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40

       

        

        

        

        

        

        

       “허, 이분 살벌하게 게임하시네.”

        

        

        

        한 명.

        

        

        

       “…여러분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계실 거라 생각하지만, 이 글로리 앤 아너에서의 전투가 생각보다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 분은….”

        

        

        

        두 명.

        

        

        

       “그래서 지금 저 분이 랭크전을 돌리고 있다는 거죠? 이거 아무래도 지금 돌리면 안 되겠는데?”

        

        

        

        세 명, 네 명, 다섯 명….

        

        간만에 켜진 유진의 방송. 그것도 비록 다크 존보다는 못하지만, 이름만 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또 다른 가상현실게임에 대한 광고를 받기까지 했기에, 평소보다도 많은 시청자 수 – 그 사이에는 당연하게도 소, 중, 그리고 대기업 스트리머가 섞여있었다.

        

        글로리 앤 아너를 메인 컨텐츠로 플레이하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아예 거지같은 실력을 컨텐츠 그 자체로 삼아 심연 속의 심연을 영상각으로 쓰는 극히 드문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그야말로 해당 게임의 석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티어 평균을 내었을 때 최소 마스터에서 그랜드마스터 사이로 수렴하는 무지막지한 실력자들.

        

        

        그런 이들이 유진의 단검술을 보고 개별적으로 한 마디씩을 내뱉고 있었다.

        

        

        

       “…혹시 랭겜 시작하기 전에 상대팀이 먼저 패드립 같은 걸 치기라도 했나요?”

        

        

        

       -그럴리가요ㅋㅋㅋㅋㅋ

       -패드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석)패드립을 먹은 것도 아닌데 저렇게 살벌하게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인가????

       -아뇨…그냥 저사람은 저게 일상이에요….

       -저게 평상운전이라고? 거짓말하지 마 ㅋㅋ

        

        

        

        그런 것도 아닌데 저렇게 플레이한다라, 그건 그것대로 무서웠다.

        

        게다가 오늘 당사자의 방송을 시청 중인 유저들, 그 중 글로리 앤 아너에 잔뼈가 굵은 사람 중 몇몇은 현실에서 직접 사비를 들여 도검소지자격증을 따고, 직접 무기를 구매하여 집에서 이를 연습하거나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동호회를 만드는 경우도 종종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글로리 앤 아너를 메인으로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라고 해서 딱히 다르지 않았다 – 아니, 오히려 더했다.

        

        다시 말해, 무시하지 못할 숫자의 스트리머들이 현실에서 냉병기를 다루는 행위에 최소한의 일가견이 있다는 뜻이었고 – 바로 그 덕분에, 이들은 유진의 플레이가 얼마나 정신나간 행위인지를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뭐…저런 사람이 다 있다냐.”

        

        

        

        단검.

        

        현 시점에서는 쓰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기였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해당 무기를 다룰 때의 모션 어시스트를 글로리 앤 아너에서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게임 내에서 억지로라도 사용하기 위해 현실에서 단검술을 연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했고, 설령 연습한다고 한들 이는 게임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어시스트의 퀄리티와 스피드, 그리고 구성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교하기조차 민망했다.

        

        근데 그걸 개인의 실력으로 커버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플래티넘이쓰러지지않아 님이 5,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전직 그랜드마스터인 쥔장이 보기엔 저분 어디까지 올라갈거같음????

        

       “…말을 아끼겠습니다.”

        

        

        

        어째서 대답을 얼버무린 것일까. 그것은 도네이션에 대답한 스트리머조차 알 수 없었다.

        

        딱히 예상을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그러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을 여는 순간 뭔가 나중에 랭크에서 우연히 마주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같은 팀이라면 괜찮았겠지만, 적군이라면…일단 확실한 것은 좀 많이 무서울 것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생존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에이, 설마 그 정도겠어.’

        

        

        

        비록 과정은 조금씩 달랐지만, 어쨌거나 자기합리화의 결과물은 누구나 다 비슷했다.

        

        그러나 이들 중 파도가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도 일찍 도달하리라는 사실을 예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알림 : 승리한 경기 계산 중…10판의 경기 중 패배한 경기 ‘없음’으로 확인.]

        

       -[알림 : 임시 티어를 계산합니다.]

        

       -[알림 : 현재 ‘Eugene’ 유저의 티어는 ‘실버 1’이며, 배치전의 결과를 고려하여 랭킹 포인트 습득량을 조정합니다 – 준배치전 계산 완료.]

        

       -[알림 : ‘Eugene’ 유저는 앞으로 10번의 경기 동안 승리할 시 추가적인 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으며, 최대로 승급 가능한 예상 티어는 ‘플래티넘 1’입니다.]

        

        

        

       “…뭐,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최대한 빠르게 올라가보도록 합시다.”

        

        

        

       -실버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이게 실버유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구라안치고 얘빼고 5명 다 닷지쳐도 이길 수 있을 거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이사람은 5번째 배치전에서 다이아3을 정면에서 회쳐버렸다

       -실버에 갑자기 메테오폭격이wwwww

        

        

        

        물론, 그 와중 유진은 무사히 10판을 전승가도로 끝마친 지 오래였다.

        

        등반이 시작되었다.

        

        

        

        

        

        

        

        

        

        

        

        

        

        

        

        

        

        

        

        

        

        

        

       “여기 상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쌍검을 그닥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

        

        

        

       -골드승급전에 쌍검들고오면 그야 그런 반응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뭐? 조합맞춰도 모자랄 판에 단검두자루요? 혹시 미치셨어요????

       -아빠랑 같이 방송보는데 옛날 AOS게임 승급전에서 저랬으면 바로 패드립부터 날아왔다고 그러는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나 이거 개잘함 개빡고수임 한번만 믿어보셈 씹캐리해줌(0킬 15뎃)

       -그래도 전적이 있으니 믿어주긴 하네 ㅋㅋㅋㅋ

        

        

        

        골드 승급전.

        

        실버 1에서 골드 4로 넘어가는 문턱.

        

        솔직히 여지껏 그 어떤 게임을 하든 티어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기에 이런 승급전이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칭이 돌아가던 와중 눈 앞에 떠오른 ‘승급전’이라는 단어 하나에 시청자들이 우루루 몰려와 오만가지 도네이션을 쏟아냈단 점을 고려해본다면….

        

        뭐어, 그것 말고도 다른 유저들이 승급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된 건, 매칭이 끝나고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이 하나의 팀으로 짜여졌을 때였다 – 내 주무기를 보자마자 다들 똥이라도 밟은 것마냥 표정관리에 실패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무기 바꿔줄 수 있냐고 묻더라.

        

        다행히도 이 게임은 최근에 플레이한 경기의 승패 여부와 전적을 죄다 볼 수 있었고, 이들은 내가 배치고사 10판 전부를 멱살잡고 캐리했음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약간의 미심쩍음은 남아있는 것 같지만.

        

        

        

       ‘그건 그렇고, 요새라. 여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맵이란 말이지.’

        

        

        

        정확한 명칭은 시타델 게이트.

        

        이전에 플레이했던 템플 가든이나 대성당과는 다르게 A와 C는 각 팀의 리스폰 구역과 가까웠고, B가 맵 정중앙에 있는 맵이었다. B를 제외한 각 점령구역은 다른 지역보다 대략 십 미터 가량 높은 인공적인 건축물이었고, 사방에 계단과 사다리가 있어 접근성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번의 스폰 지역은 C와는 가깝고 A는 먼 곳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적은 우리와 상황이 반대겠지.

        

        

        게임이 시작하기 전 논의했던 것을 토대로 아군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늘 팀원 분배는 1 : 4 : 1. 적이 점령할 것이 뻔한 A에 1명, B에 4명, 그리고 리스폰 구역과 가장 가까운 C에 1명이었다.

        

        그리고-

        

        

        

       “아군이 똑똑하네요. 저 혼자만 A에 보내다니.”

        

        

        

       -ㄹㅇ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1 : 3까지는 적당히 이길 거 같음….

       -B에 3명도 아니고 시작부터 A에 3명가면 개망팟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아봐야 2명임

       -아니근데 선생님 왜 갑자기 발소리를 죽이시는???

        

        

        

        왜긴 왜야, 당연히 잠입을 시도하기 위함이지.

        

        사실 다른 맵에서는 딱히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좋은 전술은 뇌를 비우고 있을 때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법이었고, 그 다음은 간단했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었으니.

        

        거기서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 나의 이성은 잠입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와 해당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어떤 준비와 행동이 필요한지를 계산할 뿐이다.

        

        

        때마침 다행스럽게도 주변은 난장판이라는 단어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었다. B에서는 수십에 달하는 미니언들이 뒤엉켜 싸우는 와중 본격적으로 4 : 4 유저 간 교전이 시작되는 중이었고…반대쪽을 힐끔 바라봤을 때 샛길을 통해 C로 이동하는 적은 없음.

        

        그렇다면 A에 2명이 있을 확률이 높다.

        

        

        

       “….”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고, 주변 지형지물을 확인한다.

        

        굳이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길게 빼지 않아도 내부에 누가 있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저녁이 도래하며 어슴푸레해진 하늘과 A 내부의 화로에서 뿜어져나오는 빛에 의해 생겨난 그림자 간의 시너지가 적의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한 명은…도깨비. 거대한 금쇄봉을 든 육중한 전사였다. 다른 한 명은 그림자가 겹쳐있어 자세히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언뜻 스쳐지나간 무기 그림자를 확인해봤을 때…언월도를 사용하는 클래스-장군일 확률이 높았다.

        

        둘 다 중갑이기에 정면에서 대놓고 싸우는 것은 꽤나 골치아플 예정이었지만,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두 거대한 무기를 이런 좁은 곳에서 휘두르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울 터였고 – 그런 게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면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조심해야만 할 확률이 높았다.

        

        승산이 있다.

        

        

        

       “…그럼 가봅시다.”

        

        

        

        A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선에서 정확한 타이밍을 노린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점령이 멈추며 적이 침입했다는 문구가 2초 가량의 텀을 두고 두 명의 눈 앞에 떠오를 예정이었으니, 본격적인 경고를 토해내기 전 즉각 접근하는 것이 기본 대전제였다. 목표는 최소 한 명을 리스폰 창으로 보내거나, 혹은 전투력을 상실시키는 것이었다.

        

        A 완전 점령까지는 10초가 남은 시점.

        

        두 명의 시선이 샛길에서부터 떨어지고, 그림자와 그림자가 겹치며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할 때 미리 주워들었던 성벽의 파편을 저쪽 건너편으로 던졌고, 둔탁한 소리가 터져나옴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쏘아졌다.

        

        

        

       ‘생각보다 스피드가 많이 느려졌어…!’

        

        

        

        2초, 1초.

        

        성벽 파편이 깨지며 난 소음. 해당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두 명.

        

        실로 다행스럽게도, 예상보다는 느렸으나 더 이상 느려지면 안 되는 영역까지 페이스가 처지지는 않았고 – 저들의 눈 앞에 A 침입 알람이 뜬 순간 왼손에 들린 칼날은 등을 내보이고 있는 도깨비의 왼쪽 다리 뒤편을 깊숙히 뚫고 대퇴동맥을 끊어놓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칼을 박아놓음과 동시에 왼손으로 갑옷의 목 부분을 잡고 몸을 끌어올린다. 그 순간 도깨비가 착용한 갑주 이음매 사이로 승모근과 목 부분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음부터는 부디 갑옷 이음새가 좁은 걸 입길 바랄 뿐이다.

        

        그래야 틈새에 칼을 안 맞지.

        

        

        기우뚱, 그리고 스윽.

        

        왼쪽 다리가 기울어짐과 동시에 오른손에 든 칼날을 역수로 바꾸었고, 그 상태 그대로 칼날을 목에 꽂아 좌에서 우로 갈라냈다. 경동맥이 끊기는 순간 금빛의 피가 절개 지점에서부터 분수처럼 솟구쳐 뿜어져나왔다. 아마 이 즈음 도깨비의 눈동자가 흐리멍텅해진 상태가 아닐까.

        

        방금의 공격을 가장 쉽게 설명한다면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가로로 긋는 것을 연상하면 되었다 – 물론 엄지손가락은 좀 많이 긴 단검으로 바뀌긴 했는데.

        

        

        육중한 덩치가 바닥에 풀썩 쓰러지는 것을 끝으로 퍼스트 블러드가 터져나왔다.

        

        

        

       “이걸로 하나.”

        

        

        

       -시1발 떡장캐릭을 2초안에 죽였어….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군 몸에 피 덕지덕지 묻은거봐 ㅋㅋㅋㅋㅋㅋㅋ

       -씌부1랄 유진선생님 이건 글로리 앤 아너라고 해서 상남자들이 대검들고 명예롭게 싸우는 게임이지 CQC 시뮬레이터가 아니에요 제발좀!!!!!!!!!!!!!

       -?? : 명예? 죽으면 명예가 어딨어?

        

        

        

        밟고 있던 시체가 금빛이 되어 터져나가며 왼쪽 허벅지에 끝까지 박혀있던 단검이 떨어진다.

        

        그것을 주워든다. 당연하게도 바로 그 즈음에 공격이 날아오는 것이 인지상정이었지만, 눈 앞의 적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2초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고, 우월한 리치의 언월도를 휘두르며 날 견제하는 대신 이쪽을 무기로 겨눌 뿐이었다.

        

        덕분에 다시 양쪽 손에 단검을 하나씩 잡을 수 있었다.

        

        

        

       “….”

        

        

        

        대화는 없었다.

        

        섬뜩한 소리를 내며 언월도가 휘둘러진다. 무게가 무게인지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신체 전반이 회전하며 발생하는 원심력으로 인해 속도와 위력, 그리고 사거리까지 조금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 간격을 잘 봐야만 했다.

        

        아마 두 자루의 단검만으로는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종베기를 지금 가진 무기로 막는 건 자살 행위일 것이고, 그나마 막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공간을 가로로 훑는 횡베기 정도. 그마저도 한 바퀴 돌면서 회전하며 이어지는 횡베기는 절대 막지 못하겠지.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간격을 재고 있었을 때, 적이 먼저 움직였다.

        

        

        

       “하아아아-!”

        

        

        

        달려오던 와중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강력한 위력의 종베기, 그리고 방금의 공격으로 생긴 원심력을 이용해 한 번 더 회전하며 더욱 강한 이중베기가 이어진다.

        

        단번에 거리를 4m 이상 벌렸음에도 거리가 가깝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날과 멀리 떨어진 부분을 잡은 왼손이 그대로 앞으로 뻗어나왔고, 뾰족하면서도 위력적인 쇳덩어리가 달린 월도의 창준(Spear Tail)이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하마터면 얼굴에 적중당할 뻔했다. 맞았더라면 안면이 말 그대로 박살났겠지.

        

        하지만 피했고, 공격이 실패함과 동시에 장군의 오른쪽 옆구리가 훤히 열렸다.

        

        

        이제부턴 나의 시간이었다.

        

        

        

       “큭…!”

        

       “…!”

        

        

        

        부웅!

        

        내가 안으로 파고든 순간 언월도에서 왼손을 떼고 주먹을 내지른 건 좋은 판단이었으나, 아쉽게도 먹히지 않았고 – 도리어 건틀릿의 틈새로 칼날이 파고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몸을 긴급하게 최대로 낮춰 머리로 날아드는 주먹을 피한 후 오른손에 들린 단검을 궤적에 가져다대자 기묘한 감각이 퍼져나간다. 물론 나는 그게 무슨 감촉인지 알고 있었다. 살이 갈라지고 뼈가 긁히는 감각이 칼끝을 타고 전달되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왼손은 아웃.

        

        물론 내게는 아직 한 자루의 단검이 더 남아있었고, 이는 어깨로 상대방을 들이받아 넘어뜨림과 동시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컥, 끄극…!”

        

        

        

        턱 아래를 통째로 관통하여 식도를 파고든다.

        

        아마 칼끝은 지금쯤 시상하부를 가로질러 소뇌를 건드리고 있지 않을까. 물론 게임에는 그런 건 없겠지만, 과거 해부학 공부를 하며 달달 외웠던 내 머릿속의 지식이 제멋대로 튀어나오고 있는 것뿐이었다.

        

        몸 전체가 한순간 떨리더니 이내 축 늘어진다. 칼날이 보이지조차 않을 정도로 깊숙히 박혔다. 접촉면에서부터 금빛의 액체가 울컥울컥 솟아나나 싶더니 이내 부피감이 통째로 증발하며 시체가 완전히 사라진다.

        

        A 청소가 끝났다.

        

        작게 숨을 내쉬며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 점령 그래프를 확인한 뒤 덧붙였다.

        

        

        

       “…A에서 두 명 사살 완료. 현재 거점 탈환 중.”

        

        

        

        무기를 바꿔야 하나.

        

        어쩐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아니, 미친. 뭐…?”

        

       “저기서 무슨 짓을 하고 계신 거래요, 저 분?”

        

        

        

       -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미친련아!

       -슬슬 진지하게 적들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시1발 선생님 광고방송이면 게임을 하고싶게 만들어야지 그냥 혼자서 매드무비만 찍고다니면 어떡해요

       -보는 우리도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는데 당한사람은 뭔기분일까 ㅋㅋㅋ

       -기분은 뭔 기분 ㅋㅋ 그냥 날벼락이지

        

        

        

        한편, 채팅창과 유진 팀 – 유진을 제외한 – 은 극적인 의견 일치에 돌입하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이, 수지!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