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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한편, 유세하와 마하나, 그리고 표독주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는 그때.

         

       같은 시각, 경기도 안양시 <제 3길드> 지부는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있었다.

         

       “잡아! 저놈 잡으라고!”

       “도망친다! 어서!”

         

       여기저기 악을 쓰는 사람들 사이로 한 남성이 도주하고 있었다.

         

       3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은 온갖 욕을 내뱉으며 전력을 다해 도주했다.

         

       허나, 그래 봤자 <상태창>을 각성하지도 못한 민간인의 뜀박질.

         

       쾅―!

         

       “아악!”

         

       상주하던 정규직 헌터들이 나서자, 곧 바닥에 머리를 박고 금방 제압되었다.

         

       그의 앞으로 또 다른 남성이 등장한다.

         

       힐끗힐끗한 흰머리가 인상적인 중년의 남성.

       바로 마하나와 유세하에게 호의적이었던 부길드장이었다.

         

       “헌터님들. 품을 뒤져주시겠어요? 혹시 모르니까.”

       “넵.”

         

       부길드장의 요청에 남성의 몸을 수색하자, 이윽고 기밀 파일 서류 한 뭉치가 우수수 튀어나왔다.

         

       재바르게 그것을 주워들어 확인하는 부 길드장.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마하나(가디언), 그리고 유세하(검성)이라 적힌 프로필 파일이었다.

         

       천만다행히 클래스까지만 적혀있을 뿐 능력치나 스킬 같은 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아찔한 사고지만 말이다.

         

       “이, 이 개새끼가! 나라를 위해서 힘써주시는 헌터님들의 정보를 빼돌려!?”

         

       부길드장은 역정을 내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의 정체는 부하직원.

       좀 더 구체적으로는 <브레이크 아웃> 때, 상부에 보고하지 말자고 의견을 내었던 그 녀석이었다.

         

       평소에도 뭉그적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다만…

       설마, 설마 이런 뒤가 구린 짓을 벌이고 있었을 줄이야!

         

       “부, 부길드장님. 제, 제발 용서…”

         

       퍼억!

         

       “아악!”

       “말해! 이걸 어디다 팔아넘긴 거냐! 대답 안 해!?”

         

       부길드장의 주먹질에 벌벌 떠는 부하직원은 곧 눈물을 머금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걸 들은 부길드장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졌다.

         

       “뭐…라고?”

         

       클래스 헌터!?

         

         

       * * *

         

         

       팡―!

         

       공기가 터지다 못해 찢어발기는 파공음이 울려 퍼진다.

         

       유세하는 한줄기 섬광처럼 앞으로 쇄도하였다.

         

       마치 번개와 같은 폭발적인 마력의 유동을 일으킨다.

         

       ‘카파 라이노’의 힘으로 발휘되는 [돌진]이, 그에게 멈출 수 없는 질주를 부여한 거다.

         

       허리춤에서 뽑히는 검에 표독주는 찰나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제기랄.’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클래스 헌터. 표독주.

         

       강함으로 따지자면 C급.

         

       이것도 마기를 받아들여 마인이 되어서 올라간 거지, 원래는 D급 언저리에 머무는 찌끄레기.

         

       따라서 주변 놈들에게서, 별로 좋지 못한 대접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흔히 뒷세계라고 불리는 장소는 빌런과 마인이 서로 섞여 살아가는 약육강식의 세상.

         

       명백히 하위권에 있는 그녀로서는 제대로 된 기세를 펼칠 수 없었다.

         

       이는 그녀가 몸담은 범죄 클랜.

       <클래스 헌티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잔인하고 잘나가는 년들이 너무 많았다.

       자신은 언제나 그들의 눈치를 보며 뒷골목에서 콩고물이나 주워먹고 살았다.

         

       ‘안돼.’

         

       표독주는 직감하였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별것도 아닌 일에 휘말려 저항도 못 해보고 죽을 거다.

         

       따라서 표독주는 발버둥 치기로 하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그녀에게는 힘이 없다는 사실.

         

       마인은 악마와의 계약을 마치는 과정에서 마기를 얻는다.

         

       그리고 마기는 기본적으로 각성자가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 준다.

         

       그걸 다하고도 C급에 간신히 들까 말까 하다는 것에서 그녀가 버러지랑 별 차이가 없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위치를 올리면 된다!’

         

       힘으로 안 된다면 권력을 손에 넣고 무리를 만들어 이끌면 된다.

         

       그걸 위해서는 성과를 내, 조직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몇 달 뒤, 그런 표독주에게 천운이 닿았다.

         

       바로 <클래스 헌티드> 따위랑 비교도 안 되는 상위 집단.

         

       일명 《타르타로스》라고 불리는 빌런, 마인 혼합으로 결성된 최강의 조직이자 뒷세계의 [대형 클랜].

         

       그곳의 간부랑 연이 닿은 거였다.

         

       ―재밌을 것 같네.

         

       라고 말한 간부는, 그 귀한 악마석 가루를 조건도 없이 넘겨주었다.

       원하는 대로 쓰라는 말과 함께.

         

       여기에 두 번째 행운은 <검성>이 나타났다는 정보를 혼자 알아냈다는 사실이다.

         

       평소 술과 도박에 빠져 노름이나 반복하던 길드의 직원이 빚 차감을 명분으로 알려준 정보였다.

         

       그것도 그냥 넌지시 말한 게 아니라, 근원을 걸고 맹세한 뒤 말한 정보이다.

         

       거짓이 있을 리도 없으며.

       빚을 받으러 갔던 건 자신뿐이기에, 다른 이가 알 리도 없다.

         

       따라서 표독주는 이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 거다.

         

       그렇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이제 달콤한 과실만 맛보면 되는 것을!

         

       그런데, 그런데 대체 왜!

         

       “일이 이렇게 꼬인 거냐!”

         

       표독주는 악을 쓰며, 들고 있던 환도에 핏빛 같은 마력을 모아 강화했다.

         

       무리해서라도 빠르게 힘을 모은 덕분인지 유세하의 공격에 간신히 대응할 수 있었다.

         

       쾅―!

         

       거칠고 투박한 소음이 울려 퍼진다.

         

       [자라의 장검]과 이름 모를 환도.

         

       두 개의 검날이 서로에게 부딪치며, 주인의 목숨을 노리는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끄으으윽!”

         

       표독주의 손등을 타고 힘줄이 불거진다.

         

       이대로 괴력을 발휘해 힘으로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아연실색하였다.

         

       ‘내, 내가…’

         

       밀리고 있어!?

         

       카가각―!

         

       터져 나오는 불꽃과 함께 유세하의 칼날이 조금씩 환도를 밀어내고 있었다.

         

       [검의 노래]로 강화된 [류참]의 일격은 표독주와의 능력치 차이를 메꾸고도 남을 만큼의 흉악함을 선보였다.

         

       “제기랄!”

         

       결국, 수치를 각오한 표독주는 옆으로 몸을 굴려 [류참]의 범위에서 벗어난다.

         

       슈컥―!

         

       직후 등 뒤에 있던 길쭉한 고목 나무가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쳇.”

         

       혀를 차는 유세하.

         

       표독주는 속으로 안도하였다.

         

       다행히 녀석이 펼친 [돌진]은 그저 평범한 돌진이었다.

         

       ‘만약 방향전환이나, 다시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레어(Rare)급의 돌진이었다면…’

         

       진작에 승패가 났을 거다.

         

       표독주는 상대가 태세를 정비하기 전에 서둘러 공격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그것보다 유세하의 외침이 더 빨랐다.

         

       “므냥아!”

       “……!”

         

       어느새 다가와 표독주의 옆을 선점하는 마하나.

         

       표독주는 코앞까지 다가온 묘인족 소녀를 보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가디언 클래스.’

         

       공격 스킬이라고는 전무한 퓨어 탱커인 이상 별로 위협적이지 못하다.

         

       기껏 해봐야 방패로 휘두르기 정도겠지.

         

       그러나 곧 펼쳐지는 모습에서 제 생각이 오산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방패 밀치기]!”

       “……?!”

         

       펑―!

         

       무형의 충격파가 방패에서 터져 나오며 표독주의 복부를 후려갈긴다.

         

       “커억!”

         

       거대한 대형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고통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이어 끝까지 달라붙은 마하나는 품에 있던 단검을 꺼내 역수로 돌려 잡았다.

         

       미묘한 푸른빛이 손아귀에 감돈다.

       필시 [단검] 특성이 있다는 증거.

         

       “우습게…보지 마라!”

         

       하지만, 썩어도 표독주는 C급 헌터의 강함을 가진 인물이다.

         

       “……!”

         

       [투명 시야]가 발동되는 방패 넘어.

         

       마하나는 표독주가 마치 야구방망이처럼 환도를 높게 치켜드는 걸 보았다.

         

       검신을 타고 탁한 회색빛의 마력이 휘감긴다

         

       일렁거리는 힘은 곧 원통형의 형상을 취하였고 [스킬]로 승화되었다.

         

       부웅-! 소리와 함께 환도의 검면이 방망이처럼 휘둘러진다.

         

       퍼엉―!

         

       마하나의 몸체가 뒤로 날아간다.

         

       완벽하게 방패로 막아냈음에도. 양팔이 얼얼할 정도의 일격.

         

       [둔기] 특성의 파생 스킬이며.

       동시에 스킬트리 계통인 [홈런]이었다.

         

       어째서 환도로 둔기술을 쓰는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쓰지 말라는 법도 없는 법이다.

         

       “…이정도쯤은!”

         

       호기롭게 외친 마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뒤를 이으는 현기증에 무릎을 굽히고 말았다.

         

       “어!?”

         

       어째서?

         

       방패로 완벽하게 막아내었다.

         

       아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정도는 ‘토주원’ 의 [혼신의 박치기] 쪽이 훨씬 더 강력하였다.

         

       겨우, 이정도로 쓰러질 리가……?!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룬의 힘이구나!’

         

       몸 곳곳에 감도는 저릿저릿한 감각.

         

       틀림없이 [마비] 계통의 힘이 담긴 룬이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정답이었다.

         

       표독주의 [홈런]에는 ‘일렉트릭 머슈룸’이라는 C급 마물의 스킬 룬이 담겨있었다.

         

       [정전기 충격P]. 마력 소모를 1.5배로 올리고 [기절] 효과를 부여하는 패시브.

         

       이것도 마하나가 부쩍 성장하여 [마비]로 끝난 거지.

       원래라면 그대로 기절했을 거다.

         

       “……쯧.”

         

       표독주는 [기절]에 걸리지 않은 마하나를 보며 혀를 찼다.

         

       [정전기 충격P]은 마나 소비도 소비지만.

       무려 30분의 쿨타임을 가진다.

         

       사실상 표독주가 가진 비장의 패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한 명이라도 리타이어 시키려는 계획이 실패하였다.

         

       이어서 이것을 눈치챈 이는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유세하.

         

       표독주가 숨겨둔 비장의 수가 사라졌다는 걸 간파한 그는 죽일 각오로 달려들었다.

         

       전방을 향해 마치 벌이 쏘듯, 날카롭게 검을 찔러 들어간다.

         

       “큭!”

         

       단순한 찌르기지만, 최근 급성장한 유세하의 근력 수치는 무려 19.

         

       객관적으로 말해 표독주를 압도할 만큼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힘에 그녀는 점점 식은땀을 흘렀다.

         

       다시 한번 서로의 검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터져 나오는 불꽃은 주마등을 보여주는 매개체였으며.

         

       몸 곳곳을 스쳐 지나가는 검날은 사신의 손길과 다른 바 없었다.

         

       그렇게 1분.

         

       수십 번의 공방을 나눈 표독주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이 남자. [발도] 말고는 수준 이하구나!’

         

       형편없는 칼솜씨다.

         

       제대로 검을 쥐어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휘두르는 법을 배운 티도 나지 않는다.

         

       그저 균형 잡힌 능력치와 번개처럼 빠른 반사신경으로 모든 상황을 커버하고 있을 뿐이었다.

         

       ‘…눈이 좋군.’

         

       이 모든 게 가능한 것은 바로 유세하의 동체시각.

         

       그의 눈은 기이할 정도로 자신의 검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하나라도 더 담겠다는 듯한 눈빛에 절로 오싹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좋다.’

         

       힘을 줘서 그를 밀어낸 표독주는 안으로 달려들었다.

         

       이대로 발로 걷어차 넘어트린 다음 녀석을 마무리하겠다!

         

       허나,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들어오는 찌르기에 서둘러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캉―!

         

       “…무, 무슨?!”

         

       직후, 경악한다.

         

       제삼자가 보면 그저 그런 찌르기같지만.

         

       표독주는 알 수 있었다.

         

       방금 유세하가 펼친 이 찌르기.

         

       ‘…내, 내 기술?’

         

       틀림없었다.

         

       [검법]이라고 부를만한 건 아니다.

         

       그저 몇 년 동안 칼을 휘두르다 몸에 익힌 처세술 비슷한 잡기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 기술이 자신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세, 행동, 보폭까지.

         

       흡사 자기 자신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찌르기를 마친 유세하는 손에 잡힌 검을 한바퀴 돌리며, 특유의 자세를 취했다.

         

       검날이 아닌 검면을 들어올린다.

       당장이라도 후려칠듯한 자세를 취한다.

         

       ‘말도 안 돼.’

         

       틀림없는 [홈런]의 시전 자세였다.

         

       쾅―!

         

       “큭!”

         

       당황한 표독주는 한 박자 늦게 공격을 방어하였다.

         

       다행히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이유는 방금 그가 펼친 건 그저 ‘흉내 내기’에 지나지 않아서이다.

         

       ‘그럼 그렇지.’

         

       저건 [스킬]이 아니다.

       스킬이었다면 확실한 마력의 형상이 이루어졌을 거다.

       유세하의 검에는 그러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비슷하게 따라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러나.

         

       곧 들려오는 유세하의 한마디에 표독주의 ‘상식’이 무너졌다.

         

       “뭐야? 왜 검법이 아니라 [둔기] 특성이 나와? 이봐 아줌마. 검법 없어요?”

       “……뭐?”

         

       표독주는 누군가 뒤통수를 후려갈긴 듯한 충격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블러핑……인가?

         

       ‘…아니야.’

         

       그의 시선은 정확하게 허공에 집중되어 있었다.

         

       분명 떠오르는 메시지를 인식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그, 그렇다면…설마?

         

       ‘…방금 고작 따라 한 거로 [둔기] 특성을 얻었다는 소리인가?’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아, 씨발! 깜짝이야.”

         

       악을 쓰는 표독주.

         

       반면, 유세하는 그런 그녀의 심정을 모르기에 당황하기만 하였다.

         

       뭐야, 저 아줌마.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 감기라 틀린거 지적은 아침에 일어나 고치겠습니다. 휴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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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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