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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0

   인간에게는 생리적인 거부감이라는 게 존재한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거부감을 느낄 법한 무언가가 말이다.

   

   계단을 내려와 연구실의 안으로 걸어 들어온 조이는 이 곳이야 말로 거부감의 결정체라고 생각을 했다.

   

   코를 스치는 냄새는 하나 같이 역겨운 것들뿐이다.

   

   썩어 들어가는 살갗의 냄새.

   

   이 곳에서 죽었을 무수히 많은 이들이 남겨 놓은 피의 냄새.

   

   길 이곳저곳에서 풍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약물의 냄새.

   

   심약한 이가 들어왔다면 속을 게워냈을 풍경 속에서 조이는 지팡이를 쥔 자신의 손에 힘을 더했다.

   

   다른 이들이라 하여 긴장이 덜한 건 아니었다.

   

   조이와 마찬가지로 이런 풍경에 내성이 덜한 아서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더하고 있었고.

   

   죽음의 정경을 자주 마주했던 페이비도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으며.

   

   악신의 세력과 싸우는 데 익숙한 프레테도 얼굴을 굳히고.

   

   루시마저도 여느 때 그러던 것처럼 앞으로 확확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전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었으니.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가벼운 걸음을 유지하는 프레이가 특이한 것이지 조이가 특이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허접들. 옆에 돌면 징그러운 게 나올 거야. 놀라서 비명 지르지 마.”

   

   일행이 던전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것은 몸을 눈으로 가득 채운 무언가였다.

   

   과거 조이가 저를 마주했을 때는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야했던 상대이며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에 안도를 해야 했던 적.

   

   그들이 내는 소리를 듣고 찾아온 괴물은 고함을 지르며 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얼빵아.”

   

   루시가 이름을 부르기 무섭게 조이가 자신의 마법을 발현한다. 무얼 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필요치 않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조이는 살아남기 위해 루시가 시키는 바를 기다리고만 있었던 그 시절의 조이와 전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모두 눈 감아요.”

   

   무작정 달려오는 괴물의 바로 앞에서 섬광이 터져 나온다. 눈을 태워버릴 듯한 압도적인 광량.

   

   수도 없이 많은 눈을 지니고 있는 괴물은 그 광량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렀다.

   

   그를 본 루시는 자신이 움직이는 대신 프레이에게 눈짓을 했다. 자신의 검을 휘두를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프레이는 색이 담긴 오러로 괴물의 목을 가볍게 양단해버렸다.

   

   먼 옛날에는 도저히 대항할 수 없는 적처럼 보였던 괴물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스러지는 것을 본 조이는 두 손으로 지팡이를 꾹 쥐었다.

   

   예전하고는 달라.

   

   무력했던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지금의 나라면. 우리라면. 이 던전에서 겁을 먹을 이유가 없어!

   

   “이상하네.”

   

   목소리를 따라 고갤 돌린 조이는 고갤 갸웃거리는 루시를 발견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오히려 의문을 표하는 그녀의 모습은 불길한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이상합니까?”

   

   프레테가 의문을 표하자 루시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답을 한다.

   

   “너무 허접하잖아.”

   “허접…하다는 것은?”

   “좀 머리를 굴리는 노력이라도 해보지? 더러운 연기가 몰려가는 걸 봤는데 아무런 생각도 안 들어?”

   

   숲을 가득 채우고 있던 공허의 악신이 지녔던 기운이 사라진 후 어디로 몰려갔을까.

   

   이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던전 안으로 들어온 자를 억압하기 위해 준비한 힘이 있을 곳은 당연히 한 군데 뿐이니까.

   

   “그 요란을 떤 것 치고 여긴 너무 같잖아. 예전이랑 다를 바가 없이 역겨워.”

   

   프레테는 루시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렸다.

   

   속 편한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없으면 좋은 일이겠거니 생각하며 웃어넘겨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무언가에 당해 던전의 악취를 더하게 될 테고.

   

   던전을 공략한다는 것은 한 순간의 방심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악신의 권능이 깃든 던전이라면 더더욱.

   

   “계속 의심해. 언제 어디서 개짓거리를 할지 모르니까.”

   

   루시는 그리 이야기를 하고 나서 다시금 선두에 섰다.

   

   *

   

   뭐지? 뭘까.

   

   뭐가 기다리고 있기에 이토록 순조로운 거야.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쉬우면 쉬울수록 내 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공허의 권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는 모두 다 기억하고 있다.

   

   여러 악신의 권능 중에서 공허의 권능은 가장 수동적인 권능이다.

   

   던전을 공략하는 자가 실수를 해주지 않으면 무언가를 하기 어렵지.

   

   그러니만큼 공허의 권능이 담긴 던전은 수도 없이 거짓과 진실을 섞어가며 내밀어서 공략자를 흔드는 것이 기본이다.

   

   숲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허나 이 곳은 아니다.

   

   이 곳은 연금술사가 머무르는 곳이란 던전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그 안에 나오는 몬스터도. 구조도. 함정도. 뭣도. 모든 것이 내가 아는 던전과 다를 바가 없다.

   

   어차피 파훼될 것을 알기에 그냥 힘을 아끼고 있다?

   

   아냐. 내가 아는 공허의 악신은 그런 스타일과는 달라.

   

   그 녀석은 파훼되면 파훼될수록 오히려 집요하게 파고드는 쪽이야.

   

   분명 뭔가가 있어.

   

   뭔가가.

   

   “…알른 영애.”

   

   쉴 새 없이 주변을 살피며 내 바로 뒤에 따라 붙고 있던 변태사도가 목소리를 낸 건 한 층 아래로 내려왔을 무렵이었다.

   

   “저 벽.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갤 돌렸지만 난 위화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 곳에 있는 벽은 본래 있어야 할 것이었으니까.

   

   이해하기가 어려워 고갤 갸웃거렸더니 변태사도가 말을 이었다.

   

   “저 벽만 다른 곳보다 덜 역겹습니다.”

   

   덜 역겹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냐 그랬겠지만 지금 이 말을 한 건 변태 사도다.

   

   심미안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 사람이란 말이다. 변태 사도가 이런 부분에서 착각을 했을 리는 없어.

   

   그렇다는 건.

   

   “푸흐흫♡”

   

   방패를 살짝 내리는 체 하며 웃음소리를 낸다. 신성을 담은 목소리가 역겨운 연구소 안에 울려 퍼진다.

   

   “거~기 있으면 역겨운 게 감춰질 거라고 생각한 걸까?♡ 진짜 새대가리네♡ 땅에 머리를 처박고 숨었다 그러는 멍청이들이랑 다를 게 뭐람?♡”

   

   도발이 이어지던 도중 벽 너머에서 움찔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변태사도가 옳았다.

   

   저 벽은 함정이었다.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저 벽을 향해 움직였더라면 분명 당했겠지.

   

   슬며시 뒤 편으로 시선을 돌리자 전투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보인다.

   

   아서와 조이는 마법을 준비하고. 프레이는 검에 마력을 실었고. 페이비는 우리들에게 축복을 불어넣는다.

   

   대처가 빠르다. 여태까지 친구들이 훈련해 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빙이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자기가 새대가리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면 그러고 있어~♡ 생각해보면 너한테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네♡”

   “망발이 심하구나. 꼬마아이야.”

   

   거짓이었던 벽이 허물어지고 그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 던전의 주인인 연금술사였다.

   

   본래 마지막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자가 이 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기다란 코트 아래로 징그러운 촉수를 넘실거리고 있는 그 자는 짙은 붉은 빛의 눈동자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달려들기는 바라느냐?”

   “덮치고 싶은 건 그 쪽 아냐?♡ 그 징그럽고 냄새나는 촉수로 나를 공격하고 싶은 거잖아♡ 잘 알아♡ 너 같은 쓰레기가 할 생각은 그것뿐이니까♡”

   

   덤벼들 테면 와보라는 듯 방패를 슬쩍 내리며 키득키득 웃음을 흘리지만 벽 너머에 있는 연금술사의 발은 멈춰 있다.

   

   “자기가 잘난 줄 알고 망상이나 주절주절♡ 정작 다가 올 기회를 주면 겁 먹어서 못 오고♡ 진짜 허~접이네♡ 살이랑 같이 성기도 썩어 문드러졌나봐?♡”

   

   도발이 먹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전신이 연금술사가 분노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상대를 분노케 하면 이성을 날려버릴 수 있다. 연금술사를 우리의 전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그렇게만 한다면 저 연금술사를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치를 때와는 달리 지금의 나는. 우리는 저 연금술사를 능히 상대할 힘을 갖추고 있으니까.

   

   “…과연. 그대의 목소리는 위험하군.”

   

   그 때였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 하던 연금술사가 흠칫 하더니 애써 온화한 목소리를 내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는 어째서 연금술사가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의 머리 주변에 넘실거리는 악신의 기운이 강제로 이성을 되찾게 한 거다.

   

   그를 본 나는 되래 입술을 끌어 올렸다.

   

   내 도발에 대처를 해보겠다 그거지?

   

   하.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

   

   이성을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게 해 줄.

   

   “그러니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을 앞세워야 쓰겠어.”

   

   연금술사의 몸이 허물어지며 바닥에 스며듬과 동시에 던전 안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주변의 벽이 허물어지며 통로의 크기가 커진다. 평범한 복도였던 것이 하나의 방이 되고. 하나의 방이었던 것이 거대한 공동으로 바뀐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후 공동의 한 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낸 건 둘이었다.

   

   하나는 집채만한 곰이었다.

   

   정상적인 생물의 크기를 한참 넘어선 그것은 어지간한 철보다도 단단해 보이는 털로 무장한 채 으르렁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나무뿌리들이 엮어 사람이 된 듯한 무언가였다.

   

   한 때는 숲의 온화하고 느긋한 수호자였을 그것은 자신의 주먹으로 다른 것들을 부술 생각밖에 하지 않고 있었다.

   

   악신의 무리에게 당했던 숲의 주인들.

   

   던전을 구성하기 위한 닻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던 이들이 그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연금술사에 의해 신체 이곳저곳이 개조된 상태로.

   

   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나무를 닮은 숲의 주인이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를 듣고서 방패를 치켜들었다.

   

   저 움직임은 분명 돌진하기 전의 준비자세야.

   

   이제 저 녀석이 달려들 준비를.

   

   위화감이 들었다.

   

   나무를 보고 있으면 내가 아는 것과 무엇인가가 다르단 생각이 자꾸만 치솟았다.

   

   그래서 감각을 주변으로 넓혔다.

   

   눈을 믿지 않고 내 직감을 믿었다.

   

   그리고 나서야 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느꼈다.

   

   위치는 뒤 쪽.

   

   방향은.

   

   조이.

   

   말을 할 틈은 없었다.

   

   무작정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내달린 나는 무작정 그녀의 어깨를 밀쳤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배에 충격이 가해지는 게 느껴졌다.

   

   몸이 허공을 날고 조이의 멍한 눈과 내 눈이 서로 마주한다.

   

   그 와중에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하. 씨발.

   

   당했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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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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