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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0

    <440 – 세상에 그런 천사는 없어>

     

    까마귀수인은 자신을 중간고사를 통과하기 위한 산 제물로 삼겠다는 대화에 제 목숨이 경각에 달했음을 깨달았다.

    동시에 까마귀수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도망치기 전에 한번 싸워보자는 마음도 선사했다.

     

    ‘모든 수인은 별것 아닌 인간과 다르게 특별한 종족특성이 있지.’

     

    까마귀수인의 종족특성은 저주.

    깃털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저주가 배어있다.

    차별과 억압, 분노.

    살아가면서 접하는 사회의 부정적인 면이 클수록 까마귀수인이 깨우치는 저주의 종류와 힘은 더욱 커진다.

    수인의 입지가 바닥을 기는 현 세태에서 까마귀수인은 성장부스터를 단 사기종족이나 다름없다.

     

    <눈꺼풀이 닫히는 깃털>

    <헛것이 보이는 깃털>

    <손이 저릿해지는 깃털>

     

    즈앙이 암기를 던지기가 무섭게 까망의 불길한 날개가 펄럭이며 깃털을 쏘아 날렸다.

     

    “?”

     

    목표물을 뜻대로 맞히지 못하고 빗나갔다는 이상현상에 즈앙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졌다.

     

    <발을 헛디디는 깃털>

    <균형감각을 잃는 깃털>

    <사고속도가 느려지는 깃털>

     

    연이어 날아든 깃털을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겨 피하려던 즈앙이 느릿하게 내딛은 한 걸음에 깃털 세 개를 모조리 맞았다.

     

    “!”

     

    경지에 오른 암살자에게 실수란 있을 수 없는 일.

    두 번이나 반복되면 실수조차 아닌 필연이다.

    즈앙은 상대의 술수를 깨닫자마자 기술을 발동했다.

     

    <무감無感>

     

    모든 감각을 배제시킨다.

    신용할 수 없는 외부변인을 배제한 채, 자신의 의지로 움직임 하나하나를 객관적으로 제어한다.

    외부자극을 무시한 채 인체에 대한 극한의 이해를 발휘하며 펼치는 신체조작술.

     

    <두 팔을 활짝 벌리는 깃털>

    <공격을 가슴으로 받아내는 깃털>

    <부동의 깃털>

     

    강제로 전투태세를 해제시키고, 공격을 피하지 못하게 만들며, 상태이상의 유지시간을 더욱 늘린다.

    까망의 저주깃털 연계기술은 강력했다.

    그러나 저주가 입력한 명령을 무시한 채, 감각에 의지하지 않고 신체를 다루는 즈앙에게는 더 이상 저주가 통하지 않았다.

     

    <암기술>

    <십자포화十字砲火>

    <오연추행도五連錐行刀>

    <쌍극일살雙戟一殺>

     

    십자로 날아드는 바늘이 사선의 움직임을 강제하고, 몸이 향하는 방면으로 부메랑처럼 굽어진 대열로 비도가 날아든다.

    피할 수 없다고 오연추행도 중 하나라도 받아치는 순간, 더욱 흉험한 기세로 날아든 한 쌍의 암기가 꿰뚫듯이 덮쳐든다.

     

    깡!

     

    까망은 날개에 엉켜드는 한 쌍의 무기 사이의 끈끈한 실의 존재를 뒤늦게 깨달았다.

    튼튼하게 강화된 실은 암기 하나를 강제로 받아내는 순간, 끈으로 이어진 다른 암기가 실을 따라 굽어지며 시간차 공격을 펼치도록 만들었다.

     

    까앙!

     

    더 큰 동작으로 받아내는 순간, 까망은 공격을 막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였음을 깨달았다.

    앞에 있던 즈앙이 순식간에 <상급은신술>로 사라지며 어둠 속에서 더 많은 암기들이 날아들었다.

     

    <걸음을 멈추는 깃털>

    <소리를 내는 깃털>

    <넘어지는 깃털>

     

    깃털들은 허공을 갈랐다.

    까망의 눈에 마나가 깃들었다.

     

    <서치아이>

     

    빛을 내뿜는 눈에 허공에 정지한 암기들과 저 혼자 쏘아져나가는 암기들의 모습이 보였다.

     

    <부동>

    <발사>

     

    기를 이용해 쏘아지는 힘을 정지시키다가 단숨에 풀어 날린다.

    담아낸 기의 양에 따라 쏘아지는 타이밍을 철저하게 조절해낸 암기들.

    이래서는 암기가 날아든 위치와 타이밍으로 적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떻게 이게 1학년이야?’

     

    재단의 장학생 사이에서도 이 정도 실력자를 찾으려면 3학년까지 올라가야 한다.

    아니, 어지간한 3학년 장학생도 즈앙의 암기술을 막아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최소로 잡아도 3학년 중급반은 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살해당한다.

     

    <폭발의 비수>

    <독연의 비수>

    <마비의 비수>

     

    날아드는 암기들이 각기 다른 효과를 발휘하며 쉽사리 쳐내지도 못하고 원격방어 내지 강제회피가 요구되자 까다로움이 더해졌다.

    생각 없이 피하면 바닥에 충돌한 비수에서 독연이 퍼지고, 함부로 쳐내면 폭발하며 데미지를 준다.

    날갯짓으로 독연을 날리며 깃털을 발사하려고 하면 시간차로 사각에서 암기가 날아들고, 바람을 휘감으며 깃털폭풍을 날리려고 들면 마비가루가 날아와 바람의 세기를 늘리기도 전에 강제로 힘을 발산하도록 유도한다.

     

    ‘타고난 사냥꾼. 수인의 동물적인 직감이나 다를 바 없는, 대부분의 수인을 능가하는 귀신같은 연계능력을 지닌 암기술이 끊이질 않고 이어져.’

     

    심지어 저 뒤에는 힘내라 힘!을 외치며 제 친구를 응원하는 오크노디도 있다.

    구경꾼 노릇을 하는 저 아이까지 가세하면 전황이 더욱 악화될 것은 자명했다.

     

    “오크노디. 구경만 하면 어떡해.”

    “사냥감을 뺏으면 미안하잖아. 기능경험치를 나눠먹게 되는걸!”

    “상관없어.”

    “그래?”

     

    오크노디가 검을 뽑아드는 순간, 암기와 깃털이 빗발치는 실내에 일직선으로 길이 트였다.

    일정수준을 넘어선 기를 지닌 사람은 그 의지가 향하는 방향의 자연마나를 뒤틀고 압박한다.

    기란 본디 흐르기 쉬운 곳으로 향하기 마련이니, 살벌한 공방을 나누는 두 사람이 무의식중에 피해갈 정도로 오크노디의 의지가 강하다는 증거였다.

     

    ‘넘어선 사선의 깊이가 달라.’

     

    죽는다.

    막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까망은 즉시 도주를 위한 수를 펼쳤다.

     

    <깃털폭풍>

    <절명기 – 화소백모火燒百毛>

     

    백 개의 저주가 담긴 깃털을 불사를 기세로 동시에 쏘아 날린다.

     

    [저주저항][저주저항][저주저항][…]

     

    오크노디는 막지도 않았다.

    가만히 서서 모든 저주를 무력화시켰다.

    저주에 특화된 까마귀수인조차도 하나쯤은 당할법한 저주들을 무엇 하나 허락하지 않았다.

     

    “깍꾹!!”

     

    까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기를 발동했다.

     

    <어둠 부르기>

    <무음비행>

     

    모습을 감추고 소리조차 내지 않는 비행.

    깍꾹깍꾹 신나게 딸꾹질을 하다가 벌이기에는 너무 늦은 시도였다.

     

    꾸우욱.

     

    어둠을 가르며 날아야 할 날개가 끈끈이에 걸린 날벌레마냥 허공에서 움직임이 멎었다.

    당황해 버둥거릴수록 속박은 더욱 심해졌고, 은밀한 이동을 위해 활성화하지 않았던 서치아이를 켜자 숨이 턱 막혔다.

     

    <속박의 끈>

    <비기 – 계경이조繫頸以組>

     

    거미줄이 펼쳐져있었다.

    마나의 끈으로 이루어진 거미줄이.

    여기도.

    저기도.

    날아서 달아날 수 있는 모든 방향에.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하듯이 서치아이로 보고도 무심코 넘길 정도로 자연스럽게 늘어진 실이 몸에 닿는 순간, 몸을 묶는 덫으로 돌변했다.

     

    “암살자는 목표물을 놓치지 않아.”

     

    여우가면을 쓴 소녀의 팔이 움직였다 싶은 순간, 팟팟 소리와 함께 단검이 거미줄의 첨단을 자르며 전신을 덮쳤다.

    이젠 날개뿐만 아니라 몸도 꼼짝할 수 없다.

    까망은 느꼈다.

    이러다가 진짜로 죽는다.

     

    “칫. 이 모습은 귀엽지 않아서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손대중을 할 수 없이 강했던 어설픈 강함을 탓하십시오.”

     

    까마귀 수인의 몸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작은 소녀의 체구가 성인남성만큼 커지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건장한 병사처럼 커졌다.

     

    “으엑. 징그러.”

     

    입으로는 질색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내던진 암기들이 모조리 까망의 근육에 맞고 튕겨나갔다.

    그제야 즈앙은 상대에게서 느껴지던 존재감과 힘의 차이가 무엇에서 기인했는지 깨달았다.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가 아니라 핑크베리 교수님의 변신술 시험상대로 왔으면 절대 못 이겼겠네.”

     

    귀여운 외모.

    상대는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했기에 여력이 없었다.

    본색을 드러내자 느껴지는 위압감은 근육녀 헤스티아에 필적했다.

     

    “…오크노디. 이거 헤스티아 이상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야! 즈앙은 아직 진심모드의 헤스티아를 본 적이 없는걸?”

    “너도 본 적 없잖아.”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알아!”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래서 저건 어떡해?”

     

    암기술.

    단검술.

    암살술.

    무엇을 사용해도 재미를 볼 것 같지가 않다.

    몸을 구속하던 끈끈이를 힘으로 풀어헤치고 자유를 되찾은 까마귀수인.

    어딜 봐도 킬각이 보이질 않았다.

    오크노디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저걸 보고도 여유가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이길 자신이 넘쳤다.

    심지어 즈앙이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 이길 작정이다.

     

    “놀리자!”

    “놀려…?”

    “싸움에서 이기려면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돼. 귀엽게 보이고 싶어서 연단법을 쓰고 있었으면 귀엽지 않다고 하면 되잖아!”

     

    까망의 눈이 다급해졌다.

    오크노디는 의표를 제대로 찔렀다.

     

    -귀여움은 정의다.

     

    입버릇처럼 귀여움을 입에 담고 다니던 감독관, 파시블 예프.

    그 남자의 감독보좌로 있기 위해서 까망은 스스로 힘을 제약하고 귀여움을 얻기를 선택했다.

    이제 와서 추한 자신의 본모습이 발각되거든 아무리 극한의 가능충인 감독관이라도 정색할지 모른다.

     

    -아, 이건 좀.

     

    분명, 마음이 무너진다.

    딱히 감독관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감독보좌의 자리는 탐났다.

    멍청한 파시블을 조종해서 실질적인 감독관 행세를 하는 것도 즐거웠다.

    귀여운 행세를 하는 것이 의외로 취미에 맞았던 것도 덤이다.

    그런 즐거움을 빼앗긴다.

    정체를 들키면 돌아갈 수 없다.

    귀여운 까마귀미소녀 까망은 다시 피와 살점을 물어뜯는 흉측한 괴물로 전락한다.

    수인獸人.

    짐승獸과 인간人.

    후자이기를 바랐던 자신이 전자로 되돌아간다.

     

    “항복하겠습니다. 제발 제 본모습을 감독관이 보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우린 라이프코어가 필요한데요. 그럼 순순히 죽어주실래요?”

    “꼭 그래야합니까?”

    “제한시간 내에 라이프코어를 찾지 못하면 우리가 언데드가 되는걸요!”

     

    까망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모습으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죽을 땐 아름답게 죽고 싶습니다.”

    “그 정도 시간은 허락해드릴게요!”

     

    오크노디가 자기 뺨을 손으로 덮으며 부끄러워했다.

     

    “나 방금 너무 착한아이 같았어. 이러다 천사로 전직하는 거 아니야?”

    “세상에 그런 천사는 없을 거야.”

     

    즈앙은 정색하고 대답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착?한아이가 어려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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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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