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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6

       *** ***

         

       강소로 향하는 마차.

         

       운종 선사님을 만나기 위해 혁기린과 여일예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당도연이 입을 열었다.

         

       “뭔가 영 느낌이 좋지 않군요.”

         

       “뭐, 그렇긴 하지.”

         

       당소열 역시 동의했다.

         

       “우리들 입장에서야 저 비문들이 정말 혈교의 인사가 아니면 찾아낼 수 없는 방식으로 감추어져 있다는 걸 알았으니 비문의 정보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거지,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그냥 거점에 숨겨 놓은 비밀 정보 정도에 불과했을 텐데 말이야.”

         

       당소열의 시선이 흑묘에게 돌아갔다.

         

       “뭐 아는 게 없느냐?”

         

       “무림맹의 태도가 경솔한 건 사실이에요.”

         

       흑묘는 의외의 말을 입에 담았다.

         

       “그렇지만 그런 경솔함과 별개로 현재 향하고 있는 혈교의 본거지는, 본거지가 아니더라도 주요 시설인 것만큼은 확실해요.”

         

       “호오?”

         

       “아무리 혈교가 기오막측한 수를 부리는 집단이라도 물자가 필요하긴 매한가지에요. 특히 제대로 된 거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건 몰라도 대량의 목재와 금속이 필요하죠.”

         

       “흐음. 그렇지.”

         

       “나무랑 기타 물자야 어떻게 구한다 치더라도 금속은 전적으로 어딘가에서 공급받을 수밖에 없어요. 시간이 워낙 촉박해 자세히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물류의 흐름상 그 근방에서 사라진 금속들이 한두 근이 아니에요. 쉬이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밀수 분량까지 합치면 글쎄요, 요새 하나 정도는 너끈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뭐 무림맹에서 혈교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개방.

         

       세상에서 문도 많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개방의 거지들이 무림맹 조사대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마 개방의 전력이 총동원되어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수상하게 여기던 곳이었는데 내가 그 위에 혈교의 비밀문서를 턱하니 얹어 주었다고 생각하면 무림맹의 행보도 성급하다고 비판하기에는 어려울지 모른다.

         

       진짜 문제는 과연 내가 그 비밀공간과 비밀문서를 발견하리라는 것을 혈교에서 예상했는가 예상하지 않았는가였다.

         

       나와 일행이 보타문에서 활약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진 지 오래. 혈교라고 그 소식을 듣지 못했을까.

         

       혈교 역시 내가 완전히 혈교를 적대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인지했겠지.

         

       그런 상황에서 내가 발견할지도 모를 거점의 비밀 장소에 뻔히 정보를 넣어 놨다라.

         

       유인책이라 의심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그러나…

         

       “결국 혈교의 핵심 거점이라는 건 확실하다는 거군요.”

         

       방금 독고이설이 발언이 무림맹 조사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강소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현 무림맹 입장에서는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하니 선택지가 없겠지요.”

         

       “흐음. 딱히 현재 무림맹의 상황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 않나?”

         

       당소열이 반문해 보았지만 독고이설은 고개를 저었다.

         

       “무림맹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을 테니까요.”

         

       “음?”

         

       “독고이설 소저의 말이 맞아요.”

         

       흑묘가 한숨을 내쉬며 독고이설의 말에 동의했다.

         

       “정파의 주요 세력이 다 속해 있는 무림맹이 제대로 혈교를 상대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혈교가 천하 각지에서 활약한다면? 자연스럽게 무림맹 문파의 적들이 혈교와 손을 잡으려 하지 않겠어요?”

         

       “하, 그런가.”

         

       “전 그보다는 시간이 지나면 맹의 존속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 생각해요. 혈교가 무림맹의 문파들을 공격하고 있는 지금 무림맹이 각 문파들을 보호할 수단이 있나요? 정파라고 한들 정의감만으로 문파의 명운을 걸 수는 없는 법이죠. 문파를 보존하기 위해 무림맹을 탈퇴하고 중립 선언을 하는 문파들이 줄을 잇지 않을까요.”

         

       독고이설이 사도련을 떠올렸는지 콧방귀를 뀌었다.

         

       현 무림맹과 사도련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독고이설의 예상 역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현 상황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무림맹에 소속된 문파들이었으니까.

         

       피해를 입은 문파, 그리고 피해를 입은 문파와 비슷한 처지의 문파들은 불안감을 호소할 수밖에 없고 무림맹은 그런 문파들을 다독여야 하는 상황.

         

       그 불만을 제때 다독이지 못하면 독고이설의 말대로 무림맹을 탈퇴하는 문파들이 생겨나겠지.

         

       그리고 현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무림맹은 맹원들의 불만을 제대로 다독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비문을 발견한 고상문 인근에 있는 혈교 거점을 공격했을 때 인근 무인들이 혈교의 거점으로 처들어가는 소동이 있었다.

         

       그 소동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혈교의 무리를 마주할 수 있었을까? 아마 마주하지 못했겠지.

         

       혈교의 입장에서는 무림맹과 싸워주지 않는 것이 이득이니까.

         

       혈교가 지금처럼 만만한 무림맹 소속 문파들을 급습하고 거점을 버리고 도망친다면 무림맹의 입장과 평판은 어떻게 변화될까.

         

       존재 자체는 제법 되었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이번 혈교 사태 이후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림맹.

         

       현 무림맹의 평판을 지탱하는 것은 쌓여진 실적으로 인한 신뢰가 아니라,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비롯한 정파들이 모여 있으니 당연히 대단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무림맹 문파들이 혈교의 기습에 타격을 입고, 정작 무림맹은 그런 혈교의 뒤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해 보인다면?

         

       무림맹을 지탱하고 있던 기대감은 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흑묘나 독고이설의 말처럼 무림맹 문파들과 척을 지고 있는 사파 세력들이 혈교와 손을 잡으려 들거나 무림맹 문파들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맹을 탈퇴하며 문파의 세력을 보전하려 드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게 되겠지.

         

       무림맹 대 혈교의 구도에서 이미 혈교는 우위를 점했다고 할 수 있었다.

         

       무림맹은 어떻게든 혈교의 끝자락이라도 붙잡아 맹의 존재 가치를 입장해야 되는 처지가 되었고 혈교는 지금처럼 문파들을 타격하고 흔적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계속해 이득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굳이, 비밀 공간에 비밀 문서라는 미끼를 던지고, 수많은 자원이 투자된 본거지급 거점을 드러내면서 함정을 팔 이유가 있을까.

         

       만약.

         

       함정을 파야 할 이유가 있다면 나 때문일까.

         

       나는 독고이설과 흑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다 입을 꾹 다문 채 나를 힐끔거리는 것을 보면 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모양이다.

         

       아마 나를 걱정해 차마 그 가능성은 입에 담지 못하는 모양이다.

         

       오성진을 익힌 이후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가끔은 이렇게 내심을 알 것 같을 때가 있다.

         

       두 사람을 향해 그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뭐 대단한 대책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무림맹에서 나서기 전 해야 할 일은 모두 마치고 나왔으니까.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리는 흑묘와, 역시 짐작하고 있었을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독고이설.

         

       두 사람 다 표현은 다르게 했지만 나에게 무슨 대비를 어떻게 했는지 묻지 않는 것은 나에게 보내는 신뢰일까 배려일까.

         

       비천마차가 크게 흔들리며 상념을 방해했다.

         

       찍찍.

         

       덜컹거리는 비천마차의 흔들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꾸물꾸물 기어 내 무릎에 자리 잡는 서공.

         

       자리를 잡기 위해 꾸물거리는 서공을 머리부터 꼬리까지 쓸어내려주자 곧바로 찹쌀떡같이 늘어지는 서공. 지금이야 이렇게 영락없는 애완영물이 되었지만 사실 서공이 왜 날 따르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는 문제였다.

         

       그저 외가의 피 때문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

         

       왜 이 녀석이 날 따르는지는 나보다 혈교 측에서 잘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거점에 놓여 있던 비밀 공간은 내가 그 공간을 발견하리라 여긴 혈교의 함정일까 아닐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혈교와 의사소통을 나눈 것은 단 한번.

         

       천마 앞에서 혈존의 전언을 받은 것 뿐이었으니까.

         

       지금까지 혈교에 대해 조사하고, 혈교의 영물까지 쓰러트렸지만.

         

       나는 여전히 혈교와 혈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고.

         

       혈존과 혈교 역시 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

         

       나와 혈존 사이에서는 그저 혈교의 후계자가 되라는 통보와 거절이 오고 갔을 뿐, 제대로 된 대화 한번 오고가지 않았으니까.

         

       그러면서도 이렇게 대립하고 있으니 참으로 실소가 나오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어느 한쪽이 고꾸라질 때까지 그저 말없이 싸움을 반복하게 될까.

         

       모를 일이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다그닥 다그닥.

         

       그런 나의 감상과는 관계없이 비천마차는 그저 강소로 향할 뿐이었다.

         

       *** ***

         

       혈교의 본거지라 추정되는 거점에 가까이 간 조사대는 맹이 아닌 자신들의 본거지에 출발한 무인들과 합류하여 그 무리가 몇 배로 불어났다.

         

       강소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모산파는 강소에 혈교의 본거지가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는지 상당한 무인을 지원해 주었다.

         

       뿐일까.

         

       안휘에서 지원을 온 남궁세가의 고수들, 마지막으로 혈교의 발호와 함께 큰 타격을 입은 산동악가의 진법대, 비풍산해대까지 합류했다.

         

       무림맹의 병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진입조와 포위조.

         

       본래 조사대 병력 그대로 혈교의 거점에 진입할 예정이었지만…

         

       “우리 악가에게도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시오!”

         

       악가의 대표인 악소풍의 요청에 따라 십팔나한이 포위조로 빠지고 비풍산해대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일행 역시 두 부류로 나뉘었다.

         

       “잘들 다녀 오도록.”

         

       찍찍!

         

       이번에는 무림맹의 무인들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었기에 당도연과 당소열은 굳이 합류하지 않고 비천마차를 지키기로 했다.

         

       모든 포진이 끝나고 무림맹의 병력들은 혈교의 거점으로 향했다.

         

       인근에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중원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산.

         

       “이곳입니다.”

         

       적지 않은 크기의 동굴 입구.

         

       화경 고수들이 먼저 진입하면서 위험을 탐지했고 주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비풍산해대와 내 일행은 운종 선사님과 나머지 화경 고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중간에서 진입했다.

         

       동굴 안에서 적당히 위장된 석문을 열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였다.

         

       “동굴이 꽤 깊군.”

         

       계속해서 이어지는 동굴을 걸어가며 누군가가 중얼거린 말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현재 내려가는 동굴의 암질은 상당히 단단한 종류의 것.

         

       내공이 없는 평범한 이들이라면 이런 암벽을 파낼 엄두조차 내지 않을 강도였고 그런 강도의 암벽을 파내려 갔다는 것은 이 통로를 파낼 때 다수의 고수가 작업에 투입되었다는 뜻과 같았다.

         

       다수의 고수가 힘들여 파낸 통로가 끝을 모르고 지하로 이어지고 있었으니 이 통로에만 들인 노력이 얼마일까.

         

       무림맹 무인들의 머릿속에서는 본능적으로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정도로 노력을 해 숨긴 거점이라면 이 끝에서는 심상치 않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아무 적도, 함정도 없는 통로를 걷고 있었지만 무림맹 무인들이 품은 긴장감은 점차 높아져만 갔다.

         

       대체 어디까지 이어졌나 싶은 긴 통로를 지나고 있을 때.

         

       드디어 선두가 발걸음을 멈추어 섰다.

         

       선두에 있던 모용서가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품에서 야명주를 높게 들어올렸다. 야명주의 빛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통로를 완전히 막고 있는 철문이 눈에 들어왔다.

         

       “인기척이 없군요.”

         

       “거점으로 향하는 입구 같아 보이는데 문지기 하나 없다는 것은…”

         

       선두에 서 있던 화경 고수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중얼거렸다.

         

       혹시 또 도망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갈 때였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구려.”

         

       운종 선사님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안에서 아주 강대한 혈기가 느껴집니다.”

         

       “선사님, 그 말씀은…?”

         

       “예, 지금 저 문 안에는 현경의 고수가 있다는 뜻이지요.”

         

       운종 선사님의 확언에 조사대에는 고요한 긴장감이 퍼져나갔다.

         

       “적어도 이 문 근처에서 다른 혈인들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운종 선사님의 첨언에 화경 고수들이 시선을 교환하더니 무기를 빼 들었다.

         

       “그렇다면 강제로 열어야겠군요.”

         

       츠즈즈즈즈즈!!!

         

       모용서가 가장 먼저 강기를 뽑아내며 검을 문에 밀어넣었다. 느리게 철문을 파고들어가는 강기. 철문이 보통 두터운 것이 아닌지 모용서가 인상을 찡그리며 조금씩 검을 움직였다.

         

       “혼자서 너무 힘을 빼는 것보다 돌아가면서 작업하는 편이 낫지 않겠소.”

         

       “내가 하지.”

         

       화경 고수들이 번갈아가며 나섰고 이윽고 철문에 사람 한 사람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뚫렸다.

         

       운종 선사님을 필두로 진입을 시작했다.

         

       진입 중에 습격을 받는다면 꽤나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모두 잔뜩 긴장한 채 방어 태세를 갖추었지만 습격은커녕 요새 안쪽은 고요하기만 했다.

         

       요새 안쪽은 간단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계획도시의 일부마냥 시원하게 뚫린 십자로와 그런 십자로를 따라 배치된 여러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무림맹 인원들이 밟고 있는 대로에는 수많은 이들이 드나든 흔적과 동시에 이런저런 물자들이 수송된 듯한 생활흔이 가득했지만, 정작 거점 안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무림맹의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야명주가 채 밝혀주지 못하는 영역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은은한 혈향.

         

       무인의, 아니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는 냄새가 그쪽에서 풍기고 있었으니까.

         

       보이지 않는 십자로의 끝, 그곳에는 나의 외조부, 혈존이 있을까.

         

       절로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그런 마음을 다스릴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앞장서겠소.”

         

       검을 뽑아든 운종 선사님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으니까.

         

       그 뒤를 따라 무림맹의 인원들이 대형을 갖춘 채 하나 둘 야명주를 꺼내들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며 어렴풋이 십자로의 끝이 보였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철문이 달린 거대한 공동.

         

       혹시 이 공동은 영물을 가두어 두는 공간이었을까.

         

       스스스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마자 공동 안에서는 스산한 뱀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의 마음을 섬찟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소리에 무림맹의 무사들이 모두 무기를 뽑아들었고 나와 일행들 역시 오행진을, 그리고 악가의 진법대 역시 진법을 발동시켰다.

         

       닫히지 않은 문을 넘어 무림맹의 모두가 포진을 마친 것을 확인한 운종 선사님이 아직 채 밝혀지지 않은 어둠 쪽으로 시선을 두며 입을 열었다.

         

       “본인은 점창파의 운종이라는 사람이오. 그래, 피비린내가 풍기는 혈기가 코를 찌르는 마당인데 모습을 숨기는 것보다는 스스로를 소개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소?”

         

       쉬시시시시식!!

         

       공동 깊은 곳.

         

       돌연 파충류 특유의 갈라진 공동이 나타나 야명주의 빛을 반사하며 빛나기 시작했다. 소리없이 점차 높이 떠오르는 두 개의 샛노란 안광.

         

       “으음…”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 침음성을 흘렸다.

         

       족히 십 장은 넘어 보이는 이 거대한 공동의 천장에 가까운 높이까지 떠오른 두 눈은 그만큼 뱀의 덩치와 길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크크크! 그래. 네녀석들도 누구의 손에 죽는지는 알아야겠지.”

         

       두 쌍의 눈이 점차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낼름거리는 혀가 야명주가 밝힌 공간을 훓고 지나간 뒤 거대한 검은 뱀의 거체가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허엇…!”

         

       “저런!”

         

       그리고 뱀의 머리가 모두 드러났을 때 무림맹의 무인들 중에서 기함을 터트리는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본인은 혈교의 수장 혈존 서광회라 한다.”

         

       그 기함의 원인은 거대한 뱀 머리의 위용이 아니었다.

         

       스스스스스!!!

         

       그 뱀 머리 위에 자리한 채 그 기세를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혈기를 두른 혈존 때문이었겠지.

         

       마치 강기를 연상케 하는 붉은 핏물을 자신의 주위에 장막처럼 둘러놓은 혈존의 위압갑은 분명 운종 선사님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나.

         

       이조차도 무림맹의 무인이 기함을 터트린 이유는 아닐 것이다.

         

       나는 늘 혈존의 행동에 의구심을 지니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호천안]의 가능성이 닫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들 어째서 혈존은 나라는 사람을 욕심내지 않았을까.

         

       아무리 영물을 부릴 수 있는 힘을 얻었을지라도, 한 사람의 무인인 이상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욕망이 있을 터이니 적어도 내 가능성이 온전히 닫혔는지 확인 정도는 해 봐야 정상이 아닐까.

         

       그런데 혈존은 내 존재를 알게 된 뒤 어디까지나 의례적인 후계자 권유를 해 보았을 뿐, 그 이후로 나에 대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혈존의 모습을 목격한 지금 그 의구심은 깨끗하게 씻겨 나갔다.

         

       “염라대왕을 만나거늘 그 이름을 똑똑히 전하거라.”

         

       혈존의 왼팔과 오른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핏물에 휘감긴 의족과 의수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기오막측한 술법이 많은 혈교라 한들 사지 중 두 곳이 완전히 손상되었으니 더 이상 무인으로서 발전을 이룩할 수는 없었겠지.

       

        그러니 나의 [가능성]에 일절 미련을 두지 않은 것이다.

         

       내 외조부, 혈존은 뱀 머리 위에 서서 나를 포함한 무림맹 무인들을 내려다보며 클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이 자리가 네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혈존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핏물들이 산탄처럼 쏘아졌다.

         

       딱히 무언가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외조부와의 재회는 역시, 최악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무려 8일이나 연재를 쉬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냐, 언제 돌아오냐. 제 걱정을 해 주신 분들께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일신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당황스러울 정도로 글이 써지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나마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힘내서 연재주기를 복원해보겠습니다.

    *

    [비공개] 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네요.

    이렇게 제대로 글을 쓰지도 못하고 있는 작가에게 변함없이 후원해 주시니…정말 감사합니다.

    이 10코인을 원동력 삼아서 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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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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