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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6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발언에 정지된 사고가 마침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가동된 그의 머리는 용선아를 정신 상태를 의심했다.

         

       ‘제정신인가?’

         

       혹 얼음 속에 너무 오래 갇혀 있어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은 아닐까.

         

       그러한 백우진의 시선을 이해한 듯, 그녀가 쓴웃음 지으며 미리 선수쳤다.

         

       “내 정신은 온전하니 그런 시선은 거두게.”

       “크흠.”

         

       너무 노골적이었나.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백우진.

         

       그러다 어느 정도 머릿속을 정리한 뒤,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수행신주와 제수천류를 가져가려거든 따님과 혼인해라, 이 말씀이십니까?”

         

       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용선아.

         

       “바로 그 말일세.”

       “어, 음.”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그…, 혹시 모르십니까? 제게 혼인할 여인만 무려 셋이 넘는데….”

       “잘 알고 있네.”

       “…….”

         

       잘 안단다.

         

       알면서도 그런 제안을 건넸단 말인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는 의문.

         

       그러자 그녀가 웃는 얼굴 그대로 말을 잇는다.

         

       “면면들도 화려하지 않나. 제갈세가, 사천당가, 흑천도가…, 그야말로 정파와 사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가문들의 여식들만 잘도 골랐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백우진을 향한 소문 중에는 비방도 더러 섞여 있다.

         

       그가 무림을 집어삼키기 위해 귀한 가문들의 여식들만 골라서 혼인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시였다.

         

       그야말로 미치고 펄쩍 뛰게 만드는 소문이었다.

         

       그녀들이 명문가의 자식이든, 농사꾼의 자식이든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말이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삼천포로 빠져버린 생각을 빠르게 되돌리는 백우진.

         

       지금 중요한 문제는 그쪽이 아니었다.

         

       “그걸 알면서도 따님을 제게 주시려는 겁니까?”

         

       제아무리 능력 있는 사내가 삼처사첩을 두는 것이 흠이 되는 세상은 아니라곤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북해빙궁과 같은 대문파에서 굳이 여인 많은 사내에게 딸을 보낼 이유 따위는 더더욱 없지 않나.

         

       백우진의 생각은 그러했으나, 용선아의 생각은 달랐다.

         

       “여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내로서 검증되었단 뜻 아닌가?”

       “…검증이라고요?”

       “그렇네. 인격적으로든….”

         

       말끝을 흐린 그녀의 시선이 백우진의 아래로 슬그머니 내려간다.

         

       “사내로서든 말일세.”

       “…….”

         

       말문이 턱 막혀버린 백우진.

         

       잘못 본 것일 터다.

         

       아래쪽에 자리한 제 소중한 부분을 내려다보는 그녀가 혀로 입술을 핥는 것은.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는 포식자 앞에 순한 양 한 마리가 된 듯한 기분에 몸이 떨린다.

         

       그런 그의 모습에 쓴웃음을 흘리는 용선아.

         

       “후후…, 내 말이 자네에게는 조금 이상하게 들렸겠군.”

         

       그녀가 말을 잇는다.

         

       “자네도 들어봤는지 모르겠군. 북해빙궁의 여인들은 하나 같이 피부가 하얗고, 예쁘다는 얘기 말일세.”

       “…들어봤습니다.”

         

       중원에 퍼진 북해빙궁의 소문 중에서 가장 널리 퍼진 소문 아닌가.

         

       실제로 당도한 북해빙궁은 소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인들은 하나 같이 피부가 아기 피부처럼 살결이 곱고 하얬으며, 외모 또한 뛰어났다.

         

       “허면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

       “이유라면….”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

         

       중원과 북해빙궁.

         

       무엇이 그리도 다르기에 이러한 차이점이 나타나는가.

         

       이에 대한 답 또한 백우진은 알고 있었다.

         

       “음기 때문인 것으로 압니다.”

         

       바로 음기(陰氣) 때문이다.

         

       사시사철 얼음으로 뒤덮인 땅은 중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음기의 양이 많다.

         

       북해빙궁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하나같이 음기를 가득 품고서 태어난다.

         

       하여 여인들은 아기 피부처럼 뽀얀 살결과 고운 미모를 성인이 되어서도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음기는 북해빙궁의 축복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음기는 여인들에겐 축복을, 사내들에겐 저주를 내렸네.”

         

       앞서 말했듯 북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과한 음기를 지닌 채 태어난다.

         

       그 말인즉, 딸아이뿐만 아니라 사내로 태어난 아이 또한 그러한 성질을 지녔다는 뜻.

         

       음기를 가득 품은 채 자란 사내들은 하나 같이 여인처럼 살결이 곱고 선이 가늘었다.

         

       그리고 대를 잇는 데에 가장 중요한 기능마저 중원의 사내들보다 약했다.

         

       이는 북해빙궁에게 크나큰 위협이었다.

         

       안 그래도 태어나는 성비 자체가 균형이 어긋나 있는 상황에 기능마저 약하지 않나.

         

       “과거 설란의 아비이자 내 서방 또한 그러했지.”

         

       아련한 표정으로 추억에 잠기는 그녀.

         

       “란아, 그 아이를 낳기 위해 무려 숱하게 거사를 치러야만 했어.”

       “그, 음….”

         

       그것까진 알고 싶지 않았는데요.

         

       괜한 말에 반응해버린 몸뚱어리를 차게 식히는 백우진.

         

       퍼뜩 정신을 차린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북해 여인에게 있어 사내의 사내다움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란 말일세.”

       “그러한 뜻이었군요.”

         

       어느 정도 오해한 부분도 있는 듯하다.

         

       이는 관점의 차이였다.

         

       북해에서 나고 자란 이와 중원에서 나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가 살던 원래의 세계 또한 그렇지 않았으니.

         

       “내 서방은 참으로 좋은 사내였네. 따뜻하고, 자상하고, 마음씨가 고왔지.”

         

       그녀는 이미 가슴 속에 묻은 제 서방과의 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그가 조금 더 듬직했다면, 사내다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주 작은 아쉬움이.

         

       “내 딸아이는 듬직한 사내의 품에 안겨주고 싶네. 그게 어미로써의 마음…, 아니, 욕심이라고 해도 말일세.”

       “…그렇습니까.”

         

       그녀의 마음은 이해했다.

         

       부모의 손길을 받아본 적은 없으나, 아끼는 자식이라면 응당 그러할 테지.

         

       하나 이는 오직 그녀만의 생각일 뿐.

         

       “궁주님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만, 이는 제 독단으로 내릴 결정이 아닐 듯합니다.”

       “아아, 그렇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용선아.

         

       “자네와 먼저 혼인을 약속한 여인들과도 미리 상의를….”

       “그쪽이 아닙니다.”

       “하면 무엇인가?”

       “용 소저의 마음을 먼저 묻겠다는 뜻입니다.”

       “…….”

         

       입을 꾹 닫은 채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용선아를 향해 말을 잇는 백우진.

         

       “남녀가 어찌 한 사람만의 독단으로 이어질 수 있겠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러니 용 소저의 의중부터 묻겠습니다. 만약 그녀가 제게 호감이 있다고 한다면….”

       “한다면?”

       “당장 혼인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말인즉.

         

       그녀가 제게 호감이 있다면 함께 길을 떠나겠다는 뜻이었다.

         

       “으음….”

         

       잠시 고민하는 듯, 침음성을 삼키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의 말이 맞네. 내 딸아이의 마음 또한 중요하지.”

         

       그녀의 속내는 딸아이에게 묻든, 묻지 않든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지만, 상대가 그렇다는데 어쩌겠나.

         

       “자네의 뜻대로 하게.”

         

       그렇기에 그녀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지면 그만이니.

         

       그러면서 그녀는 수행신주와 제수천류가 담긴 상자를 백우진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이것도 미리 가져가게.”

         

       그러자 백우진이 찜찜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용 소저가 거절하면 어쩌시려고요.”

       “거절해도 어쩔 수 없지.”

         

       그리 말한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자네가 본 궁주의 제안을 거절해도 이 두 물건은 맡길 생각이었네.”

       “아.”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

         

       당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오른다.

         

       하나 이미 내뱉은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아일언 중천금…, 알고 있으리라 믿겠네.”

       “…….”

         

       그가 내빼지 못하게끔 그녀가 먼저 압박해 들어왔기 때문.

         

       기분이야 어쨌든 성공적으로 수행신주와 제수천경의 비급을 챙긴 백우진.

         

       그녀와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갈 채비를 하던 그의 머릿속에 문득 의문이 생겨났다.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그…, 만약에 제가 용 소저와 마음이 맞아 혼인하게 되면 말입니다.”

         

       용설란은 용선아의 뒤를 이어 북해빙궁의 궁주가 될 몸.

         

       그런 그녀가 자신과 혼인하게 된다면?

         

       “북해빙궁의 뒤는 누구에게 물려줄 예정이신지.”

         

       그것이 궁금했다.

         

       혹 다른 이에게 궁주의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궁금해할 만한 물음이군.”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용선아.

         

       다시 한번 묘한 느낌이 가슴을 간질인다.

         

       모두를 아우르는 포식자에서 피식자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

         

       백우진이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을 기다리자,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궁주의 자리는 내 핏줄만이 이을 수 있네. 그러니 다음 궁주 또한 내 핏줄이 이어받아야겠지.”

         

       그녀의 대답을 들어도 의문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그 핏줄이 용설란 하나뿐인데 그녀가 없으면 누구에게 이어준다는 것일까.

         

       그러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후후…, 걱정하지 말게. 본 궁주가 다 생각해둔 바가 있으니.”

         

       의미심장한 웃음과 말투.

         

       영문 모를 오한이 백우진의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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