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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3

        

       서늘한 기운이 흐르는 실내.

         

       모용연화는 나와 흑묘를 번갈아 보더니 가볍게 포권을 해 보였다.

         

       “검치호를 제압하시다니 대단한 활약을 하셨습니다.”

         

       “별 말씀을.”

         

       안부만 전하러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용건을 묻기 위해 나서려는 순간 흑묘가 날 제지하면 나섰다.

         

       “그런데, 고작해야 그런 축하 인사 한 마디 하기 위해 오신 것 같지는 않은데요?”

         

       흑묘의 물음이 모용연화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법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이리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진법 말인가요?”

         

       모용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문연 진법가님이 전달을 부탁한 서신을 개봉할 때, 저 역시 육성진이라는 표지를 보았지요. 그때는 육성진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랬겠지. 오성진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검치호와의 싸움을 보고 다섯 분께서 펼치는 진법이 오성진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서문연 진법가님이 제가 호천안 낭인님께 육성진을 전달하지 않으면 서신을 전달할 이유가 없다 고 말씀하신 뜻 역시 깨달았습니다.”

         

       모용연화는 자신의 검병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모용세가의 절기가 패도일휘검과 반연무월검을 번갈아 펼치는 쌍극패월검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겠지요. 이 천하에 모용세가만큼 기운이 급변(急變)하는 상황에 익숙하고 대처하는 요령을 갖춘 이는 드물 것입니다.”

         

       흑묘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아마 모용연화가 할 말을 짐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묘리를 오성진, 아니 육성진에 접목한다면 영물과의 교전 중, 시의적절하게 진법의 형을 변환하는 게 가능하겠지요. 서문연 진법가님은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저를 통해 호천안 낭인님께 육성진의 비서를 전달하신게 아닐까요?”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니 솔직히 방금 모용연화가 말한 답이 서문연의 의도 그 자체겠지.

         

       “그래서 모용연화 소저께서는 그 점을 알려주기 위해 달려와주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모용연화는 흑묘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도 저도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표정이랄까.

         

       …섬서분타에서 모용연화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개인적인 감정과 섬서분타의 재건.

         

       모용연화는 그 중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그 후자의 선택으로 인해 나와 모용연화는 또 다시 무림맹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육성진이라는 또 다른 갈림길에서 말이다.

         

       모용연화 입장에서는 머릿속에 복잡해 질 수밖에 없겠지.

         

       “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흑묘는 그런 모용연화의 망설임을 읽어낸 것일까. 축객령 대신 마치 떠 보는 듯한 말을 입에 담았다.

         

       흑묘의 물음에 모용연화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 새겨진 것은 뚜렷한 갈등이었다.

         

       단순히 나를 찾아오는 것과 육성진의 일원이 되어 나와 함께 행동하는 것은 그 의미가 전혀 달랐으니까.

         

       공을 세우기 위해서 우리와 합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모용연화는 이미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무림맹에 협조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모용연화가 공을 세우기 위해 진법에 합류한다 치더라도 우리와 함께하며 육성진을 꾸리기보다는 본가로 돌아가 모용세가의 삭풍대연진의 진법대에 합류하는 것이 옳았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모용연화에게 흑묘의 물음은 마치 이렇게 들렸을 것이다.

         

       당신은 대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이냐고.

         

       단순히 그냥 정보만을 전해 주기 위해 온 것인지 아니면 육성진에 합류하고자 하는 의지를 품고 온 것이냐고.

         

       모용연화는 눈을 감으며 간신히 대답을 입에 담았다.

         

       “지금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유보에 가까웠다.

         

       *** ***

         

       “뇌검낭인이 검치호를 잡았다고?”

         

       혈존의 반문에 혈인은 더욱더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혈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상세히.”

         

       “존명!”

         

       혈인의 설명을 들으며 혈존의 미간에는 점차 주름이 깊어졌다. 어떻게 출신성분이 다 다른 이들이 수준 높은 합격진을 연성할 수 있단 말인가? 고작해야 다섯 명. 그것도 뇌공에, 빙공, 도가 심법에 사파의 기운까지 아우르는 진법이 검치호를 쓰러트릴 수 있는 출력을 낼 수 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기에 내버려 두다가 적당한 때에 무림맹을 흔들 패로 사용하려고 했거늘 합격방진을 구성했다니.

         

       ‘내가 [호천안]의 그릇을 너무 얕보았던 것일까.’

         

       혈존은 고개를 흔들었다.

         

       썩어도 준치라 했다. 가능성이 닫힌 그릇이라 한들 남들보다 비범하니 무공에 빠른 성취를 보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예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호천안의 행보는 도무지 혈존이 예측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후계자가 되라는 권유 이후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

         

       누가 그 짧은 기간에 천하에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진법을 구하고 익혀서 검치호를 상대할 수 있는 어엿한 진법대를 구성하리라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냥 한 사람의 낭인에 불과한 이가 거대문파들이나 보유할 법한 합격방진을 형성하다니.

         

       영물과 거대문파들의 다툼에 개인이 변수로 떠오르다니 기가 막힌 일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제거해야겠군.’

         

       혈존의 머리에는 현재의 정국이 떠올랐다.

         

       현재 무림맹에 소속된 거대방파의 진법대들은 녹이 엉겨 붙어 검집에서 뽑히지 않는 보검과 같았다.

         

       녹이 잔뜩 슬었으니 그 녹을 모두 제거하고 예리함을 되찾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터였지만 반대로 말하면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보검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터.

         

       그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호천안을 빠르게 제거하지 않으면 일이 어디까지 어그러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호천안을 빠르게 판에서 밀어내기로 한 혈존은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호천안은 결국 거꾸러질 수밖에 없는 처지.

         

       그 체급이 커졌다면 호천안이 거꾸러질 때의 혼란 역시 커질 일이었다.

         

       ‘함정의 판을 키운다.’

         

       호천안 때문에 검치호라는 미끼가 무림맹에게 제대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면, 역시 호천안을 통해 그 손해를 벌충해야 하지 않겠는가.

         

       결정을 내린 혈존의 입에서 명이 떨어졌고.

         

       부복해 있던 혈인은 명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혈교의 검치호를 물리치고 보타문을 탈환했다.

         

       무림맹의 사기가 오르기에 충분한 소식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보타문의 탈환 건은 각지에서 벌어진 혈교의 습격 소식에 힘을 잃었다.

         

       무림맹의 말석, 말석이라고는 해도 충분히 절진과 무력대를 보유한 쟁쟁한 문파들이 몇 곳이나 습격당했고 그 습격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습격당한 문파들은 전력에서 제외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혈교를 막기 위한 핵심은 진법.

         

       아무리 무림맹에서 지원을 해 준다고 해도 문파의 무인들이 어디서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진법 숙련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으니 제자를 양성하고 진법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걸린다.

         

       습격당한 문파들이 입은 피해를 회복하고 어엿한 진법대를 꾸려낼 때 즈음이면 이미 무림의 운명은 결정이 난 뒤겠지.

         

       혈교의 영물들이 여러 문파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혈교가 이득을 본 것은 또 아니었다.

         

       천하 모두가 혈교와 혈교의 영물을 주시하는 판국에 어떻게 영물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을까.

         

       속속들이 혈교의 거점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암중 세력이었던 혈교의 정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었고 그 거점들을 중심으로 포위망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나와 일행들은 진법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대성.

         

       여일예를 중심으로 흐름을 변경한다. 진법의 형 중에서 가장 빠르고 기민하게 바꿀 수 있는 형은 단연코 대성이다.

         

       뭐 여일예가 진법 속에서 흐르는 기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대성으로 전환한 뒤 진법은 곧바로 새로운 형으로 변환된다.

         

       빙성.

         

       흑묘가 중심이 되는 빙성은 오행진에서 가장 자주 취하는 형상이다. 공격은 대성, 일성, 뇌성, 흑성 중 시의적절한 것을 고르면 되지만 아무래도 방어는 아무래도 빙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진법 치고는 기운이 그렇게 크지 않으니 효율적인 방어 수단이 아니고는 온전히 영물의 공격을 받아치기가 어려우니까.

         

       진법의 기운이 새로이 정렬된다.

         

       스스스!!

         

       온전히 빙성의 형상을 취한 직후 곧바로 다른 형으로 변환한다.

         

       일성, 뇌성, 흑성, 그리고 또 다시 빙성.

         

       구체적인 움직임보다는 그저 형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 훈련.

         

       “여기까지 하시지요.”

         

       기운을 계속해서 격렬하게 돌린 탓인지 모두가 땀범벅이가 되어 지친 얼굴을 한 일행은 각자 휴식을 취했다.

         

       나 역시 이마의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을 때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아까부터 알게 모르게 기웃거리던 모용연화가 다가왔다.

         

       “흥, 오늘은 또 무슨 핑계로 찾아오셨는지?”

         

       독고이설의 힐난에 민망한 표정을 지은 모용연화가 품에서 서신을 꺼냈다.

         

       “맹주께서 보낸 서신입니다.”

         

       “음. 고맙소.”

         

       “그럼, 저는 이만…”

         

       도망치듯이 떠나는 모용연화. 나는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모용연화는 요새 갖은 핑계를 대면서 우리들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모용서의 전언이나 이런 저런 일에 대한 문의는 기본이고 때때로는 술 마시러 사라진 모용모를 찾으러 왔다는 핑계까지 대곤 했다.

         

       “참으로 답답한 여자에요.”

         

       독고이설은 아무래도 갈팡질팡하는 모용연화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채 주변만 맴도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글쎄요…쉽지 않은 결정이겠지요.”

         

       반면 혁기린은 모용연화의 상황에 공감하는 모양이다.

         

       황권을 위하여 유야 공주의 삶을 포기하고 무림에 몸을 담은 채 점창파 대제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혁기린이다.

         

       분타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노력하는 모용연화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 모용연화의 행동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후우, 혁기린 소저야 본래 그런 분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흑묘 소저도 뭐라고 말을 해봐요.”

         

       “글쎄요. 전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흑묘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독고이설이 신음성을 흘렸다.

         

       “자 자, 그만들 하시지요. 무림맹주께서 보내신 서신의 내용을 읽어보는게 급하지 않겠습니까.”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고 생각한 여일예가 끼어들어 화제를 전환했다. 나 역시 무림맹에서 온 서신의 내용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

         

       나는 서신을 펼쳐 읽었다.

         

       서신을 읽은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감상이 떠올랐다.

         

       올게 왔군.

         

       무림맹에서 무슨 소식을 전해왔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일행들에게 입을 열었다.

         

       “서둘러 맹으로 복귀하라는 내용입니다.”

         

       무림맹에서 공세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며칠이나 연재분을 올리지 못한 점 고개숙여 사과드리겠습니다.

    미연재분은 연참으로 최대한 보충해보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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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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