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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다음 날 아침.

         

       오늘은 중간평가가 있는 날이기 때문에 나와 박유정 그리고 이혜정은 늘 그렇듯 조금 빨리 아침식사를 하러 식사를 하러 왔다.

         

       …아니, 지금 보면 늘 그렇듯이라는 말은 빼야 할 듯싶다.

         

       원래는 밥을 좋아해서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두 그릇씩 먹던 이혜정이….

         

       “…언니, 식사 안 하세요?”

         

       “…으응, 속이 안 좋아서.”

         

       먹는 시늉만 할 뿐 음식에 제대로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혜정의 식판에는 적당한 밥과 국, 반찬들이 담겨 있지만 양이 조금 줄은 것은 반찬 중 하나인 계란말이 뿐이다.

         

       이혜정은 오늘 아침 계란말이를 한 입 먹은 것 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언니들-! 저 지금 할 게 있어서 먼저 올라갈게요! 이따 연습실에서 봐요!”

         

       그렇게 박유정을 먼저 떠나 보내고 둘만 남게 되자 나는 이혜정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언니.”

         

       “…응.”

         

       “…그러다가 큰일 나요.”

         

       “…….”

         

       오늘은 나아아 2주차를 시작한 지 4일째다.

         

       그 4일 내내…, 이혜정은 밥을 먹는 척만 하고 거의 먹지 않았다.

         

       우리 팀은 4일째 새벽까지 연습을 하는 강행군을 이어 나가고 있다.

         

       칼로리 소모가 극심한데 심지어 밥도 먹지 않으니 큰일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에 나는 그녀를 향해 우려 섞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 빼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가 쓰러지면 어떡하려고요.”

         

       “…….”

         

       “언니 이미 할 만큼 하셨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해요. 오늘 점심부터 천천히 다시 식사량 늘리는 거예요. 알았죠?”

         

       실제로 지금 이혜정은 나아아 2주차를 시작하기 전인 4일 전보다도 살이 더 빠졌다.

         

       지금 이혜정의 몸은…, 나아아 평균보다도 아주 조금 더 마른 상태.

         

       이를 달리 말하면 평범한 여자 평균에 비해 훨씬 말랐다는 것이다.

         

       원래 조금 통통했던 그녀가 이 상태까지 오는데 2주밖에 안 걸렸다.

         

       지금 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은 그녀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래, 예린이 네 말이 맞아.”

         

       “…언니.”

         

       “오늘 점심부터는 다시….”

         

       그렇게 그녀가 계속된 내 설득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 순간이었다.

         

       “음? 어어, 예린 양!”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하하, 좋은 아침이예요, 밥 먹고 있었네?”

         

       나아아의 메인 PD 신PD가 있었다.

         

       원래 식당은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제작진들과 심사진들도 이용한다.

         

       제작진들과 참가자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접촉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긴 하지만 신PD는 그런 것 따위 가뿐히 무시하고 우리 테이블에 다가왔다.

         

       “그동안 인사 한번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말이야, 하하. 저번 주 방송은 잘 봤죠?”

         

       “…네.”

         

       “예린 양 덕분에 방송도 잘 나왔고 시청자 반응도 좋았어, 하하. 이번 주도 그렇게만 해 줘요.”

         

       갑작스런 신PD의 등장에 내가 평소보다 더 차가운 얼굴로 그를 대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다가….

         

       “호오…, 근데 말이에요….”

         

       그의 시선이 결국 내 앞의 이혜정에게 닿았다.

         

       “예린 양 앞에 계신 이분은 누군가 했는데 지금 보니 혜정 씨였네?”

         

       “네, 넵! PD님! 지난 한 주간 잘 지내셨어요…?”

         

       무표정한 얼굴로 신PD를 대했던 나와 달리 이혜정은 무척이나 간절한 얼굴로 어렵게 그를 대했다.

         

       그런 이혜정을 신PD가 눈으로 한 번 슥 훑고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전이랑 너무 바뀌어서 내가 못 알아봤었네. 하하, 혜정 씨, 아니 혜졍 양.”

         

       ‘…안 돼.’

         

       나는 속으로 신PD한테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빌었다.

         

       하지만 신PD는 이내 그 말을 꺼내고 말았다.

         

       “지금 너무 보기 좋아요.”

         

       “…….”

         

       “앞으로도 더 열심히하면 좋은 결과 기대해도 되겠네요. …엇? 벌써 시간이? 하하, 저는 바빠서 이만 가 볼게요. 그럼 두 사람 다 수고~”

         

       이혜정은 지금 급격하게 살을 빼서 인상이 조금 초췌한 상태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 어쩐지 병약미가 드러나서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어딜 봐도 건강한 모습은 아니잖아.’

         

       그런데 뭐…? 그런 사람한테 보기 좋다고? 더 열심히 하라고?

         

       신PD가 열심히 하라고 말한 것에는 단순히 무대를 열심히 하라는 것만 포함된 것 아닐 것이다.

         

       아마…, 지금처럼 그대로 살도 열심히 빼라는 거겠지.

         

       원래였다면 그냥 흘려 들으면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더.”

         

       이혜정이 마치 메시아를 만난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신PD가 한 말을 되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황급히 그녀를 다시 설득하려 나섰지만….

         

       “…언니, 저 사람이 한 말 너무 귀담아듣지 마요. 일단은….”

         

       “응, 예린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근데….”

         

       이미 그녀의 눈에는 안타까운 간절함만이 담겨 있는 채였다.

         

       “언니가…, 언니가 알아서 할게.”

         

       “…….”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

         

         

         

       아침식사가 끝나고…, 중간평가의 때가 다가왔다.

         

       중간평가는 다 같이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팀별로 할당된 연습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트레이너들이 와서 봐주는 구조였다.

         

       “우리 팀은 누가 오려나?”

         

       “그러게.”

         

       각 팀 중간평가에 들어오는 트레이너도 달랐기에 과연 어떤 트레이너가 어떤 팀 중간평가를 봐주는지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이에 우리는 조금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누가 들어올지 기다렸다.

         

       그리고 곧이어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달칵.

         

       “중간평가 보러 왔습니다.”

         

       “…어?”

         

       “어어-?!”

         

       “안녕하세요, 여러분.”

         

       …바로 한시우였다.

         

       “헐, 대박!”

         

       “하, 한시우님-?!”

         

       한시우가 등장하자 팀원들은 열광하며 소리쳤다.

         

       나아아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심사진 중 인지도가 제일 높은 그가 왔다는 건 제작진 쪽에서 제일 기대하는 팀이 우리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하하, 제가 우리 고등어 샌드위치 팀 무대를 미리 보고 싶어서 여기로 보내달라 제작진 분들께 간청했습니다.”

         

       “와아아아-!”

         

       한시우가 훈훈한 분위기와 함께 그리 말하니 우리 팀의 분위기도 덩달아 좋아졌다.

         

       “…좋았어.”

         

       특히 서유진은 이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유정도 한시우가 왔다는 것에 평소보다 더 해맑은 미소를 지었고 이혜정은 여전히 아까 신PD와의 대화를 떠올리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시우가 온 것에 얼굴을 구긴 것은….

         

       ‘…망했다.’

         

       …오직 나밖에 없었다.

         

       한시우는 친절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어마어마한 독설가니까.

         

       그리고 한시우가 우리 팀의 문제점을 못 알아챌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미 우리 연습실에 들어온 한시우를 돌려 보낼 방법은 없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무대를 시작해주세요.”

         

       그렇게 내 근심걱정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중간평가는 시작되었다.

         

       ♪♬♩-!

         

       벌써 수십 아니, 수백 번도 더 맞춰 본 안무.

         

       심지어 중간평가는 1절까지만 본다.

         

       이미 2절까지 모든 춤과 노래를 마스터한 우리가 1절에서 하찮은 실수를 할 리 없었다.

         

       “…이상입니다!”

         

       그렇게 1절 노래가 끊기고 탈력감 가득한 숨과 함께 무대를 마친 서유진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볼 때 틀린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나보다.

         

       하지만….

         

       “…….”

         

       그녀의 기대와 달리 한시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화난 건 아니지만…, 어딘가 떨떠름해 보이는 얼굴.

         

       분명히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쳤건만…, 한시우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자 팀원들은 당황했다.

         

       “…잘 봤습니다.”

         

       이윽고 잠시 고민하던 한시우가 마이크를 들었다.

         

       “우선 시간이 짧았을 텐데 무대에 대한 완성도는 높았군요. 원곡을 최대한 살린다는 선택도 훌륭했고 안무 숙지도 잘 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

         

       “무대를 본 관객의 입장에서 이 무대는…, 별로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

         

       우리는 그동안 나아아에서 시간을 보내며 한시우의 차가운 모습을 많이 봐 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지금부터 한시우가 독설을 시작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독설의 방향은….

         

       “하예린 참가자.”

         

       “…….”

         

       “이 팀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나에게로 향했다.

         

       그동안 한시우는 나를 예린 양이라고 불렀다.

         

       나는 이것을 그가 은연 중에 애정과 관심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그는 나를 하예린 참가자라고 부른다.

         

       …역시 한시우는 우리 팀의 가장 큰 문제점이 나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챈 것이다.

         

       “……저희 팀의 문제점은.”

         

       “말하기 어렵겠죠. 자신이 팀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는 것은.”

         

       “……!!”

         

       한시우가 나를 우리 팀의 문제점으로 꼽자 다른 팀원들이 크게 놀랐다.

         

       다른 팀원들은 안무만 숙지하는데 바빴으니까.

         

       우리 중 제일 먼저 안무를 외운데다 지금까지 실수 한 번 없었던 내가 문제가 있으리라곤 생각 못 했겠지.

         

       “전부터 예린 양의 무대에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바로 해결될 줄 알았죠.”

         

       “…….”

         

       “이 곡의 컨셉이 무엇입니까? 바로 사랑을 모르는 사랑을 알고 싶은 자신의 사랑을 찾고 싶은 풋풋하고 순수한 여자의 모습이죠. 근데 하물며 센터를 맡고 있는 사람이 무대를 하며 그렇게 무표정으로 차갑게 있으면 분위기가 살 수 있을까요?”

         

       역시나 내 무표정이 문제였다.

         

       다른 팀원들은 아마 팔과 다리 동작만을 봤기 때문에 몰랐겠지만…, 나와 이혜정은 어제 연습 영상을 보고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무표정한 내가 센터에서 무대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하예린 참가자. 제가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고 있던 참가자였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예.”

         

       “하지만 오늘 무대를 보니 크게 실망이군요.”

         

       그런 말이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팬이 안티로 돌아섰을 때라고.

         

       한시우의 지금 얼굴은 크디큰 실망감과 배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는 내게 한숨을 쉬고 다시 마이크를 들더니….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팀 센터를 바꾸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소 잔인할 수도 있는 선고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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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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