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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3

       “허…….”

        

       우리의 일정은 바로 다음날에 있었다.

        

       어떻게 해야 회사 사람들이 우리 말을 믿어줄까 고민하다가, 우리는 그냥 여권을 보여주기로 했다.

        

       뭐, 이 사람들이 그 정보로 뭐 큰일 낼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어차피 방송으로 우리와 이 사람들이 만났다는 게 알려질 예정이니.

        

       “혹시나 해서 말씀드립니다만, 저희가 여러분을 보고 게임을 만든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다 같이 웃었다.

        

       그게 농담이라는 것을 아니까.

        

       다만, 농담인 것처럼 말하고는 있어도 동시에 선 긋기이기도 한 모양이다.

        

       정말로 문제가 될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소송이라도 걸면 회사 차원에서 얼마나 피곤해지겠는가.

        

       그렇다고 이미 몇 년 동안 쓴 캐릭터들의 이름을 바꿀 수도 없고.

        

       물론 우리는 그런 짓은 할 생각이 없지만.

        

       “게임은 언제나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든 주인공들과 이름이 같은 분들이 저희 게임을 좋아해 주시는 것도 신기하네요. 사실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만, 그 이름을 실제로 볼 줄도 몰랐고, 그 이름을 가진 분들이 이렇게 모여 사는 것도…… 참…….”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회사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수건으로 이마를 콕콕 찍어 땀을 닦았다.

        

       “특히 이 팬그리폰이라는 이름이 정말로 있을 줄이야.”

        

       그러게.

        

       그 이름만큼은 절대로 있을 법하지 않은 이름인데.

        

       실제로 언급이 되는 이름으로는 ‘팬드래곤’이 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게 실제 성씨로 쓰인다기보다는 어떤 호칭이라고 했던 것 같긴 한데…… 하긴, 게임에서도, 그리고 내가 살아본 아제르나에서도 처음에는 호칭이었던 게 성씨로 굳어졌다는 설정이니 대충 비슷한가.

        

       “기왕 이렇게 오신 것도 기념이니, 회사를 조금 견학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방송국 분들이 조금 과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이렇게 직접 보고 나니 도저히 안내를 해드리지 않고는 못 지나가겠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친절한 게 조금은 적응되지 않았다.

        

       이 사람이야 나를 처음…… 본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라 나 개인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모르고, 또 어떤 감정을 가질 수도 없었겠지만, 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내가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미친 듯이 물어뜯은 사람 중 한 사람이 이 사장이었다.

        

       ……일본 회사 사장이 한국의 사이트까지 하나하나 돌아다니면서 고소를 넣고 다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했던 일인데.

        

       양심이 좀 아팠다.

        

       이렇게 보니 그냥 성격 좋은 아저씨일 뿐인데.

        

       “…….”

        

       클레어가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보는 게, 내가 그 이후에 미처 지우지 못한 다른 글을 읽어본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클레어가 그걸 이 아저씨한테 말하기까지야 하겠냐만, 그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과 함께 있으니 조마조마했다.

        

       미안합니다! 정말로!

        

       나는 앞서가는 그 사장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그렇게 사과했다.

        

       *

        

       결국 메뉴가 꽤 괜찮게 나오는 회사 밥까지 얻어먹고, 방송에 내보낼 짧은 인터뷰까지 하고, 회사 안에 있던 각자의 캐릭터 클리어 파일에 성우가 직접 사인한 물건까지 받아서 나오고 말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혹시 저희 게임 시리즈를 좋아해 주시는 플레이어 관점에서,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으십니까?”

        

       회사 나가기 전,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렇게 말하는 사장을 보고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제르나 전기 차기작들이 한국에 동시 발매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마 그때쯤이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어 플레이하지 못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도 즐겼으면 좋겠다.

        

       그렇게 분탕을 치고, 내 마음대로 이야기를 조작하고 했어도, 결국 그 게임 시리즈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한 일이니까.

        

       ……아니, 인제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긴 하지만, 어쨌건.

        

       “알겠습니다. 그건 저희도 꽤 고민하던 이야기입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한국어판이 같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한 번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우리를 회사까지 안내했던 그 방송국 작가와 카메라맨은 우리에게 인사했다.

        

       “혹시 몰라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건데, 비행기 표나 숙소는 이미 따로 구하신 거죠?”

        

       “그렇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으니 걱정하지 않고 돌아가셔도 됩니다.”

        

       “아, 저희도 사실, 하루 이틀 정도는 더 지내다가 갈 예정이긴 해요. 그래도…… 역시 여러분은 따로 돌아다니시겠죠?”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작가는 미소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편집해서 방송할 날짜가 되면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아마 너무 오래 끌지는 않을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휴, 우리가 감사하죠.”

        

       그렇게 방송국 사람들과 인사하고 헤어져 걷고 있으려니, 잠시 뒤 클레어가 손가락으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왔다.

        

       “어때? 역시 마음이 아파?”

        

       그 말에 내가 클레어를 살짝 노려보았더니, 앨리스가 반응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앨리스의 질문에 클레어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있잖아. 언니가 그때 인터넷에 썼던 글.”

        

       “아.”

        

       앨리스는 곧장 클레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는 쓰게 웃었다.

        

       “거기 저 사장 아저씨 욕하는 글이 있었거든.”

        

       “……모르는 사람을 욕하는 글을 그런 공개적인 장소에 쓰고 다녔어요?”

        

       클레어의 손가락보다 샤를로트의 그 말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저도 그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으니까요.”

        

       “모른다고 그런 글을 써도 되나요?”

        

       샤를로트가 미간에 주름을 잡고 나를 보아서, 나는 더더욱 할 말이 없어졌다.

        

       “음…….”

        

       미아는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그 생각을 말로 꺼내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지.

        

       미아야말로 내가 그런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거다.

        

       시간을 돌렸던 때를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

        

       뭐라고 반박하건, 추한 방법밖에는 떠오르지 않아 나는 그냥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걸었다.

        

       *

        

       점심과 저녁 사이에 뭔가 더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어째 텐동을 골라 먹게 되었다.

        

       아니, 점심과 저녁 사이에 하나 더 챙겨 먹을 생각이면 그냥 가벼운 간식 같은 걸 먹는 게 낫지 않았을까?

        

       뭐, 텐동도 맛있긴 했지만.

        

       “그런데, 이거 이렇게 먹는 게 맞아?”

        

       앨리스가 작게 물어왔다.

        

       그러게.

        

       덮밥 형태로 나오길래 밥이랑 같이 퍼서 먹는 건가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먹으려니 조금 이상했다.

        

       특히 나는 닭고기 튀김이 올라간 텐동을 시켰는데, 이게 순살인 것도 아니고 닭 날개 튀김이 꼬치에 그대로 꽂혀있었다.

        

       “어…… 따로 먹는 게 맞을 겁니다. 아마도.”

        

       일본에서 먹는 거야 처음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래도 호기심에 몇 번 먹어보았다.

        

       거기서는 일단 튀김을 접시에 담은 뒤 밥을 잘 비벼서 먹으라고 되어있었다.

        

       “뭐, 어떻게 먹건 상관없지 않겠어요?”

        

       평소에는 이런 쪽으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샤를로트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우리는 이 사람들 눈에 ‘외국인’인걸요.”

        

       그건 그렇지.

        

       “그건 그렇네.”

        

       클레어가 웃으며 말했다.

        

       정작 클레어는 그런 걸 가장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굳이 그렇게 동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갈비탕이나 감자탕을 먹을 때도, 뼈가 붙은 고기부터 건져 밥과 함께 먹잖아요?”

        

       “아주 합당한 지적이었습니다, 미아.”

        

       미아의 말에 그렇게 대답했더니, 미아는 볼을 살짝 붉혔다.

        

       “어쩌면 먹는데 별다른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걸지도 몰라. 생각해보니 여기는 고급 레스토랑 같은 곳이 아니잖아.”

        

       미아의 말을 들은 앨리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우린 여행 온 거니까, 우리 식대로 즐기다 가면 되는 거야. 남들 피해만 안 주면 그걸로 된 거 아니겠어?”

        

       클레어는 젓가락으로 새우튀김을 간장에 콕 찍어 먹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요?”

        

       “번화가를 걸어보도록 하죠. 긴자라던가.”

        

       아마 일본에도 한국의 명동 같은 장소가 있을 거다. 외국인들이 엄청 많이 모이고, 그래서 정작 자국 사람에게 물으면 ‘거기가 우리나라를 확 들어내는 곳인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곳.

        

       하지만, 원래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은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넓은 곳에서 시작해, 좁은 곳으로 가는 것도 좋겠네요. 어떤 사람들은 일본에서 영화 같은 것을 보고 거기 나온 곳을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다고 합니다만.”

        

       “오, 정말? 그러면 밤에 영화라도 볼까? 호텔 근처에 극장 하나 있었지?”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기려는 클레어를 보고, 우리는 모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무 늦어버려서 죄송합니다ㅠㅠㅠ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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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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