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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2

       “아, 그 게임 여운이 엄청나게 남네.”

        

       방송을 끝마치고 거실에 이불을 깐 채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클레어가 말했다.

        

       “예, 그런 편이죠. 그래서 한 편이 나오면 후속작도 기다리게 됩니다. 제작진 말로는 아직 스토리가 더 남았다고 하니까요.”

        

       “후속작에는 레나도 나올까?”

        

       “배경이 옮겨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럴 가능성이 크겠죠.”

        

       “그러고 보니 언니, 예전에 리클란트 자치국에 대한 추측 글도 쓴 적 있었지?”

        

       “…….”

        

       클레어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입을 다물었다.

        

       “그 이전에 쓴 추측 글은 전부 틀렸었지만.”

        

       “……그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내가 어이가 없어 되물어보자, 클레어가 키득거렸다.

        

       “우리 이야기라서 여운이 더 깊게 남는 건지도 모르겠네.”

        

       이야기를 듣던 앨리스가 말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그 시리즈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여러분도 만나기 전부터 좋아했고요.”

        

       나의 말에, 앨리스도, 클레어도 말이 없었다.

        

       샤를로트는 아직 자지 않는 것 같고, 미아는…… 잘 모르겠네. 잠들었을지도?

        

       “그래서 처음 여러분을 만났을 때 다짐했습니다. 죽는 인물 하나 없이 해피엔딩으로 만들자고. 다시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죽은 인물들도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렸네요. 이번 작품이 욕먹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사실 다시 살아날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개사기 캐릭터를 하나 넣어서 그냥 리셋해버릴 줄은 몰랐다.

        

       해피엔딩을 바라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괜찮은 작품이었을지 모르지만, 시리즈를 오랫동안 플레이하며 떡밥이 회수되기를 바라온 사람들 기준으로는 불만족스럽겠지.

        

       후속작에서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해주길 바라긴 하겠지만, 배경이 옮겨갈 예정이니 정확히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덕분에 다른 방식으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으니까요.”

        

       샤를로트가 작게 말했다.

        

       “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

        

       다음날.

        

       [게임 회사와 전화 통화를 해 봤는데, 촬영해줄 수 있다고 하네요!]

        

       “아, 그렇습니까?”

        

       방송국 작가에게 전화가 와서 그런 말을 들었다.

        

       [네, 그쪽에서도 엄청나게 신기해했어요. 저희가 방송국 사람이 아니었다면 믿지 않았을 거라고 하네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피커 모드로 해두어 크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다들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저희는 일본으로 가는 겁니까?”

        

       [그건 방송국 높은 분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자세한 건 더 이야기가 진행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참 신났다.

        

       아마 이 사람은 신기한 일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 보다 자기가 일본으로 출장 간다는 사실에 더 신난 게 아닐까?

        

       하긴, 나라도 신나긴 하겠다.

        

       일 조금만 하고 나면 일본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할 수 있을 테니까. 방송국에서 일해본 적은 없어서 실제로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확실하게 쉴만한 시간이 있으리라.

        

       어디 보자. 밀레니엄 사 본사가 어디 있더라.

        

       도쿄 어디라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가보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야 당연하지!”

        

       클레어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는 천진한 표정.

        

       “좋습니다.”

        

       다른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우리가 돌아가게 되는 것은 방송한 뒤가 될 테니 일본 정도는 느긋하게 다녀와도 되겠죠. 가는 김에 우리 돈 써서 조금 더 있다가 돌아오도록 할까요?”

        

       “그거 좋네.”

        

       앨리스는 웃으며 말했다.

        

       “돈 많은 친구를 둔 덕을 보네요.”

        

       샤를로트가 조금 짓궂게 농담했다.

        

       “여기와는 다른 먹거리와 볼거리들이 있겠죠?”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하는 미아는 여전히 너무 귀여워서,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머리를 쓰다듬고 말았다.

        

       *

        

       우리 집에 와 촬영한 지도 조금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방송국에서는 일정을 서둘러 잡았다.

        

       정말 다행히 우리는 어디 회사에 다니는 몸은 아니었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잡아주는 일정에 우리 나름대로 며칠 정도 추가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미 지난번 제주도에 가기 전쯤에 여권을 미리 신청해 받아둔 것이 있었다. 평소에도 보통은 받는데 2주일은 걸리는데, 연말은 그 수요가 폭증해서 한 달씩도 걸린다는 모양이다.

        

       타이밍 좋게 받아둔 것이 다행이었다.

        

       “조금…… 신기하네.”

        

       앨리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크게 다른 건 없어 보이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새로워. 알고 있는 나라 안을 다니는 거랑은 또 기분이 다르네.”

        

       “간판만 봐도 다른 언어니까요.”

        

       게다가 일본은 자동차 다니는 방향도 한국과 반대 방향이고.

        

       호텔 밖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크게 다른 것을 못 느끼다가도 하나둘씩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 이곳이 다른 나라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꼭 매직아이를 보는 기분이다.

        

       우리가 일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네 시가 지난 시간이었고, 열차를 타고 도쿄에 왔을 때는 그보다도 시간이 더 지나있었다.

        

       당연히 일반적인 회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퇴근한 시간 뒤였다.

        

       뭐, 원래 이런 도시가 그렇듯 밤에도 남아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든 있겠지만, 그렇다고 방송국에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다.

        

       “밖에 잠깐 나가보시겠습니까?”

        

       내 말에 다들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들 눈을 반짝이는 것이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 저녁 식사는 했지만, 뭐.

        

       어차피 다들 활동량이 비현실적인 애들이 아닌가.

        

       조금 더 먹는다고 크게 탈 나지는 않을 거다.

        

       *

        

       여행 나가는 사람들의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단순히 바쁘게 움직인다, 느긋하게 움직인다는 분류법 말고.

        

       그 나라 사람들이 보통 먹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과, 비싼 호텔에서 비싼 음식을 먹으며 고급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모습은 어마어마하게 잘 사는 사람들의 모습보다는 일반적인 가정의 십 대 아이들의 모습이 자주 나왔으니까.

        

       물론 그게 완전한 현실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한국도 드라마와 현실 가정의 모습에 괴리감이 있듯, 만화와 현실의 모습은 그것보다 더 괴리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식당 같은 것은 거의 비슷하게 묘사되는 법이다.

        

       우리가 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하나에 다짜고짜 들어가자, 포장마차 주인은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는 꽤 젊은, 아마 여기 있는 아이들의 진짜 나이에서 열 살 정도밖에 차이 안 날 것 같은 그 주인장은 갑자기 몰려든 백인 소녀 무리를 보고는 어떻게든 영어로 소통해보고자 했으나—

        

       “라멘 다섯 개 주세요.”

        

       클레어의 유창한 일본어를 듣고는 잠깐 뇌가 정지한 모양이다.

        

       사실 우리가 정말로 일본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한국어가 번역되어 귀에 들리듯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혹시 일본인이신가요?”

        

       주인장이 깜짝 놀라 그렇게 물어보자,

        

       “아뇨, 한국인입니다. 우리 전부.”

        

       나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주인은 내 말이 농담인지 아닌지 매우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메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포장마차에서 파는 라멘은 돈코츠 라멘 하나뿐이었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는 냄비가 하나 있었고, 아마 거기 끓여서 팔다 보니 메뉴도 하나뿐인 모양이었다.

        

       거기에 차슈를 추가하면 추가금이 붙는 방식.

        

       날씨가 꽤 쌀쌀했다. 그래도 한국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역시 일본도 겨울이었다.

        

       그런 날씨에, 바깥의 작은 포장마차에서, 육수가 진하게 우려져 나온 라멘.

        

       이 얼마나 큰 사치란 말인가.

        

       뭐, 돼지고기 끓이는 냄새는 조금 났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일본에는 어떻게 오셨나요? 역시 관광?”

        

       주인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렇게 물었다.

        

       “일 때문에 왔어요. 방송 촬영이 있어서요.”

        

       앨리스의 대답에 주인장은 다시 긴가민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아이돌이신가요?”

        

       우리는 그 질문에 웃고 말았다.

        

       라멘은 맛있었다. 뭐, 사실 한국에서 먹던 음식과는 맛이 달랐고, 평생 이것만 먹으라고 하면 그러지는 못할 맛이긴 했지만, 그거야 입맛이 달라서 어쩔 수 없는 거고.

        

       어차피 일주일 여행 온 것이 아닌가.

        

       “맛있다!”

        

       미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다들 이런 냄새가 나는 음식들은 먹기 힘들어했었는데. 그래도 계속 서양 음식만 먹이지 않고 이것저것 먹으로 돌아다닌 것이 효과가 있긴 했던 모양이다.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우리가 진짜로 한국인인지 아닌지, 아이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외국인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 모양이었다.

        

       일본어 이렇게 잘하는 외국인은 본 적 없지 않을까 싶었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으려나.

        

       라면을 배부르게 먹고도, 우리는 근처 편의점에 들러서 이것저것, 처음 보는 것들을 잔뜩 사서 호텔로 돌아갔다.

        

       아, 정말.

        

       벌써 즐겁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제가 가본 유일한 해외 여행이 일본 여행이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거웠는데, 아마 그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평일 오후 조용한 시간대가 정말 즐거웠네요.

    다시 갈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그때 같이 갔던 친구들도 가정이 생기고 여자친구가 생긴 애들도 많아서, 만약 간다면 혼자 가게 되겠네요.

    아마 여럿이 갔을 때같은 왁자지껄한 즐거움은 못 느끼겠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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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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