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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2

    <442 – 제일 강한 하나>

     

    부엉이수인은 타고난 암살자다.

    어둠 속을 소리 없이 가르며 날아가 먹이의 목을 비튼다.

    비단 부엉이수인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수인은 타고난 암살자다.

    야생에서는 늘 그렇다.

    조금이라도 힘이 부족하면.

    조금이라도 수가 부족하면.

    일격필살의 암살로 단숨에 사냥감을 사냥해야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야생의 생태계에서 완성된 암살자.

    반은 인간이어도 반은 짐승인 수인의 본능으로 태생부터 그릇이 갖추어진 암살자.

    파시블 예프의 손에 거두어지기 전까지 줄곧 수인암살자로 살아온 이들이 죽엉무새와 싫엉무새였다.

     

    “죽엉.”

    “죽질 않엉.”

    “생령은 쓰러뜨려봤자 라이프코어와 대지에 스며든 원한에 의해 다시 일어납니다. 교전은 최소한으로 하고 라이프코어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죽엉.”

    “그거 어케하는 건데라고 말했엉.”

    “생령들은 이동에 방해가 되거나 위협이 되는 것만 최소한으로 제거합니다. 라이프코어는 이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

    <고통추적기>

    등급 – 레어4급

    설명 – 나침반은 항상 목표를 가리킨다. 어떤 나침반은 N극을, 어떤 나침반은 꿈을. 이 나침반의 목표는 더 많은 고통이 향하는 곳이다.

    효과1 – 고통감지

    효과2 – 파손방지

    효과3 – 거리 및 고통강도표기

    효과4 – 감지범위확장(100m)

    효과5 – 감지범위확장(1000m)

    효과6 – 감지위력확장(마나과포화지대 투시)

    감정가 – 금화 80매, 8000포인트

    ━━━

     

    야생의 수인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도 짐승도 아닌 존재.

    인간에게도 짐승에게도 배척받는 존재.

    보통의 야생수인은 뭉쳐 살 수 없다.

    만인이 만인을 향한 투쟁을 벌이고 있기에.

    그래서 고통나침반이 개발되었다.

    고통이 가리키는 곳에 수인이 있을 테니까.

     

    ‘그리 좋아하는 보물은 아니지만 지금만큼은 이 보물이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군요.’

     

    감지결과가 나왔다.

    방향과 거리, 고통감도가 나침반의 계기판 위로 떠올랐다.

     

    “죽엉.”

    “왜 죽상이냐고 물었엉.”

     

    파시블 예프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죽엉무새와 싫엉무새가 무심한 척 걱정을 보였다.

     

    “고통강도가 너무 강합니다.”

     

    이 반응… 몬스터 위험도 분류체계에서 본격적인 위험으로 분류하는 철패급(10%) 위험대상은 가볍게 넘어섰다.

    은패(1%)급 위험도.

    세간에서는 이를 지역대피령이 발령될 수준이라고 분류한다.

    그건 빈말로도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죽엉무새. 싫엉무새. 저 아이들의 고향도 은패급 재앙의 등장으로 사라졌지.’

     

    한끝차이였다.

    은패급 재앙 <킹슬라임>이 온 세상을 집어삼킬 기세로 부풀어 오르는 숲에서 오갈 데 없이 배회하던 부엉이수인들을 구해낸 것은.

    그때의 투자로 킹슬라임 토벌의 기회를 다른 집사에게 빼앗겨 큰 공적을 놓쳤지만 한 번도 그 일을 후회한 적은 없다.

     

    ‘귀여움은 정의니까.’

     

    힘을 잃고 소녀의 모습으로 변한 부엉이수인들이 자신의 호의를 잃지 않으려고 힘을 회복한 지금도 작은 모습에 갇힌 것이 좋다.

    혹시나 과하게 힘을 주면 인간형의 변신이 풀릴까봐 쩔쩔 매는 모습이 기쁘다.

    저토록 강한 생명체를 소녀로 만들어냈다는 모종의 성취감마저 든다.

    그렇기에 절대로 잃을 수 없다.

    두 수인을 일격에 지면에 처박고 걸어오는 팔이 스무 개나 달린 고위유령몬스터 오버핸즈Overhands가 나타나더라도.

     

    “여긴 내 허락 없이 못 지나가.”

    “뭘 원하지?”

    “손가락 10개 줘.”

     

    파시블의 장갑에서 손가락이 뚝 떨어졌다.

    오독오독 손가락을 씹던 오버핸즈가 퉤 하고 씹던 것들을 뱉었다.

     

    “맛없어. 갈래.”

     

    오버핸즈가 떠나자마자 급히 몸을 일으키며 다가온 두 수인은 자신들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손길에 울상을 지었다.

     

    “죽엉.”

    “미쳤나고 물었엉.”

    “경호원을 잃으면 다음은 제 목숨이 사라집니다. 손가락 열 개로 목숨을 지킬 수 있다면 싼 값입니다.”

    “죽엉?”

    “손가락을 잃었는데 머리를 어떻게 쓰다듬고 있냐고 물었엉.”

    “하하. 그야 손가락을 잃은 적이 없기 때문이죠. 고도로 정밀한 속임수는 귀신도 속일 수 있습니다.”

     

    파시블의 장갑 일부가 즉석에서 손가락 모양으로 변신했다.

    일순간의 지체도 없이 펼쳐진 연성마법이 형태를 변환하며 눈을 속였기에 가능한 속임수였다.

     

    “죽엉.”

    “또 그러면 죽인다고 했엉. 그리고… 감독관이 손가락을 잃는 건 나도 싫엉.”

    “하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까망도 기다리느라 근심이 클 텐데 서두르죠.”

     

    이 이상 미적거리다간 얼마나 더 참혹한 괴물이 나타날지 가늠조차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의문도 들었다.

    정말 이게 1학년들의 강의가 맞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도를 넘어섰다.

    보통의 학생이라면 이런 시험에서 틀림없이 죽는다.

    학생을 언데드로 만들 작정이 아니고서야 이딴 시험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함정이었나?’

     

    처음부터 학생이 깨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이해가 된다.

    자신에게서 알아내고 싶은 정보가 있다면?

    뛰어난 사령술사는 생전의 기억을 보존한 채로 언데드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뇌를 부수고 기억을 없애도 소용없다.

    영체를 소환해서 라이프코어에 가두고 억겁토록 고문하거든 기억을 재생시켜서라도 알고 있는 정보는 모조리 실토할 테니까.

     

    ‘곤란하게 되었군요. 조나의 아가씨가 이렇게까지 무서운 사람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설마 그 세 번째 아가씨보다도 더한 괴물이 나올 줄은.’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라이프코어의 지척에 도달하니 더욱 실감이 난다.

    이거, 정말로 죽일 작정으로 만든 덫이다.

     

    ‘저 하나만 보고 따라온 기특한 경호원들입니다. 어차피 노리는 것이 저 하나라면…’

     

    모두가 함께 죽을 필요는 없으리라.

     

    <연성마법>

    <비기 – 백인백색>

     

    연금술의 연성마법은 대가를 지불하기에 연성이라는 결과를 얻는다.

    바치는 대가가 클수록 돌아오는 결과물도 크다.

    그러니 아낌없이 바치기로 결정했다.

     

    “죽엉?!”

    “감독관은 죽지 않았엉. 분신이 틀림없엉.”

     

    횃대에 불을 붙인 분신이 기다란 손톱에 가슴을 관통당해 쓰러졌다.

    짓밟히는 횃불을 몸으로 덮고 온 몸에 불을 붙인 분신이 타들어갔다.

    사방에서 온갖 생령들의 어그로가 불타는 분신에 끌리고, 다른 분신들이 그 앞을 가로막으며 최선을 다해 시간을 끌었다.

     

    “죽엉!”

    “잘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엉.”

     

    두 수인을 노리는 늪 귀신을 분신이 몸을 던져서 먼저 가라앉혔다.

    수십 개의 낫이 뭉쳐 탄생한 인조사신이 낫을 치켜들자 수십 개의 분신이 동시에 달려들어 낫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엉겨 붙었다.

     

    보물.

    재화.

    온갖 값진 것들이 재가 되어 펑펑 흩어지는 대가로 마침내 두 부엉이수인이 라이프코어를 손에 쥐었다.

     

    “죽엉.”

    “다 됐엉. 이제 탈출하면 된다고 했엉.”

    “잘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갑시다.”

     

    부엉이수인들이 줄곧 옆을 지키던 감독관의 어깨를 붙잡고 펄쩍 날아올랐다.

     

    “죽엉?”

    “왜 이렇게 가볍나고 물었엉.”

    “잘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갑시다.”

    “죽엉…?”

    “아까도 했던 말이라고 했엉.”

    “잘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갑시다.”

    “죽…엉…?”

    “이거, 정말로 본체가 맞냐고 했엉…”

    “잘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갑시다.”

     

    죽엉무새와 싫엉무새의 고개가 인조사신을 붙들고 있는 분신들에게로 향했다.

    무수한 가짜들이 낫을 뚫고 솟구치는 새로운 낫에 꿰뚫려 흩어지는 와중에도 하나의 감독관만이 형체가 사라지지 않았다.

    마나가루 대신 배를 뚫고 나온 낫을 움켜쥐며 투두둑 피를 쏟아내는 감독관.

     

    “잘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갑시다.”

    “죽엉!”

    “싫엉!”

     

    그런 거 인정 못 한다고 했엉.

    투정 부리듯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젓는 두 부엉이수인의 몸이 거칠게 떨린다.

    귀여움을 잃고서라도 야수의 형태를 되찾으려는 징조에 파시블이 하하 웃었다.

     

    “웃기지 않습니까? 그저 귀여운 것이 정의라는 욕망에 솔직했을 뿐인데 이토록 많은 미소녀 수인이 따르게 되고, 이제는 미소녀도 아닌 괴물의 모습조차 귀엽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제가. 이래서는 조나 와이히엠하이를 어리석다고 비웃을 수 없게 됐습니다.”

    “죽엉!!”

    “싫엉!!”

     

    형체가 부풀어 오르려던 두 부엉이수인의 몸을 그들의 발톱에 붙잡혀있던 분신이 감쌌다.

     

    <연금마법>

    <침식 – 형태고정>

    <침식 – 행동제어>

    <침식 – 강제비행>

     

    너무 많은 분신을 다룬 대가로 커다란 풍채마저 상실한 채 깡마른 모습이 되어버린 파시블 예프.

    축 늘어지는 의복 아래로 소년처럼 순수한 두 눈만이 변함없이 그의 수인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래도 역시 귀여운 것은 정의입니다. 그런 귀엽지 못한 야수의 모습으로는 척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요? 몬스터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십시오. 제 바람은 오직 그것뿐입니다.”

     

    죽엉무새와 싫엉무새의 몸이 본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날아올랐다.

    어둠의 저편에 있는 저택을 향해서.

     

    “그러니 부디 이 늙은 놈 하나의 목숨으로 만족하고 저들은 살려주시길 바랍니다. 사다코 교수.”

     

    어둠의 저편.

    혼돈의 틈새.

    인간은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한 순간에 미쳐버릴 차원의 경계에 발을 걸쳤던 긴 머리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입을 열었다.

     

    “알고 있었어? 우리가 너희들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도중까지는 몰랐습니다. 오크노디의 목표와 당신들의 목표가 다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지라.”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작품이야. 당신의 정체와 재단 내에서의 지위를 파악해낸 건.”

    “전대용사까지 끼어든 판이라면 무사히 살아서 나가기는 처음부터 글렀었군요.”

    “안심해. 재단을 엿볼 그릇은 제일 강한 하나면 충분해. 까마귀수인도 부엉이수인도 괜찮은 소재지만 역시 제일 뛰어난 소재는 너야.”

     

    사다코 교수의 손에서 뻗어 나온 절망적인 죽음의 기운이 연금마법의 침식으로 허물어져가던 인공사신의 형체를 셋이나 더 일으켜 세웠다.

    하나도 작정하고 쓰러뜨린 괴물을 셋이나 더 일으키는 괴물은 도저히 답이 없다.

     

    ‘정말 불합리할 정도로 강하군요. 세계최고의 재능을 지닌 교수들이라는 건.’

     

    패배와 죽음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파시블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회하게 될 겁니다. 재단을 먼저 건드린 건 당신들입니다. 이 앞으로 당신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이사장의 보복이라고요?’

     

    인공사신의 거대한 손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파시블 예프의 몸을 덮쳤다.

     

     

    * * *

     

     

    “죽엉…”

    “감독관이 죽었엉…”

     

    데구르르, 빨간 구슬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부엉이수인들의 말에 내 눈동자도 데굴데굴 구슬의 움직임을 따라 굴러갔다.

     

    “어? 그럼 안 되는데? 아직 아무것도 물어보질 못했다고요.”

    “죽엉…!”

    “시치미는 소용없다고 했엉.”

    “저, 정말로…? 그 감독관님이 돌아가셨다고요?”

     

    수인들이 엉엉 울면서 전의를 고조시킨다.

    심상치 않은 기세에 즈앙이 티토소가를 뒤로 물렸다.

    꽤 큰 싸움이 되겠네.

    배낭에 손을 넣고 비장의 무기를 꺼내려는데 라이프코어가 갑자기 덜덜 떨렸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구슬은 제멋대로 테이블을 떠나 바닥과 벽을 기어 올라가더니 재단 위의 구멍에 쏙 들어갔다.

    재단 앞을 지키던 해골교관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겔겔겔. 시험을 통과했군. 아쉽지만 언데드는 하나로 만족해야겠어.”

    “언데드? 앗, 설마 저기서 죽은 감독관이…?”

     

    때마침 정장차림의 언데드 하나가 멀리서 손을 흔들며 하늘을 날아왔다.

     

    “감독관…?”

     

    믿기지 않는다며 두 눈을 부릅뜬 까망에게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언데드가 말을 건넸다.

     

    “그새를 못 참고 울고 계셨습니까? 까망, 당신은 눈물이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 근데 이렇게 보니 저는 울보미소녀 감독보좌도 가능한가봅니다. 겸사겸사 조금만 더 서럽게 울어주시겠습니까?”

    “…뭐든지 가능하다는 이 불가능을 모르는 탐욕스러운 역겨움, 진짜 감독관이 맞나보네.”

     

    감독관 파시블 예프가 눈깔에서 시퍼런 귀화를 뿜어내는 플라잉스켈레톤이 되어서 돌아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플라잉 샌즈가 된 감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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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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