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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5

       여행 기간을 일주일이나 잡아두었기 때문일까?

        

       하루 정도는 늘어지게 쉬다가 나와도 될 것 같았다.

        

       3박 4일 정도의 일정이었다면 당연히 아침 일찍 알람까지 맞춰두고 행동했겠지만, 일주일씩이나 되니까.

        

       게다가 돌아가더라도 느긋하게 지낼 수 있고.

        

       “얼굴이 행복해 보이네요.”

        

       “행복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내가 침대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채 그렇게 대답하자, 샤를로트는 피식 웃었다.

        

       어젯밤에는 방을 바꿔서 잤다.

        

       아무리 그래도 호텔 이불을 옆방까지 가지고 가 바닥에 누워 자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차라리 침낭이라도 산다면 모를까.

        

       평소에 나는 앨리스, 클레어와 행동하는 편이었기에, 어제는 샤를로트와 미아와 함께 밤을 보내보았다.

        

       두 사람은 내 예상대로 전혀 시끄럽지 않았다.

        

       앨리스와 클레어가 자주 투덕거리며 싸우느라 함께 있으면 꽤 왁자지껄한걸 생각하면 거의 반대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

        

       생각해보니 앨리스는 황녀였고, 클레어도 어느 정도는 황녀라고 할 수 있는 위치인데, 그냥 백작가 딸인 미아가 훨씬 조용하네.

        

       “이제 슬슬 일어나는 건 어떨까요? 벌써 점심시간인데요.”

        

       샤를로트는 이미 옷을 다 입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미아도 마찬가지였다.

        

       “……앨리스와 클레어는 어떻습니까?”

        

       “사실, 우리 네 사람은 함께 주변을 돌아보고 오는 길인데요.”

        

       “오전 내내 말씀이십니까?”

        

       “오전 내내요.”

        

       그건 조금 놀랄 일이었다.

        

       클레어라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방으로 찾아와 나를 흔들어 깨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제가 계속 주무시게 두자고 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앉자 미아가 말했다.

        

       “그렇습니까?”

        

       “네. 그…… 너무 편안하게 자고 있어서.”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숨도 안 쉬는 줄 알고 깜짝 놀랐을 정도네요.”

        

       샤를로트는 옆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당신의 표정 중에서, 가장 긴장을 놓고 있는 표정이었죠.”

        

       음…….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한다. 아제르나에서 나는 언제나 긴장하고 있는 편이었으니까.

        

       시간을 돌려서 자는 시간을 늘리거나, 휴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몸을 쉬어도, 시간을 돌리고 나면 그 피곤함이 다시 돌아온다.

        

       그나마 치유되는 쪽은 정신적인 안정 정도.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보탬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 눈에 가장 자주 보였을 나의 모습은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었으리라.

        

       나는 양손을 앞으로 쭉 내밀면서 기지개를 켰다.

        

       “덕분에 요 몇 년 사이에 가장 깊게 잠들었던 것 같습니다. 뭐랄까, 상쾌하네요.”

        

       명상이니 뭐니 하며 잠을 줄이고도 멀쩡한 법을 터득했지만, 결국 가장 쉬기 좋은 방법은 푹 자고 일어나는 것이었다.

        

       아무런 위협도 없는 곳에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잘 수 있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 행복 그 자체다.

        

       “그거 다행이네요.”

        

       샤를로트의 대답을 들으며 나는 이불을 걷고 옆으로 나와 섰다.

        

       *

        

       “오, 언니, 일어났네.”

        

       “잘 잤어?”

        

       호텔 로비에 먼저 내려와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얼굴 정말 좋아 보이네. 그동안 많이 피곤했나 보다.”

        

       “제 주변 사람 중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미아뿐이니까요.”

        

       앨리스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자 미아가 볼을 부풀려서 나는 작게 웃었다.

        

       “그럼, 오늘은 뭘 하고 놀까요?”

        

       “검색해보니까, 근처에 에그타르트가 맛있는 집이 있다더라. 그것만 파는 건 아닌 것 같고, 다른 빵도 이것저것 파나 봐.”

        

       클레어가 그렇게 말하며 미아를 보는 걸 보니, 그 검색을 한 사람은 미아인 모양이었다.

        

       “그럼 한 번 가볼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빵집에 들러 빵을 먹고, 거리로 나와서 그냥 보이는 곳 아무 데나 가 길거리 음식을 사다 손에 들고 돌아다녔다.

        

       거리를 걷다가 처음 보는 공원이 나오면 가서 사진을 찍고, 골목도 괜히 한 번 들어가 보고.

        

       조금 특이하게 생긴 신사가 있으면 들어가 한 바퀴 돌기도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 신나게 즐기며 돌아다녔는데도, 몸이 지치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어딘가 계속 회복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찌들어있는 때가 빠지고, 비로소 그 안의 하얀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은.

        

       “…….”

        

       거리를 걷다가, 문득 멈춰서자, 앞서가던 아이들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이 시간도 분명히 흘러가고 나면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만 남겠지.

        

       세월이 흐르고 나서, 사진으로 찾아보더라도 이날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할 거다.

        

       그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너무 예뻐서.

        

       네 사람이 서 있는 그 모습을 눈에 새기려는 듯, 나는 가만히 보고 있었다.

        

       “언니?”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클레어였다.

        

       “거기서 뭐 하고 있어?”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비아?”

        

       샤를로트가 의문을 표하고,

        

       “혹시 다리가 아프면 조금 쉬었다 가실래요?”

        

       미아가 제안했다.

        

       코트 주머니 안에 손을 쿡 찔러넣은 채 말없이 네 사람을 보고 있던 내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렸다.

        

       “아닙니다. 그냥 보고 싶어서 보고 있었을 뿐이에요.”

        

       내가 다시 걸어서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자, 클레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얼굴은 언제나 보고 있잖아.”

        

       “그렇죠.”

        

       클레어의 말에 괜스레 그렇게 대답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굳이 더 말해주지는 않았다.

        

       언제 한 번이라도, 다시 이렇게 다 같이 올 수 있을까.

        

       그때는 내가 저쪽 세상에서 사귄 모든 친구를 다 데리고 와보고 싶은데.

        

       너무 욕심이 큰 걸까.

        

       뭐, 상관없다.

        

       어차피 사람은 뭐 하나 가지고 나면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존재니까. 나도 그런 사람이고.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욕심을 욕할 사람은 없겠지.

        

       조금은 차가운 도쿄의 밤은 연말 아니랄까 봐 반짝반짝 빛났다.

        

       아마 내 주변의 이 네 사람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

        

       그렇게 일주일을 느긋하게 보내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비행시간은 두 시간이라지만, 정말로 딱 비행시간이 두 시간일 뿐, 도쿄에서 공항까지 가는 시간, 그리고 출국, 입국 수속을 마치는 시간, 공항에서 길을 헤맨 시간이나 버스 타고 돌아온 시간까지 다 하면 그 시간은 배로 늘어난다.

        

       여독이 쌓일 수밖에.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클레어는 거실을 향해 돌진했다. 현관에서 거실로 들어가는 통로는 꺾여있어서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털썩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 것을 생각하면, 아마 소파에 뛰어든 것이 아닐까.

        

       “클레어, 짐 풀어야지.”

        

       아파트 현관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10대 소녀 네 사람과 캐리어 다섯 개가 함께 있으니 말도 안 되게 북적였다.

        

       “나중에 풀자~ 나중에.”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클레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앨리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솔직히, 나도 얼른 거실에 이불을 펴고 바로 누워버리고 싶었다.

        

       “훗.”

        

       “응? 갑자기 왜 그래?”

        

       침대를 두고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이 괜히 웃겨 혼자 웃음소리를 냈더니 앨리스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캐리어 손잡이를 착착 접으면서 말했다.

        

       “그럼, 일단 짐부터 풀까요. 클레어도 가방을 가져다 앞에 두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하죠.”

        

       샤를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게 여차저차 정리를 마치고 이불을 깔고 누울 수 있었던 건 한 시간쯤 뒤였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다른 나라에 있었다는 게 실감이 나질 않아.”

        

       “오고가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죠.”

        

       클레어의 말에 샤를로트가 말했다.

        

       “벨부르와 아제르나는 국경을 접하고 있고, 건물 양식도 공유하는 부분도 많으니까. 중간에 그렇게 긴 바다로 가로막힌 것도 아니니, 넘어갔다 와도 아주 큰 감흥은 없지.”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엔 아예 아제르나에서 지내기도 했으니까요.”

        

       앨리스의 말에 샤를로트가 맞장구쳤다.

        

       “저 같은 경우도 그래요. 벨부르와 국경을 마주한 곳이 고향이라서요.”

        

       따지자면 비행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갔다 왔을 때와 비교할 수 있으려나. 거긴 따지자면 아제르나 땅이긴 했지만.

        

       잠깐, 다들 천장을 보면서 침묵에 잠겼다.

        

       “저쪽 세상으로 돌아가면.”

        

       입을 연 사람은 클레어였다.

        

       “이번에 그랬던 것처럼, 다 같이 여행 한 번 가자. 방학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그거 재미있겠네요.”

        

       샤를로트가 웃었다.

        

       “응. 분명히. 아무런 걱정도 없는 여행이 되겠지.”

        

       앨리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는 듯 말했다.

        

       “기왕이면 이것저것 볼거리도, 먹을 것도 많은 곳이었으면 좋겠네요.”

        

       미아는 솔직하게 자기가 바라는 것을 말했다.

        

       나는 구태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침묵이 감돌았다. 누구 하나 말소리 하나 내지 않던 가운데, 조용히 숨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 미아일까.

        

       그 숨소리를 시작으로, 한 사람씩 잠으로 빠져들었다.

        

       몇 시간의 여행을 마치고 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숨소리를 듣고 있었더니, 나도 뒤늦게 노곤한 감각이 몰려왔다.

        

       눈꺼풀은 진즉에 무거워져 닫혀있었다.

        

       “…….”

        

       그 기분 좋은 피곤함의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나는 왠지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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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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