고.

       

       내 머리카락을 갖고 노는 데 완전히 몰입해 버린 마탑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머리를 땋았다. 내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나는 약간 어색하고도 우물쭈물한 이 분위기를 타파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입을 열었다.

       

       “혹시 종아리 만져도 되나요.”

       

       “뭔데 그 애매한 요구는⋯⋯?!”

       

       “협상은 큰 것부터 불러야 한대요.”

       

       “대체 얼마나 사소한 걸 요구하려던 거야⋯⋯.”

       

       의외로 허락해 준다는 것 같아서 종아리 뒷부분을 조물조물했다. 별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고, 말랑거리는 걸 만지작대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던가. 슬라임 같은 거.

       

       “⋯⋯⋯⋯.”

       

       “⋯⋯야!”

       

       솜털을 살살 쓰다듬는다는 느낌으로 간질간질하게 만지니까 유나-펀치가 머리를 콩 때리고 지나갔다. 그래서 마사지 모드로 전환했다.

       

       가만히 있는 걸 보니 이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슬쩍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자, 마탑주는 눈을 반쯤 감고 전방을 주시 중이었다. 마탑주의 주변으로 뭉게구름 같은 게 둥실둥실 떠다녔다.

       

       

       나는 조금 눈치를 보다가, 차분하게 고향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이어서 자색 마탑이 통째로 인신매매단일지도 모른다는 내 의심도 말이다. 면전에 너 인신매매 하냐고 물어보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정말로 마탑주가 인신매매범이었을 경우에, 이건 아주 위험한 일이 맞다. 마피아 면전에다 범죄자냐고 물으면 총이나 더 맞겠는가. 그래도 말하고 싶었으니까 말했다.

       

       털어놓으면서, 내가 무엇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버려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생활이 좋았다. 약간 나사 빠진 것처럼 굴어도 나를 보듬어주는 마탑주가 좋았다. 설령 마탑주가 사람을 산 채로 잡아다가 바치는 사악한 흑마법사라도, 설득하거나 설득당해 보고 싶을 만큼.

       

       그러니 부디 바라건대, 어떤 형태로든 같이 이렇게 노닥거릴 수만 있다면──.

       

       “에렐렐렐레.”

       

       “흐으아아아악!!”

       

       한껏 센치한 기분에 갑자기 들어온 리버스 에렐렐레에 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촉수 같은 게 귓구멍으로 들어오니까, 본색을 드러낸 마탑주가 드디어 내 뇌로 통조림을 해버리려는 건가 싶어서.

       

       나도 안다. 이게 참 감사한 이벤트라는 건⋯⋯!

       

       분명 로맨틱은 아니어도 달콤하기는 해야 했던 이벤트였는데, 2중첩 성욕 억제마법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성욕을 빼니까 남은 게 호러뿐이었다. 진짜 무서웠다.

       

       창백하게 질려 오들오들 떠는 내 얼굴을 보고 마탑주도 오들오들 떨었다. 

       

       기껏 힘내라고 용기를 냈더니, 반응이 스릴러라서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모양이었다. 나는 뇌정지가 와서 버벅거렸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지.

       

       “왜, 왜 이렇게 싫어하는데 너⋯⋯?! 표, 표정이 이상해서 기껏, 해줬더니.”

       

       “아니, 그게, 그게 아니고요. 저, 성욕억제 걸고 있어서⋯⋯.”

       

       “그런 걸 걸고 있었⋯⋯ 어쩐지!”

       

       “마탑주님, 잠깐, 잠깐만요. 그건 되게 나쁜 생각인데, 마법 박살 내지⋯⋯!”

       

       챱.

       

       마탑주가 가볍게 휘두른 손에 성욕 억제 마법이 모조리 박살 났다. 지난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목마 탔던 일, 같이 자던 일, 같이 씻었던 일, 그때 분명히 오감으로 느꼈던 몸의 곡선이───.

       

       “아.”

       

       “⋯⋯너, 너 코피가!”

       

       “으어어.”

       

       “휴, 휴지, 휴지 어디⋯⋯?!”

       

       과장 30% 보태서, 과다출혈로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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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지한 분위기가 개박살이 나는 건 자색 마탑의 전통인가.

       

       목욕재계하고, 허브 티 한잔 따끈하게 끓여서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다. 교양인들의 품위 있는 대화를 연출하기 위해서. 엘레강트하게.

       

       성욕 억제 마법은 다시 걸었다. 두 겹으로 걸면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한 겹만. 

       

       호로록.

       

       “차가 참 향기롭네요 마드무아젤.”

       

       “차, 차 맛이 참 좋네요, 어음⋯⋯ 미, 미스터?”

       

       “아직 안 마셨잖아요.”

       

       “⋯⋯항상 마시던 거잖아!”

       

       호로로록.

       

       마탑주는 후후 불어서 한 모금 삼키고는 말했다.

       

       “숨기는 게 없는 건 아냐. 하지만, 숨기는 쪽이 네게도 좋은 것들만.”

       

       “그럼 자색마탑 인신매매 혐의를 인정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야. 적어도 내가 마탑주로 부임한 이후로는, 노예를 사서 실험체로 쓰는 것도 금지하고 있어. 마을, 그리고 자탑은 조사해 볼게. 정말로 누군가가 인간을 사 모으고 있는 거라면, 그 사람은 선인장이 될 거야.”

       

       사람으로 선인장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소리인지 상상이 안 가서 무서웠다. 

       

       마탑주의 눈동자에서 느릿하게 소용돌이치는 무거운 감정이 보인다. 그녀는 사람을 사고파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있었다.

       

       마음이 놓였다. 자색 마탑은 인신매매의 소굴이 아니구나. 머릿속의 화이트보드에서 2번 문항을 박박 지웠다. 기쁘다. 이제는 1번 문항만 남았다.

       

       1. 자색 마탑의 누군가가 / 혹은 사칭한 누군가가 꾸준히 사람을 공급받고 있다. 

       

       “만약 범인이 여기에 있다면, 자탑의 누구라고 생각해요?”

       

       “⋯⋯섣부르게 의심하고 싶지 않아. 다들 가족들인걸. 누군가를 특정하고 조사하는 대신, 함정을 파 두려고 해. 사칭일 가능성도 있는 거니까.”

       

       “그러다가 뒤통수 맞고 다치시면 어떡해요.”

       

       “나는 강해서 괜찮아⋯⋯! 다 이겨⋯⋯!”

       

       확신이 가득 담긴 말이라서 좀 멋있었다. 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고민도 없이 승리 선언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마탑 쪽의 일은 마탑주에게 일임하고 안심해도 되겠다.

       

       

       “그러면 두 번째 안건인데요.”

       

       “응?”

       

       “제 머리가 이상한 거, 짐작 가시는 부분이 있는 거죠?”

       

       “⋯⋯머리는 원래도 이상하지 않았을까?”

       

       “말 돌리는 거 보니까, 알면 안 되는 거예요?”

       

       “응.”

       

       단호했다. 그러나, 마탑주의 눈동자에 스치는 것은 샛별과도 같은 반짝임이다. 빤히 바라보고 있자, 마탑주는 고양이처럼 눈꺼풀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고양이어로 러프하게 해석하면 우리는 깐부라는 뜻이다.

       

       믿으라는 걸까.

       

       음.

       

       믿었다.

       

       믿는 대신에, 장난스럽게 물어봤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구해줄 거예요?”

       

       “응, 구해줄게.”

       

       “대체 왜?”

       

       “처음 사귄 친구라서⋯⋯.”

       

       “⋯⋯⋯⋯.”

       

       “자색 마탑 사람들, 네가 오기 전에는 나를 무서워했어. 같은 사람보다는⋯⋯ 좀 더 멀게 보는 느낌. 같은 마탑 안에 있었지만, 따로 연구만 했어. 나도 일부러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고.”

       

       “처음 만났을 때도 귀여우셨는데.”

       

       “으응, 네 덕분이야. 서로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럴 수 있게 된 건.”

       

       “연구밖에 한 기억이 없는데요.”

       

       “그래, 그 연구. 세션에 쓸 데이터를 수집한다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슬픈 이야기 걸작선’을 들려준다거나, 신체 데이터 스캔한다고 ‘1회 소원권’ 뿌리고 다닌다거나⋯⋯.”

       

       “그거 회수하느라 힘들었죠. 얼굴흉터 선배가 몸 한번 바꿔보자고 하는 거 핑계 대느라 머리 아팠는데.”

       

       “혹시 쑥스러워서 자꾸 딴소리 하는 거야?”

       

       “⋯⋯네.”

       

       

       ⋯⋯친구라.

       

       유나는 내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도움을 받은 건 나다. 지금도 이렇게 도움만 받고 있지 않던가.

       

       숙원이었던 시뮬레이션은 이미 완성했다. 이제 간간이 유지보수만 해 나가면서 차근차근 버전 업을 하면 됐다. 취미생활인 TRPG를 즐기면서 말이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다. TRPG의 묘미는 반상 위에서 세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시뮬레이션과 함께라면 더욱 폭넓게도 가능하다. 바다를 본 적 없는 이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가족 없는 이들에게 가족을 보여주며.

       

       히어로가 꿈이라면 영웅이 되게 해 주고, 기사가 꿈이라면 강건한 육신을 주며, 사랑을 바란다면 연인을, 투쟁을 원한다면 강적을.

       

       천천히 황자 황녀를 꼬셔서 드래곤 하트까지 얻으면 금상첨화겠지. 무한에 가까운 동력이 있다면, 게임 판타지 소설처럼 반영구적으로 운영되는 ‘서버’를 열 수도 있을 거다. 아예 완전히 오픈 월드를 만들어버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것들은 이미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그러니 내 인생 목표 칸은 비어있었던 상태다. 

       

       은혜를 열 배로 갚지는 않아도, 받은 만큼은 돌려주고 싶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유나에게. 그녀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잊지 않도록 마음속에, 침수될 일 없는 높다란 곳에 적어놓았다. 

       

       나는 이제 곧 아카데미로 간다. 마탑주와는 잠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마탑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마법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었다. 예산은 마탑의 인기가 높으면 더 많이 들어온다.

       

       “⋯⋯혹시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환상 마법 바이럴로 아카데미 학생들을 꼬드겨야겠다. 

       

       그리고, 학창 시절의 멋진 추억들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지. 아카데미에서 일어나면 즐거울 만한 이벤트는, 머릿속에 한가득 있으니까 말이다. 시련의 탑, 히든피스, 다마고치 비슷한 환상 펫 키우기, 수상할 정도로 수상한 무공서까지.

       

       ===============================================================

       

       “황자님.”

       

       “다음으로는 아카데미 안의 알력관계에 대해서 설명해주마. 두 개의 커다란 파벌이 있다. 각각 금색 파벌과 장미 휘장 파벌인데, 금색 파벌은 금탑주의 수제자가 핵심 인물이며, 금색 마탑의 압도적인 재력을 기반으로 하는──”

       

       “황자님.”

       

       “장미 휘장 파벌은 귀족파라고도 불리며, 백렴공작의 외동딸을 주축으로 구성된 반 금색 파벌 조직이다. 재력은 부족해도 특유의 리더십과 넓은 마음으로 아카데미의──”

       

       “황자님⋯⋯!!”

       

       “자꾸 흐름 끊지 마라, 미친 마법사. 왜지?”

       

       2황자 이리드는 다리를 꼬고 띠꺼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앉은키도 내가 더 큰데, 어떻게 내려다볼 수 있는 거지. 황실의 비전인가.

       

       나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뒤집어쓰고 말했다. 

       

       “제가 이걸 다 왜 들어야 합니까?”

       

       “아카데미의 세력 구도를 이해해야 네놈이 사고를 가려서 칠 테니까.”

       

       아니, 그걸로는 부족하다. 이미지하는 것은 일곱 살 먹은 남자아이의 호기심이었다.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무한히 이어지는 『왜요?』의 연사──!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왜요를 난사했다.

       

       “왜요?”

       

       “사고를 가려서 쳐야 아카데미 교수로서 소임을 다하며 짤리지 않고 지낼 수 있을 테니까.”

       

       “왜요?”

       

       “그래야 네놈의 능력으로 아카데미 학생 전체에 대한 전력 증강과 실전경험 보충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

       

       “왜요?”

       

       “아카데미의 전력 보충은 제국의 국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아카데미 안에서의 네 입지를 다지며 공고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왜요?”

       

       “아카데미에서 입지가 탄탄해야 장기근속이 가능하며, 그래야 네가 안에 숨어든 흑마법사 프락치들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잡아낼 수 있을 테니까.”

       

       “왜⋯⋯ 아니 그건 진짜 왜요?”

       

       “내가 시켜서.”

       

       “아.”

       

       어쩐지 조건이 좋더라니, 아카데미를 놀러 보내는 게 아니었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방금 전부터 눈이 내렸다가 말았다가, 정다운 보리보리쌀을 하고 있는 와중입니다.
    하늘과의 한 판 승부. 눈이 내리지 않는 타이밍에 외출을 해야 한다⋯⋯!
    그리고 따뜻한 국밥을 먹은 뒤에⋯⋯ 돌아올 겁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마이 프렌즈!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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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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