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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0

    “첫눈이에요! 루크, 혹시 밖에 봤어요? 정말 예쁜데요!”

    벌컥, 문이 열리며 소녀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루크는 굉장히 심드렁했다.

    “그래. 진작에 봤지.”

    왜냐하면, 그 사실을 마법사인 루크가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소녀에게는 굉장히 이상한 말로 들렸다.

    “어떻게요? 여긴 창문도 열려있지 않은데. 혹시 밖에 나가 보셨나요?”

    “물론.”

    오늘처럼 첫눈이 오는 날엔, 수많은 마법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그 눈송이를 보관하려 애쓴다.

    그 이유는 바로, 그 해에 단 한번밖에 구할 수 없는 굉장히 희귀한 마법의 재료였기 때문이다.

    올해의 첫눈을 놓친다면, 꼼짝없이 다음 년도까지 기다려야 할 테니.

    그리고 루크 또한, 그런 일을 하는 마법사들 중에 하나였다.

    실제로도 루크는 이미 눈을 병에 담아 보존처리까지 마치고 온 길이었다.

    그것도 가장 처음 떨어지는, 가장 완벽한 결정의 눈송이를 말이다.

    소녀는 루크가 가리킨 방향에 놓인 병을 바라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와아, 예뻐라!”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그 병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루크는 그런 소녀의 행동을 제지했다.

    “어허, 만지진 말고 눈으로만 보거라. 자칫하면 녹아버릴 테니까.”

    “네!”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은 불안한 대답이었지만, 사실 루크에게 그것은 희귀하기는 해도 당장에 꼭 필요한 재료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너무 신경을 쓰지는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루크가 굳이 주의를 준 이유는, 혹여나 잘못되면 그걸 핑계로 소녀를 내쫓을 명분을 삼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올해의 첫 눈송이의 희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자태를 루크의 말대로 손을 대지 않고 반짝이는 눈 만으로 이리저리 훑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요, 왜 마법사들은 첫눈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대체 어디에 쓰이길래요?”

    사실, 소녀도 오는 길에 몇 번인가 그 광경을 보았다.

    몇 명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작은 병에 떨어지는 눈송이를 담기 위해서 춤을 추듯 허우적대는 모습을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광인들의 모임인 줄로만 알았지, 그들이 마법사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방금 전에 루크에게 들은 말이 아니었다면 소녀는 아직까지도 그들을 광인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대체 그 정도로 마법사들이 첫눈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루크는 이번에도 간단히 대답했다.

    어차피 마법에 대하여 약간의 배경지식도 없는 그녀에게는, 아무리 자세히 말하려고 해 봤자 시간낭비가 될 게 뻔하니.

    “말했잖은가? 마법에 쓰이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소녀의 궁금증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마치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가 대답할 말이 더 이상 없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왜?’ 라고 묻는 것처럼, 소녀 또한 그럴 작정인지 다시금 묻는다.

    “네, 그러니까요. ‘무슨 마법’에 쓰이는데요?”

    그에 결국 루크는 이마를 짚었다.

    질문하는 사람은 고작 한문장을 내뱉으면 그만이었지만, 그것을 대답하는 이는 수많은 대답을 추리고 추려서 문장을 짜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이런 것과 같다.

    ‘왜 오늘은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으시나요?’

    ‘그건, 네 아빠가 오늘 보초를 서야 하기 때문이란다.’

    ‘왜 우리 아빠가 보초를 서야 하나요?’

    ‘그건, 적이나 몬스터의 침략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왜 그것들은 사람들을 침략하나요?’

    ‘그건, 종족들간의 영역권 다툼, 또는 식량 공급등에 문제가 있어서 침략을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왜 사람들은 죽나요?’

    ‘그건…….’

    이처럼, ‘왜’라는 질문에는 끝이 없다.

    그럼에도 루크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소녀에게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가, 장장 3시간동안 곁에서 쉬지않고 칭얼대는 소리를 듣느라 귀에서 피가 흐르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당장 대답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현명한 행동인가에 대한 답은 명확했기 때문이다.

    결국 루크는 다양한 이론이 유기적으로 얽혀있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법적 이론을 최대한 소녀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풀어내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대는 ‘첫눈’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고 있나?”

    “첫눈이요?”

    자신을 향해 질문이 되돌아올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첫눈의 의미에 대해서 그동안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소녀는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글쎄요, 아름다움?” 

    오는 길에 본 첫눈은 굉장히 예뻤으니 말이다.

    방금 전에 본 그 눈꽃송이도 굉장히 예뻤고.

    그러나 루크가 바란 대답은 아니었던지라,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거의 비슷했네. 아깝군.”

    ‘아깝다.’

    평소의 소녀의 성격대로라면 그 단어는 굉장히 의욕을 불태우는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마치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녀는 불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럼, 정답이 뭔데요?”

    루크는 오늘은 문답이 짧다는 생각을 하며 답을 말했다.

    “정답은 ‘첫사랑’이라네.”

    “첫사랑이요?”

    “그래, 첫사랑. 첫눈은 첫사랑처럼 조용하게 내려와서, 아무도 모르게 녹아 질척하게 되지 않느냐.”

    “으음, 그러네요. 하긴, 첫사랑은 그런 느낌이 있죠!”

    듣고보니 굉장히 어울리는 것 같다.

    첫눈이 첫사랑이라니!

    마법사들도 꽤나 로맨틱한 구석이 있구나.

    “알다시피, 첫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강렬한 감정 중에 하나이지.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사랑에, ‘처음’이라는 단어가 붙었으니 말이야.”

    “그렇군요.”

    “그리고 첫사랑은 보통 상대를 고려하지 않아 짝사랑이 되지, 처음이라 미숙하니까. 그러나 가장 순수한 감정이야. 처음이니까. 그렇기에 가장 떼어내기 어렵기도 해. 감정이 강한만큼, 미련이 남으니까.”

    “으음……. 예쁜 설명이네요.”

    마치 멋진 시의 한 구절과도 같은 루크의 말에 소녀는 여운에 잠겼다.

    루크가 뒷말을 잇기 전까진.

    “예쁜 설명이라……. 훗, 아마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그런 것엔 관심이 없을 게다.”

    “네?”

    감정이 희미한 마법사들은,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둔감하다.

    그러니 그들이 첫사랑을 상징하는 첫눈을 모으는 데엔 그런 시시콜콜한 이유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들은 근본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근시안적인 것. 

    그러니까, 사물의 본질보다는 그것으로 발휘할 수 있을 마법적인 효과에 더욱 집중하는 편이다.

    “강렬해서 한번 걸리면 떼어내기 어렵고, 가장 순수해서 다양한 마법에 섞어내기 쉬워. 그런 특성 때문에 저주와 궁합이 좋거든.”

    “엑.”

    맙소사, 정말 끔찍한 발상이었다.

    첫사랑으로 저주를 건다니!

    “루크, 마법사들은 정말로 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가요?”

    “아마도?”

    그럼 대체 그런 생각이 아니면 무슨 생각을 한다는 말이지? 

    오히려 그 편이 이해하기 어려운데.

    ——

    목욕을 마친 후, 지정된 객실에 도착한 다이튼.

    객실 내부를 둘러본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거, 상당히 괜찮은 방이네.”

    따끈한 이불탁자, 미닫이 문, 목제 저택에 어울리는 목제 가구들…….

    마치 동대륙 풍의 가정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 내부를 장식한 가구의 품질은 평범한 가정집의 것은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직원들이 옮겨다 준 짐들도 한쪽 구석에 잘 놓여져 있었다.

    잠깐 확인해보니, 그들이 뭔가를 잃어버리진 않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꽤 넓직한 거실을 돌아다니다 보니 미닫이으로 거실과 연결된 자그만 마당까지 있는 걸 발견했다.

    와, 이게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아마 객실에 딸린 작은 온천을 울타리로 막고 남은 부분을 마당으로 구성해 둔 것 같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숙박시설이었다.

    곧바로 사진기를 꺼내도 호들갑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다이튼은 휴대폰을 꺼내 거실에서 보이는 마당의 풍경을 찍은 뒤에 중얼거렸다.

    “근데 눈이 오네.”

    첫눈 치고는 꽤 많이 내리는 것 같다.

    휴가중에 첫눈 보니까 좋네.

    척 보니까 내일 되면 꽤나 쌓일 것 같은데, 다른 놈들은 지금쯤 제설준비하느라 바쁘겠어.

    그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이튼은 혹시나 싶어서 남은 방을 모두 확인해 봤으나, 역시나 객실엔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루크랑 예르나는 아직 안 왔나.”

    아무리 풍경이 좋다지만 마냥 혼자 있기 심심하기도 하고, 이미 몸은 다 씻었기에 더 있을 이유도 찾을 수 없었던 자신쪽과는 달리, 예르나와 루크쪽은 아직 온천을 즐기고 있는지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내심 부러웠다.

    집안의 유일한 남성이라는 점은 이럴 때는 굉장히 서러운 것이다.

    딸이 너무 많아.

    다 직접 낳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이튼은 한숨을 쉬었다.

    “에휴, 됐다. 내가 노력해야지, 뭐.”

    다이튼은 스스로 주먹을 쥐고 다짐했다.

    그래, 첫 자식은 아들.

    반드시 아들이다.

    “…….”

    그러나 다이튼의 타오르는 눈빛은 굉장히 빠르게 식어버렸다.

    사실, 이런 건 혼자서 의욕을 불태운다고 뭐가 되는 것도 없으니까.

    ‘……그거 잠깐 의욕 좀 냈다고 목이 마르네.’

    “뭐 마실 거 없나.”

    원래 목욕처럼 땀을 뺀 다음에는 수분 보충이 중요한 법이다.

    그러고보니, 분명 이용권에는 마실 것도 포함이 되어있다고 했었던가.

    다이튼은 비치된 냉장고를 열어봤다.

    “오, 우유가 있네.”

    냉장고에는 다양한 음료수가 있었지만, 다이튼의 눈에 바로 들어온 것은 병에 담겨진 우유였다.

    원래 목욕하고 난 뒤엔 우유가 최고지.

    근데 이거 바나나맛은 없나?

    흰 우유 뿐인가.

    뭐, 어쩔 수 없지.

    약간은 아쉬웠지만, 하는 수 없이 다이튼은 병의 포장을 벗겨내고서 내용물을 꿀꺽꿀꺽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유가 전혀 비리지 않고 굉장히 고소한데다 부드러워서 마실 만했다.

    이거 꽤 비싼 우유인가보다.

    ‘하나 더 마실까?’ 

    그런 생각으로 다시 냉장고를 향해 다가간 바로 그 순간.

    “어, 다이튼. 벌써 와 있었어?”

    예르나가 도착했다.

    —–

    목욕 때문에 기운이 다 풀렸는지, 객실에 도착한 파이리스와 디아나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루크는 거실에 연결된 마당의 툇마루에 앉아 있었다.

    다 마신 우유병에 꽂은 빨대를 입에 물고, 눈이 내리는 하늘을 멍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쳐다보면서. 

    “…….”

    그 광경을 이불탁자에 앉아 지켜보던 다이튼이 맞은편에서 귤을 까먹고 있는 예르나에게 물었다.

    “쟤, 아까부터 왜 저러고 있어? 꼭 넋이 나간 사람같이.”

    “글쎄. 눈이 예뻐서 그런 게 아닐까? 아까부터 첫눈에서 눈을 못 떼더라고.”

    “흠. 그래?”

    글쎄, 정말 그런걸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닷!
    아련한 느낌은 역시 쉽지 않군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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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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