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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0

       별다른 정보도 없이 무작정 찾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 일행은 나름대로 이런 세계를 두 번이나 겪어보았다.

        

       한 번은 황제와 싸우고, 다음 한 번은 여신과 싸우고.

        

       그리고 아마도, 세 번째도 겪었을 것이다.

        

       [좋아, 그럼 기억을 전부 분리해보자.]

        

       아이들을 모아두고 레오가 말했다.

        

       [우선, 우리는 이 나라의 황제와 싸워 이겼어. 교회와의 전투도 끝냈고.]

        

       칠판에 레오가 그 내용을 적당히 적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기억이 혼재해.]

        

       한가지 기억은 황제와 싸우던 기억이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황제에게서 승리를 얻어내고, 세계의 평화를 지켜냈던 기억.

        

       하지만 그 기억 안에서, 희미한 부분이 있다.

        

       [클레어는, 그때 어떻게 살아남았지?]

        

       잠깐 아이들이 모인 교실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분명히 클레어가 공격당해서, 쓰러지는 걸 기억해.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 심지어 클레어 본인조차도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지 않아.]

        

       클레어는 눈을 감은 채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마치…… 지워진 것 같이.]

        

       레오는 말을 마치고 교실을 잠깐 둘러보았다.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클레어의 이야기뿐만이 아니야.]

        

       레오가 이야기를 하나하나 늘어놓을 때마다 관련된 캐릭터의 얼굴이 화면에 비췄다.

        

       분명 루테티아 지하에서 싸운 기억이 있는데도, 실제로는 루테티아 지하에 들어가 본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 이야기를 할 때는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샤를로트가 보였다.

        

       전쟁이 분명 일어났었던 것 같은데, 세상에는 그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이 이야기를 할 때는 앨리스의 얼굴이 보였다.

        

       소피아와 싸웠던 상황도, 이상하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이 이야기를 할 때는 화면에 소피아가 잡혔다.

        

       [이상이야.]

        

       레오가 이야기를 마치자, 앨리스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앨리스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앨리스에게 모였다.

        

       [우리 모두,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는 거.]

        

       […….]

        

       “솔직하게 말해봐.”

        

       진지한 장면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앨리스가 손가락으로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뭘 말입니까?”

        

       “너 사실 지금 엄청나게 부끄럽지?”

        

       “…….”

        

       나는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여 버튼을 눌렀다.

        

       쿡쿡.

        

       “왜 그러십니까?”

        

       그 반대편에서 손가락으로 내 옆구리를 누르는 사람이 있어서 시선을 돌려보니, 클레어가 실실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사실 조금 간질간질하지? 우리도 언니가 사라지면 저렇게 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냐?”

        

       “너무 놀리지 마세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샤를로트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원래 수줍음이 많은 실비아잖아요?”

        

       “외로움도 많죠.”

        

       무려 미아가 그런 소리를 해서 나는 내심 놀랐다.

        

       그런데 말이다.

        

       나도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나름대로 반박 거리가 있는데.

        

       “내가 사라졌다고 바로 지보에 힘을 써서 날 따라 이 세상까지 오신 두 분이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

        

       샤를로트와 미아는 사라진 우리 세 사람을 추적하다가 우연히 저쪽의 지보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로 끌려오게 되었지만, 적어도 앨리스와 클레어는 나를 따라 여기까지 와버린 아이들이다.

        

       처음 봤을 때는 어찌나 놀랐던지.

        

       “…….”

        

       내 말에 앨리스와 클레어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ㅋㅋㅋ 상상만 하는 거랑 실행하는 건 완전 다른 거 아니냐고]

       [직접 실행한 사람들이 상상만 한 사람 놀리네ㅋㅋㅋ]

        

       “언니! 쟤들! 쟤들 밴 해버려!”

        

       나는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 플레이했다.

        

       그나저나, 이젠 채팅에서도 컨셉이라고 놀리는 사람은 거의 없게 되었다.

        

       사실상 실사 버튜버와 똑같은 것으로 보는 걸까? 어쩌면 연예인들이 종종 가지곤 하는 ‘부캐’개념에서 딴 것일지 모른다.

        

       가짜라는 것을 다 알면서도 진짜라고 속아주는 뭐 그런 거.

        

       물론 우리는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의 진짜이긴 했지만.

        

       [잊힌 누군가라…….]

        

       제이크가 팔짱을 낀 채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런데, 만약 잊힌 인간이 있다면 우리가 찾을 방법이 있나? 잊혔다는 건 말 그대로 잊혔다는 소리잖아.]

        

       기반도 없이, 심지어 이름도 모르는 실종자를 찾으라고 하면 당연히 나올만한 소리다.

        

       […….]

        

       소피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만약 실존하는 인물이었다면, 찾을 수는 있을지 모르죠. 영혼은 불멸의 존재니까.]

        

       [강령술이라도 하자는 거야?]

        

       [세상에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요. 영혼이라는 건 자기 의지로 세상에 붙어있어야 현세에 존재할 수 있으니까. 그마저도 성공 확률은 희박하고요.]

        

       실제로 게임에서도 이미 등장한 적이 있긴 하다. 잡몹은 아니고, 네임드 몬스터로. 물론 세계관 바뀌기 전의 작품에서.

        

       세계관이 바뀌더라도 국가의 형태나 대륙 형태, 역사만 바뀔 뿐, 자연 법칙 같은 설정은 아주 세세한 부분 외에는 바뀌는 부분이 많지 않으니, 그건 본작에서도 유효할 거다.

        

       [우리를 도왔을 가능성이 큰 사람이, 과연 그렇게까지 하며 세상에 남아있을까?]

        

       […….]

        

       레오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지보는 남아있지?]

        

       [……있긴 하지.]

        

       클레어의 질문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기억이 없어서 그런데, 그거 어디 보관해놨어?]

        

       [황성 깊숙한 곳에.]

        

       앨리스가 대답했다. 클레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지보는 움직이는 데 실패했어. 아버지는 나를 이용해 사용하려고 했지만, 뭔가 조건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러니까 그걸로 뭔가 하려고 해도…….]

        

       [시도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

        

       클레어는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나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생각하려고 하면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기분이 들어. 그 사람을 꼭, 만나야 할 것만 같아. 단순한 기억은 뻥 뚫려있는데, 감정은 여전히 가득 찬 느낌이라고.]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클레어의 얼굴은 뭔가 각오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뭐라도 해 보고 싶어.]

        

       […….]

        

       모두의 시선이 앨리스에게 쏠렸다.

        

       앨리스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눈을 뜨고는 말했다.

        

       [좋아, 그러면. 한 번 해보자.]

        

       *

        

       하지만, 이 마지막 챕터에조차 던전은 존재했다.

        

       뭐, 이게 시리즈 전통이긴 하다. 메인 스토리는 다 끝났지만, 어째서인지 종장에서 이상하게 강한 적이 남아있는 경우.

        

       [이게, 대체……?]

        

       앨리스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앨리스가 찾아온 곳은, 황성의 가장 깊은 곳 중 하나.

        

       내가 아주 예전에 예언 한 번 찾아보겠다고 잠입했던 그 황궁의 깊은 곳.

        

       앨리스는 지보를 거기 숨겨둔 모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열쇠를 이용하여 보안장치를 멈추고 들어갈 수 있어야 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그야말로 미궁이었다.

        

       여기저기 벽이 솟아 있었고, 그 벽에는 깨진 틈 같은 것들이 조금씩 보였는데, 거기서 빛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종전에서 봤던 여신의 광배와 같은 빛이었다.

        

       누구 짓인지 알 것 같네.

        

       [저, 저희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땐……!]

        

       [알고 있어요.]

        

       앨리스는 딱 잘라 말했다.

        

       [이런 건 누군가 하루아침에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앨리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레오와 그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가 일어나고 있으니, 당연히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던전이 꽤 복잡한 형태입니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답파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냥 대충 돌아보고 끝내도 상관없다. 최종 던전인 만큼 구석구석 배치된 상자에는 좋은 아이템들이 꽤 있겠지만, 2회차를 할만한 시간이 우리에게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제대로 돌아보고 싶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좋을 대로 해, 언니.”

        

       “원래 이 게임을 하던 사람은 너잖아. 저쪽 세상에 있을 때도 결말을 보고 싶었을 거고.”

        

       “오히려 플레이하는 게 꽤 재미있어 보여서 괜찮아요.”

        

       “오랫동안 해서 그런지, 곧 끝난다니까 아쉽기도 하고요…….”

        

       네 사람 모두의 동의를 듣고, 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공략하던 때처럼 플레이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일단 옵션 키를 눌러 저장부터 했다.

        

       *

        

       이 사태의 범인은 누구인가—

        

       실비아거나, 아니면 여신이거나.

        

       나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너희들은?]

        

       지보를 손에 쥐고 있는 이는, 다소 추하게 생긴 이였다.

        

       등은 굽었고, 팔의 양쪽 길이가 달랐다. 다리는 그래도 비교적 정상이었지만.

        

       머리카락은 길어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당신이야말로 누구지? 이곳은 황궁이다. 그리고 여기는 그중에서도 내가 허락한 이가 아니면 들어올 수 있는 곳이야.]

        

       [황궁…… 황궁이라. 아하.]

        

       “어, 잠깐만.”

        

       화면을 보고 있던 앨리스가 당황해서 말했다.

        

       “저거, 설마……?”

        

       음, 아마 설마 맞을 거다.

        

       초대 황제 팬그리폰.

        

       ……설마, 실비아가 여신을 퇴치해버려서 역으로 다른 쪽의 봉인이 풀리기라도 한 건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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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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