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4

     예르나는 루크의 등교편의성을 위해 숲의 숙소가 아닌, 도시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그렇다보니 간만에 집에서 마음놓고 쉴 수 있다는게 심신이 꽤나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숲의 마나가 아무리 몸에 좋아도, 숲에선 제대로 안심하고 잘 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숲에서, 숲지기는 마음을 완전히 놓는다는게 생리적으로 불가능했으므로.

    그녀의 그런 간만의 휴식을 방해하는것은 철컥,하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수면상태로 빠져들어가있던 예르나의 의식이 되돌아오고, ‘으음.’ 하는 소리를 내며 정신을 깨우자 보이는 것은…….

    “다녀왔다, 예르나.”

    하는 소리를 내는 루크였다.

    “어서와, 루.”

    벌써 학교가 끝난 모양이지.

    예르나가 눈의 촛점을 맞추고 바라본 루크는 두손 가득히 탑처럼 쌓아올린 책을 턱하니 현관앞에 내려놓으며 허리를 폈다.

    그 책더미를 본 예르나가 살짝 놀라서 묻는다.

    “어머, 그 책들은 다 뭐니?”

    “학교에 도서관이 있더군. 꽤 커서, 빌릴만한 책들을 모두 빌린것이다.”

    “이렇게나 많이? 15권이나 되는데?”

    “한 학생증으로 5권을 대여할 수 있다고 하더군. 그래서 시루드의 학생증과 이번에 새로 알게된 메리라는 아이의 학생증을 빌려 총 15권을 빌릴 수 있었다네.”

    벌써 친구도 사귄 모양이고, 예르나는 한층 안심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무겁진 않았고? 언니를 부르지 그랬어. 그랬으면 차를 타고 데리러 갔을텐데.”

    “괜찮다. 이정도는 가벼운 수준이지.”

    “흐음……. 그러니?”

    루크가 내려놓은 책더미를 루크가 평소 잘 들어가있는 박스 옆에 옮겨주며 묻는다.

    “그래, 루크. 오늘 학교에선 어땠어?”

    첫 등교다보니 꽤 걱정되었는데.

    아마 별 일은 없었을 테지만, 그래도 루크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싶었다.

    “아. 그러고보니 학교에 관해 할 얘기가 있다, 예르나.”

    “할 이야기? 뭔데?”

    예르나는 문득 루크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는것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루크의 엄마가 된 기분이라 좀 요상한 기분이었지만, 뭐. 

    아이가 학교이야기하는건 재밌잖은가? 

    조잘거리는게 귀엽기도 하고 말이다.

    예르나는 앞서 이어질 루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자 루크는 예르나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기대해준 그대에겐 정말로 미안한 일이지만……. 학교에 한번 와봐야겠더구나.”

    “그렇구나, 내가 학교에……. 뭐? 왜?”

    “보호자 호출이라고 하더군.”

    보호자 호출?

    이건 생각했던 말이 아닌데.

    “자세히 얘기해봐, 루크.”

    “그러니까, 어떻게 된 이야기냐면…….”

    ———

    루크는 교무실에서 실습교사와 마주앉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루크, 어떤 경우에도 학생은 다른 학생을 지팡이로 겨누지 말라고 말했었잖아? 너도 분명 들었지? 기억도 하고 있고?”

    “물론, 하다마다.”

    “그래, 너 똑똑한 애잖아. 입학시험도 만점으로 통과할 정도로. 그런데 왜 그랬던거야?”

    이유는 간단하다. 시루드의 서클이 갑작스럽게 2서클로 나아감에따라, 자신의 능력이 예상을 크게 벗어난 시루드가 스스로에게 공포심을 느껴 발생한 참사를 수습한것이다.

    처음부터 설명하자면 시루드가 마침 그 순간에 2서클에 도달할 수 있었던것은 자신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탓에 ‘아베트’에 의지가 담길 수 있었으며, 결국 이름만 아베트인 규격외의 괴상한 마법이 실현되고 말았다.

    이론적으론 지팡이의 서클과 시루드가 가진 서클이 일시적으로 공명하여 상승작용을 한 탓일거라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을 자신의 감각 만으로 행한것을보면, 시루드의 마나감응력과 조작능력은 5000년 전에서도 천재의 반열에 들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 현상을 해석할 지식이 전혀 없는 시루드는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공포에 빠졌고, 그 결과 마법과 마나가 통제불가능한 상황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신은 그것을 수습한 것이라고, 그렇게 설명했다.

    “부득이한 상황이었다네. 구조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루크의 설명은 꽤 그럴듯 했지만, 교사진들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교사라고해도 사실 서클에 대한 것은 잘 모른다.

    그도 그럴게, 애초에 서클이 생기면 모조리 제거하는 추세고, 그 제거시술도 옛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간단해졌다.

    그탓에 제거하지 못 할 정도로 마나 감응력이 뛰어나거나, 이미 심장 깊숙히 서클이 파고든 경우는 의사가 아니고서야 거의 보지 못 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아카데미교사인 그들로서는, 루크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파악할 깜냥이 안되는 것이다.

    “음…….”

    게다가, 시루드가 해외에서도 희귀한 사례라는 이중서클이고, 루크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확률적으론 거의 말이 안되는 일이 아닌가.

    교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말한다.

    “이중서클이면 더 안정적인거 아니었어요?”

    “저도 그냥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서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심장병의 일종’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현대.

    루크가 아무리 서클 하나에 담긴 권한과 의미를 설명해줘도 사실인지 알 방법은 없다.

    관련서적이나 마법서적은 대부분 ‘위험성’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되지는 않고, 해당 환자나 현상을 다루는 의사나 마법사에게만 공개되는 자료다.

    게다가, 일반교사가 그 증상과 현상을 다룬 마법서적이나 논문을 읽는다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도 있다.

    추가로, 이 경우엔 화자의 연령도 문제가 되었다.

    고작 10살짜리가, 어떻게 그리 ‘서클’이라는 현상에 정통한 것이고, 해당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또 ‘어떻게’알고 있느냔 말이다.

    “그럼, 넌 그걸 어떻게 알고 대처 한거니?”

    어떻게, 냐고 묻는다면 너무나 간단하다.

    대마법사로서 후학들을 양성하면서 그런 경우를 대체 몇번이나 봐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클래스마법은 당시에 없었으니 완벽히 동일한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만약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야 반드시 자신이 손을 썼을 것이다.

    마법사들의 서클폭주는 그 당시에도 비교적 흔했으니까.

    루크는 한번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답했다.

    “많이 겪어봤으니까. 익숙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군.”

    “…….”

    교사들은 루크의 태연한 대답에 약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중서클이 발현된 환자이며 서클폭주가 익숙하고, 그 대처에도 노련한 10살이라니?

    대체 어떤 삶을 그게 살아야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마법실습교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되겠어. 아무래도 이건 부모님과 대화를 좀 해봐야겠는데.”

    “뭐?”

    루크의 표정이 부끄러움으로 살짝 붉어지고 말았다.

    아카데미에 부모님을 불러온다니?

    애초 스스로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고, 충분한 권력도 있던 루크는 그 명령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더욱 자주적인 성격을 지닌 마법사에게 그 이상으로 수치스러운 명령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애초에, 부모는 아주 오래전 직접 장례를 치르며 명복을 빌어드렸거늘…….

    “대체 무슨 얘기를 한단 말인가? 내가 다 말하지 않았나.”

    “네 말을 못 믿는다는 건 아니야. 그냥, 이야기를 듣고싶은 거지.”

    그러자, 루크는 더욱 당혹스런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자신의 부모를 호출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없던 루크는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한 상태였기에. 

    그래서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더욱이 내렸다.

    “그……. 내겐 불러올 부모가 음…….”

    그 순간, 옆에서 듣고있던 루크의 담임이 나섰다.

    “선생님, 이쪽으로.”

    “네?”

    실습교사를 끌고 교무실 구석으로 데려간 담임은, 루크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을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가정사에요.”

    “예?”

    “가정사라구요. 미리 얘기 못 들었어요? 세레나씨한테.”

    “세레나…… 시루드의 어머님이요?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요.”

    “아. 그때 선생님은 학교 안 오셨었죠. 근데 아무도 얘기 안해줬어요?”

    “어……. 대충 듣기는 했죠. 보호자는 있다면서요…? 그럼 입양된거 아니에요?”

    “하아, 그냥 보호자도 아니고, 임시보호자에요. 지금 루크에겐 부모님이 없다구요.”

    “……아.”

    그것은 빠르고 조용한 대화였다.

    실습교사가 슬쩍 루크의 담임을 지나쳐 바라본 아이의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빨개진 상태였다.

    그건 거의 울것같은 표정같기도 했다.

    ‘이런.’

    아이의 감정은 상당히 섬세하다.

    지금은 아무리 보호자가 있더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험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 앞에서 ‘부모님’을 데려오라고 했다니…….

    ‘아니, 나는 입양되어서 지금은 그래도 부모님이 있는 줄 알았지…….’

    부모도 없이, 단순 보호자만 있는 상태였다니, 그런 상태에 놓여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으아, 어쩌죠? 저, 말실수 했나요……?”

    “어쩌긴요, 아이한테 당장 가서 사과해요.”

    그녀의 조언에 그는 황급히 루크의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숙였다.

    “미안하다, 루크. 내가 방금은 말실수를 했나보다.”

    하지만 루크는 갑자기 태도가 변한 그가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루크는 마구 손사래를 치면서 그의 팔을 붙잡고 일으킨다.

    “그, 별로 그건 신경쓰지 말거라!”

    “용서해주는거야?”

    “당연히 용서한다.”

    “정말 고맙다…….”

    몸을 일으킨 교사는 한차례 목을 가다듬고는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과장되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무튼! 그럼 지금 보호해주시는 분이라도 불러줄래? 부탁할게.”

    “알겠다. 뭐, 그 정도는…….”

    루크가 납득하여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교사는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크게 쉬었다.

    경솔한 발언으로 아이가 큰 상처를 받지 않아서 다행인가…….

    “루크. 앞으론 사람한테 절대 지팡이를 겨누지 마. 이번은 처음이니 그냥 넘어가겠는데……. 후우. 이제 돌아가도 좋아.”

    “알겠네. 다들 고맙군.”

    교사의 말에 루크는 일어나 공손히 인사하고 교무실의 밖으로 나간다.

    루크가 떠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교사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그럼, 시루드는 심장검사를 다시 한번 더 받을 필요가 있겠네요.”

    루크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루드는 현재 이중서클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겠죠.”

    교사들은 고개를 돌려 엠마를 딱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렇게 신경쓰기 어려운 아이가 둘이나 있을 반을 맡은 담임을 보는 시선이었다.

    “힘드시겠네요.”

    엠마는 미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게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은 아닌데요…….”

    평소엔 그냥 귀엽던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6.26일, 해당회차는 수정되었습니다.

    일일연재땐 잘 몰랐는데, 다시보니 지나치게 고구마라는 느낌이었네요.

    아카데미 길게 연재하기 싫다는 느낌이 너무 묻어나온듯…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