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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2

       

        

        

        

        

        

        

       “유어스페이스 실시간 검색어에 유진 쌤이 또 뜬다 싶었더니, 이번에는 온갖 긴 냉병기들 사이에서 CQC를 찍고 계셨구나.”

        

        

        

        그럴 줄 알았지-하는 목소리.

        

        그 시선의 끝에 비친 유어스페이스의 영상 목록이 실시간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새로이 떠오르는 인기 급상승 검색어, 그리고 해당 키워드와 연관된 영상들이 언어를 가리지 않고 떠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같이 다들 요상한 썸네일이었다.

        

        배경에는 각양각색의 포즈로 칼을 휘두르고 있는 유진이 있고, 그 앞에는 제각기 다른 생김새를 가진…유어스페이스 채널을 운영하는 채널 매니저 본인이 해당 영상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 뒤엔 꽤 촌스러운 글씨체의 영어 단어 몇 개가 써있었고.

        

        그 내용을 대략적으로 해석하자면….

        

        

        

       “실제 SOF에서 종사한 유저들이 평가하다, 유진의 단검술….”

        

        

        

        …당사자에게 허락은 맡았나 모르겠네.

        

        뭐어, 어차피 하모니에게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광고 방송을 겸한 랭크 등반 방송은 대략적으로 이틀 전에 시행되었고,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이 영상을 만들기에는 실로 충분한 여유였기도 하거니와…어차피 당사자가 허락해주지 않았다면 알아서 쓸려버릴 터였으니까.

        

        다시 말해, 하모니 자신은 영상이 사라지기 전까지 남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뒤 분석한 결과물을 적당히 보면 된다는 소리였다. 남에게 조회수를 쌓아준다는 게 그닥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지만, 뭐어. 나중에 유진 선생님네 댁에 선물이나 사들고 가면 되겠지.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영상을 켰다.

        

        수많은 영어가 폭풍처럼 쏟아졌지만 실시간 번역이라는 문명의 이기는 하모니가 영상 내용을 알아듣는 데 전혀 문제가 없도록 만들었고, 그리하여 그녀는 흥미어린 눈길로 영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분석에 들어가기 전 먼저 말하자면, 현재까지 유진 유저가 어떤 무술을 베이스로 한 나이프 파이팅을 익혔는지는 확실히 확인할 수 없어. 이유는 간단해. 공격 횟수가 너무나도 적기 때문이야. 많으면 여러 번이지만, 적으면 두 번이 끝이거든.

        

       -하지만 확실한 게 있다면, 그녀는…모든 전투에서 항상 동일한 루틴을 사용하고 있어. 그 중 첫 번째는 기동력을 봉쇄하는 거고, 두 번째로, 확실한 살해를 위해 마지막엔 반드시 급소를 찌른다는 거야. 그리고 이는 갑옷의 존재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어.

        

       -덧붙여서, 그녀는 상대방이 어떤 무장을 하고, 어떤 갑주를 착용했느냐에 따라 공격의 위치를 천차만별로 바꾸고 있어. 하지만 보다시피 대개 상체 전반을 가리는 게 많고, 이는 단검만으로는 관통하기 어렵지. 그래서 유진의 공격 위치는 상당히 한정적이야.

        

        

        

        그와 동시에 표시되는 여러 부위들.

        

        갑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겨드랑이와 팔의 경계면, 목, 그 외에도 관절 부분 언저리 – 문제는 이 모든 구간이 전부 한 번이라도 제대로 공격을 받을 시 피해자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영역이란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게임들과 달리 글로리 앤 아너는 유저의 플레이 모드가 하드코어에 수렴할수록 손상이 세분화되었다. 가령 팔을 다치면 상대방은 손을 쓰기가 곤란해졌고, 다리를 다치면 기동력이 저하되는 시스템이란 소리였다.

        

        다시 말해, 물질적인 특전을 주는 다크 존과는 다르게, 글로리 앤 아너는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특전을 주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몸을 움직여서 적을 잡아야만 한다는 극복 불가능한 초대형 페널티 때문에 잊혀졌지만.

        

        그런데 그게 지금 와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다른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건 아냐. 가령 가장 두툼하게 무장을 하는 기사 클래스들을 상대하는 경우, 간혹 그녀는 단검을 케이스에 집어넣고는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주워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이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단검이 박히지 않도록 전신을 꽁꽁 싸매는 건 유진 유저를 상대하는 데 있어 분명히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문제는 투구를 포함해서 이렇게 꽁꽁 싸매는 경우 스태미너 손실이 엄청나겠지. 게다가 아까 말했듯이 단검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좌우지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그녀가 어디를 공격하는지를 한 번 확인해보자고.

        

        

        

        겨드랑이, 허벅지, 쇄골, 목, 그 외 등등.

        

        영상에 출현한 해설은 유진이 가장 많이 공격하는 지점, 그리고 해당 영역의 근육과 신경계가 잘렸을 때 어떠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해부학적 관점에서 빠르게 논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유진의 플레이 영상이 옆에 동봉된 건 덤이었고.

        

        첫 번째는 겨드랑이였다. 정확하게는 팔과 겨드랑이의 연결 지점, 그리고 사슬갑옷을 제외한 다른 것으로는 막을 수 없는 취약점에 검이 꽂혔을 시 발생하는 일에 대해서였다 – 예상 피해는 실로 간단하게 요약되었다. 팔을 쓸 수가 없으며, 폐에 구멍이 난다.

        

        글로리 앤 아너에서는 스태미너 회복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고, HP를 지속적으로 잃는 상태이상으로 대체되었고.

        

        

        

       -다음은 허벅지. 당연하겠지만 해당 유저의 방송을 시청한 사람들은 상대가 이곳을 찔렸을 때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오는 걸 확인했을 거야. 당연해. 대퇴동맥을 절단해버린 거니까. 거기다 내측광근이나 대퇴직근을 관통했으니 거동도 불가능해지고.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당연히 2분도 안 되서 실혈사하는 거지. 쇄골과 목도 마찬가지야. 쇄골하동맥이나 경동맥이 잘리는 순간 몇 분짜리 시한부 인생이 되는 거야. 물론 경동맥은 15초짜리 시한부가 되는 거고.

        

       -게다가 해당 유저가 든 단검의 길이는 날 길이만 27cm에 달하는…단검 카테고리에 넣기엔 조금 까다로운 물건이지. 그런 게 쇄골 언저리를 수직으로 관통했다면 폐 상부까지 닿을 걸. 물론 유진 유저가 그것까지 감안했다고 보긴 어렵긴 해. 어쨌든 급소를 성공적으로 찌르면 죽는 건 마찬가지니.

        

        

        

       “…이러니 역보정 걸고 나나 다이스 씨랑 붙어도 질 리가 없지.”

        

        

        

        하모니의 머릿속에서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작년의 일이었다. 그것도 한창 AP 관련 대회를 준비하던 바로 그 때 벌어졌던 일. 신체능력을 원본의 10%로 제한한 뒤 한 번만이라도 자기를 이기면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미명 하에 벌어졌던 1 : 1 교전. 참여자는 다이스와 하모니, 그리고 국가대표 몇 명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 누구도 유진을 이기지 못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신체능력은 일종의 애프터버너이며,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교전 센스와 여태까지 쌓아올린 경험임을 모든 사람에게 똑똑히 각인시켰…지만.

        

        꺼지지 않는 애프터버너가 도대체 어딨어.

        

        

        

       ‘…결국 밥은 사주셨지만.’

        

        

        

        아무튼 그거랑은 별개로, 하모니의 손이 잠시 공중을 휘젓나 했지만…그녀는 글로리 앤 아너의 위에서 아른거리는 손을 옆으로 치워버리고는 가상현실-소파에 몸을 풀썩 기댔다.

        

        저건 아니야.

        

        비록 그녀가 여태까지 다크 존을 플레이하며 유진의 커리큘럼을 어찌저찌 따라갔고, 그 덕분에 남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지만…그래도 저건 좀 아니었다. 사람이 따라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하모니는 글로리 앤 아너 대신 오늘도 방송을 시작한 유진의 스트리밍 방에 들어갔고, 그녀의 가죽갑옷 어깨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1 패치를 힐끔 바라본 뒤 도네이션 창으로 들어갔다. 떠오르는 대로 타자를 친 뒤 10만원이란 거금을 입력하고는 전송.

        

        짤랑 하는 소리와 함께 왕도네가 터졌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히히.”

        

        

        

        하모니는 작게 웃었다.

        

        

        

        

        

        

        

        

        

        

        

        

       <Harmony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또 보이는 모든사람 전부 묘지에 파묻고 계시네요 오늘도 멋있습니다 화이팅~!

        

       “…앞의 말이랑 뒤의 말이 하나도 안 맞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의말은 나중에 참교육당하기 싫어서 대충 덧붙인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

       -이런걸 10만원씩이나 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민아도 한번 해보세요 이게임재밌어요

        

        

        

        요 맹랑한 녹색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반박할 수 없다는 게 천추의 한이었다.

        

        

        

        

        

        

        

        

        

        

        

        

        

        

        

        

        

        

        

        

        

        

       

        

        

        

       “세상에나. 단검 두자루만 들고 랭크를 부수러 온 분이 여기 계셨네. 팬입니다. 항상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와, 평균 K/D 좀 봐…1.74도 아니고 17.4요? 한 판에 도대체 몇 명을 죽이시는 거예요?”

        

       “반갑습니다. 승급전인 만큼 폐를 끼치지는 않도록 노력해보죠.”

        

        

        

       -와 마딱이승급전을 드디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길고 길었다 ㅋㅋㅋㅋㅋㅋ(별로안김)

       -뭐가길어 다이아1까지 올라가는데 꼴랑 3일도 안 걸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1발 유진씨 겸손도 그정도면 병이에요

       -리빙포인트)이사람은 어제 있었던 게임에서 기어코 30킬을 찍었다

        

        

        

        철컹.

        

        눈 앞에 떠오르는 다섯 판의 카운트. 앞으로 이 중에서 3판을 연속으로 이기게 되거나, 혹은 4승을 거두는 순간 내 어깨에 붙어있는 패치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마스터의 그것으로 변하게 될 거고, 만약 어떤 경우에도 5판 중 3판을 패배로 마감할 시 나는 다이아 2로 굴러떨어질 것이다.

        

        뭐어, 크게 상관은 없었다. 결국 보이는 적을 죄다 잡아족치는 순간 이긴다는 사실은 티어에 관계없이 딱히 변하지 않았는 사실이었으니…라고는 해도, 이전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고 하긴 어려웠으니 아직까지는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 있었던 ‘패배’는 그 이후로도 상당한 여파를 불러오긴 했지만….

        

        

        

       “…혹시 이번 판에 저희가 똥싸면 막…처형 남발하거나 하지는 않으실거죠?”

        

       “처형이라뇨, 무슨 소리세요. 그땐 그냥…다른 분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어려워보인 탓에 더 분발한 것뿐이죠.”

        

        

        

       -분발(상대방을 전부 회쳐버림)

       -그러고도 진게 레전드

       -아니시잇팔 병1신들아 6명중 3명이 닷지했는데 비얌년이 총들고 있는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이기냐 ㅆㅂ

       -팩트)실제로도 거의 이길 뻔했다

       -이걸로 유진은 다이아티어에서 최소 3인분 이상을 할 수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

        

        

        

        …나는 억울하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을 다시금 떠올려보면…하필 8월이었고, 1개월 전부터 비가 많이 왔으며, 같이 랭겜을 돌리던 팀원 3명은 공교롭게도 같은 접속기방에서 접속한 3인큐였고, 당시 그 근방에서 비를 뚫고 공사 중이던 포크레인 한 대가 지하에 묻힌 광케이블을 끊어먹었다나 뭐라나.

        

        본래 광케이블 매설 경고 표지가 사방에 박혀있었지만 7월부터 연이어 이어진 대량의 비로 인해 패널 대부분이 유실되었으며, 때마침 그 근방에서 약한 산사태까지 발생하는 바람에…하여튼 뭐 그렇다고 한다.

        

        여러 요인이 겹친 탓에 발생한 참사였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팀원 중 절반이 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눈을 감았다가 떴더니 세 명이 사라져버릴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팀을 1명과 2명 – 물론 내가 1명이었다 – 분할하고, 서렌을 종용하던 친구들에게 트리플 뻐큐를 날려준 뒤 마지막까지 분전했다.

        

        말 그대로 정신없이 싸웠다. 내 스태미너가 지금보다 조금만 더 많았어도 어찌어찌 이겼을 것 같지만, 여섯 명의 멤버들이 내가 없는 지역만을 골라 돌아다니며 A, B, C를 차례로 점령해대니 어쩔 수가 없었다.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와중 1 : 5로 싸워서 전원을 몰살시킨 것만 2번 정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다. 나도 왼팔을 적에게 내주긴 했지만…뭐, 어쨌든.

        

        

        

       “그리고 결국 그 판은 LP 보상도 다시 받았다니까요.”

        

       “아유. 당연하겠죠.”

        

       “아무튼 이번 판은 유진 선생님을 메인 딜러로 삼을 예정이니, 조합은 그리 맞추겠습니다. 이번 판도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캐리머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물론이죠.”

        

        

        

        당연하겠지만 나는 저 말을 믿지 않는다.

        

        

        

       “킬링머신이시잖아요-악!”

        

       “그럴 줄 알았지.”

        

        

        

        당연하지만 용감함을 발휘할 장소를 잘못 고른 이 친구는 시작도 전에 정강이를 얻어맞았다.

        

        좌우지간, 이제는 상당히 익숙한 구도였다 – 요컨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니, 팀이 짜인 순간 누구를 전방에 내세우고 누가 방어선을 단단히 구축할지를 고른 뒤, 그에 맞춰 조합을 짜는 바로 그런 것을 말한 것이었다. 상위 티어로 올라갈수록 자주 보이는 광경이었다.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매칭된 아군의 전적을 살핀 뒤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는 뭐 그런 것이었다 – 그리고 단검 두 자루만 들고는 불가능한 역사를 써내린 내가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었다.

        

        방패 둘, 딜러 셋, 서포터 1의 조합. 사실상 AOS랑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단지 레벨업 요소가 빠진.

        

        

        

       “맵은 게이트네요. 서포터가 A로, 나머지는 바로 B로 달리죠. 미니언 처리한 다음 상대 돌진이나 그랩에 잡히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적이 광폭화 발동하는 순간 방패 두 분이 앞에서 지속 시간 끝날 때까지만 봐주시면 됩니다. 그 외에는 개별적으로 잘 막아주세요.”

        

       “확인.”

        

       “그럼 갑시다.”

        

        

        

        광폭화 – 대략 15초 가량의 시간 동안 일정 기간 내에 소진한 HP를 완전히 회복했다가, 지속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HP가 사라지는 스킬이었다.

        

        왜 요런 게 있음에도 여태까지 말하지 않았는지는…뭐어, 말할 이유가 있을까. 나와 마주친 적들은 스킬을 발동하기도 전에 실혈사 혹은 즉사했으니 어떻게 보면 그동안 구경하기도 어려웠다고 해야 하려나. 사실 얼마 전까지는 나도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리하여 조사해본 결과 상위 티어에서는 적재적소에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을 통해 전세를 뒤엎을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뭐어, 마스터를 코앞에 둔 지금까지도 아직은 아리송했다. 그랜드마스터까지 올라가면 뭐가 좀 나오려나.

        

        

        이제는 익숙해지다시피 한 뿔피리 소리와 함께 돌격을 시작했다.

        

        건너편에서도 수십 명의 푸른 미니언이 먼저 몰려들었고, 게이트라는 이름답게 강이 흐르는 절벽 위에 세워진 거대 통로를 – 초대형 성으로 이어지는 – 통째로 맵으로 쓰는 곳이었고, 그런 곳 위에서 서로가 마주치기까지 10초도 남지 않았다.

        

        미니언을 먼저 보내고 속도를 줄인다. 건너편에서 보이는 적들 역시도 마찬가지. 미니언들의 HP는 상당히 낮게 설정되어 있어 대략 20초만 지나도 절반 이상이 쓸려내려간다.

        

        그러던 와중-

        

        

        

       ───피잉!

        

        

        

       “오우.”

        

       “…방금 화살을 반응속도로 피하신 거예요?”

        

       “하마터면 맞을 뻔했지만요.”

        

        

        

       -어쨌든 피한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

       -돌겠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화살의최대속도는대략시속240km고유진정도면회피할수있다

       -지근거리에서 셔틀콕 스매싱 궤적을 보는 사람한테 뭘 바람?????

       -오버차지로 시작특수기 암살공격 날렸는데 그걸 그냥 피했네 ㅋㅋㅋ

        

        

        

        오버차지, 시작부터 특수 기술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

        

        하지만 저쪽 역시도 그닥 내색 안하고 방어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 라고는 하지만, 시작부터 꽤나 매콤한 잽을 날려오는 걸 보니 나 역시도 이에 응수해주고 싶은 마음이 이만큼 들었다. 힐끔 발을 살폈다. 행동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얇은 그리브와 사바톤을 착용 중이었다.

        

        이 짓거리를 한다고 해서 발목이 나가지는 않겠지 – 그리 생각하며 미니언 시체 위에 적당히 엎어진 아밍 소드의 크로스가드 부분을 그대로 차올렸고, 위로 떠오른 검의 폼멜 부분을 강하게 걷어찼다. 철과 철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곧게 날아간 아밍 소드의 종착역은…아쉽게도 방패였다.

        

        한 명의 복부를 그대로 관통하기 전,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옆으로 튕겨져나가는 한손검.

        

        아까워라.

        

        

        

       “조금만 더 빨랐으면 한 명을 집으로 돌려보내줄 수 있었는데.”

        

       “…그…것도 특수기술인가요?”

        

       “아뇨, 그냥 한 번 해봤어요.”

        

        

        

       -?? : 그냥 한 번 죽여보려고 시도했다

       -글아너는 당장 유진에게 그마 티어를 적용하라!!!!!!!!!!!

       -아니 누가 석궁으로 한 번 쐈다고 그런 미친 공격으로 돌려주려고 하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사람은 뭔가 가능해보인다 싶으면 꼭 한 번씩 해보고 성공하는 습성이 있어 ㅋㅋ

       -되로 주고 말로 받네 ㅋㅋㅋㅋ

        

        

        

        실로 아쉽게도.

        

        그래도 서로 미묘한 잽을 한 번씩 교환했으니, 이제 인사치레는 다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 그리 생각하며 손 안에서 단검을 회전시켰다.

        

        

        

       “가봅시다.”

        

        

        

        날씨는 실로 맑았다.

        

        누군가의 숨통을 끊기에 참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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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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