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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5

    <445 – 훔쳐보기>

     

    파시블 예프와 수인 3인방은 보안술식이 새겨진 카드를 목에 걸고 아카데미 교정을 거닐었다.

     

    “모처럼 합법적으로 잠입한 아카데미입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조금 더 둘러보고 가는 편이 본전을 뽑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감독보좌는 너무 깐깐해. 엄격근엄행정계츤데레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래선 인기가 없다고?”

    “시끄럽습니다. 그러는 감독관님도 플라잉 스켈레톤 주제에 인기를 논해봤자입니다.”

     

    서로에게 상처뿐인 딜교를 주고받은 감독관과 감독보좌는 이 건으로는 화제를 삼지 말자고 암묵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본신의 육체를 되찾을 방법은 생각해보셨습니까?”

    “소생주문을 받으면 되지. 언데드를 사람으로 되돌리는 유일한 마법이니까.”

    “천문학적인 금화가 필요할 겁니다.”

    “언데드는 남는 게 시간인데 뭐.”

    “…너무 늦지는 마십시오. 오래 사는 수인이라고 영생을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하. 기대에 부응하도록 힘낼게.”

     

    언데드가 되어도 마음마저 얼어붙지는 않았다.

    몸의 형태가 변한다고 영혼의 성질까지 변하지는 않는다.

    감독관의 변치 않는 모습을 확인하자 까망은 마음이 포근해졌다.

     

    “죽엉.”

    “싫엉.”

    “하하. 까망만 저를 독점한다고 우리 엉무새들이 질투를 하는군요. 그래도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패배로부터 배움을 얻어야 같은 패배를 반복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죽엉?”

    “이런 무서운 곳에서 뭘 배울 수 있냐고 물었엉.”

    “어제 체험한 데스필드에서는 <고통감지기>를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사다코 교수에게 직접 물어보고 확인된 정보입니다.”

     

    시험이 끝난 뒤, 그는 약간의 억울한 마음을 담아서 항의를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시험은 너무했습니다. 1학년은 절대 통과할 수 없는 시험으로 저를 함정에 빠뜨리다니요.

    -제대로 깰 수 있게 준비했어.

    -그 미친 시험을 말입니까?

    -언데드들이 죽었던 방식으로 고통을 주면 저항하지 못하고 굴종해. 너흰 그 방법을 무시했어.

    -원래 생령에게 고통을 주었던 사인은 피해야 하지 않습니까? 생령이 더 화가 나서 폭주하거나 재생속도가 빨라질 텐데요.

    -고통보다 공포가 더 크면 돼. 그러니 너희도 일지에 적힌 집사들이 사용하던 차임벨을 울리면서 다가가면 손쉽게 라이프코어를 습득할 수 있었어.

    -!!

     

    공략법은 제대로 준비되어 있었다.

    운이 없다면 그들을 사지로 내몰았던 오크노디가 막장공략으로 너무 빨리 라이프코어가 저 밖에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

    덕분에 그들 또한 일지를 충분히 탐색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사실이었다.

     

    “착실하게 공략법을 따르면 사지나 다름없는 데스필드 공략을 1학년도 감당할 수 있지만 지레짐작으로 상식대로만 행동하면 고학년도 감당 못 할 지옥이 펼쳐지는 시험이었죠. 이 나이를 먹고 가르침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과연 아카데미의 교수가 대단하기는 하더군요. 하하.”

    “…그래도 난이도가 너무 높습니다. 솔직히 다른 교수들도 이 정도면 재단이 아카데미를 주적으로 삼은 이유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차라리 삼대거악의 다른 축으로 손꼽히는 제국을 적으로 돌린 혁명가나 유일신을 적으로 돌린 만신의 대리인이 해볼 만하겠다 싶을 지경이었다.

     

    “힘으로 상대하려 든다면 고전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는 인간 아닙니까. 지혜를 발휘하면 대적도 무너뜨릴 수 있죠. 그 첫 걸음으로 오늘은 견학을 통해 오크노디와 아카데미 교수들의 위험성을 더욱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오크노디… 그 섬뜩한 심계를 지닌 다크프린세스가 순순히 약점을 보여주겠습니까?”

    “어제도 몸소 체험했다시피 이 아카데미의 교수들의 수준은 대단히 높습니다. 염탐하다보면 반드시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기회가 찾아올 겁니다.”

     

    파시블의 호언장담은 둘째 치고 교수들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까망도 금방 알 수 있었다.

     

    ━━━

    [상급반 마나증진 강의]

    -화요일 목요일 1교시 9시~11시

    -교수 : 디오게네스

    -상급반 공통, 필수

    ━━━

     

    디오게네스 교수는 황당하게도 새카맣게 탄 다양한 종류의 숯들을 강의장에 놓고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 숯들을 이용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마나를 증가시켜라. 유의미한 상승치가 발생한 시점에서 합격, 시험을 포기하면 그 시점에서 불합격이다.”

     

    힉셍들은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숯을 들고 이것저것 이상한 짓거리들을 시작했다.

    여럿이서 숯을 하나로 모아 불을 붙여 캠프파이어를 하거나, 온몸에 숯검정을 바르거나, 일부는 잘게 쪼개어 주워 먹기까지!

    멀쩡한 사람이라면 당장 응급실에 실려 가고도 남을 짓을 하면서도 신기하게도 학생들은 마나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대체 무슨 학대를 해왔으면 학생들이 저런 미친 짓을 주저하지도 않고 저지르는 겁니까?”

    “하하. 재단이 괜히 아카데미에 장학생을 파견하겠습니까. 다 저런 걸 보고 배우려고 하는 겁니다.”

    “말 안 듣는 조직원에게 숯을 먹이려고…?”

    “마나가 늘어나는 방법 말입니다. 물질에 변성이 일어날 정도의 열로 빚어진 숯에는 마나가 깃들어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숯을 분해한다면 그 안에 깃든 마나가 해방되죠.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만 있다면 세상만물을 전부 이용해서 마나를 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강의입니다.”

     

    불가능을 모르는 남자 파시블 예프는 디오게네스 교수의 본성주의 가르침이 지닌 핵심을 단숨에 간파해내었다.

    그것이 자신들을 향한 학대에 가까운 수련이 될 것임을 짐작한 엉무새들은 정색하며 말했다.

     

    “죽엉.”

    “싫엉.”

     

    오크노디라면 어떻게 이 시험을 넘어설까.

    소문으로는 오크노디는 돌도 먹는다던데 석탄도 먹지 않을까.

    당연히 석탄을 먹는 학생들과 동참하리라 여겼던 오크노디는 석탄을 먹는 카시아를 말리고 있었다.

     

    “으엑. 카시아, 그걸 왜 먹어요?”

    “넌 돌도 먹잖아.”

    “이론상 스탯석이나 마나석탄이나 비슷하긴 한데 이건 효율이 다르잖아요! 먹지 말고 흡수를 해야죠.”

     

    황당하게도 석탄을 먹는 학생들을 혼내며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석탄으로부터 마나를 쭉쭉 뽑아내는 모습을 보고 파시블 예프는 깨달았다.

     

    ‘재능이 없으면 특별한 추출법을 몰라도 석탄을 먹기만 해도 훈련이 되겠군!’

     

    없는 재능을 개화하고자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보단 석탄을 먹이고 마나만 소화시킨 뒤에 죽지 않는 선에서 몸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더 가성비가 좋겠어.

    파시블의 마음이 극악한 방향으로 기울었음을 직감한 엉무새들이 부리로 쪼듯이 입으로 살을 마구 깨물었다.

    물론 언데드가 된 파시블 예프는 하하 웃어대며 웃어넘겼다.

     

    ━━━

    [상급반 마하바라타의 가르침]

    -화요일 목요일 3교시 14시~16시

    -교수 : 마하바라타

    -상급반 공통, 필수

    ━━━

     

    마하바라타 교수는 아카데미의 몇 안 되는 상식인답게 비상식적인 시험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미 많은 시험으로 고통받는 여러분에게 더한 고통을 드리기는 그렇군요. 그래서 이번 시험은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생각합니다.”

    “우와아!”

    “마하바라타 교수님 만세!”

    “여러분은 2시간 동안 푹 쉬면서 유서를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교수님??”

    “아시겠지만 아카데미의 가르침은 학년이 오를수록 더욱 가혹해집니다. 목숨이 걸린 시험을 치를 때마다 혹여나 소생불가능한 사망을 맞이하면 보호자나 가정, 친지에게 남길 유서를 전송하는데 매번 시험이 시작하기 전에 유서를 쓰는 건 비효율적이지 않겠습니까. 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합시다.”

    “우와아…”

    “마하바라타 교수님 만세…”

     

    나중에 쓸 유서를 미리 쓰는 시험시간!

    패잔병 무리처럼 침울한 학생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유서를 쓰는가 하면, 자신은 절대로 죽지 않을 거라고 백지를 놓고 팔짱을 낀 학생도 있었다.

    오크노디는 한술 더 떠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배낭에 집어넣고 있었다.

     

    “오천아저씨. 유서 안 쓸 거면 종이 저 주세요!”

    “오우. 내 것도 종이비행기로 접을 거냐?”

    “넹!”

    “그놈의 종이비행기 질리지도 않고 접어대는구나!”

    “용사한테 던질 비상용 종이폭격기는 하나라도 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특히나 유서용 종이는 안전하게 전달되기 위해 특수제작 된 종이를 사용해서 폭격기로 사용할 때의 효율이 좋아요!”

    “…너한테 내 유서종이를 주는 게 맞나 모르겠네.”

     

    파시블 예프가 웃는 얼굴로 엉무새들을 돌아봤다.

     

    “죽엉.”

    “싫엉.”

     

    유서 따윈 절대로 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표명에 파시블이 하하 웃었다.

     

    “엉무새들은 왜 괴롭히고 그러십니까? 체통 좀 갖추십시오, 감독관님.”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여기까지야 손쉽게 참관할 수 있었지만 다음 강의가 문제군요.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은퇴한 전직용사. 참관요청도 거부당했고 염탐도 쉽지 않을 겁니다. 세계제일의 도적이니까요. 생각은 있으십니까?”

    “물론 있습니다.”

     

    ━━━

    [은퇴한 전직용사와 세계의 거악들]

    -화요일 목요일 4교시 16시~18시

    -교수 : 디스트로이어

    -모험학부, 전공

    ━━━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당대용사 이슈타르.

    버서커 헤스티아.

     

    상급반 학생 중에서 손꼽히는 강자 세 명만이 듣는 강의를 엿볼 기회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강의를 엿본 뒤에는 아카데미를 바로 떠나야 할 겁니다. 연금마법은 가치 있는 제물을 바칠수록 강한 효과를 얻는 마법. 저는 <오늘 이후, 앞으로 1년간 인간의 마음을 가질 권리>를 연금마법의 제물로 바칠 겁니다.”

    “!!”

    “그러니 까망, 죽엉무새, 싫엉무새. 세분을 지켜드리면서 염탐할 여력은 없습니다. 안전한 곳에서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까망은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엉엉 엉겨 붙는 두 엉무새들을 데리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감독관의 뜻을 이리도 잘 알아주니, 까망은 역시 좋은 감독보좌였다.

    그렇다고 감독보좌의 유능함에 어리광을 부리며 모든 일을 다 떠넘길 수는 없다.

     

    ‘오크노디도 언제 변심해서 우리를 죽이려 작정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오크노디를 몰아붙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교수의 시험에서 오크노디를 난처하게 만들 방법을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평상시보다 월등히 강력한 연금마법을 펼친 파시블 예프는 디스트로이어의 결계 제 1범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그의 손이 닿는 범위부터 마나파장이 물결치듯이 잔파동을 일으켰다.

     

    <연금마법>

    <파장동화>

     

    디스트로이어 교수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존재를 감지하고자 펼치는 마나파장과 동일한 파장을 제 몸을 중심으로 형성해서 발산한다.

    파장의 변화가 없는 한, 결계 내에 발을 들여도 디스트로이어는 이변을 알아차릴 수 없다.

    평상시의 마나제어술로는 엄두도 못 낼 상승의 묘리를 펼쳐내고 나서야 간신히 발을 들일 수 있는 강의실이니 파시블 예프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전대용사 디스트로이어는 대체 학생들에게 어떤 시험을 낼까?’

     

    그 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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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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