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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4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해요! 화령 씨 요리 실력으로는 절~대 클리어 못 할 테니까!]

       

       내 도발에 걸려든 엔리는 결국에 내기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엔리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본인이 한창 무림을 떠돌 적에 매일 같이 하던 것이 정파 나부랭이들의 혈압을 올리는 것이었는데 엔리가 본인의 세치혀를 어찌 견디겠는가.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대신 이상한 거 쓰지 말고 정석으로만 해야 해요!]

       

       “이상한 거라니. 본인은 본인의 힘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쓸 생각이 없다만?”

       

       방송을 보았다면 알지 않은가. 본인은 스스로의 고집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상관 없겠네요! 자 빨리 약속하세요!]

       

       엔리가 무얼 걱정하는 것인지는 알겠구나. 본인이 파이스를 상대할 때 그랬던 것처럼 규칙을 비틀 수도 있다 생각한 것일 테지.

       

       참으로 신용이 없구나.

       

       본인이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인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만 입은 은혜가 있고 개인적인 연이 존재하는 그대에게까지 패악질을 부릴 정도는 아니다.

       

       “알겠다. 약속하마.”

       

       그러니만큼 이런 약속이 없어도 부정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만서도 그대가 이를 바란다면이야 기꺼이 약속을 해주도록 하마.

       

       – 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럼 조건을 정하죠. 나중에 딴 말 안하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엔리는 내기의 상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읊기 시작했다.

       

       다소 뜬금없이 나온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 줄줄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런 일을 한 두 번 한 게 아닌 모양이구나.

       

       – 역시 내기(패배) 전문가 엔리.

       – 그래도 이번엔 이길 수 있을 듯.

       – 제 발로 지옥에 굴러 떨어지는구나.

       – 화령이 이 게임을 깰 수 있을 리 없잖아.

       – 혹시 암? 시간을 박아서 어떻게든 깨버릴지?

       

       – 엔리는화형이딱이야!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 내기에 추가로 이긴 사람한테 100만원. 콜?]

       

       “흠?”

       

       후원으로 날아든 글귀를 읽은 나는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가 없어서 미간을 찌푸린 채 그 글귀를 다시 한 번 읽었다.

       

       “…100만원이란 것이 현실의 돈 100만원을 말하는 것인가?”

       

       – 엔리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회장님! 대체 왜 화령님 방송에 후원을 하시는 건가요! 제 방송에 해주셔야죠!]

       

       – 엔리는화형이딱이야!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치만 엔리 방송 꺼져 있는 걸.]

       

       “거. 다급한 건 알겠다만 이 곳은 내 방송이다. 후원을 이용해 서로 떠들지 마라.”

       

       방송의 주인공은 방송을 하는 자여야 한다 알려준 것은 엔리 그대이지 않은가. 그런 그대가 내 방송을 점거하려 들면 어쩌자는 것인가.

       

       – 저 분 또 거금 쏘시네.

       – 판 커진다!

       – 불구경 꿀잼.

       

       뭐어. 그건 그렇다 치고. 엔리의 반응이나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았을 때 저 자는 평소에도 저리 씀씀이가 큰 자인 모양이구나.

       

       현실의 돈이 얼마나 많기에 백만원이라는 거금을 용돈 주듯 가벼이 내걸 수가 있는 것인지.

       

       – 화령조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도 소소하게 10만원 만 보탤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야. 일 커진다. 이거 가볍게 못 넘기겠는데?]

       

       – 꾸르으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제 둘 중 하나는 뒈지는 겨.]

       

       – 엔리는화형이딱이야!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콜?]

       

       “으음. 딱히 돈을 걸고서 내기할 생각은 아니었다만.”

       

       이래서야 본인과 엔리의 내기가 아니라 대결의 양상을 띄게 되지 않나.

       

       저를 보고서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엔리에게서 통화가 걸려 왔다.

       

       여태까지 후원으로만 이야기를 하더니 돈을 보고서 생각이 바뀐 게냐?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주신다는 게 받아야죠!”

       “허어. 실로 속물적이구나.”

       “아뇨! 이런 거 현실적이라 그러는 겁니다!”

       

       – 엔리는화형이딱이야!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차피 화령이 클리어하면 축하금으로 줄 돈이었음. 내기 싫으면 안 해도 ㄱㅊ]

       

       “뭐에요! 화령씨! 쫄았어요? 쫀 거에요?!”

       “…처음 내기를 하잔 말에 껄끄러워 한 것은 그대이지 않았던가?”

       

       – 돈미새 ㄷㄷ

       – 백만원 준다는 데 돈미새 해야지.

       – 아무튼 보는 입장에선 꿀잼이네.

       – 아무나 이겨라! 아무나 좆되라!

       

       채팅창의 분위기나. 흥분한 엔리만 보아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듯 하구나.

       

       생각해보면 본인의 입장에서 크게 나쁠 것은 없다.

       

       저 내기를 받아들이면 판이 커질 터이고 그럼 본인의 수중에 더 많은 돈이 쏟아질 터 아니더냐.

       

       본인이 금전적인 욕심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주겠다는 돈을 마다할 정도로 금욕적인 인간은 아니다. 이런 기회를 내버릴 이유는 없지.

       

       또한 화령냥이를 건 엔리와의 협상도 물 밑에서 진행하면 그만이다.

       

       모든 논의가 방송을 킨 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도 또한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정말 괜찮겠느냐? 엔리? 이럼 그대가 져야 할 짐이 더 커지기만 할 터인데?”

       “무슨 말씀을! 화령님께서 받을 벌칙의 크기가 커지는 거겠죠!”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이야. 알겠다. 내기를 받아들이도록 하지.”

       

       – 엔리는화형이딱이야!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콜.]

       

       “회장님! 마음만큼이나 씀씀이가 크시군요! 엔리엔리는 회장님의 배포에 반해버렸어요!”

       

       후원이 날아들자마자 간드러진 목소리를 내는 엔리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엔리의 방송을 보며 이 녀석이 후원을 받을 때 이러한 표현으로 감사를 전함은 알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혼자일 때의 이야기이지 않은가.

       

       나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치 망설임 없이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이 녀석에게는 수치심이라는 게 없는 것인가?

       

       “…뭐에요! 화령 씨!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에요!?”

       “아니. 그대의 반응이 너무도 극적이라.”

       “이건 스트리머로써 당연한 소양이라고요! 자! 화령 씨도 감사하다고 해야죠! 저렇게 많은 돈을 후원해 주셨는데!”

       

       – ㄷㄱㄷㄱㄷㄱ

       – 완전 기대중.

       – 어떤 리액션이 나올까.

       

       – 감다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한테 질 수 없잖아!]

       

       엔리가 호들갑을 떰에 따라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난리가 났다.

       

       본인이 방송을 그리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 생각한다만 그래도 작금의 분위기정도는 읽을 수 있다.

       

       평소 본인이 하던 것처럼 담백하게 감사를 표하면 분명 난리를 칠 것이야.

       

       엔리와 시청자들의 빈정거림을 상상한 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서 고민을 해보았다.

       

       재밌는 것을 보여준다 하고 서버가 터는 것을.

       

       아니지. 이랬다간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본인을 죽이려 들겠군. 그렇다면 살짝 가면을 써보도록 할까.

       

       담배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은 후 눈을 감고서 얼굴의 근육을 조정한다.

       

       무인의 몸이 아니라도 인간의 육신에 있는 근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 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쯤 하면 되었단 생각이 든 순간 눈을 뜬 나는 방긋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평소보다 높고 부드러우며 낯간지러운 목소리를 냈다.

       

       “많은 후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덕분에 저와 엔리의 대결이 한 층 더 흥미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먼 과거 억지로 주입당한 의례에 따라 정중한 목례를 건넨 나는 다시금 본래의 얼굴로 돌아와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이 정도면 만족하느냐?”

       

       – ㅁㅊ.

       – 방금 그거 누구?

       – 와. 영화에 나오는 양반집 규수 같았음.

       – 연기 진짜 개쩐다.

       

       “진짜 쩌네요. 화령님 연기 폭이 대체 얼마나 넓은 거에요?!”

       “본인이 눈에 담았던 것이라면 거의 다 흉내 낼 수 있지”

       

       하나만 하면 재미없으니 특별히 하나를 더 해주도록 할까. 지금 방송을 보는 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것이라면.

       

       흠. 그래. 이거면 괜찮겠군. 연기를 입 밖으로 낸 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서 목소리를 살짝 낮췄다.

       

       “ㅍ…파이스다냥! 응원 너무 고맙다냐아아아!”

       

       – ???

       – 아닠ㅋㅋㅋ

       – 파이스가 어쩌다 이런 동네북이 됐을까.

       – 근데 진짜 개 똑같은데?

       

       – 영도변기단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머임? 영도 열린 거 아니었음? 졸다가 깨서 달려왔는데 아니네?]

       

       얼마 전 파이스 녀석이 벌칙을 받으며 했던 소리를 따라해 보았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흐음. 이런 것을 좋아하는가. 다음부터는 한 번 신경을 써보아야겠구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혹시 다른 것도 가능할까요?]

       

       “미안하지만 여기까지하겠다. 이제 쉴만큼 쉬었으니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지.”

       

       엔리 그대도 마찬가지다. 이만 떠나가도록 하라. 이제 이 곳은 본인과 본인이 만들 요리만이 도사리는 자리가 될 터이니.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언제부터 요리가 본업이었음?]

       

       “얼마 전부터다. 지금 본인은 요리사거든.”

       

       – 천마천마야. 그게 무슨 소리니.

       – 손님을 실험대로 쓰는 요리사가 있다?

       – 천마님! 저희 마교는 어쩌시고!

       

       “신교를 마교라 부른 순간 그대는 이미 탈락이다. 좀 더 조사를 하고 글을 쓰도록.”

       

       헛소리를 하는 시청자를 보고 손을 휘휘 내저은 나는 메뉴를 열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란 버튼을 눌렀다.

       

       자아. 안 그래도 슬슬 요리에 대한 감을 잡아가던 참이다. 엔리 그대는 본인이 실패하는 모습만을 보고서 스스로가 이길 것을 확신했겠지.

       

       허나 현실은 다르다. 본인이라는 인간은 대기만성을 하는 요리사일지어니.

       

       수많은 실패 속에서 경험을 쌓은 본인은 결국 성공에 도달해 웃음을 짓게 될 것이야.

       

       *

       

       ‘이 어디가 미디움인가! 보라! 여기에 벌건 색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고함소리에 잠에서 깬 엔리는 입가에 흐른 침을 닦아내며 몸을 일으키다 허리의 통증을 느끼고 앓는 소리를 했다.

       

       흐아악. 허리 아파! 왜 잘못된 자세로 잠에 들었냐고 허리가 날 질책하고 있어!

       

       다시금 책상에 엎드린 엔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분명 아라 씨가 슬로우쿡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그 분을 놀리러 갔다가.

       

       아라 씨의 도발에 당해서 내기를 수락했다가.

       

       우리 방송 회장님이 판 깔아 주시길래 아라 씨 설득해서 그거 받아들이고.

       

       공짜로 몇 백만원이 들어오게 생겼단 사실에 싱글벙글하다가.

       

       아라님이 슬로우쿡 1장에서 37번째 실패를 한 것을 보다가…

       

       여기에서 기억이 끊긴 걸 보면 그대로 뻗었었나보네.

       

       지금 시간이.

       

       히에엑. 나 책상에 엎드린 채로 여섯 시간을 잔 거야?

       

       그러니까 허리가 찢어질 것처럼 아프지.

       

       안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허리 조심하라 그랬었는데.

       

       어제 많이 피곤하긴 했어.

       

       아라 씨한테 끌려가서 도저히 못 먹어 줄 볶음밥을 시식하다.

       

       그대로 아라씨를 따라 다른 세계를 구경하다.

       

       다시 돌아와서 바로 방송을 킨 거니까.

       

       이미 방송 시작 버튼 누를 때부터 체력적으론 한계였어.

       

       편집자가 당일 휴방 공지 올리면 자기도 사표 낸다 그러지만 않았어도 그냥 휴방하고 푹 잤을 텐데.

       

       이거 완전 횡포야. 사장님한테 건강보다 방송이 더 중요하다 그러는 부하직원이 어딨냐고.

       

       어느새 허리 통증이 약해진 엔리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모니터를 살폈다.

       

       …아라 씨는 지금 아직 2장을 진행 중이신가.

       

       어찌저찌 1장을 클리어하긴 하셨나보네.

       

       하긴 내가 잠들기 직전에도 성공각은 수도 없이 나왔으니까.

       

       아라 씨가 괴상한 실수를 하도 많이 저질러서 다 무산 되어 버렸지만.

       

       엔리는 1장 클리어를 실시간으로 못 본 게 아쉽다 생각을 하면서 아라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번에 하시는 건 스테이크인가. 저거 빡세지. 굽기 약간만 차이나도 바로 컴플레인이 들어오니까.

       

       “…왜 잘 하시지?”

       

       엔리는 아라가 요리를 진행하는 걸 보고서 고갤 갸웃거렸다.

       

       기이한 일이었다.

       

       아라가 요리를 잘 하고 있었다.

       

       고기의 밑준비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무쇠 팬의 온도 조절.

       

       고기를 뒤집는 것.

       

       적절한 순간에 버터와 향신료를 넣고 향을 입히는 것.

       

       이외에도 그녀는 요리를 하는 기계처럼 작업을 수행해 보였다.

       

       그 결과 만들어진 스테이크는 엔리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었다.

       

       “뭐야?”

       

       방금 내가 일어났을 때 요리 실패해서 손님한테 투정 듣는 중이셨잖아!

       

       왜 잘 하시는 건데!

       

       엔리의 이런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애리카가 등장함에 따라 해소되었다.

       

       ‘고생했어. 방금 그 진상 고기 굽기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더라.’

       ‘하. 그럴 줄 알았다. 어디서 본인의 감각을 속이려 드는 것인지.’

       

       “…에에엑?!”

       

       아라 씨가 실패한 게 아니었단 말야?!

       

       대체 내가 자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기에 도달할 때까지 괴식을 먹어야 했던 NPC들에게 애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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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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