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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0

        

       다과를 내려놓은 독고이설이 자연스럽게 호천안의 옆자리에 앉았다.

         

       며칠간 하던 대로 팔짱을 끼려던 독고이설의 팔이 멈추었다.

         

       …괜히 비교되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떠올린 독고이설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상대는 움직이지도 않는데 스스로 위축되는 꼴이라니!

         

       독고이설이 눈에 힘을 주며 호천안의 팔을 붙잡았다.

         

       물론 평상시와 달리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독고이설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모용연화를 보며 살짝 턱을 들어올렸다.

         

       모용연화는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같은 여인이 보아도 어디 하나 빠지는 곳 없는 이목구비와 작은 얼굴 그리고 날렵한 턱선까지.

         

       몸매는 또 어떠한가.

         

       길고 시원스레 뻗어 있으면서도 여인의 미를 살릴 수 있는 나올 곳과 들어갈 곳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으니 과연 운남제일화라는 별호가 붙을 만한 미모였다.

         

       독고이설은 자신의 미모를 보고 감탄하는 모용연화의 태도에서 여유를 읽어냈다.

         

       독고이설의 짐작대로 모용연화는 독고이설에게 큰 압력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섬서분타 내부에서 연인 행세를 할 때 모용연화는 흑묘와 여일예 그리고 혁기린에게 약속을 했다.

         

       호천안과는 그저 이성적으로 연기만 하겠다고.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그 약속을 완전히 어겨버린 상황이었으니 모용연화는 세 사람을 만났을 때 과연 어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도 호천안을 만나러 왔다.

         

       세 사람과 마주치는 상황에 비하면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파의 미녀가 붙어 있는 편이 훨씬 상대하기 편했으니 독고이설에게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위축되기는 커녕 모용연화는 독고이설이 어떻게 호천안 일행에 합류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 세분이 호락호락 호천안 대협의 옆자리를 내어 줄 것 같지는 않았는데.’

         

       모용연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독고이설이 입을 열었다.

         

       “손님은 세분이라 들었는데 다른 분들은 잠시 자리를 비우신 모양입니다.”

         

       “호 낭인님과 모용모, 그리고 모용서 어르신께서는 밤에 술잔을 나누기로 하셨습니다. 그때 필요한 일들도 함께 논의한다 하셨지요.”

         

       “흐음. 그렇군요. 그렇다면 모용연화 소저께서는 밤의 술자리에 낄 필요도 없겠습니다?”

         

       대놓고 모용연화를 견제하는 독고이설.

         

       모용연화는 그런 독고이설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호천안 쪽을 바라보며 새 화제를 꺼냈다.

         

       “합격방진을 구성하셨다 들었습니다.”

         

       모용연화의 등장. 그리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기싸움에 잠시 눌려 있던 호천안이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렇소. 어찌 운이 닿아 일행 전체의 기운을 아우르면서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 절진을 손에 넣게 되었소.”

         

       독고이설이 때를 놓치지 않고 추가타를 넣었다.

         

       “저와 가가가 함께 펼치는 진법이지요. 이미 몇 차례나 영물을 잡았을 정도로 대단한 진법입니다.”

         

       “과연, 그렇군요.”

         

       독고이설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용연화를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함께 합격방진을 펼치는 친밀한 사이라는 걸 언급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덤덤하게 넘길 수 있을까.

         

       무언가 불길했다.

         

       “서문연 진법가님이 저희 모용세가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독고이설의 불길함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모용세가에 진법을 설치하시는 제갈성찬님을 만나기 위해 모용세가까지 걸음을 하셨더군요. 결별했던 두분이 사이를 회복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 일이…”

         

       “혈교의 주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무림맹으로 향한다 말씀드리자 서문연 진법가님께서는 꽤나 기이한 행동을 하셨습니다. 호천안 대협께 전해달라며 서신이라 해야할지 책자라 해야 할지 애매한 서류를 맡기셨거든요.”

         

       모용연화가 품에서 두터운 봉투를 꺼내 호천안에게 내밀었다.

         

       “제가 직접 호천안 대협께 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는 서신이라 말씀하시면서 말입니다.”

         

       설마.

         

       독고이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서문연 진법가님께서는 뇌검낭인님과 그 일행들과 있었던 사적인 일들은 입에 담으셨으나 의뢰받은 진법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셨던 바, 이 서류를 받아들 당시만 해도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었지요. 그러나 이곳 무림맹에 도착해서 뇌검낭인님의 사연과 행동을 전해 듣고 그제야 진법가님의 뜻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천안과 독고이설의 시선이 서문연이 보낸 봉투에 닿았다.

         

       “후우.”

         

       호천안은 심호흡을 하면서 봉투의 밀봉을 뜯었다.

         

       그리고 그 밀봉을 뜯자마자 보이는 세 글자.

         

       육성진.

         

       서문연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명확히 드러난 그 글자에 호천안과 독고이설의 얼굴이 싹 굳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모용연화는 몸을 일으켰다.

         

       “전해야 할 서신은 전했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봐야겠습니다.”

         

       서신 속의 육성진이라는 표지에 정신이 팔렸던 호천안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아, 아..서신을 전해주셔서 감사하오.”

         

       “별말씀을요.”

         

       모용연화는 흔들리는 호천안의 시선을 바라보며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섬서분타에서 느꼈던 그 감각.

         

       이 사람을 좀 더 흔들고 싶다. 좀 더 동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안다.

         

       이 사람, 호천안은 혈교의 검치호에 맞서며 보타문을 탈환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 대업을 치루어야 하니 만전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 아주 조금만 짓궂게 굴어볼까.

         

       “아까 참 재미있는 호칭을 쓰시더군요.”

         

       모용연화는 잠시 독고이설에게 시선을 주었다.

         

       “연인도 아닌 분이 가가라는 호칭을 입에 담으시다니 조금 놀랐습니다.”

         

       “당신…!”

         

       독고이설이 발끈했으나 모용연화는 태연하게 독고이설을 바라보았다.

         

       모용연화는 처음부터 호천안과의 관계를 과시하는 독고이설의 모습에서 호천안과 독고이설이 진짜 연인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세 분이 붙어 있는데 연인 사이까지 발전하게 둘 리도 없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호천안 가.가.”

         

       호천안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모용연화는 가슴이 꾹 조이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다른 이들을 상대할 때는 찡그린 표정보다 웃는 표정을 보는 것이 좋아 늘 사람을 온화하게 대했거늘.

         

       어째서 이 사람 앞에만 서면 이 사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그저 연인 행세를 하던 분타의 일이 떠올라 잠시 농담을 해보았습니다.”

         

       “그, 그렇구려.”

         

       모용연화는 쩔쩔매는 호천안과 도끼눈을 뜬 독고이설에 작별 인사를 건네며 생각했다.

         

       역시.

         

       호천안을 포기할 수는 없겠다고.

         

       *** ***

         

       비상 회의가 소집되었다.

         

       운종 선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혁기린과 여일예.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모를 지부에서 월복당에 관련된 일을 처리하고 있었던 흑묘까지.

         

       부르지도 않았는데 뭘 어떻게 알았는지 풍영대주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당도연과 당소열까지.

         

       “그렇게 된 거에요.”

         

       독고이설이 모용연화와 만났던 일을 모두 털어놓자 일행들 사이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일행들에게 포위당한 채 비상 회의에 끌려 온 호천안만이 말없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흑묘가 표정 없는 얼굴로 호천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걸 해야겠죠?”

         

       “예.”

         

       여일예가 빙긋 웃으며 흑묘의 말에 동의했다.

         

       “요새 실전 경험을 좀 했다고 진법 연습에 소홀하긴 했지요.”

         

       빙긋 웃는 여일예의 이마에는 뚜렷한 혈관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자, 잠깐…”

         

       “닥치세요.”

         

       호천안은 항변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질질 끌려나갔고 그대로 오성진이 발동되었다. 연습을 빙자한 마음 읽기.

         

       진법을 펼치자마자 예열이고 뭐고 다짜고짜 강요되는 뇌성의 형. 호천안이 최대한 저항해 보았지만 결국에는 시간 문제였다.

         

       우르르릉!!

         

       요란하게 울리는 뇌성과 함께 흘러드는 호천안과 마음을 전해받게 된 일행들.

         

       그런 일행들이 본 것은.

         

       모용연화와 호천안의 입맞춤 장면이었다.

         

       “선배애애애애!!!”

         

       “은공!!”

         

       “연기만 하신다면서요!!”

         

       “그 요망한 것이랑..!”

         

       호천안은 사방에서 쏟아진 외침과 함께 끊어진 진법의 기운. 그리고 자신의 안면으로 날아오는 흑묘의 발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캑!”

         

       옴팡지게 두드려맞는 호천안의 모습을 구경하며 당소열은 흡족하게 곰방대의 연기를 빨아들였다.

         

       “어떠냐? 점창파 숙소 동향을 살펴보길 잘했지? 귀한 구경을 놓칠 뻔 했군.”

         

       지난 며칠간 풍영대주가 세뇌하듯이 때려박은 조언들이 모두 허사였다는 것을 깨달은 당도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육성진이라…어째 제 잘못도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좀 걸리는군요.”

         

       오성진은 본디 육성진이었고 육성진이 오성진으로 변경된 이유는 당도연이 진법 수련 중간에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진법의 완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당도연은 자신의 선택이 지금의 상황과 완전히 연관이 없다 여기기 어려웠다.

         

       “결국 다~ 저놈의 업보 아니냐. 뭐, 그렇다고 서문연 그자가 괜히 육성진을 권한 것은 아니겠지만.”

         

       당소열은 서문연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오성진을 직접 완성시킨 당사자인 서문연이 굳이 모용연화를 통해 육성진을 들려보냈다는 것은 앞으로 육성진의 힘이 필요할 일이 있다고 예상했다는 뜻.

         

       “으음. 그렇다 한들 다른 분들이 모용연화님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그렇긴 하지.”

         

       당도연의 우려에 당소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천하의 모든 일이 뜻대로만 흘러가더냐.”

         

       마구 두들겨지던 호천안이 너덜더널해진채로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리는 모습을 보며 당소열이 중얼거렸다.

         

       “다 순리대로 흘러가겠지.”

         

       *** ***

         

       뇌성을 통해 모용연화와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일행들.

         

       흑묘의 이단옆차기를 필두로 옴팡지게 두들겨 맞았다.

         

       도롱이처럼 몸을 말고 있는 나를 마구 밟은 뒤에 날 거꾸로 매달아 놓은 일행들은 그제야 분이 좀 풀렸는지 진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린 채였다.

         

       “저는 반대입니다.”

         

       혁기린이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서문연 진법가님 역시 무언가 고려하신 바가 있겠지만 곧 검치호를 상대해야 할 지금 상황에서 새로이 진법을 수련한다는 건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독고이설 역시 반대했다.

         

       “저도 그 의견에 찬성이에요. 그 불여시, 아니 한 사람이 늘어나면 진법의 총량도 늘어나고 새로운 형도 생기겠지만 다섯 명의 합이 확실히 다져진 상황에서 새 사람이 끼어드는 것은….”

         

       사실 오성진의 힘은 일반적인 진법에 비해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일반적으로 큰 피해 없이 영물을 사냥할 수 있는 절진은 스무 명 이상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인원을 최소한도로 줄인다고 치더라도 영물 사냥을 위해 필요한 인원은 최소 열두 명. 현실적으로 화경 열두 명으로 진법을 구성하는 일은 어려우니 초절정 기준이다.

         

       아무리 여일예의 내공량이 압도적을 높다고는 하나 그래도 오성진의 힘의 총량은 좀 부족한 셈이다.

         

       물론 오성진은 진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대응력과 기민함을 지니고 있었고, 평소에 힘이 좀 부족하다고 한들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뇌성의 위력이 부족하진 않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서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흑묘였다.

         

       …평상시와 다르게 시점이 한참 아래에 있다보니 박력이 다르네.

         

       “서문연 진법가님이 무슨 의도로 모용연화 소저 편으로 육성진을 전달했는지는 모용세가에 서신을 보내 알아보겠어요. 그때까지 모용연화 소저를 만나는 건 물론이고 육성진은 꿈도 꾸지 마세요. 알겠어요?”

         

       나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공, 이번 기회에 확실히 묻겠습니다. 모용연화 말고 또 다른 여인이 있는 건 아니겠지요?”

         

       “절대! 절대 없소!”

         

       나는 이번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쏟아지는 의심의 시선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진실된 눈빛을 짜내고 있을 때였다.

         

       “실례합니다. 맹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맹의 사자가 찾아왔다.

         

       “칫, 운 좋은 줄 아세요.”

         

       흑묘가 혀를 차고 혁기린이 무표정하게 검을 휘둘러 내 몸을 결박하고 있던 밧줄을 잘라냈다.

         

       이대로 기약없이 묶여 있나 했는데 적절한 시기에 찾아온 맹의 사자 덕분에 살았군.

         

       “들어오시지요.”

         

       채 흉흉함이 가시지 않은 방 안 분위기에 흠칫한 맹의 사자.

         

       그러나 이내 지극한 호의를 담은 내 시선에 안심했는지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맹의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출전의 시간이 된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거센 저항을 받는 모용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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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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