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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1

       “봉골레 파스타가 제일 자신 있다는 말은 진짜였네요!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방금 전 나를 대신해 음식에 불만을 표한 손님을 상대한 에리카는 자신의 분노를 온 몸으로 드러냈다.

       

       두 손을 꼭 쥔 채로 무어라 무어라 소리를 치던 그녀는 한참이 지나 숨을 크게 들이 쉬더니 자신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나서 말을 이었다.

       

       “해고에요. 이 식당에 당신이 있을 자리는 없어요.”

       “흐음. 1장 네 번째 해고군.”

       “무슨 소리를 하는.”

       “기다려 보게. 내 호언장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시 이 곳에 돌아올 테니 말이야.”

       

       주변의 광경이 정지하며 실패문구가 떠오르는 것을 본 나는 무의식중에 곰방대를 찾아 헤매다 이 곳엔 그런 것이 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뱉었다.

       

       – 명대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

       

       “시끄럽다.”

       

       – 엌ㅋㅋㅋ

       – 벌써 네 번이나 실망시켜 버렸죠?

       – 심지어 점심시간을 한 번도 못 넘겼어

       – 그거 말 할 때는 참 멋있었는데.

       –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지만 현실은 예능이었어.

       

       빈정거리는 아해들의 채팅에서 애써 시선을 뗀 나는 선배의 역할을 자처한 녀석의 주머니에 연초가 들어있음을 떠올렸다.

       

       분명 이쯤이었는데.

       

       아아. 여기군.

       

       어차피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면 되돌아 올 물건이니 내가 슬쩍해도 별 문제는 없겠지.

       

       그 곳에서 한 개비를 빼낸 나는 주방의 불꽃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으음. 현대의 연초가 맛이 강한데다가 다채롭긴 하구나.

       

       누군가는 이를 좋다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본인의 입장에선 영 별로군.

       

       마음을 침착하게 만들기는커녕 열을 오르게 만들 뿐이니 말이야.

       

       – 진짜 비쥬얼 하나는 끝장난다.

       – 당장 여자 셰프 영화 주인공이라고 해도 믿을 듯.

       – 하지만 저 아래에 감춰저 있는 건 끔찍한 요리치죠.

       – 아니 근데 대체 뭐가 문제라서 요리를 못 하는 걸까?

       – 몰?루

       – 안 되는 데에 이유가 있겠냐. 안 되는 거지.

       

       “가만 보고 있으려 했다만 도저히 안 되겠군. 본인은 요리를 못 하지 않는다! 당장 파스타 하나는 맛있게 잘 하지 않더냐!”

       

       본인이 모든 요리를 괴악하게 만든다는 음해는 곤란하다!

       

       본인의 관대한 입맛이 아니라도 인정을 받는 요리가 분명 존재할 터인데?!

       

       – 그건 그런데…

       – ‘파스타’만 잘하니까 문제인 거 아냐!

       

       – 아드득빠드득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도대체 왜 응용이 안 되는 거임?]

       

       “응용이라 함은?”

       

       내가 되물음을 던지자 후원과 채팅창 양 쪽에서 여러 종류의 조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니까 쉬이 말을 해서 동양의 요리건 서양의 요리건 재료를 다루는 기본과 맛을 내기 위한 기본이 존재한단 게로구나.

       

       예를 들어 본인이 파스타를 할 때에 우선 기름에 마늘을 볶은 것으로 향을 입혔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기본을 지킨다면 다른 음식을 할 때에도 충분히 좋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고.

       

       “만류귀종이라는 게로구나.”

       

       거기까지 이해한 나는 눈을 감고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봉골레 파스타를 할 때에 본인에게 여러 훈수를 두던 자가 강조했던 것이 무엇이더냐.

       

       일단은 식감의 문제다.

       

       면을 삶는 것도. 조개를 손질하는 것도. 이외에 여러 채소의 익기를 조절하는 것도.

       

       모두 다 더 좋은 식감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지.

       

       다음은 맛이다.

       

       기름의 고소한 맛. 소금의 짠 맛. 조개의 감칠맛. 고추의 매운 맛.

       

       이를 조화시키는 것으로 하나의 음악을 완성시켰지.

       

       식감을 좋게 하는 법 자체는 대충 감이 잡힌다.

       

       혀로. 이빨로. 입 안의 막으로 느끼는 촉감은 본인에게 익숙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 맛은 영 감이 잡히지 않는구나.

       

       본인이라는 인간의 생애 대부분이 환단이나 쓰레기 같은 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기에 맛을 추종하는 방법을 잘 알기가 어려워.

       

       본인의 혀에 맞추게 되면 어지간한 것은 먹을만하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그럼 방법은 간단하지.

       

       타인의 입맛이 어떤 종류인지 추측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시도하면 그만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터이고 수많은 실패 속에서 본인은 시청자들의 놀림감이 될 게 분명하다만.

       

       타협을 하고 싶진 않군.

       

       결국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 남은 것이 고집으로 이루어낸 결과가 아니라면 본인은 납득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

       

       “좋아. 대충 감을 잡았다.”

       

       – 시즌 91532호 감 잡았다.

       – 감 잡았다. 특) 못 잡았음.

       – 실망 시키지 않으실 거죠?

       – 우리 머싰는 천마님은 어디 간 거야.

       

       “몇 번 정도 더 시도를 해보자꾸나. 뭐어. 언젠가는 성공하겠지.”

       

       – 식당이망해써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미 리트가 확정이구나. 실망 시킬 생각이네.]

       

       “…대체 그 놈의 실망은 언제까지 써먹을 셈인지 원.”

       

       *

       

       아라가 회사에 방문했다가 떠나간 다음 날.

       

       사장은 회사에 존재하는 여러 세상의 사람들에게 공지를 보냈다.

       

       [자신의 세계에 존재하는 미식이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세요!]

       [각자의 세계를 대표하는 요리를 가지고 대회를 열 생각입니다. 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에 첨부된 파일 속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회사의 직원들은 처음 공지를 본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이 아는 사장은 화합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매일 같이 싸우지 말라는 당부를 하던 사장이 갑자기 경쟁을 위한 판을 깔아 주다니.

       

       “그 공지라면 진짜입니다. 너무 묶기만 하면 언젠가 그 분노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으니. 이런 식으로 환기를 시킬 생각이라 하시더군요.”

       

       직원들의 의문은 회사의 초창기 멤버이자 식당의 요리사인 반그로우가 고개를 끄덕임에 따라 흩어졌다.

       

       회사의 몇 없는 양심이라 불리는 그녀가 농담을 할 리 없었으니까.

       

       그렇게 대회가 진짜라는 것이 입증되고 나자 직원들이 눈에 불을 켜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직원들 사이에 각자의 세계가 더 우월함을 증명하고자 하던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윗사람들의 눈을 피해 대결을 벌이는 일은 무척이나 흔했지.

       

       허나 회사에서 순위를 정하라고 판을 깔아 준 경우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회사 역사상 최초의 대회이자 최후의 대회가 될 지도 모르는 자리.

       

       이번에 높은 순위를 거머쥘 수 있다면 다음 대회가 열릴 때까지 어깨를 피고 살 수 있다.

       

       그리 판단을 내린 직원들은 이번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일거리를 내팽개치면서까지 대회에 몰두했다.

       

       심지어 이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할 관리자들마저 어떤 음식을 내야할 지를 고민하는 상황이었으니 회사는 사실상 반쯤 마비 상태가 되어 버렸다.

       

       “개판이군.”

       

       회사의 초창기 멤버 중 하나인 최초의 엘프는 무슨 요리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직원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도 할 일이 잔뜩 쌓여있는데 그 누구도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원.

       

       이래서 짧은 생을 사는 단명종은 안 된다며 엘프가 혀를 차는 소리를 내자 그 옆에 있던 드워프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는 너도 개판이잖냐. 귀쟁아.”

       “내가?”

       “지금 아라님 방송을 보며 저 분의 취향을 알아내려는 중이란 걸 모를 듯 싶으냐.”

       

       현재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정해진 것은 크게 세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회사의 대표자인 사장.

       

       다른 한 사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요리 실력을 지닌 반그로우.

       

       마지막으로 회사에 존재하는 그 누구보다 강대한 힘을 지닌 초월적 존재인 아라.

       

       이 중에서 앞의 두 사람은 공정을 기할 것이 분명했지만 아라는 그렇지 않다.

       

       항시 자신의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그녀가 공정 같은 걸 신경 쓸 리 없잖은가.

       

       그리 판단을 내린 엘프는 아라가 요리 방송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녀의 방송에 접속했다. 아라가 어떤 종류의 요리를 선호하는 지 알아내기 위해서.

       

       “…그래. 최초의 의도는 그런 것이었지.”

       

       허나 그 의도는 아라의 방송이 이어짐에 따라 다른 쪽으로 변질되었다.

       

       “그건 또 뭔 소리냐?”

       “보면 안다.”

       “미안하지만 난 너처럼 음흉한.”

       “그냥 보기나 해라. 방송을 본다고 무언가 특혜를 얻을 수 없으니까.”

       

       세계수의 잎에 걸고 장담할 수 있단 엘프의 말에 드워프가 화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곳에는 주방 안에서 재료를 손질하는 아라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뭐냐. 잘 하고 계시잖은가.”

       

       재료를 손질하는 그녀의 모습은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능숙해 보였다.

       

       “더 봐라.”

       “아니 그러니까 대체 뭘.”

       “보면 안대도.”

       “그냥 말을 해… 흠? 크림이 너무 많군. 저러면 너무 느끼해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지 않나?”

       “그럴 거다.”

       “그런데 아라님은 왜 저러고 계신 것이냐.”

       “나도 알고 싶다.”

       

       아라의 기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름진 맛을 잡는다고 매운 맛을 과하게 때려 박았고 그러면서 충분히 자극적이라며 소금은 거의 뿌리지 아니한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파스타는 느끼하고 매우며 밍밍하다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더 재밌는 것을 알려줄까? 지금 저것도 처음에 비하면 나아진 편이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나도 내가 꺼낸 말이 헛소리였으면 좋겠군.”

       

       아라가 방송을 킬 때부터 그녀의 방송을 보고 있었던 엘프는 수많은 끔찍한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조개껍질로 가득한 파스타. 수많은 면이 하나가 되어 떡으로 변모한 무언가.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때려 박아 사람의 위장을 게워내는 고문용 음식 등.

       

       엘프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아라라는 초월자에 대한 존경심이 사그라 드는 것을 느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하면 저 인간을 교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제일 충격적인 부분이 뭔지 아느냐? 아라님께서는 저런 괴악한 음식을 맛있다고 먹는다는 말이다! 덕분에 난 저 분이 선호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일단 음식의 형체를 갖추기만 한다면 그럭저럭 괜찮지 않으냐는 말을 하는 아라 때문에 엘프는 오랫동안 그녀의 방송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취향을 알아내는 것에 실패했다.

       

       “완전히 시간낭비를 한 셈이 되었단 말이다!”

       

       엘프의 분노를 구경하던 드워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방송을 끄면 되는 것 아닌가?”

       “…”

       “어차피 봐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면 보지 않으면 그만일 터인데.”

       “그렇지. 그 부분에 한해선 땅딸보 네 말이 옳다만.”

       

       엘프도 알고 있었다.

       

       방송을 보고 있어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면 그냥 끄면 된다는 것을. 그런 후에 다른 일을 하는 쪽이 훨씬 더 생산성이 있을 거란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프가 방송을 끄지 못하는 것은.

       

       ‘후우. 드디어 1장의 점심시간까지 버티는 데 성공했군. 이제 저녁시간만 넘기면 된다!’

       

       – 클레임이 그렇게 걸렸는데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 살기로 협박한 거 아님?

       – 엌ㅋㅋㅋ

       – 저녁 시작하자마자 해고될 듯?

       

       ‘에잉! 이 녀석들아! 힘이 되는 말을 하란 말이다! 힘이 되는 말을!’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이 있어서 차마 그러질 못하겠군.”

       

       아라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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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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