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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4

    <444 – 착한아이가 될 수 없어>

     

    집사 파시블이 나도 모르던 백그라운드 설정을 줄줄이 내뱉는 탓에 졸지에 있는 줄도 몰랐던 집사장에게 복수를 하기로 천명하게 되었다.

    그래도 정황상 조나를 물 먹인 나쁜 놈이 맞기는 한 것 같으니 까짓것 겸사겸사 복수하지 머!

     

    “그런데… 당신 정도 되는 아가씨가 정말로 이 사실을 몰라서 저를 불러내었던 겁니까?”

    “넹?”

    “그 이사장의 딸을 자처하고 재단에서도 이례적인 수석장학생 신분인 당신이라면 어디까지 그 눈이 닿아있을지 재단집사인 저조차 가늠되지 않습니다.”

     

    파시블 집사님이 인간형으로도 다 감추지 못한 푸른귀화를 두 눈에서 빛내며 의구심을 드러내었다.

     

    “혹시 모든 진상을 알고도 제가 스스로 깨닫도록 상황을 유도하신 것 아닙니까?”

    “제가요? 왜요?”

    “본의는 아니지만 제가 키운 최고의 걸작 샤를로테 아가씨가 조나의 첫 번째 아가씨를 궁지에 몰아붙이는 데 이용당한 것은 사실.”

     

    파시블 집사님은 자신의 수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의 복수에 쓰일 칼로 저를 고른 겁니다. 시험장에 불려와 육신을 앗아간 것은 당신 나름의 복수. 수인들까지는 손을 대지 않은 것은 이들이나마 지키고자 한다면 언데드가 되어서라도 충성을 바치라는 배려의 탈을 쓴 협박 아닙니까?”

    “그런 어려운 말은 몰라요!”

    “후후. 그렇겠죠. 공식석상에 이미 이름과 얼굴을 알린 당신이 순순히 약점을 인정할 수는 없을 테니 시치미를 떼야 할 겁니다. 이 자리에서 속 시원하게 수긍할 거라고는 스스로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날개 달린 수인 삼인방이 날개를 펼쳐 제 주인의 허리나 다리를 감쌌다.

    꼭 나쁜 사람한테 협박당하는 부모를 지키려는 아이들처럼.

    파시블 집사는 그런 아이들을 달래듯이 슬며시 날개를 거두도록 밀쳤다.

    수인들은 엉엉 울면서 더욱 매달렸고 갑자기 분위기가 나만 나쁜 뇬이 되었다.

    왜지…?

     

    “오크노디가 너무했어!”

    “힝. 내가 멀 잘못했다고 그래.”

    “맞아. 오크노디는 나쁘지 않아.”

     

    즈앙이 나를 두둔했다.

    역시 베스트프랜드!

    믿고 있었다구!

     

    “오크노디는 정당한 복수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야. 친족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관련인의 숙청 및 식솔을 인질로 붙잡은 협박을 탓하면 안 돼.”

     

    …역시 악성향프랜드!

    감싸준 건 알겠지만 왠지 내가 더욱 나쁜 뇬이 된 것 같애!

     

    “티토는 아직 고인물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난 나쁘지 않았어. 내가 한 일은 감독관님을 아카데미에 한 번 와줬으면 한다고 초대한 것뿐인걸!”

     

    그래도 티토소가의 표정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크노디 수강생의 말이 맞아.”

     

    보다 못한 사다코 교수님이 정리에 나섰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교수와 재단간부를 이용했다고 해도 이 남자가 언데드가 된 건 결국 자신이 약했기 때문이야. 남의 약함까지 오크노디 탓은 아니지.”

    “너무해…”

    “그게 현실이야.”

     

    왠지 사다코 교수님의 정리로 내가 나쁜 뇬이 맞다고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기분이 드는데… 에이 설마. 기분 탓이겠지?

     

    “아무튼 저는 당신의 바람대로 복수를 위한 칼이 되겠습니다. 우리 귀여운 미소녀들의 목숨도 걸려 있고, 샤를로테의 안전도 걱정이 되니까요. 언데드가 되어 생사여탈권도 사다코 교수에게 빼앗겼으니 제게는 순순히 항복하고 협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시구나.”

    “그래서, 다음으로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집사장 암살은 참아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아직 쓸모가 많습니다. 무의미한 버림패로 내던지면 아쉬울 날이 찾아올 겁니다.”

     

    집사의 간청에 엉엉이들이 방향을 바꿔서 내 앞에서 벌러덩 엎드려서 배를 드러내었다.

     

    “죽엉.”

    “우리도 부탁한다고 했엉. 집사가 죽는 건 싫엉.”

    “감독관님을 살려주신다면 저희들 또한 당신의 복수를 위한 칼이 되겠습니다. 부디 한 번만 관용을 베풀어주십시오.”

     

    지령을 보낸 당사자면 죽일 생각이었지, 진범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된 지금은 당연히 죽일 생각은 없다.

     

    “그럼 돌아가서 밖에서 하던 일이나 마저 하세요!”

     

    집사의 눈에 안도의 감정이 차올랐다.

     

    “제가 오크노디 님의 칼이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숨죽인 채 기다리라는 말씀이군요. 제 여생에 유예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칼집에 채워진 칼처럼 지령을 내리실 때까지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네 목숨의 소유권은 나한테 있는데.”

     

    사다코 교수님의 참견에 파시블이 즉시 고개를 조아렸다.

     

    “그 또한 명심하고 있겠습니다. 혹여나 제 신변에 벌어진 이상이 발각되더라도 그 원인은 사다코 교수님에게 있으며 오크노디 아가씨와의 연결고리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겠습니다.”

     

    사다코 교수님이 불만족스럽게 나를 돌아보았다.

    할 말이 굉장히 많으신 눈치였다.

     

    “오크노디. 꼭 돌려보내야해?”

    “넹?”

    “카타콤의 관에는 빈자리가 많아.”

     

    교수님이 슬며시 욕심을 보였다.

     

    “연성마법을 잘 쓰는 언데드를 교관으로 부려먹고 싶어.”

     

    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복수대상도 아니고 이제 용무도 끝났는데.

     

    “교수님 마음대로 하세요.”

     

    흥이 식어서 차분하게 대답하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사다코 교수님이 파시블 집사님을 돌아가도 좋다고 순순히 풀어주었다.

    사다코 교수님이 제 발로 찾아온 실험체를 돌려보내다니, 살다보니 별 일도 다 있네!

     

    [당신은 재단에서 불러낸 집사를 이용해서 시험의 가장 위험한 구간을 날로 먹었습니다.]

    [공포유발 경험치+20]

    [겁주기 경험치+20]

    [협박 경험치+20]

    [무서운아이 경험치+5]

     

    [연좌제를 빌미로 수인아가씨들을 몰살하거나 언데드로 만들지 않고 순순히 살려주었습니다.]

    [착한아이 경험치+5]

     

    [사다코 교수님의 잔혹한 마수로부터 가엾은 집사를 해방시켰습니다.]

    [설득 경험치+30]

    [착한아이 경험치+10]

     

    [<모험가의 지형적응> 중간고사의 최고난이도 도전에서 최고점 기록달성 및 신속통과 보너스로 3만8500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영향력 있는 강자의 앞에서 복수를 선언하며 공증을 받았습니다. 칭호 <복수선언>을 습득합니다.]

     

    ━━━

    *복수선언* : 당신은 여러 사람의 앞에서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집사장>을 향한 복수를 선언했습니다. 선언을 지켜본 이들이 당신이 복수를 포기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이날의 선언은 당신에게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칭호장착효과 : 복수대상을 향한 모든 판정보정치 100 증가

    -칭호보유효과 : 복수대상을 향한 모든 판정보정치 10 증가

    ━━━

     

    으엣.

    이걸 이렇게 얻게 되네.

    복수선언은 플레이어에게 유명한 망조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칭호다.

    아카데미 학생이 누군가에게 복수를 할 일이 뭐 얼마나 있겠어?

    친구가 죽거나 크게 다쳐서 아카데미에서 리타이어하기 전까지는 그럴 일은 보통 없지.

    그래서 복수선언을 얻은 회차는 플레이어가 애지중지 키우던 주변NPC를 잃어버린 소위 말하는 억까를 당해버린 뒤에 주어지는 억까위로금으로 불린다.

    노름판에서 이긴 사람이 다 털린 호구들에게 차비나 삼으라고 주는 개평이라고 할까?

     

    “오크노디. 너무 화내지마. 난 잘했다고 생각해! 부엉이수인들이 얼마나 불쌍했어.”

    “나 화 안 났어!”

    “앗 미안. 내가 눈치 없게 괜히 말해서. 그런 셈으로 치자. 아자아자 파이팅!”

     

    기운 넘치게 조명대를 번쩍 들고 응원하는 티토소가가 괜히 얄밉다.

     

    “사탕 먹을래?”

    “밤에 단 거 먹으면 안 돼.”

    “보라색은 쓴 맛 나는데.”

    “아아아, 내일 시험과제를 깜빡했어!”

     

    티토소가가 두 배 빠르게 걸으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즈앙이 옆에서 물었다.

     

    “얼마나 써?”

    “많이?”

    “하나만 줘.”

     

    사탕을 받은 즈앙이 집게로 사탕을 받더니 범죄현장에서나 쓰일법한 지퍼백 시료봉투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안 먹어?”

    “나중에 후기 들려줄게.”

    “먹을 걸로 장난치면 안 돼!”

     

     

    * * *

     

     

    “그렇게 됐어요. 복수는 조금 더 미뤄주세요!”

     

    개인실로 돌아와 파란만장한 하루일과를 들려주자 2대모자씨, 아니 앨리스 선배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내일부터는 꼭 날 데리고 다녀.”

    “왜요?”

    “아무리 봐도 오해를 증식시키고 다니잖아. 그런 식으로 원한을 사고 다니면 오래 못 살아.”

     

    단명한 자신의 육신을 떠올렸는지 앨리스 선배가 부쩍 침울해보였다.

    난 괜찮은데.

    그래도 선배는 불쌍한 사람이니까 불우이웃을 돕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알았어요. 내일부터는 선배 쓰고 다닐게요!”

    “그런 말투부터 잘못됐어. 어감이 이상하잖아.”

    “선배를 쓰고 다니는 게 어때서요? 실제로도 모자잖아요.”

     

    그런데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앨리스 선배.”

    “왜.”

    “선배는 모자가 됐잖아요.”

    “응.”

    “그럼 모자가 몸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의 몸으로 치면 저는 선배의 어느 부위랑 머리가 닿아있는 거예요?”

     

    앨리스 선배가 소리 없이 경악했다.

     

    “생각하지 마. 상상하지 마. 묻지도 마. 알았어?”

    “힝. 그래도 궁금한데.”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니면 착한아이가 될 수 없어.”

     

    그럼 어쩔 수 없지.

    착한아이는 속으로만 생각하겠습니다!

     

    “빨리 자. 내일은 더 힘들잖아.”

    “저 내일 무슨 일 있어요?”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시험이 기다리잖아.”

    “아.”

     

    그건 좀 빡세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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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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