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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5

       “말도 안 돼. 아라 씨가. 아라 씨가 요리를 잘 할 리가 없어!”

       

       갑작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기 버거웠던 엔리는 이런저런 가설을 세워보았다.

       

       지금 저기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라가 아니라 아라의 대역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나.

       

       자신을 골리기 위해 시청자들과 아라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나.

       

       아라가 자신의 권능으로 요리재료를 협박해 강제로 맛있어지게 만들었다던가 하는 괴악한 생각들을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했던 모든 생각이 헛되고 헛된 헛소리일 뿐임을 깨달은 엔리는 엉망진창이 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서 다시금 의자에 앉았다.

       

       아무리 부정한다 한들 지금 눈 앞에서 멋들어진 요리를 하는 아라가 현실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엔리를 끔찍한 재앙으로 이끌 것은 지금 엔리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수많은 시청자와 아라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결말로 내달리고 있을 지어니.

       

       지옥에 내던져지더라도 판결문 정도는 받아야겠다 생각한 엔리는 아라가 어떻게 저런 요리 실력을 지니게 되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엔리의 방송 게시판을 찾았다.

       

       화령의 터게더.

       

       본래부터 어느 정도 규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지난 아라의 기습 휴방 이후로 한층 더 세를 더해 이제는 충분히 커뮤니티라 부를 수 있을 이용자를 지니게 된 곳.

       

       아라가 가끔씩 살펴본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활동을 하는 곳.

       

       엔리는 터게더에 들어가서는 즉시 인기글을 찾아보았다.

       

       여기에 거주하는 짓궂은 사람들이라면 분명 아라가 처참하게 실패하는 모습과 그 처참함에서 어떤 식으로 성장을 거두었는지 알려줄 테니까.

       

       어디 보자. 내가 방송을 보다 뻗었던 시간이 분명…

       

       아. 여기다. 아라 씨가 이런 식으로 하면 맛있을 거 같다며 기상천외한 시도를 했다가 1장 클리어 직전에 실패했던 순간.

       

       [아니 저 인간 왜 저러는 건데!]

       

       세 손님만 더 보내면 클리어잖아!

       

       그냥 하던 대로 하면 클리어잖아!

       

       왜 갑자기 창작욕이 솟구쳐서 괴식을 만드는 건데!

       

       – 즈블 르스프 뜨르흐르그으으!

       

       –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 허허. 이 친구 많이 화났네.

       

       – 1장 클리어만 보고 잘 생각이었는데. 이러다 클리어 못 보고 출근할 것 같아.

       

       이 때가 새벽 세 시.

       

       아라 씨가 1장 클리어 하는 거 보고 이제 시작일 뿐이란 도네이션을 하고 잘 생각이었는데 눈 앞에서 계속 실패를 해서 결국 중간에 잠들어버렸지.

       

       같은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 하는 게 실례라는 건 아는데. 이거 진짜 일부러 실패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니까.

       

       아라 씨가 그럴 성격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성공 직전에 자기만의 레시피를 추구하는 건 너무하잖아!

       

       으으. 일단 짜증은 접어 두고 아라 씨가 어떻게 진행했는지 알아보자.

       

       일단 1장을 클리어 한 시점부터 시작해서.

       

       [저렇게 성공할 거면 왜 앞에 실패했던 건뎈ㅋㅋㅋ]

       

       아닠ㅋㅋ

       

       이상한 짓 안 하고 그냥 하던 대로만 해도 1장 클리어 할 수 있잖아ㅋㅋㅋ

       

       바로 다음에 성공할 거면 왜 괴상한 시도를 한 거냐곸ㅋㅋㅋ

       

       – 저기 괜찮으시죠?

       

       – 빡치다 못해 실성한 거 같은데.

       

       – 솔직히 이건 화령 잘못이다. ㅇㅇ.

       

       – 아. 성공했다고 의기양양한 표정 짓는 거 겁나 열 받아. 더 짜증나는 건 클리어 한 거 보고 현실에서 찐텐으로 환호했다는 거야.

       └ ㅋㅋㅋ

       └ 난 씨발 소리 박았다가 집사람한테 뭐하냔 소리 들었어.

       └ 나는 축하 후원 쏘고. 생각해보니까 꼴 받아서 화내는 후원도 쐈는데.

       └ 너도 그랬냐?

       

       “아니. 네? 제가 뻗고 나서 다음 판에 바로 성공했다고요?”

       

       말이 안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엔리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잔혹했다.

       

       아라는 일부러 엔리를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가 현실에서 뻗어버리기 무섭게 바로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아래에 달린 댓글에 따르면 여러 사람들이 화가 나서 훈수를 하는 통에 자신의 자아를 버렸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그건 엔리에게 자그마한 위로조차 되지 못했다.

       

       대체 난 무엇을 위해 그 때까지 방송을 보고 있었던 걸까.

       

       살짝 짜증이 난 엔리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로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러 화제글을 살폈다.

       

       [그래도 성장했으니까 2장에선 좀 나아질거라 생각한 내가 바보지.]

       

       이제 대충 요리하는 방법을 알 것 같대서 2장은 쉽게 깰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새 메뉴가 추가되자마자 또 헤매는 거임?

       

       도대체 왜?

       

       스테이크 굽는 게 그렇게 어렵나?!

       

       – 기대하니까 배신당하는 거다 좌. 오늘도 연전연승.

       

       – 진짜 일부러라니까.

       

       – 이 와중에 파스타 주문 들어오면 또 존나 잘함 ㅋㅋㅋ. 미치겠다 진짜.

       

       – 그냥 슬로우 스타터라고 생각해.

       

       – 슬로우 스타터는 중간에 자기 좆대로 음식을 만들지 않는데요.

       

       흐응. 2장 시작 때 또 초기화가 되셨나보네.

       

       하긴 2장 시작 때부터 잘하셨으면 여섯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2장을 붙잡고 계실 리가 없지.

       

       고기 굽기 맞추는 게 좀 어렵긴 하지만 그걸 빼면 크게 까다로운 것도 없으니까. 2장까지는 아직 튜토리얼 느낌인 걸.

       

       [화령님. 우린 그걸 웰던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안 쪽까지 갈색으로 구워지다 못해 약간 검은기까지 도는 고기를 미디움이라 주장하는 아라의 영상.>

       

       – 무림의 미디움은 저런 건가.

       

       – 대체 무림은 어떤 마경이지?

       

       – 무림에 대한 음해를 멈춰주세요! 무림의 음식은 멀쩡합니다!

       

       [시즈닝을 저렇게 해도 괜찮은 거야?]

       

       <고기를 소금으로 매장하다 한 소리를 듣고 투덜거리는 아라의 모습.>

       

       – 괜찮으면 혼나고 있겠냐.

       

       – 화령 이 사람 진짜 너무 중간이 없어.

       

       – 이거 또 깨는데 한 여섯 시간 걸리겠네.

       

       – 출근했다가 돌아와도 아직 이거 하고 있겠지?

       └ ㅇㅇ. 맘 편히 갔다 와.

       └ 화령한테 훈수 둘 돈 벌고 옴.

       

       [아니 손님을 협박하면 어쩌자는 거야.]

       

       <컴플레인 거는 손님을 협박해서 강제로 문제 없단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화령.>

       

       – 얼굴 시뻘개져서 따지다가 화령이 인상 찌푸리자마자 창백해지는 거 개웃겼음ㅋㅋㅋ

       

       – 진상 대처는 저렇게 하면 되는 구나.(메모.)

       └ 화령만이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도망쳤다가 애리카한테 따졌나보네. 애리카가 또 화령 혼낸다.

       └ 또 짤렸네.

       └ 또 짤렸어?!

       

       2장 초반부의 글들은 1장 때 그랬던 것처럼 하나 같이 아라 씨의 처참한 실패담 뿐이네요.

       

       아라 씨가 멋들어지게 요리하는 것만 봤던 제 입장에선 믿기 어려운 이야기 뿐.

       

       영상이 남아있는 게 아니었더라면 아라씨를 음해하려는 수작인가 의심했을 것 같아요.

       

       [와. 진짜 감 잡았나?]

       

       방금 전부터 고기 굽기 관련해서 실수 한 번도 안 한 것 같은데?

       

       – 화령치고 너무 배움이 빠른 것 같은데.

       └ ㄴㄴ. 화령 원래부터 맛 빼고는 빠르게 감을 잡았음.

       └ 파스타 때도 맛 내는 게 처참해서 그랬지 다른 건 잘했었잖아.

       

       생각보다 빠르게 감을 잡으셨나 보네요.

       

       채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칭찬 글이 올라온 걸 보면.

       

       근데 왜 여태까지 2장을 넘기지 못하신 걸까?

       

       굽기 조절하는 거 빼면 크게 어려운 부분 없지 않나?

       

       [아. 또 창작하려고 그러네.]

       

       그냥 시킨 것만 하라고오오오. 제바아아알.

       

       [이러면 맛있지 않을까?]

       

       <완성된 스테이크 위에 특제 마늘(범벅) 소스를 뿌리는 화령.>

       

       – 아 또 리트야?

       

       – 저건 한국인도 거르겠는데.

       

       – 환웅도 동굴에서 저 소스 먹으라 그랬으면 탈주했음.

       

       [화령의 괴식 스파이럴.]

       

       이상한 요리를 만들다가 실패한다. -> 자꾸 혼나고 훈수 듣다 보니 자아를 죽인다. ->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진다. -> NPC와 시청자들이 칭찬한다. -> 자존감이 올라가서 자신의 생각을 요리에 첨가한다. -> 이상한 요리를 만들다가 실패한다. -> (반복)

       

       – 팩트)다.

       

       – 화령이 12시간 동안 한 방송 내용 요약이네

       

       – 여기서 자아 죽이는 시간이 길면 클리어 하는 거임?

       

       – 즉, 화령이 게임을 클리어 하게 만들기 위해선 칭찬을 하면 안 된다는 건가.

       

       – 크윽. 우리는 억까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지만 화령님을 위해선 어쩔 수 없어!

       

       …왜 실패했나 했더니 또 다시 창작욕이 도지신 건가요.

       

       아라 씨. 레시피를 무시하고 이럼 좋을 것 같다면서 온갖 것을 추가하셨군요.

       

       아라의 과감한 도전 때문일까. 그 후로 얼마간 아라의 터게더는 그녀의 고집에 대한 비토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때때로 그녀의 요리 실력이 외에 다른 내용도 존재하긴 했지만 기껏해야 한 두 개 뿐.

       

       [오늘 화령 도네 리액션 좋다.]

       

       무슨 톤으로 고맙다고 해달라 그러면 어지간한 건 해주니까 너무 재밌음.

       

       – 연기력 진짜 장난 아냐.

       

       – 화령 현실 연기자 설.

       

       – 진짜 한 순간에 표정 바뀌는 거 소름 돋지 않아?

       

       – 왜 매지컬 화령은 안 해주는 걸까…

       └ 몰라서 물어 보냐?

       └ ‘단가’

       └ 단가 맞춰도 안 해준다던데.

       └ 그냥 그거 보고 싶으면 화령이 슬로우쿡 실패하길 빌어라.

       

       [요리 못 하는 거 빼면 화령 거의 주방 에이스 급인데?]

       

       칼질 잘함. 재료 손질 정확하고 빠름. 멀티 태스킹 겁나 잘함. 기억력 좋아서 주문 안 헷갈림. 카리스마 있어서 주방 사람들 휘어잡을 수 있음.

       

       – 근데 결정적으로 요리를 못하잖앜ㅋㅋ

       

       – 요리 빼고 다 잘하는 요리사라니.

       

       – 막내 최적화 인재네.

       └ 대신 뭔가 요리 할 때마다 컴플레인 만들어냄.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러냐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그냥 하던 대로 하라며. 온갖 짜증을 게시판에 쏟아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터게더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즌 31312호 감 잡았다 선언.]

       

       또 개같이 실패할 예정.

       

       – 대체 오늘만 감을 몇 번 잡는 거야.

       

       – 이젠 잡을 감도 다 떨어졌겠다.

       

       [? 왜 진짜 잘함?]

       

       뭐임? 왜 실수 없이 깔끔함?

       

       – 설레발 ㄴ.

       

       – 중간에 창작욕 추가하는지 지켜 봐야 함.

       

       – 원래 가끔씩 잘했어.

       

       [아니. 진짜 감 잡은 거 같은데?]

       

       바로 2장 점심시간 넘겨버렸잖아. ㄹㅇ. 미쳤다.

       

       – 아니 여태까지 진짜 일부러 못한 척 연기한 거였냐고 ㅋㅋ.

       

       – 불 다루는 거 봐. 졸라 간지난다.

       

       [화령령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흑흑. 여태까지 자기가 화령이라고 주장하는 괴인이 방송을 점거중이었다고요.

       

       그거 보기 너무 힘들었어요.

       

       – 둘 다 동일인물 아님?

       └ 어허.

       └ 눈치 챙겨라.

       

       – 화랑 령이 서로 자아를 두고 싸우기라도 하는 건가 ㅋㅋ

       

       – 그치. 이게 화령이지. 내가 원하던 건 이런 거였어!

       

       여태까지의 실패가 고의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령이 깔끔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스테이크의 굽기. 간. 여러 애드리브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그녀의 모습은 오랫 동안 주방에서 근무해 온 이름있는 셰프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 지경이었다.

       

       [‘왜 갑자기 이렇게 잘 하냐고?’]

       

       ‘말했잖으냐. 이 스테이크란 요리를 어떻게 하면 좋은 지에 대해 깨우쳤을 뿐이다. 본인이 괜히 여태까지 온갖 시도를 해본 줄 아느냐?’

       

       ‘파스타란 요리에 감을 잡을 때까지 오래 걸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좀 시간을 들였을 뿐인 게야.’

       

       ‘이제는 감을 잡았으니 바로 2장을 통과할 수 있을 듯 하구나.’

       

       – 캬. 간지.

       

       – 천세천세천천세!

       

       – 저 여유로운 미소 너무 사기야 ㅋㅋ.

       

       – 그 비난! 환호성으로 만들어버렸다!

       

       영상 속 아라의 발언에 시청자들은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엔리는 도저히 기분 좋게 웃을 수가 없었다.

       

       지금 아라 씨가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면 감을 잡기만 하면 무슨 요리든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는 것은 즉.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에 따라 다를 뿐 제가 패배하는 것은 확실시 되어 있다는 거고요.

       

       절망적인 현실을 깨우친 엔리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던 중.

       

       맨 위에 새로운 인기글이 올라왔다.

       

       [님들. 한 가지 잊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요.]

       

       3장이랑 4장 가면 새로운 요리 겁나 많이 추가되는 거 아시죠?

       

       나중에 요리 장르도 바뀌는 데 그거 화령님이 적응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릴지 ㄷㄷ.

       

       – 아 씹. 겁나 눈치 없네.

       

       – 지금 다들 즐기는 거 안 보이냐?

       

       – 찐.

       

       – 찬 물 끼얹지 마라.

       

       – 아니 그냥 사실 알려준 건데.

       

       “…그래요. 맞아요. 결국 이 승부는 아라 씨가 저보다 높은 기록을 거두느냐 아니냐의 승부잖아요.”

       

       만약 아라 씨가 성공하기 전에 제가 먼저 이전에 클리어 하지 못했던 슬로우 쿡을 클리어 한다면?

       

       이거 각이다.

       

       내기에서 이기건 지건은 상관 없이 조회수가 잘 뽑힐 각이야!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엔리는 즉시 아라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녀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라는 그 제안을 한치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할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해보라는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각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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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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